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43화
뜻밖의 방법(3)
장운은 서둘러 천허심법을 사용하여 추궁과혈을 준비하였다.
파아아앗!
세상 그 어느 내공심법보다 정순하고 탁한 기운을 제거하는 데 탁월한 효능을 지닌 천허심법이 푸른빛을 내었다.
그 푸른빛은 장운의 양손에 곱게 어렸다.
“시작……하겠습니다.”
추궁과혈의 치료는 장운에게 있어서도 민망하고 부끄러운 것이었지만 한 생명과 더불어 어쩌면 천하제일의 여인이 될 수 있는 자질을 지닌 고수의 미래가 걸린 일이었다.
‘무조건 그녀를 완치시킨다.’
오로지 그 생각에만 전념할 뿐이었다.
스윽!
장운의 손이 처음으로 향한 곳은 당연히 머리 끝부분이자 하늘이 열리는 곳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천령개의 혈이었다.
천세은의 곱고 풍성한 머릿결을 헤치면서 천령개에 정확히 내공을 불어넣었다.
그것을 기점으로 천천히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남녀로서 유별하고 민감한 부분도 있었지만 장운은 서슴없이 임했고 과감했다.
‘내가 주저할수록 오히려 더 큰 부끄러움을 느낄 것이다.’
그런 생각이었기에 장운은 오로지 순수하게 치료에만 전념하였고 천세은의 전신을 추궁과혈 하여 마침내 발끝인 태충혈만을 남겨두었다.
“후우우.”
장운은 한차례 숨을 고르고 재차 손을 뻗었다.
일련의 과정은 모두 열양공의 기운과 더불어 독소를 균등하게 퍼뜨린 다음 배출하기 위함이었다.
마지막 남은 태충혈을 마무리로 추궁과혈을 가하던 그때였다.
“……!!”
추궁과혈이 순조롭게 끝날 무렵 장운은 놀라운 체험을 하였다.
천세은이 배출한 독기가 어느새 천허심법 추궁과혈을 타고 자신에게 스며드는 것이 아닌가?
‘무슨 일이지?’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일이냐며 놀랐으나 그것도 잠시.
‘아, 그렇구나!’
장운은 이내 깨닫고 말았다.
천허심법이 천세은의 독기를 자신에게 가져오는 이유는 오직 단 하나.
그 독소로 장운의 전신에 쌓인 무수히 많은 영약의 기운을 녹이는 중이었다.
즉, 다시 말해 천허심법으로 추궁과혈 하여 천세은에게 불필요하고 해가 되는 독을 배출시킨다.
그 독은 다시 장운에게로 가 엄청나게 많이 잠재되어 있던 장운의 영약 기운을 녹여내고 폭발시키기까지 했다.
과거 장운은 이 방법을 시도했던 적이 있다.
대설산에서만 난다는 지독한 독성을 지닌 백사를 취한 일 말이다.
백사의 독만으로도 장운은 크나큰 내공 진전을 보였다.
‘하물며 그녀를 괴롭힌 지독한 독이라면……!’
천혜약의 서복 의원조차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 독이라면 장운의 내기를 충분히 녹여낼 수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솨아아아아!
어느 정도 독기를 배출한 천세은에 이어 장운의 모습도 달라졌다.
천세은은 화상에 차도를 보였으며 한쪽 눈을 완전히 가린 부푼 상처도 어느 정도 작아졌고, 장운 또한 얼굴에 윤기가 났으며, 무엇보다도…….
‘내공이…… 늘어났다!’
참으로 기묘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의도한 것이 아닌데 일이 이렇게 흐를 줄 누가 알았겠는가?
“고마워요…… 장운 도련님.”
마침내 모든 추궁과혈이 끝나자 천세은은 아름답고도 절묘한 나신을 옷으로 가리면서 정중히 예의를 표했다.
하나 장운의 귀에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단 한 번의 추궁과혈로 인해 내재된 영약의 기운을 녹인 결과!
한 달 동안 운기조식하며 얻은 내공보다 훨씬 더 막대했던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이 추궁과혈을 계속하게 된다면 나는 어쩌면…… 절정의 고수에 도달하는 것은 물론이요, 환골탈태마저도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으랴.
“아닙니다. 고마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직 제가 부족하여 한 번의 치료가 아니라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할 겁니다. 그리고 천 표사님을 추궁과혈 하는 일은 저에게도 큰 도움이 됩니다.”
