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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38화 (38/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38화

불문(不問) 표행을 떠나다(10)

“경유암염?”

“그게 무엇이지?”

“암염이라면 들어보았는데 경유암염은 금시초문이로군.”

장운의 말에 표행을 함께한 쟁자수들이 중얼거리며 의문을 표한 반면, 상수 노관은 뒤통수를 크게 맞은 것처럼 입을 떡하니 벌리며 이제야 모든 것을 깨달았다는 얼굴이었다.

“음?”

“경유는 고래기름인 것 같고…… 암염은 커다란 소금 덩어리를 뜻하는데…….”

경유암염을 모르는 것은 장건과 장룡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말대로 경유는 고래기름을 의미했고 암염은 커다란 소금 덩어리를 의미했다.

“경유암염이라 하였느냐?”

장천호도 놀라 재차 물었다.

동시에 그의 눈이 재빠르게 표물이 봉인된 항아리로 향했지만 그것은 개봉된 흔적이 없었다.

그 말인즉, 몰래 확인한 것이 아닌 장운의 추측이라는 소리였다.

“네. 산서성에서도 아주 먼 어촌 지역에서는 소금 덩어리를 특이하게 고래기름을 먹여 보관한다고 들었습니다.”

장운의 말은 사실이었다.

산서의 끝에는 고래를 사냥하는 곳이 있었는데 이 경유암염은 그들이 소금을 처리하는 방식이었으며, 매우 드물고 희귀하여 몇몇 뛰어난 거상을 제외하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장천호는 놀라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더 이야기해 보라며 종용했다.

하지만 너무 놀란 탓에 손끝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그 부족 사람들이 소금 덩어리에 고래기름을 먹이는 이유는 다름이 아닙니다. 고래기름, ‘경유’를 바른 암염은 따뜻하고 습한 기후를 만났을 경우 전혀 정제되지 않은 딱딱한 소금 덩어리라고 해도 순식간에 우리가 아는 가벼운 소금 가루로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장운은 차분하게 설명을 하였다.

‘불문 표행의 표물이 경유암염이라면 이 모든 현상이 설명된다.’

애초에 표물을 건든 범인은 없었다!

이 모든 것은 장운의 추리였다.

표행에 나서기 전 항아리 안에서 미친 듯이 달그락거리는 딱딱한 고체였던 표물이, 무덥고 습한 산서 인근에 도착하자 고래기름이 돌아 가루가 되어 달그락거리지 않게 된 현상까지 모두 설명이 가능했다.

경유암염은 봉인에 얽매이지 않고 습한 기후를 만나 자동으로 암염 덩어리를 해체했던 것이다.

“확신할 수 있느냐?”

장천호는 다시 한번 으름장을 놓으며 장운을 흔들려고 하였지만 그것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표물은 개봉의 흔적도 없이 멀쩡합니다. 봉인을 해제하고 확인해 보면 답은 나오겠군요.”

오히려 한술 더 떠 대담한 모습까지 보였다.

그 담대한 모습에 감우량을 비롯하여 응운곤과 천세은마저도 감탄을 거듭하는 중이었다.

그들은 장운의 설명을 들으며 망치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놀랐던 것이다.

스윽!

장천호도 밀리지 않았다.

그는 항아리 입구를 단단히 고정해 놓은 봉인에 손을 뻗으며 재차 물었다.

“이제 이 봉인을 뜯는다면 다시 무를 수 없다.”

“원하던 바입니다.”

장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말이 옳을 것이라 관망했다.

찌이이익!

이에 장천호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봉인을 찢어 항아리 입구를 확인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항아리 내부에서부터 새하얗고 보드라운 소금 가루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즉 장운의 말이 옳았다.

와아아아아!

표물이 정말로 경유암염임이 확인되자마자 장운 일행은 쌍수를 들며 환호를 하였다.

장운의 말이 맞다는 것은 즉 이번 불문 표행을 완벽하게 수행했다는 뜻이니까.

“이, 이런!”

“경유암염이라니, 세상에 그런 소금이 어디 있어!”

장운의 멋들어진 성공에 장룡과 장건은 탄식하였지만 그들의 좁은 견식으로는 감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이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눈앞에 보이는 결과는 결국 장운이 정답이었다.

