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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39화 (39/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39화

객잔시비(客棧是非)(1)

“후우우우.”

불문 표행을 성공리에 마친 장운은 장천호로부터 일주일 동안 휴식을 취하라는 명을 받았다.

그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오로지 무공에만 전념한 장운.

간만에 아무런 걱정 없이 무공에만 매진했기 때문일까?

‘이제 나는 초일류의 경지 중에서도 단연코 상급 수준이다.’

초일류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상급에 도달한 장운이었다.

이는 그가 금령풍운검법은 물론 혼원무극검법을 열심히 익힌 결과였으며, 동시에 지난 표행을 경험하며 많은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누구십니까?”

이제 또래에서는 적수를 찾기 힘들 정도로 실력이 향상된 장운이 곧바로 인기척을 감지하였다.

자신의 거처로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을 느끼고는 몸을 일으켰다.

“저예요. 천세은.”

바깥에서는 아름답고도 황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가 어찌나 듣기 좋았던지 장운은 기분이 좋아질 정도였다.

“비옥수 천 표사님이군.”

장운은 그녀를 직접 맞이하며 문을 열어주었다.

“운공 중이었나요? 제가 방해를 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네요.”

“아닙니다. 마침 마무리를 하면서 끝내고 있었어요.”

장운은 천세은의 방문이 갑작스러웠지만 이내 왜 찾아왔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

“지난번…… 제게 약속한 것은 잊지 않으셨겠죠?”

천세은이 물었다.

산서수채와 두 번째 대결을 펼칠 때 탐탁지 않아 하는 천세은을 향해, 승리할 경우 화상 치료를 지원해 주겠다고 밝힌 바 있었다.

이제 표행도 끝나고 한숨 돌렸겠다, 그녀는 그 약속에 대한 보상을 받고자 장운의 거처까지 찾은 것이었다.

“물론입니다. 저는 절대로 거짓 약속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장운은 천세은이 혹시라도 오해를 할까 걱정을 하며 입을 열었다.

“국주님께 일주일이라는 휴식을 지시받으며 그동안 여러 명의(名醫)들을 찾고 있었어요.”

장운은 약속을 잊지 않았다.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필사적으로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의원을 찾았다.

‘평범한 의원은 안 된다.’

천세은의 화상은 너무나도 극심하여 제법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의원조차도 치료가 불가능하다며 고개를 젓곤 하였다.

그래서 현재 천세은의 능력으로 취할 수 있는 것은 그 상처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현상 유지를 하는 것뿐이었다.

“오죽했으면 제가 직접 국주님을 찾아갈 정도였어요.”

“네에?”

급기야 금령검객을 찾아갔다는 말에 천세은은 놀라움 반 감동 반이었다.

솔직히 그간 기별이 없어 점점 오해를 하고 있던 와중이었는데 아버지의 힘까지 빌리려 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국주님께서는 곧바로 한 사람을 추천해 주시더군요.”

장운은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장운의 인맥과 정보로는 최상의 실력을 가진 명의를 섭외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섬서성에서 최고의 의원을 꼽자면 당연히 명운약방(命運藥房)을 운영하는 서복이라는 의원이 최고지.

섬서성에는 커다란 약방을 운영하는 한 명의가 있었는데 그 재주가 신통하여 세가 점점 불어나게 되었다.

장운은 천세은에게 차분히 그 이야기를 해주었고.

“정말인가요? 국주님께서…… 의원을 직접 소개시켜 준다고 했나요?”

천세은이 조심스레 묻자 장운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 불문 표행에서 큰 공을 세웠으니 그 정도 부탁을 들어주는 것은 어렵지 않지.

마침 명운약방은 우리 황금표국과 오래된 거래처이니 기다릴 필요가 없이 바로 치료가 가능할 것이다.

장천호는 호언장담을 아끼지 않았다.

좋은 소식은 더 있었다.

“물론이죠. 또한 국주님께서는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반드시 치료하라 명하셨습니다. 만약 금자가 부족하다면 본국의 금자를 차용해도 좋다 말씀하셨지요.”

이어지는 희소식에 천세은은 너무 기뻐서 비명을 지를 것만 같았다.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인해 마음 고통이 극심하던 차였다.

