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41화 (41/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41화

뜻밖의 방법(1)

“식사 중 소란을 일으켜 죄송합니다. 무례를 범한 죄로 오늘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의 식사를 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정만을 완전히 제압해 버린 장운.

그 뒤처리도 너무나 깔끔한 것이었다.

이정만은 완전히 넋이 나간 채로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이정만, 너는 죗값을 아주 단단히 치르게 될 거야.”

장운의 말은 그에게 있어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였다.

와아아아아!

주위에서는 환호가 쏟아져 내렸다.

그도 그럴 것이 언제나 인근 사람들을 악질적으로 괴롭히던 이정만과 은전상단이 제대로 임자를 만나 혼쭐이 났으므로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식사 대금은 이정만이 갖다 바친 금자에서 제할 것이다.’

장운은 바닥에서 꺼이꺼이 눈물을 흘리며 좌절하는 이정만 따위는 뒤로한 채 자리를 옮겼다.

이제 소란이 끝났으니 굶주린 배를 채울 차례였다.

“정말로 괜찮을까요?”

천세은이 주저하며 물었다.

자신을 위해 서슴없이 나선 것은 너무나 고마운 일이었지만, 일이 확대된 것이 아닌가 우려가 되었다.

“그럼요. 괜찮고말고. 아버님께서 저뿐만 아니라 두 형님에게 언제나 강조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장운은 놀란 그녀를 진정시키고는 장천호가 언제나 했던 말을 상기했다.

-형편이 부유할수록 사람들에게는 너그럽게 베풀어야 하며, 재물이 많다고 해서 으스대거나 오만불손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절대로 금물이다.

-오히려 우리 황금표국 근방에는 굶주린 이들이 없도록 인정을 베풀며 미움을 사는 일이 없도록 하라.

장천호는 부(富)가 쌓이면서 자식들과 수하들이 오만해지는 것을 경계했다.

동시에 금자가 모여들수록 사람들의 미움이나 시기, 질투 또한 모인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사고방식은 아들들에게도 전해졌고 장운은 그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겼다.

“따라서…… 아버님께서는 은전상단의 이정만 같은 작자를 가장 혐오하십니다. 오히려 저더러 잘 보고 했다고 칭찬하실 겁니다.”

장운은 폐를 끼친 것이 아닌가 걱정하는 천세은을 달래주었고 그제야 그녀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이제 안심이 되네요.”

분명 화상으로 인해 심하게 일그러진 얼굴인데 천세은의 환한 미소를 보며 장운은 느끼는 바가 있었다.

‘탐스러운 복사꽃이 피는 느낌이다.’

분명 외관상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었는데 어째서 아름답다는 느낌을 품게 되는 것일까?

물론 연정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장운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은 사람이니까.

“네. 그러니 천 소저께서는 치료에만 몰두하시길 바랍니다.”

* * *

일련의 사건이 있었지만 객잔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낸 장운과 천세은.

두 사람은 모처럼 거한 식사를 즐긴 다음, 곧바로 명운약방을 찾아갔다.

“소문대로 사람이 많군요.”

천세은은 구름처럼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서안 중심가의 사람들이 모두 이곳으로 몰려와 줄을 서 있는 것만 같았다.

“줄을 서십시오! 새치기를 하는 자, 분란을 일으키는 자는 절대로 용서치 않겠다는 서복 의원님의 말씀이십니다!”

약방을 관리하는 한 인원이 외쳤다.

실제로 명운약방의 규율은 엄격하여 뛰어난 무림인이 난동을 부린다고 해도 절대로 먼저 들여보내지 않았다.

줄을 서지 않고 곧바로 서복 의원과 대면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단 하나.

서복 의원과 친분이 매우 깊거나 아니면 서복 의원이 빚을 진 자들에 한해 자유로이 통과가 가능했다.

저벅저벅

장운이 천세은을 데리고 명운약방의 대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많은 말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쯧쯧, 저런 미친 연놈들.”

“주제 파악을 못 하고 새치기를 해?”

“보아하니 부잣집 도령 같은데 큰 난리가 벌어지겠군.”