“네에?”
장운의 뚱딴지같은 말에 천세은은 잠시 당황하여 오해할 뻔했지만 이윽고 장운이 사정을 설명해 주었다.
자신의 몸에는 강대한 내공들이 쌓여 있어 강한 독공으로 녹여야 하는데 마침 천세은 체내에 있는 독이 딱 좋다고 말이다.
“어머나, 그게 정말인가요?”
천세은은 자신의 일처럼 몹시 기뻐하며 손을 모았다.
“그럼요. 그렇게 된다면 저 역시 무공의 상승과 더불어…… 저를 지독히도 괴롭히던 이 왼쪽 다리를 완치할 수 있을 겁니다.”
장운이 말했다.
천세은의 화상을 고치는 방법은 두 가지였지만 장운의 경우는 한 가지뿐이었다.
오로지 환골탈태를 달성하는 것.
그렇기에 천세은만큼이나 절실하였다.
무릇 절정의 경지란 육신과 영혼이 완성되어야만 도달할 수 있는 것이라 육신이 온전치 못하면 절대 절정의 영역에 도달하지 못했다.
혹자는 전생이 검신인데 쉽게 쉽게 가는 게 아니냐는 헛소리를 하겠지만 천만의 말씀.
전생이 검신이 아니라 달마대사나 장삼봉이어도 육신의 완성과 영혼의 조화가 필요했다.
“으흐흐흑!”
그런데 돌연 천세은이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닌가?
천세은은 얼굴에 화상을 입어 추악하다고 손가락질받아도 버텨내는 강한 마음의 소유자였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눈물을 보이자 장운은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왜 우는 것입니까?”
장운은 당황하며 물었다.
“장운 도련님께 민폐만 끼치는 것 같아 걱정했는데 정말 다행이에요.”
천세은의 성격은 착하고 티 없이 맑았다.
이것이 그녀 본연의 모습이었다.
아무리 착하고 순수한 인물이라 하더라도 얼굴에 지독한 화상을 입고 스승을 잃었으며 배신을 당했기에 어두워져만 갔고, 타인과 대화를 피하게 되는 사회성을 보인 것이다.
그런 그녀가 오로지 단 한 사람, 장운에게만은 그 마음을 열었다.
그것도 활짝.
“민폐는 무슨.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장운의 말은 진심이었다.
실제로 그녀를 돕는 것은 그에게 있어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도와주는 것으로 천세은의 마음을 사고 추후 자신의 세력 중 한 축을 이룰 재능을 선점하는 것은 크나큰 이익이었다.
“좀 전에도 말했다시피 저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고, 또 천 표사님의 발전은 곧 우리 금옥관의 발전이니 서로 상부상조가 아니겠습니까?”
이것 또한 사실이었다.
천세은을 완치하여 모든 독소를 제거할 때쯤이면 장운 역시 엄청난 성장을 보이리라.
결국 두 사람은 공생 관계를 넘어 완전한 한 편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그래도 빚을 진 것은 진 거예요.”
천세은은 이렇게까지 도와준 장운을 위해 어떤 보상을 주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이내 묘수 하나를 떠올렸다.
“제가 암기 던지는 재주 하나를 알려드릴게요. 이 보상은 어떠세요?”
천세은은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이미 그녀는 장운의 편에 완전히 서버리고 말았다.
애초에 서로 볼 꼴 못 볼 꼴을 다 보았는데 어찌 남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아, 아닙니다. 제가 알고 있기론 천 표사님의 재주는 일인전승의 비학이라고 들었습니다. 그걸 어찌 함부로…….”
장운이 손사래를 치며 화들짝 놀라는 중이었다.
보상을 받지 않아도 되는데 무공을 알려주겠다는 말에 펄쩍 뛰었다.
“무공이 아니라 그저 물건을 투척하는 하나의 재주일 뿐이에요. 실제로 사부님께서도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있다면 이 재주를 알려주어도 좋다고 말씀하셨지요.”
“그래도…….”
장운이 주저하자 천세은은 처음으로 앙칼진 모습을 보였다.
“이것마저 안 받으면 저는 어쩔 수 없어요!”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워 보이던지 장운은 실소를 터뜨릴 뻔했다.
실제로 천세은의 화상은 눈에 띄게 차도를 보여 가려졌던 미모가 아주 약간씩 드러나는 중이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장운은 그것을 확연하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럼 어쩔 수 없군요.”