“세상에, 이럴 수가.”

심지어 믿기지 않아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다.

“감사합니다, 장운 소협. 저는 그것도 모르고 오해하고 있었어요.”

천세은은 미안했던지 눈을 내리깔며 고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닙니다. 진작 알려드린다는 것이……. 명운약방의 서복 의원님과 일정을 조율하던 중이라 그것이 정해지면 말씀드리려 했습니다.”

장운의 말은 사실이었다.

명운약방은 난다 긴다 하는 섬서의 고관대작들조차 기다려야 할 정도로 유서 깊고 전통이 오래된 곳이었으며, 서복 의원의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기본 한 달이 걸리곤 했다.

“곧 국주님으로부터 일정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올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약속을 지키겠다는 장운의 결심은 진심이었다.

그 배경에는 천세은이 천수관음 나화연의 진전을 이은 뛰어난 인재여서 그런 것도 있지만.

‘무릇 한 집단의 수장이 되려면 신의(信義)가 두터워야 한다.’

자신이 내뱉은 약속과 보상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어느 누가 장운의 휘하에 가담하려고 할까?

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라도 장운은 필사적이었다.

“정말 감사드려요. 한데 궁금한 것이 하나 남았어요.”

천세은은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장운에게 추궁하는 것 같아 미안했던지 잠시 주춤거린 다음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제가 뛰어난 한 수를 지니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고 계셨나요?”

천세은의 궁금증은 바로 이것이었다.

장운은 지난 대결에서 자신에게 전음을 보내며 진정한 실력을 한 번만 발휘해 달라고 종용하지 않았던가.

‘혹시 일인전승의 내 무공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더군다나 천세은은 비밀이 있었기에 경계하는 마음은 더욱 컸다.

“대략 한 달 전…… 추영객 영사춘 집사님으로부터 배운 경공과 은신술을 펼치던 도중 우연히 천 표사께서 암기를 던지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그 모습은 세간에 알려진 실력과 다르게 매우 고강하고 예리한 것이더군요.”

다행히도 장운은 둘러대는 것에 능했다.

따지고 보면 거짓말도 아니었다.

실제로 장운은 그녀의 수련 장면을 목격하여 어렴풋이 짐작하였기에 완전한 사실에 거짓을 섞은 정도였다.

“아, 그랬군요.”

“일부러 보려고 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심란하여 어두운 밤에 돌아다니던 와중 목격한 것이라…….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아닙니다. 주변을 살피지 못한 제 잘못인걸요.”

어쨌든 두 사람의 오해는 완전히 해결이 되었으며, 천세은은 자신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장운을 보며 크나큰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이틀 뒤 진시까지 서안의 명운약방을 찾아가라.

-의원께서 서신으로 답변하시길, 약속한 시각에서 늦는다면 후일로 미루어야 한다 하였으니 절대로 늦으면 아니 될 것이다.

마침내 장천호로부터 기별을 통보받은 장운이었다.

* * *

“이곳이…… 서안인가요?”

장운과 동행하여 마침내 섬서의 중심지인 서안까지 도착한 비옥수 천세은.

본래 그녀는 황금표국 내부에서 매우 음침하고 입을 잘 열지 않아 동료들로부터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게 웬걸?

동행하는 내내 장운과 여러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는 비단 치료 때문만은 아니었다.

‘누군가와 이렇게 대화가 잘 통하는 것은 처음이야.’

그녀는 고개를 들어 장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렇습니다. 시끌벅적하군요.”

혹시라도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할까 봐 천세은을 구석으로 유도하며 배려를 보였다.

천세은은 장운을 빤히 바라보며 그 준수한 외모에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고정되는 것을 느꼈다.

“이제 명운약방까지 거의 다 왔습니다. 시간도 좀 남았는데 객잔에서 끼니를 때우도록 하죠.”

장운이 제안했다.

늦는 것은 절대로 금물이라는 장천호의 엄명 아래, 장운과 천세은은 부지런히 서안을 향해 달렸다.

어차피 황금표국에서 서안까지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기에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럴까요?”

