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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42화 (42/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42화

뜻밖의 방법(2)

“그게 정말입니까?”

장운은 애써 기쁜 내색을 억누르며 말했다.

혹시라도 자신이 천허심법을 익혔다는 것을 서복 의원에게 들킬까 봐 경계했던 것이다.

“네. 천허심법을 일정 수준 익힌 자가 정수리가 있는 천령개(天靈蓋)의 혈부터 회음(會陰), 발등이 위치한 태충혈(太衝穴)까지, 내공을 균등하게 추궁과혈을 하면 차도를 보일 것입니다. 단, 제가 처방한 약재의 탕약과 병행하셔야 그 효과가 빠르며…… 완치까지 걸리는 시간은 추궁과혈을 시도하는 시전자의 능력에 따라 갈릴 것입니다.”

서복 의원은 천세은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 때문일까, 평소보다 친절히, 소상하게 알려주었다.

그의 설명은 정확했으며 최소한 반년은 잡아야 하는 기나긴 치료 과정이었다.

“으으음, 일단 약재를 처방해 주시고 탕약을 제조하는 법을 알려주시겠습니까? 혹시나…… 천허심법을 익힌 자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닙니까?”

장운이 말하자.

“아니에요. 그럴 필요 없어요.”

천세은이 반발하려 했지만 장운은 요지부동이었다.

끝까지 서복 의원과 이야기를 나눈 끝에 처방이 상세히 적힌 서신을 받아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드려요.”

마침내 모든 진료와 처방이 끝나고 장운과 천세은은 공손히 인사를 하였다.

“아닙니다.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할 따름입니다. 혹시라도 차후 제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방문해 주십시오.”

서복 의원이 말했다.

본래 그는 강직하여 누구를 따로 편애하거나 마음에 들어 하는 법이 없었는데 이 두 사람은 달랐다.

‘이렇게 번듯한 청춘남녀는 흔치 않다.’

예의가 바르고 곤경에 처해 있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 좀 보라.

특히 천세은의 담담하면서도 가슴이 미어지는 모습과 끝까지 노력하려 하는 장운의 발버둥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서복은 스스로 노력하는 자에게 더 도움을 주고 싶었다.

“네, 의원님. 그럼 이만…….”

* * *

명운약방을 향해 나아가던 즐거운 출행길과 달리, 황금표국으로 돌아오는 길은 무척이나 음울하고 쓸쓸하였다.

천세은은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어쩔 수 없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장운은 덕담을 하거나 달래주지도 않았다.

자신의 방에 도착하면 어디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야 하나 고민이 깊었던 것이다.

“수고 많으셨어요, 장운 도련님. 오늘의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저는 끝까지 장운 도련님을 지지할 거예요.”

마침내 황금표국에 도착하여 금옥관까지 도달하자 천세은은 애써 웃으며 말했다.

그런 그녀에게 장운은 잠시 좌우를 살피고는 목소리를 낮추어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잠시 내 방에서 이야기를 좀 더 할 수 있을까요?”

다른 곳은 몰라도 장운이 거주하는 곳이라면 마음 편히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네? 네.”

천세은은 장운의 말에 의문을 느꼈지만, 그저 허울 좋은 위로를 해주려고 그러는가 보다 싶었다.

그러나 그녀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천 표사님. 저를 믿으시나요?”

장운은 진중한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

그는 결단을 내렸다.

천세은을 이렇게까지 해서 살리려는 이유는 그녀의 재주가 뛰어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장인랑과 나화연은 각자 남녀의 절대자로서 서로만이 이해하는 부분이 있었다.

서로 말을 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절대자의 위치에서 서로를 위했으며 돈독한 정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나화연은 장인랑보다 더 연배가 높은 고수로서 그가 강호 초출이었던 시절 많은 도움을 받았었다.

그런 탓에 장운은 난처한 천세은을 돕고 싶었다.

그 길이야말로 천세은과 더불어 나화연에게도 빚을 갚게 되는 일일 테니.