그리하여 장운은 그녀에게 투척의 기술 하나를 전수 받기로 하였다.
오늘은 밤이 늦었으니 이 정도로 끝나고, 다음 날 밤이자 휴식의 마지막 날 또다시 만난 장운과 천세은.
그날도 어김없이 두 사람은 추궁과혈을 해 여인은 독과 열양공의 화력을 제거하며 상처를 치료했고, 장운은 반대로 그 독소를 모두 취하며 몸속에 쌓인 엄청난 양의 영약 기운을 녹였다.
“휴우, 끝났군요.”
“그럼 지난번 약속한 대로 재주를 하나 알려드릴게요.”
천세은은 옷을 입자마자 곧바로 약속을 지키려고 하였다.
그녀가 알려주는 재주는 제대로 된 암기술은 아니지만 위급 상황이나 다른 분야의 고수가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뛰어난 재주였다.
“자아, 잘 보세요.”
천세은은 연무장으로 나가 자그마한 돌멩이를 쥐더니, 이윽고 놀랍고도 신묘한 재주를 보였다.
도대체 어떻게 던졌는지 소음도 안 들릴뿐더러 모습도 보이지 않았는데 어느새 돌을 투척하여.
콰직!
저 멀리 떨어진 유등 하나를 그대로 적중시키고 만 것이다.
물론 그것은 둘째 형 장건 소속 건물의 유등이었다.
“우와! 와!”
장운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하고 말았다.
기상천외한 상승절학은 아니어도 많은 변수와 급한 일들이 존재하는 표행에서 엄청난 도움이 될 무공이었다.
“사부님께서는 이것을 섬광비투(閃光飛投)라고 명하셨어요. 굳이 암기뿐만 아니라 그 어떤 물건이라도 섬광비투의 수법으로 던지면 은밀하고 강력한 암기로 변하는 법이지요.”
천세은이 자부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실제로 어중이떠중이들이 익히는 세간의 암기술보다 그녀가 알려주는 이 섬광비투만 제대로 익혀도 암기술의 고수로 행세할 정도였다.
“이 수법은 어렵지만 간단해요. 암기가 될 만한 물건을 손에 쥐고…….”
천세은은 장운이 경험한 그 어떤 사부, 스승들보다 친절하고 상냥한 인물이었다.
정녕 이 여인이 사회성이 전혀 없으며 냉기가 풀풀 날려 그 어느 누구와도 친해지지 못하는 천 표사가 맞는 것일까?
“순간적으로 내공을 가미하여 상대의 사선에서 던지면!”
파앗!
천세은은 친절하게도 장운의 손을 맞잡아 다시 한번 섬광비투의 수법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돌멩이는 더 멀리 떨어진 유등 하나를 제대로 박살 내버렸다.
그 유등은 당연히 장건의 소유물이었다.
“멀리 나아가면서도 매우 은밀하게 날아가는 법이랍니다.”
천세은은 자신의 경험을 알려주며 재차 말을 이어나갔다.
“아마 바로 되지는 않을 거예요. 겉으로는 간단해 보여도 감각과 재치가 있어야만…….”
사실 말로만 가벼운 보상이라고 하였지, 이 섬광비투는 제법 귀한 무공이기에 아무나 익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천세은은 뛰어난 인재인 장운조차 고전하리라 믿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이렇게 말입니까?”
장운은 차원이 다른 사람이었다.
-섬광비투(閃光飛投)!
뛰어난 감각과 재치가 있어야만 펼칠 수 있다는 섬광비투를 수법과 구결을 알자 곧바로 재현해 버리는 장운이었다.
파아앗!
심지어 정확하기까지 했다.
또 하나의 유등이 정확히 맞춰져 깨진 것이다.
둘째 형 장건은 오늘 하루 세 개의 유등을 잃고 말았다.
“……내가 지금 뭘 본 거야?”
장운의 미친 무공 재현 능력에 천세은은 말문을 잃은 채 넋이 나가버렸다.
그렇게 장운이 반골 응운곤에 이어 비옥수 천세은마저도 완벽히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며 승승장구를 달리고 있던 그때!
-일급 표사 장운은 곧 열리게 될 표두 선발전 참가를 준비하도록 하라.
장운이 그토록 원하고 기다렸던 표두 선발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