때마침 천세은도 시장했던지라 동의를 하며 객잔을 찾았다.

서안은 번화가였기에 온통 대형 객잔 천지였고 그 탓에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여기 객잔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과 함께 여아홍도 하나 내어주시오.”

장운은 착석하자마자 곧바로 통 큰 주문을 하였다.

“아, 아니, 그러실 필요는 없는데…….”

객잔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란 곧 가장 비싼 음식임을 말하기에 천세은이 만류하려 했으나.

“아닙니다. 지난번 제 일을 크게 도와주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도 치료에 이어 값비싼 음식까지…….”

천세은이 장운에게 큰 고마움을 느끼며 기뻐하려던 순간이었다.

“푸하하핫! 참으로 기묘한 남녀로군. 남자는 매우 준수하고 잘생긴 샌님인데 비해 여자는 화상 자국에 곰보투성이라니 말이야.”

바로 위층에서 무례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당연히 장운과 천세은을 두고 하는 소리였다.

실제로 두 사람은 객잔에 입장하자마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도 그럴 것이, 장운은 아주 깔끔한 옷차림에 누가 봐도 부유하고 잘생긴 공자처럼 보였고, 천세은은 수더분한 무복 차림에 결정적으로 안면 전체에 열상과 더불어 화상 자국이 뒤덮여 개성이 넘쳤던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눈길을 끌었던 것은, 들어오자마자 여인을 위해 호쾌하게 값비싼 요리를 주문하는 장운의 모습이었다. 그것은 궁금증을 자아내는 행동이었다.

“괜한 말을 하는군. 천 소저, 신경 쓰지 마십시오.”

장운은 그녀를 달래며 말했다.

표행을 나서거나 표국 내부가 아니었기에 표사라고 부르지 않고 소저라고 불렀다.

“저는 괜찮습니다. 틀린 사실도 아니니까요.”

천세은은 생각보다 훨씬 더 담담한 반응을 보였으나 장운은 오히려 그 언동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녀가 이렇게 무던해지기까지 얼마나 속이 상하고 마음이 아팠을까?

‘저런 자들에게는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구태여 시비를 만들 필요가 없으니 장운은 애써 무시를 하고 천세은과 함께 맛있는 요리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봐, 샌님 도련님! 내가 충고 하나 하지. 무릇 여인이란 미색이 고와야 하는 법이야. 도대체 어떤 이유로 저 화상 곰보 년에게 물렸는지 모르겠지만…… 아! 밤일을 잘하는가 봐?”

“크하하하핫!”

급기야 그들은 선을 넘어버렸다.

주로 입을 떠드는 자는 행색이 부유해 보이는 상인이었고 그 주변에는 무림인인 듯 하나같이 검은색 무복으로 무장한 다섯 명의 무인이 있었다.

상인을 호위하는 듯한 그 무인들은 주인의 폭언에 일제히 낄낄대며 장운과 천세은에게 크나큰 모욕을 주었다.

끼익!

도저히 참을 수 없던 장운이 의자를 뒤로 밀고 몸을 일으키는 순간!

“공자님! 진정하시지요. 저 상인 나리는 서안 은전상단의 주인입니다.”

그 모습을 노심초사 지켜보던 점소이가 눈치 빠르게 나서서 제지를 했다.

점소이의 말대로 부유한 차림의 상인은 은전상단의 단주인 이정만이라는 작자였고 서안에서 제법 부유한 편이었기에 객잔 이층을 통째로 빌려서 여흥을 즐기던 중이었다.

마침 음식도 잘 먹었겠다, 심심하던 차에 이정만의 눈에 장운과 천세은이 들어온 것이었다.

“잠깐, 은전상단이라고?”

분노하던 장운은 은전상단이란 말에 돌연 은밀히 웃기 시작했다.

그가 웃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은전상단은 본 황금표국에 물건을 납품하는 하청의 상단이다.’

황금표국은 섬서를 넘어 중원에서도 손꼽히는 거대 표국답게 여러 거래처와 더불어 하청의 상단이 존재했는데 은전상단은 그중에서도 비교적 소규모의 상단이었다.

그 말인즉, 황금표국에 물건 납품이 끊긴다면 파산함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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