“정답이다, 장운. 이번 불문 표행은 그야말로 완벽하였다.”

뭣 모르는 사람들이 떠들어대도 장운의 상승세는 거침이 없었다.

장천호는 이제야 환하게 웃었다.

“이미 산서수채의 광 채주로부터 모든 사정을 전해 들었다. 광 채주는 극찬을 아끼지 않더구나.”

심지어 광표는 장운을 보고 황금표국을 넘어 섬서 무림을 빛낼 인물이라고 평가하기까지 했다.

어디 그뿐인가?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기발한 승리를 따내었으며, 장운이란 인물은 단순히 뛰어난 무인이 아니라 한 집단을 이끄는 데 있어 최고의 가능성을 지닌 제왕(帝王)의 재목이라고도 하였다.

하나 장천호는 구태여 그런 소리까진 하지 않았다.

혹여라도 아끼는 막내아들이 기고만장해질까 봐 경계했던 것이다.

“운이 좋았습니다.”

장운은 포권을 하며 겸손을 부렸으나.

“아니다. 광 채주는 절대로 허언을 말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가 인정하여 옥라까지 내렸다지?”

장천호는 제아무리 아들이라고 해도 공과 사의 구분이 엄격한 인물이었으며 상과 벌에 대해 정확했다.

장운이 잘한 것이 있으면 그것을 치하하는 데 있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오오오!

수왕의 제자인 수중밀검 광표로부터 직접 옥라를 받아 산서수채의 형제로 인정받았다는 말에 이 사실을 몰랐던 장천호 일행이 감탄을 터뜨렸다.

알면 알수록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 미친 난이도의 불문 표행을 모두 성공시킬 줄이야.

“특히 마지막으로 내가 꾀했던 함정, 경유암염까지 제대로 돌파했더구나.”

장천호가 웃으며 말했다.

사실 표물로 이 경유암염을 맡길 때부터 장천호는 내부 균열을 꾀했었다.

때마침 장운 일행으로 절친한 감우량 표두부터 아직은 데면데면한 중립의 응운곤과 천세은이 있었고, 다른 파벌의 표사들도 모두 모여 있지 않았던가?

그런 만큼 장천호는 허를 찔러 내부 균열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장운의 지식과 견문은 하늘을 찔렀다.

“이게 모두 상수 노관 어르신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장운은 이 공을 배후에서 묵묵히 지원하고 있던 쟁자수 노관에게 돌렸다.

과거 노관은 장운을 가르치며 이 경유암염에 대해 설명해 준 적이 있었다.

실제로 장운은 경유암염을 실제로 보거나 맛을 본 적은 없지만, 노관의 설명 덕에 의심하고 장천호의 얼굴을 본 순간 확신을 할 수 있던 것이다.

“경유암염에 대해 가르치기는 모두에게 가르쳤습니다. 하나…… 그를 기억하고 이번 일에 적용한 것은 모두 장운 도련님의 공입니다.”

노관 또한 정중히 말함으로써 장운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노관 상수의 말이 옳다. 공평무사(公平無私)한 성격의 그는 누구에게나 다 똑같은 가르침을 내렸겠지만…….”

이 대목에서 장천호는 장룡과 장건을 슬쩍 바라보며 눈치를 주었다.

“그 똑같은 가르침을 어떻게 소화하느냐는 개인의 소관에 달렸다. 그러니 장운의 공이 맞다.”

장운은 아버지의 확신에 찬 말을 들으며 겸허히 고개를 숙였다.

오만함의 말로는 전생에서 충분히 겪지 않았던가?

벼가 익어가며 고개를 숙이듯 장운도 상승가도를 달릴 때 몸을 조심하기로 마음먹었다.

“장운은 내가 내린 불문 표행을 완벽히 수행하였다. 자, 아직도 장운이 표두 선발전에 나가는 것을 반대하는 이가 있는가?”

장천호가 장룡과 장건, 그리고 그 둘을 지지하는 집사와 대표두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직도 반박의 여지가 있다면 어디 한번 제기해 보라는 뜻이었다.