“네에?”

그야말로 점입가경이었다.

천세은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진중하고 진지한 장운의 모습에 당황하고 말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만약…… 제게 천 표사님을 완치시킬 능력이 있다고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하나 장운은 진심이었다.

약간의 위험이 있었지만 장운은 도전하길 꺼리는 인물이 아니었다.

“……지금 뭐 하는 건가요?”

장운의 말에 천세은은 급기야 화를 내고 말았다.

자신의 극심한 화상을 완치시킬 방법이 있다니.

그 뛰어나다는 천혜약의 서복 의원조차도 두 가지 불가능에 가까운 방법밖에 없다 하지 않았나.

“장난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진지합니다.”

천세은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장운의 얼굴을 보며 이제야 농담이 아님을 확신하였다.

“……장운 도련님께서 천허심법을 익혔다고요?”

좀처럼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것이 어떤 심법이던가?

‘오로지 천룡거사와 천하제일검 검신 장인랑만이 익혔다고 알고 있었다.’

천세은도 천수관음 나화연의 제자답게 그 정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장운의 말을 아직도 믿을 수 없었다.

“비밀을 지킬 수 있나요? 맹세할 수 있으십니까?”

장운이 재차 물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팽팽한 긴장 속에 약간의 대치가 이어지고…….

“만약 장운 도련님께서 천허심법을 익혔다면…… 저 역시 감춰왔던 비밀을 밝히겠어요.”

천세은도 기꺼이 위험을 부담하였다.

그녀는 평범하게 비밀을 지키겠다 약속하지 않았다.

약속을 지키겠다는 뻔한 말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천세은은 장운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도 비밀을 밝혀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겠다 장담한 것이다.

장운은 그 말이 퍽 마음에 들었다.

서로에게 치명적인 비밀을 공유하는 것만큼 믿을 만한 사이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좋아요. 천하에서 천허심법을 익힌 두 사람은 알고 있나요?”

“네. 천룡거사와 검신 장인랑이죠.”

“역시 알고 있군요.”

“저는…….”

장운은 똑똑했다.

천세은이 믿을 만한 인물이며 앞으로 세력을 꾸리고 성장하는 데 있어 크나큰 도움이 될 인물이긴 하지만 자신의 전생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은 안 될 행동이었다.

설령 사실대로 말한다고 해도 그녀는 믿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장운은 약간의 거짓을 가미하였다.

스윽!

장운은 언제나 들고 다니는 초령검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검은색 천을 제거하며 그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만철야장 공야월 대협으로부터 이 검을 전해 받았습니다. 이 검이 어떤 검인지 알고 계십니까?”

아니나 다를까.

천세은은 곧바로 반응을 보였다.

“어, 어머! 이것은 검신의 애병인 초령검?!”

천수관음의 진전을 이은 자답게 한 눈에 알아보는 천세은이었다.

“바로 그렇습니다. 저는 공 대협을 통해 검신 장인랑 대협의 유품인 초령검과 더불어…… 그분의 무공을 이어받았습니다.”

장운의 말은 무척이나 효과적인 것이었다.

천세은이 천수관음의 진전을 이었듯 자신 또한 검신 장인랑의 진전을 이었다며 공통점을 만들었다.

동시에 이렇게 말하면 천허심법을 어떻게 익혔는지 구차하게 변명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설명 가능했다.

“세상에, 이럴 수가!”

그 놀라운 소식에 천세은은 펄쩍 뛰고 말았다.

그러지 않아도 요즘 검신 장인랑의 실종이 길어져 죽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던 것이다.

‘그래, 장운 소협이 검신의 진전을 이었다면…… 어찌하여 만철야장 공야월과 그 제자들이 세력에 가담했는지 모두 설명이 돼!’

천세은은 장운의 말에 감히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너무나도 명확하고 정확해 보였다.

“현재 이 사실을 아는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오로지 천 표사님밖에 없어요.”

장운은 깊은 눈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 말의 의미는 비밀을 반드시 지켜 달라는 뜻이었다.

