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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33화 (33/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33화

불문(不問) 표행을 떠나다(5)

강호에는 해남 사람들을 가리켜 일컫는 말이 있다.

-해남도 사람들은 말하는 법보다 먼저 수공을 배운다!

물론 약간의 허풍과 과장이 섞인 이야기겠지만 허황된 소리는 아니었다.

역대 최강의 수공을 자랑하던 이들은 단 한 사람도 빠짐없이 해남의 인물이었으니까.

실제로 장강수로채를 이끄는 수왕 사유혼도 해남 출신이었다.

“응운곤 표사를?”

“그는 어지간해서는 잘 따르지 않을 텐데?”

장운이 응운곤에게 요청을 하자 다른 표사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특히 그의 기질을 잘 알고 있는 감우량은 물론, 장룡 파벌의 당랑수사 거일기와 장건 파벌의 비웅표 좌담도 놀라 중얼거렸다.

곧이어 이어지는 응운곤의 행동은 그들의 상식을 완전히 깨버리고 말았다.

“알겠습니다, 장운 도련님.”

경악스럽게도 불과 이틀 만에 응운곤의 태도는 완전히 뒤바뀐 상태였다.

장운은 첫날 불침번에서 응운곤의 고향이 해남인 것을 깨닫고 홍주 한잔으로 친해졌다.

둘째 날의 불침번에서는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동안 외롭고 지쳤던 요령 없는 사내 응운곤은 장운에게 충성심이 피어난 상태였다.

“푸하하하핫!”

“감히 우리에게 수중 전투로 이길 것 같으냐?”

응운곤의 내막을 모르는 산서수채는 물론이오,

“응 표사가 나서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수공으로는 답이 없을 것 같은데?”

“맞아. 응운곤의 실력이 초일류인 것은 알아도 수공은 엄연히 다른 분야라고.”

몇몇 인물들은 응운곤이 대결을 시작하기도 전에 회의론을 개진하였다.

씨익!

웃고 있는 것은 산서수채의 채주인 수중밀검 광표도 마찬가지였다.

‘수중 전투에서는 초일류의 고수도 수공을 익힌 이류 고수를 이기지 못한다!’

그는 압도적으로 자신이 있었다.

이것이 만약 실제 대결이었다면 광표는 신중에 신중을 기했겠지만, 타인의 부탁으로 온 자리니만큼 응운곤의 체형과 피부 색깔을 유심히 살펴보지 않았다.

만약 조금만 더 촉이 좋았다면 응운곤의 출신이 해남임을 깨닫고는 부채주나 수뇌부를 시켰겠지만,

“흐흐, 이제 갓 막내를 벗어난 장천구를 내보내도록 해라.”

안타깝게도 광표는 응운곤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급기야 자신 휘하의 부하들 중에서도 이류 고수에 불과한 장천구를 내보낸 것이다.

산서수채의 장천구는 물길을 헤치는 분수도(分水刀)란 무기를 제법 잘 다루며 이류 수준치고 수공만큼은 뛰어난 인물이었다.

광표도 괜히 이자를 내보낸 것이 아니라 장천구라면 능히 응운곤을 제압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와아아아아!

장천구는 열화와 같은 수적들의 응원을 받으며 슬쩍 황금표국 갑판 위에 올랐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수공을 모른다면 그냥 패배를 선언하는 게 나을 거야.”

이번 일에 나서기에 앞서 채주인 광표로부터 어지간하면 피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따라서 장천구는 평소와 달리 아량을 베풀고 있었다.

물에 들어간다면 자신의 살심을 주체하지 못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풍덩!

그런 장천구에 말에 응운곤은 흔들리기는커녕 곧바로 강 속으로 뛰어들고는 머리 하나만을 내민 채 입을 열었다.

“들어오지 그래.”

이 무슨 자신감이란 말인가?

눈치가 빠른 자들이었다면 응운곤이 강에 입수했을 때 그 비범함을 알아차렸겠지만, 잔뜩 흥분한 수적들은 물론이오, 아군인 황금표국의 사람들마저도 당황하여 모르고 있었다.

“저, 저런!”

“수적을 상대로 강에 뛰어들다니!”

“자신감은 좋지만 저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고.”

수공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쟁자수 몇몇은 급기야 시작도 전에 두 눈을 감기까지 했다.

“굳이 나를 자극하는군.”

강에 입수하는 응운곤의 패기에 장천구의 얼굴은 굳어졌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배 위에서 적당히 대결하다가 자신이 먼저 강으로 유인하여 그를 가지고 놀다가 살려줄 요량이었다.

그런데 응운곤은 선을 넘고 말았다.