실제로 불문 표행에서 장운이 보여준 기지와 재치, 그리고 무공과 판단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 것이었다.

‘만약 나였다면 장운 도련님과 같이 판단하고 대처할 수 있었을까?’

표두인 감우량이 차분히 생각해 보았다.

당연히 그러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장운이란 인물이 남달리 뛰어난 자였기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

따라서 장운이 표두 선발전에 나가는 것을 감히 반대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장룡과 장건조차 말이다.

장천호가 이렇게 즐거워하며 엄포를 놓는데 누가 감히 반대를 한단 말인가?

배가 다른 형제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수뇌부들은 그저 입을 다물고 뾰로통한 모습으로 침묵을 유지할 뿐이었다.

“좋다. 그럼 만장일치로 결정되었다.”

장천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표사 장운은 올 하반기에 있을 표두 선발전에 참가하도록 하라!”

이것으로 장운은 오 년이란 시간을 단 한 번의 표행으로 압축시켰다.

이건 황금표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압도적인 일이었다.

* * *

“아이고! 이게 뭔 일이래요?”

장운의 거처, 금옥관을 관리하는 하인 갑호는 어제부터 쏟아져 나오는 표사들을 받으며 당황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많은 이들이 장운 휘하에 가담하겠다며 금옥관으로 거처 이동을 요청한 것이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응운곤과 천세은이었다.

“무슨 일이긴. 네가 바빠졌다는 뜻이지.”

장운은 갑호의 반응이 퍽 귀여웠던지 웃으며 말했다.

“이제는 저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다른 하인들도 고용해 주십시오.”

이에 갑호는 기쁘면서도 고생길이 열렸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금자를 넉넉히 주지 않았느냐. 필요하다면 다른 시비나 하인들을 얼마든지 고용하도록 해라. 믿을 만한 사람을 뽑도록 하고.”

장운의 말에 갑호는 고개를 저었다.

“이 금자를 어찌 함부로 쓸 수 있단 말입니까? 도련님께서 피땀을 흘려 번 금자인데…….”

순박한 갑호는 꼭 필요한 때가 아니면 금자를 함부로 쓰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자 장운도 감동을 받아 먹먹한 얼굴로 애써 웃었다.

“흠흠, 어쨌든 아끼지 않아도 되느니라. 앞으로 금자가 굴러들어 올 일은 많으니.”

장운의 말은 절대로 허언이나 허풍이 아니었다.

‘내가 표두가 된다면…… 표행 의뢰를 직접 받을 수 있다.’

표두부터는 표행 의뢰를 직접 받을 수 있으며 가려 받을 수도 있고, 다른 자들로부터 지정 의뢰도 받을 수도 있기에 이득은 더욱 커질 것이다.

장운이 표두만 된다면 보다 더 많은 표행에 나설 수 있을 테고, 그렇게만 된다면 금자는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다.

“알겠습니다. 일단 분부하신 대로 응 표사님과 천 표사님의 방은 최대한 도련님과 가까운 곳으로 배정했습니다.”

갑호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들을 가까이 배치한 것은 장운의 큰 그림이었다.

장운은 장차 황금표국의 주인이 될 것이고 이 두 사람을 자신의 심복으로 삼을 계획이었다.

“이제야 금옥관이 정말로 북적이는 느낌입니다.”

갑호는 감격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번 만철야장 공야월과 만철당에 이어 금옥관에 사람이 부쩍 늘어나고 있었다.

그것도 어중이떠중이들이 아니라 하나같이 뛰어난 실력과 재주를 가진 자들만 모여들고 있었다.

“아직 만족하기는 이르다.”

장운은 벌써부터 축포를 터뜨리려는 갑호를 만류하였다.

장운의 목표는 겨우 이 정도가 아니었다.

‘나는 더욱더 많은 인재들을 모을 것이다.’

이제 막 표사들이 모여든다고 하나 아직도 표두들은 요지부동(搖之不動)이었다.

이들을 어떻게 끌어들이느냐가 관건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금옥관은 보다 더 커질 것이다. 그러니 너도 대비를 하려무나.”

점점 장운의 주위로 수많은 인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던 전생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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