이들은 하나같이 섬서, 혹은 다른 성에서 내로라하는 인물들이거나 그 하인들이었으며 기세가 대단하였다.

많은 이들이 혀를 차며 장운과 천세은을 보고 철없는 사람이라 손가락질했다.

몇몇은 줄도 길겠다, 심심하던 차에 잘 되었다며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지켜보는 찰나!

“멈추시오. 귀하는 누구시오?”

이른 새벽부터 많은 이들을 줄 세우느라 잔뜩 지친 약방의 관리 하나가 물었다.

“황금표국에서 온 장운입니다. 제 부친께서 서복 의원님에게 선약을 잡았다고 들었습니다.”

장운의 말에 좌중은 다시 한번 놀라고 말았다.

오오오오!

“황금표국!”

“금령공자 장운!”

“섬서 삼대 고수인 금령검객이라면 서복 의원님과 친분이 깊지.”

“암, 자격이 충분하고말고.”

사람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장운이 큰코다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장운의 정체에 모두가 수긍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명운약방에 많은 약재를 운반하고 유통하며 나아가 판매까지 원활하게 하도록 돕는 곳이 바로 황금표국이었던 것이다.

흔한 하청의 상단인 은전상단과 달리 이 명운약방은 황금표국에 있어서 중요한 곳이었으며, 역으로 명운약방 역시 황금표국이 없으면 섬서성에서 이렇게 명성을 떨칠 수 없었기에 두 곳은 공생 관계나 마찬가지였다.

“아, 이쪽으로 오시지요.”

약방의 관리는 앳된 소년의 정체가 섬서를 뒤흔드는 금령공자 장운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크게 놀라며 안내를 시작했다.

그리하여 장운은 줄을 설 필요 없이 곧바로 약방 내부에 진입할 수 있었고, 섬서 최고의 의원이라는 천혜약의(天惠藥醫) 서복을 만날 수 있었다.

하늘이 내린 은혜라 불리는 의원이인 데다 침술보다는 주로 탕약 처방을 즐겨 하여 그에게 붙여진 별호가 바로 천혜약의였다.

중년의 나이에 인물이 청수한 서복은 매우 강직한 인상을 가졌으며 그 어떤 고관대작이라고 해도 먼저 들이는 법이 없었지만 황금표국만은 예외였다.

“오셨습니까?”

서복은 장운을 향해 인사를 하며 반겼다.

“네, 의원님.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직한 서복의 성격상 큰마음을 먹고 시간을 내었다는 걸 잘 알기에 장운은 그 어느 때보다 정중했다.

“아닙니다. 그럼 곧바로 진료를 시작하지요.”

서복에게 있어 시간은 곧 금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조금의 지체도 없이 곧바로 천세은에게 다가갔다.

꿀꺽!

천세은은 그토록 바라던 명의와의 진료 시간에 살짝 긴장했던지 침을 크게 삼켰다.

그녀의 사정상 아무런 인맥도 자금도 없어 천혜약의 서복과의 대면은 그야말로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나 동일했다.

천세은은 기쁨과 동시에 걱정도 함께하고 있었다.

‘만약 이렇게 뛰어난 의원조차 내 상처를 고치지 못하면 어떡하지?’

자꾸만 안 좋은 쪽으로 신경이 기울였다.

본래 천세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미모를 지녔으나 모종의 사건으로 인하여 크나큰 부상을 입고 말았다.

안면의 상처나 피부는 그렇다 치더라도 화상으로 인해 눈이 부어 한쪽 눈은 완전히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극심한 화상입니다. 치료하기가 어렵겠군요.”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서복의 첫 마디는 안타깝게도 희망적이지 않은 소식이었다.

“아……!”

그의 말에 천세은은 짧게 탄식했고 장운도 실망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안타깝게도 천 소저의 상처는 평범한 불길이나 화마(火魔)에 의하여 생긴 것이 아니라…… 필시 강력한 열양공(熱陽功)에 의해 생긴 상처입니다.”

“……!!”

서복의 말에 천세은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그의 말은 너무나도 정확했던 것이다.