한 번 화가 나면 끝을 본다는 산서수채 수적의 신경을 건드리고 만 것이다.

스으윽!

장천구는 응운곤의 도발에 곧바로 임했다.

다소 물장구를 피운 응운곤의 입수와는 달리 장천구는 흡사 깊은 뻘에 들어가는 사람처럼 소리를 거의 내지 않았다.

오오오!

그 모습에 수적은 환호를, 황금표국은 좌절을 하고 있었다.

황금표국 인원들 중에서 침착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오로지 금령공자 장운뿐이었다.

“두 사람이 준비되었다면 수중 전투를 시작하지.”

광표가 나서서 장천구와 응운곤을 바라보고는 다시 장운을 바라보았다.

장운보고 전투의 시작을 알리라는 의도였다.

“전투…… 시작!”

장운의 힘찬 외침과 동시에 마침내 첫 번째 대결인 수중 전투가 시작되었다.

‘네놈, 편히 죽지 못할 것이다.’

장천구는 완전히 열이 받아 이를 갈고 있었다.

정말 죽이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생사의 기로를 오가도록 만들 계획이었다.

“수공의 위력을…….”

수공의 위력을 보여주겠다는 말과 동시에 장천구의 잠영이 시작되려는 순간!

스륵, 스르르륵!

돌연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

장천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뒤에서 무언가 휘감는 감촉이 느껴졌다.

그 익숙지 않은 감촉에 장천구는 거대한 문어나 오징어가 자신을 휘감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그런 두족류는 아니었다.

장천구의 사지를 순식간에 양팔과 양다리로 제압한 인물은 다름 아닌 반골 응운곤이었다.

“허억! 헉!”

장천구는 그제야 모든 것을 깨달았다.

응운곤은 물속에서 자유자재로 운신하여 순식간에 장천구의 뒤를 점거하였으며 그의 사지를 결박한 것이다.

“내 고향인 해남에서 자네 수준의 수공은 딱 천자문 수준이지.”

천자문을 익혔다고 해서 공자에게 학문을 논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공교롭게도 장천구의 행동이 그러했다.

파아아앗!

화들짝 놀란 장천구가 기겁을 하며 몸부림치려고 하였지만 이미 그때는 늦었다.

응운곤은 본래 검술의 달인이었고 장천구는 분자도의 고수였지만, 서로 무기를 쓰거나 무공을 사용할 필요는 없었다.

제대로 된 전투가 발발하기도 전에 응운곤의 물귀신 작전이 시작되었으니까.

“끄르르륵!”

응운곤은 장천구의 사지를 제압한 채 그대로 강 속 깊이깊이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정말로 물귀신이 따로 없었다.

이에 장천구는 잔뜩 물을 먹은 상태로 몸부림쳤다.

제아무리 수공을 익혔다고 해도 사지가 억압된 상태였으니 무리였다.

또한 뜻하지 않은 상황으로 인해 호흡이 흐트러졌는데 수공의 핵심은 바로 호흡이었다.

호흡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자 현재의 장천구는 수공을 모르는 일반인이나 다름없던 것이다.

“처, 천구!”

“이게 무슨 일이래?”

“저런 수공은…… 우리도 처음 봐!”

마치 먹잇감을 물어 심해로 끌고 가는 무시무시한 어류처럼 돌격하는 응운곤의 모습에 포악한 산서수채의 수적들조차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놀란 것은 수중밀검 광표 채주도 마찬가지.

‘이런 수공은 분명 사부님과 같은 결의 수공이다!’

아직까지도 몰라보는 다른 수적들과 달리 광표는 응운곤의 자유로운 물속 움직임을 보자마자 그의 출신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해남! 저자는 해남 출신이다. 그것도 완전한 토박이!”

그제야 모든 상황을 깨달은 황금표국의 인원들은 크게 감탄하고 말았다.

“오오, 오오오!”

“수공으로 수적을 압도하고 있어!”

“해남의 토박이라면 이해가 가는군.”

“설마 저 반골 녀석이 해남 출신일 줄이야.”

투박한 말투부터 까칠한 모습이 이제야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처음에는 패배를 예감했던 황금표국 인원들은 이내 일제히 환호하였다.

장천구를 강물 속 깊이 끌고 들어간 결과!

부르르르!

그는 사지를 떨다 곧바로 멈추었다.

장천구는 제대로 반항조차 못 한 채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으며 마치 익사한 시체처럼 강 위에서 둥둥 떠다니는 실정이었다.

“천구!”

“장천구!”

그 시신과 같은 모습에 수적들은 황급히 달려갔고 외부의 개입이 있었으니, 첫 번째 대결 수중 전투는 그대로 종료되고 말았다.

