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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35화 (35/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35화

불문(不問) 표행을 떠나다(7)

“맙소사!”

“억! 어어억?!”

여기저기서 놀라움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놀라는 것은 의외의 패배를 당한 수적들이 아니라 오히려 황금표국의 인원들로부터 나왔다.

설마 사회성이 떨어지고 음침한 비옥수 천세은이 잘나간다는 전룡궁 제운천을 꺾을 줄은 꿈에도 몰랐으리라.

“천 표사의 실력이…… 이리도 뛰어났나?”

감우량도 입이 떡하니 벌어져 애꿎은 천세은의 얼굴만 바라볼 뿐이었다.

반면, 장운은 묵묵한 모습이었다.

오히려 의문이 들었다.

‘기이한 일이로군. 천수관음 나화연의 진전을 이은 것은 확실해 보이는데…… 이상하게도 무공 실력은 떨어진단 말이지.’

장운의 의문은 바로 이것이었다.

나화연은 여인의 몸으로 불세출의 경지에 도달한 고수였다.

그런 인물의 진전을 이은 일인으로 보기엔 여러모로 아쉬움이 있었다.

천세은의 나이는 화상 자국으로 인해 판단하기 어려우나, 적어도 이십 대로 보이는데 아직 일류 수준이면 천수관음 명성에 비해 모자란 편이었다.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지금 보여준 그녀의 한 수는 만족스러웠다.

“잠깐! 우리 과녁까지 같이 맞히는 게 어디 있어?”

“맞아. 각자 맞히기로 해놓고 이건 명백한 규칙 위반 아닌가?”

황금표국이 환호하고 있을 때 놀라 굳어버린 수적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대부분의 수적들을 비롯하여 당사자인 제운천도 동의하고 있었지만, 어딜 가나 초점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상황 이해가 부족한 자는 있게 마련이다.

이들의 단점은 목소리가 크고, 옆에서 아무리 설명해 줘도 자신의 의견이 맞다고 철통같이 믿는다는 점이었다.

급기야는,

“나를 더 부끄럽게 만들지 마시오.”

전룡궁 제운천이 직접 나서서 손사래를 친 다음에야 그런 주장은 사그라들었다.

애초에 과녁 맞히기란 대결에서 중요한 것은 대결에 임하는 두 사람 중 누구의 무공이 뛰어난지 가려내는 것이었다.

천세은은 과녁 맞히기 대결에서 불리한 암기의 고수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실력과 기발한 지혜를 발휘하여 승리를 쟁취했다.

그 승리의 본질을 파악한 제운천과 광표는 할 말이 없었다.

“……끄으응.”

광표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첫 번째 대결은 방심했다고 하나 두 번째 대결마저도 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수적들이 좌절하고 황금표국 일행들이 기뻐하며 치열했던 두 번째 대결도 끝이 났다.

“비옥수, 최고다!”

“말이 없고 표사들과 잘 섞이지 못하지만 그러면 어떠한가?”

“실력이 이리도 뛰어나고 똑똑한 걸!”

대결을 마친 천세은이 자리로 돌아오자 사람들은 금의환향한 아들을 맞이하는 것처럼 기뻐하며 휘파람을 불기까지 했다.

천세은은 그런 반응에도 불구하고 전혀 미동도 없이 대꾸를 하지 않았다.

감정의 기복이 적고 냉정한 것은 암기를 다루는 무인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이 필요한 덕목이었다.

-약속은 꼭 지키셔야 해요.

도리어 장운에게 전음을 보내면서 대결 전에 했던 약속을 상기시켰다.

끄덕!

이에 장운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녀의 내막을 알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은 접촉할 계획이었다.’

만약 천세은이 천수관음의 진전을 이은 제자라면 그 어떤 일이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니까.

“설마…… 마지막 세 번째 대결까지 해야 할 줄은 정말 몰랐어.”

두 번째 대결도 끝나자 수중밀검 광표 채주는 다시 한번 앞으로 나와 장운을 바라보았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실제로 그는 첫 번째, 두 번째 대결은 다 구상하여 염두에 두었지만, 세 번째 대결은 머리에 그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세 번째 대결까지 갈 것도 없이 장운 무리가 패배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장운과 그 일행들은 놀라운 실력과 지혜를 발휘하여 난관을 돌파했다.’

광표는 이들을 바라보며 장운에 대한 감탄은 물론, 황금표국이 어찌하여 섬서성에서 화산, 종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 마지막 세 번째 대결만이 남았군요. 그 대결은 무엇입니까?”

장운이 물었다.