“알아요, 무슨 심정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죠.”

장운의 설명이 끝나자 이번에는 천세은의 차례였다.

장운이 자신을 치료하기 위해 모든 내막까지 설명했는데 그녀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저도 나름의 사연이 있어요. 저는 사실…… 천하제일의 여인이신 천수관음의 진전을 잇는 제자입니다.”

“……!!”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장운은 노련하게 대처했다.

크게 놀란 것처럼 반응을 보였다.

“비록 사부님과 인연이 짧아 무공 실력은 미천하지만 정통의 수제자는 오로지 저, 천세은뿐이에요. 이 역시…… 비밀을 지켜주세요. 천수관음의 제자가 살아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 저는 죽게 될 테니까요.”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천세은은 과거를 떠올리며 이를 뻑뻑 갈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장운은 그 말이 천세은의 화상과 연관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나 구태여 그 사연을 자세히 물어보지 않았다.

장운 역시 장인랑이 어떻게 죽었는지 질문을 받고 싶지 않았고 또 때가 되면 자연스레 그녀가 말해줄 날이 올 것이라 믿었다.

“그렇군요. 놀라울 따름입니다. 천하제일인과 천하제일여인의 제자가 한자리에 있을 줄이야.”

“그렇게 되나요? 호호홋!”

장운의 가벼운 말에 놀랍고 파란의 연속이었던 분위기는 다시 화기애애해졌다.

서로의 비밀을 털어놓은 남녀는 급속도로 가까워지게 마련이다.

동시에 서로의 비밀을 밝힘으로써 두 사람은 한배를 타게 되었다.

“어찌 되었든…… 다행히도 저는 천허심법을 익힌 상태고 천 표사님께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군요.”

장운이 다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한차례 고비를 넘고 생각해 보니 다른 문제점이 남았다.

장운과 천세은은 남과 여로 남녀가 유별하며 아직 서로 사귀거나 혼례를 올린 사이도 아닌데 추궁과혈을 한다는 것은 매우 난처한 일이었다.

‘게다가 서복 의원께서 말씀하시길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혈 자리에 추궁과혈을 해라고 하였다.’

그 말인즉 전신의 모든 옷을 벗긴 다음 손으로 직접 내공을 불어넣어 주물러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

화끈!

천세은도 그것을 깨닫게 되자 얼굴을 붉히면서 자신도 모르게 주저하고 말았다.

하지만 창피함도 잠시.

‘그래, 어차피 장운 소협께서는 나를 여인으로 보지 않을 거야. 이렇게 추한 모습인 나를 누가 여인으로 보겠어?’

부끄러움보다 완치가 되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 자리에서 맹세하겠습니다. 추궁과혈의 치료를 시작하며 천 표사님께 불경한 생각을 품거나 음흉한 짓을 절대로 하지 않도록 약속합니다.”

장운의 말에 천세은은 슬며시 웃었다.

그녀는 장운의 성정을 잘 알았다.

생각해 보니 장운은 자신의 치료를 위해 발 벗고 나섰으며 심지어 중대한 비밀까지 개방하지 않았던가?

이보다 더 믿음직스러운 남자는 또 없었다.

‘그래, 장운 소협이라면…… 믿고 나를 맡길 수 있어.’

천세은은 결정을 내렸다.

“그럼요. 믿고말고요.”

그와 동시에 마침내 추궁과혈의 첫 시간이 다가왔다.

서복 의원은 아무리 빨라도 반년 이상의 시일이 걸린다 하였다.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서둘러야 할 것이다.

스르륵!

장운이 준비되었다는 신호를 보내자 천세은은 주저하지 않고 의복을 벗어 내렸다.

그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그녀의 아름다운 나신이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화상으로 인해 변질된 얼굴과는 달리 천세은의 전신은 무척이나 아름다워 장운은 흔들렸으나 그것도 잠시.

-천허심법(天許心法)!

마침내 추궁과혈의 첫걸음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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