두말할 것도 없이 황금표국 측 반골 응운곤의 승리, 그것도 완벽한 압승이었다.

“후우우.”

이미 기절한 장천구에 비해 응운곤은 여전히 여유작작한 모습이었다.

강의 물살을 가르는 그의 모습은 마치 수중 생물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응 표사!”

장운은 응운곤의 승리에 무척이나 기뻐하며 쾌재를 불렀다.

이길 것은 알았으나 이렇게 압도적으로 제압할 줄은 그조차 예측하지 못했다.

이 모든 것은 수적들의 수공을 맹신한 광표의 실수라 할 수 있었다.

이류 고수인 장천구가 아니라 부채주를 대결 상대로 지정하였다면, 응운곤이라고 해도 이렇게 쉽게 이기지는 못했을 터.

“본 황금표국 측의 승리로 보입니다만…….”

장운이 정중한 어투로 물었다.

정중한 말투에 비해 자신감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끄으응.”

이것은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팽팽했더라면 우기기라도 했을 텐데 우길 것도 없던 것이다.

“우리 산서수채의 패배를 인정하네.”

광표는 좌절하며 패배를 시인했다.

하나 아직도 대결은 두 가지나 남아 있었다.

패배 선언에 장운과 감우량은 서로 주먹을 불끈 쥐며 승리를 만끽하였고 광표는 이를 꽉 깨물었다.

‘두 번째 대결에서는 반드시 이길 것이다.’

본래 광표는 지고는 못 사는 성미를 지녔다.

한참 어린 후배들과 수하들 앞에서 낭패를 보니 승부욕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두 번째 대결은 과녁 맞히기가 어떠한가?”

광표는 애써 화를 억누른 채로 장운에게 제안을 하였다.

과녁 맞히기는 배 위에서 덧없이 부유하는 수적들이 가장 좋아하는 유흥이자 내기였는데, 주로 멀리 떨어진 부표나 닻을 두고 누가 먼저 적중시키나 대결을 하곤 했다.

‘이 대결은 우리가 더 유리하다.’

광표는 처음의 패배를 뒤로한 채 슬쩍 미소가 나올 지경이었다.

과녁 맞히기는 수적들에게 굉장히 유리했으며 무엇보다도 수적에게 있어서 절대로 떼어 놓을 수 없는 무기인 활을 다루는 궁수들이 많았다.

선상 전투를 개진하는 데 있어 화살만큼 위험한 것이 없었기에 대부분의 수적들은 어지간한 궁수만큼이나 뛰어난 활 솜씨를 보유했다.

그런 자들을 수십 명이나 보유한 광표는 영악하게도 과녁 맞히기를 제안한 것이다.

‘때마침 궁술의 달인 하나가 우리 수채의 일원이 되었다.’

광표는 그자를 대표로 내세울 계획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과녁은 반드시 화살로만 맞혀야 합니까? 다른 무기를 사용하면 안 되나요? 예를 들어…… 암기 같은 것 말입니다.”

장운은 첫 번째 대결의 상대로 응운곤을 내세운 것에 이어 또 한 사람을 더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녀는 다름 아닌 비옥수 천세은이었다.

“설마…… 천 표사를 내세울 겁니까? 저들은 아마 초일류 수준에 육박하는 궁수를 상대로 내어놓을 겁니다.”

장운의 심중을 알아차린 감우량이 펄쩍 뛰며 말했다.

천세은의 암기 투척 솜씨가 비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극심한 화상으로 한쪽 눈을 잃어 그녀의 무공 수준은 일류 정도로 유추했다.

여러모로 초일류 경지의 궁수를 상대로 부족해 보였던 것이다.

이번만큼은 황금표국의 필패를 예상하고 있을 때 장운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얼마 전, 천세은의 솜씨를 직접 견식 한 바 있다.’

장운이 승승장구하여 금옥관으로 거처를 옮기기 전, 그는 실수로 길을 잘못 들어 여성 표사가 거주하는 건물로 진입한 적이 있었다.

이내 자신이 잘못 왔음을 직감하고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퍼억, 퍽!

수련용 허수아비를 파고드는 매서운 소리에 호기심이 끌리고 말았다.

장운은 자기도 모르게 여성 표사 숙소의 수련장으로 향한 끝에 한 인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가 바로 천세은이었던 것이다.

장운은 그녀의 솜씨를 보며 천세은의 배경에 대해 곧바로 알아보았다.

-저 여인은 필시 천하에서 가장 강한 여고수 천수관음(千手觀音) 나화연의 제자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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