광표는 그 질문에 곧바로 대답하지 못하다가 이내 고개를 들었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하였네. 결국 자네와 내가 나설 수밖에 없을 것 같군.”

본래는 생각지도 않았던 세 번째 대결이었기에, 광표는 무엇을 하면 좋겠냐 고민하다가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스윽!

그의 말에 장운은 겁을 내거나 뒤로 물러서기는커녕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이 앞으로 나왔다.

“네, 그러지 않아도 세 번째 대결은 어떤 대결이 되었든 제가 나서려고 했습니다.”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첫 번째 대결과 두 번째 대결에서는 그가 직접 고른 중립 파벌의 표사들이 맹활약을 했다.

장운은 오늘 표행에서 그치지 않고 그 두 사람을 자신 휘하의 사람으로 만들 요량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 역시 세 번째 대결에 나서 두 사람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마, 말씀 중 외람됩니다만…… 고명하신 수중밀검 광 채주님에 비해 현재 장운 도련님의 무공은 부족합니다. 이는 공평한 대결이 될 수가 없지요.”

마지막 대결로 직접 나서겠다는 광표와 장운을 보며 감우량이 놀라 소리쳤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저 두 사람이 직접 대결을 할 것 같은데 그건 아니 될 소리였다.

광표는 장운의 아버지뻘이었고 무림의 선배라 할 수 있는 반면, 장운은 아직 부족하지 않던가?

“그건 물론 잘 알고 있네. 내가 어찌 까마득한 후학과 정면 승부를 펼칠 수 있겠나? 그래서 내 생각한 것이 있지.”

광표는 감우량의 말을 시인하고는 수하에게 지시하여 무언가를 받아왔다.

그것은 다름 아닌 붓과 먹이었다.

그러고는 붓에 먹을 먹인 다음,

스으으윽!

광표는 흡사 명필가처럼 일필휘지(一筆揮之)의 수법으로 거침없이 하나의 커다란 원을 그렸다.

“원?”

“이게 뭐지?”

광표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감우량과 다른 표사들 또한 이해를 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거릴 무렵이었다.

“세 번째 대결은 간단하면서도 공평하지. 이 원 안에 우리 두 사람이 들어간 다음, 상대를 바깥으로 먼저 밀어낸 쪽이 이기는 것으로 하지. 대신! 나는 오로지 맨손으로 임할 것이며 오른손과 오른발은 사용하지 않을 걸세. 장운, 자네는 그 어떤 무기를 사용해도 괜찮아. 그리고…… 반 각이 지났는데도 내가 자네를 원 바깥으로 밀어내지 못하면 내가 패배한 걸로 하겠어.”

광표가 필묵(筆墨)으로 원을 그린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성인 남자 세, 네 명이 간신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원에 홀로 서 있는 수중밀검 광표.

철저한 무공 싸움도 아니고 원 안에서 밀어내기 대결은 썩 괜찮아 보였다.

더군다나 광표는 신체의 절반을 사용하지 않으며 무기도 안 쓰겠다고 밝힌 반면, 장운은 전신 사용은 물론이고 얼마든지 검이나 다른 무구를 사용해도 좋다 하였다.

어디 그뿐인가?

반 각만 버틴다면 무조건 장운의 승리로 돌아가니 이는 누가 봐도 장운이 유리해 보였다.

“과연 채주님이시다!”

“까마득한 후배를 상대로 이런 관대함을 베푸시다니.”

수적들은 광표의 말에 바닥을 쳤던 사기를 애써 끌어올리고 있었다.

실제로도 광표의 제안은 나쁘지 않아 솔깃한 것이었다.

장운은 그 제안을 듣고는 심지어 한술 더 뜨기까지 했다.

“좋은 제안이군요. 하나…… 저는 오직 발 하나가 불편하니 채주님께서도 발 하나만 사용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우오오오오오!

장운의 말은 실로 엄청나 다시 한번 선상 위를 미치게 만들었다.

이 무슨 엄청난 자신감이란 말인가?

장운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하지만 초일류와 절정의 차이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공평하게 대결하자고 하다니.

“……나는 누군가의 부탁을 받아 이곳에 왔지만 설렁설렁할 위인이 아닐세. 감당할 수 있겠는가?”

광표는 벌써부터 두 눈에 분노가 어려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물었다.

“감당할 수 없었으면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을 겁니다.”

이에 질세라 장운도 절대로 밀리지 않았다.

파앗!

오히려 광표가 그어 놓은 원을 향해 멋진 신법으로 날아가 부드럽게 착지를 하며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정말이지, 놀랄 노 자로다. 이게 십 대 후반의 소년이 맞는 것인가?’