열양공이란 뜨거운 기운을 내뿜는 무공의 일종으로 희귀한 무공 중 하나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열양공뿐이었더라면 어떻게든 흉한 부분을 걷어낼 수 있었겠지요. 한데 소저의 상처는 열양공에다가 지독한 독성마저도 느껴집니다.”

안타까운 것이 바로 이 점이었다.

놀랍게도 천세은의 상처는 복합적으로 꼬여버린 경우였으며 이런 상처는 천혜약의라 불리는 서복조차도 손쓰기 힘들었다.

‘도대체 어느 누구의 짓인지 모르겠지만…… 실로 지독한 손속이었다.’

서복은 진저리를 치고 있었다.

이렇게 어리고 예쁜 여인의 얼굴에 뜨거운 열양공을 발하여 태워버린 것은 물론, 지독한 독성까지 주입하여 얼굴을 거덜 내버리다니.

보통 흉악한 악인이 아닐 것이라 관망했다.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부족한 제 실력으로는 그저 화상으로 인한 고통을 덜어내는 정도, 그 정도뿐입니다.”

서복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며 두 눈을 감았다.

만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돕고자 의원의 길을 걸었지만 안타까운 순간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역시 그렇군요. 그럴 줄 알았어요.”

천세은은 분위기가 침울하다 못해 장례식을 치르는 듯 바닥을 치자 애써 밝은 얼굴로 말했다.

그녀는 웃고 있었지만 장운은 그녀가 울고 있다고 느껴졌다.

“감사드려요. 이렇게라도 속 시원하게 알게 된 것이 어디예요? 다 장운 소협의 도움 덕분이죠.”

천세은이 씩씩하게 대답할수록 장운의 마음은 더욱 슬퍼졌다.

“의원님.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장운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물었다.

이 세상에는 여러 영약이나 여러 기적들이 존재하니 말이다.

“방법이 두 가지가 있는데 그것들이 하나같이 좀…….”

서복은 말끝을 흐렸다.

의원으로서 불가능에 가까운 방법을 말해 환자에게 헛된 희망을 품게 만드는 것만은 사양이었다.

하지만 장운의 눈빛이 너무나도 절박하여 어쩔 수 없었다.

“흠흠, 일단 알려는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환골탈태입니다.”

서복의 말에 장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예측했던 방법 중 하나였다.

자신 역시 저는 다리를 고치기 위해 그 방법을 꾀하고 있지 않은가?

“남은 두 번째 방법도 이와 비슷한, 아니, 어쩌면 이보다 더 어려운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서복은 덤덤한 표정의 천세은을 보지 못하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차라리 자신에게 화를 내거나 울기라도 했으면 나았지, 덤덤하게 있는 것이 더 미어졌다.

“그게 무엇이지요?”

장운의 질문에 서복은 또 한 번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그것은 바로…… 천하에서 가장 유순하고 정순한 기운을 가진 천허심법을 익힌 고수가 추궁과혈(推宮過穴)을 하는 방법뿐입니다.”

“그런…….”

그의 말에 천세은은 애써 씩씩하게 참아왔던 게 모두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사실 아닌 척했지만 그 누구보다 절실히 희망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부르르르!

천세은은 깊은 낙담에 빠지고 말았다.

서복의 말은 첫 번째 방법인 환골탈태보다 더한 것이었다.

천허심법은 강호에서 제일가는 기인이사(奇人異士) 천룡거사의 독문무공이자 그 어느 누구도 함부로 익힐 수 없다는 제일의 신공이 아니던가?

차라리 무공을 열심히 익혀 환골탈태를 시도하라는 의견이 나아 보일 정도였다.

모두가 낙담에 빠지고 있을 무렵 장운만은 애써 환희를 참고 있었다.

‘천허심법을 배운 인물은 이 드넓은 천하에 오직 두 사람뿐이다.’

첫 번째 인물인 천룡거사는 바람 따라 구름 따라 흘러가는 기인이사로 그 누구도 만나기 힘든 괴인이었다.

두 번째 인물은 천하제일검 검신 장인랑으로, 바로 장운이었던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