광표는 화가 나는 것도 나는 거지만 아직 약관의 나이도 되지 않는 소년의 담력에 기절초풍할 노릇이었다.

동시에 탐도 났다.

만약 그가 금령검객 장천호의 핏줄이 아니었더라면 당장에라도 산서수채로 끌고 가 다음 채주로 삼고 싶을 정도였다.

“기세가 좋군. 준비되면 말하게.”

광표 또한 진심이었다.

본디 그는 한쪽 발을 들고 한쪽 손을 허리 뒤로 돌려 대결하려고 했는데 장운의 패기를 받아들였다.

양쪽 손을 모두 사용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채앵!

장운은 초령검을 꺼내 들었다.

물론 세간에 알려지면 피곤한 검이니 검은 천으로 휘감은 상태였다.

“준비되었습니다.”

장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사람의 신형이 부풀었다.

파아아아앗!

파아앗!

장운과 광표, 두 사람 모두 전신 전력을 다한다는 방증이었다.

급기야 두 사람이 내뿜는 화끈한 내공으로 인해 옷자락이 나풀거리다 못해 찢어질 지경이었다.

“하압!”

선제공격은 장운의 몫이었다.

이는 광표가 일부러 후배에게 선제공격을 양보해서였다.

먼저 공격하라고 눈짓을 한 것이다.

장운은 마다하지 않았다.

-금령선풍(金靈旋風)!

그는 전력을 다해 금령풍운검법의 초식을 펼쳤다.

‘상대는 절정 고수 중에서도 뛰어난 무인이다.’

어설픈 공격은 반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었다.

그런 관계로 첫 초식부터 장운은 전력을 다했다.

‘금령풍운검법!’

장운이 그 검법을 펼치자 광표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젊은 시절 자신에게 쓰라린 패배를 안겨준 그 검법이 아니던가?

-어왕신보(魚王身步)!

그런 만큼 누구보다 그 검법을 잘 알았다.

광표는 장운의 폭발적인 검기를 코앞에 두고는 독특한 음률로 상체를 흔들었다.

흡사 물속에서 물고기들이 머리를 흔들어 방향을 회전하는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이는 광표의 사부인 수왕 사유혼의 무공이기도 했다.

스으으윽!

그 독특하고도 유려한 움직임에 광표는 장운의 검기를 부드럽게 흘려보내며 선배 고수로서 관록을 보였다.

와아아아!

그 모습에 시작부터 수적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광표의 여유로운 모습은 누가 봐도 우월해 보였기 때문이다.

장운의 난관은 바로 지금부터였다.

-수룡신공(水龍神功)!

선제공격을 양보하고 그것을 완벽하게 회피한 수중밀검 광표.

그에게 더 이상 봐줘야 하는 명분은 없었다.

본래 그의 특기는 검법이었지만 또 하나 장기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수왕 사유혼의 독문 절기인 이 수룡신공이었다.

어마어마한 내공을 발산하며 특히 수중에서 펼치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이 신공은 광표의 전신을 푸르게 만들었다.

부웅, 부웅!

수룡신공으로 전신을 강화한 광표는 양 주먹을 들어 미친 듯이 무공을 난사하였다.

“……!!”

장운은 그 미친 공격에 크게 당황하여 뒤로 물러나 초령검을 비스듬히 들어 방어 일변도로 굳힐 수밖에 없었다.

따당, 따다당!

초령검 위로 엄청난 기운의 권장이 쏟아져 내렸다.

만약 그 검이 천하제일의 명검인 초령검이 아니었다면 진즉 부서져 패배를 하였으리라.

‘검이 없다고 해도 어린 너를 이기지 못하겠느냐?’

광표는 진심을 담아 거듭 주먹을 휘둘렀다.

절정과 초일류는 단 한 단계의 차이였지만, 그것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커다란 격차가 존재했다.

장운이 표행을 나선 이래 이처럼 일방적으로 밀리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제 끝이다!’

열심히 주먹을 휘둘러 장운을 원의 끝으로 밀어 넣는 데 성공한 광표는 수룡신공의 강대한 내력을 담아 장운의 아랫배를 노렸다.

콰아아앙!

그의 주먹이 속수무책으로 장운의 복부를 때려 그 길로 대결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그때였다.

“으으윽!”

기이하게도 장운의 배를 때린 광표가 몹시 아프다는 신음을 흘리는 게 아닌가?

씨익!

그 모습에 장운이 웃었다.

‘이럴 줄 알고 금룡린갑을 입고 나왔지.’

장운이 호기롭게 나선 이유.

그것은 바로 이 금룡린갑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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