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45화
표두(鏢頭) 선발전(2)
오오오오!
장운의 거침없는 말에 황금표국 전역에서 함성 소리가 튀어나왔다.
엄청난 자신감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동시에 가장 약하거나 상성상 유리한 자를 고르지 않고 자신과 싸우고 싶은 자를 찾는 것부터가 실력에 자신감이 충만하다는 증거였다.
스윽!
장운은 금령공자로 이름이 높을 뿐 아니라 무공도 뛰어났기에 모두가 시선을 회피했다. 그 무렵, 누군가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들었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자는 맹풍휘검 전인표였다.
전인표 역시 상황이 예상 밖으로 흘러 당황하던 차였는데 장운이 싸우고 싶은 자가 있으면 손을 들라 하니 그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맹풍휘검!”
“풍검문 출신의 뛰어난 일급 표사!”
“어지간한 표두보다도 더 강하다지?”
“표사를 하는 게 의아한 친구였는데 표두 지원은 당연하지.”
전인표가 위풍당당하게 나서자 좌중은 한 번 더 끓어올랐다.
“제가 상대해도 되겠습니까?”
전인표는 장운이 주도권을 잡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감히 너 정도 인물이 자신을 상대할 수 있겠냐는 오만함마저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금령공자의 명성은 섬서 일대에만 퍼진 반면, 맹풍휘검 전인표는 비교적 전 중원에 명성이 퍼진 신진고수였다.
더 놀라운 것은 장운의 반응이었다.
“얼마든지요.”
장운은 주눅이 들기는커녕 아무나 상관이 없다는 말투였다.
그의 말에 분위기가 점점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사람들은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그것은 장룡과 장건도 마찬가지였다.
‘됐다!’
‘놈이 잘난 척을 하고자 재주를 과신하여 제 수명을 단축하는군!’
장운이 지목권을 뽑았을 때는 정말이지 계획이 다 무너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스스로 전인표를 지목하다니, 일이 이렇게 잘 풀려도 되나 걱정이 들 정도였다.
이제 한시름을 놓는 두 형제.
그들은 마음 편하게 관전을 할 수 있었다.
하나 대결의 결과가 과연 예측대로 흘러갈지 두고 볼 일이었다.
“그럼 금령공자 장운 대 맹풍휘검 전인표 일급 표사의 대결이 있겠습니다.”
진행 및 주심을 맡은 갈천궁사 배진필도 퍽 재미있던지 흥미로운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설마 일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 몰랐다.
‘세간의 평가대로면 장운 도련님이 밀릴 게 분명한데…….’
전인표의 실력은 이미 황금표국 내부에서도 정평이 난 것이라 어지간한 표두들조차도 그와 정면 대결을 피할 정도였다.
그는 명실상부 일급 표사들 중 무공이 가장 고강한 인물이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도련님.”
전인표는 천천히 몸을 풀며 특유의 오만함을 보여주었다.
눈꼬리가 살짝 처진 전인표는 장운을 얕보고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죠?”
“사람들 앞이라고 괜히 호기 부리다가 큰코를 다칠 수 있다는 소립니다.”
전인표는 안광에 살심을 담아 부라리고 있었다.
사실 그는 불만에 가득 차 있었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중원을 종횡무진 하여 더더욱 명성을 떨치고 나아가 절정 고수 반열에 들기 위해 수련해야 하는 자신이, 한낱 표두 자리에 오르는 것에 진심일 리 없었다.
이 모든 것은 풍검문의 결정이고 장룡을 위해 자신이 희생하고 돕는 일이었다.
즉, 타의로 인하여 이곳까지 왔으니 만족스러울 리 있을까?
“허허허, 거참.”
장운 역시 몸을 풀면서 난감하다는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는 받은 만큼 돌려주는 사람이다.
“큰형님의 사냥개 따위가 시끄럽게도 짖는군.”
장운은 은밀히 목소리를 낮추어 전인표에게만 들릴 정도로 소리를 전했다.
“뭐, 뭐어?”
전인표는 설마 장운이 이렇게 공격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던지 펄쩍 뛰고 말았다.
“사냥개면 사냥개답게 주인님이 시키는 대로 하셔. 알았나?”
장운은 거침이 없었다.
장룡을 황금표국 국주로 만들기 위해 지원 나온 전인표를 개새끼라 비유하며 도발을 했던 것이다.
으드득!
그 능수능란한 도발에 전인표는 이를 갈며 흥분하였다.
어찌나 화가 났던지 그의 시야에는 이제 오로지 장운밖에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준비가 되었다면…… 비무 시작!”
진행을 맡은 배진필이 비무 시작을 외치자마자 전인표는 미친 사람처럼 검을 휘둘렀다.
-풍랑대운(風浪戴雲)!
그의 특기는 풍검문의 절기이자 한때 금령검객 장천호가 금령검법에 접목시키고자 그토록 애가 타게 원했던 검법, 풍운십이검이었다.
모두 열두 개의 예리하고도 강력한 초식으로 이루어진 이 풍운십이검을 전인표는 별호 그대로 맹렬하게 펼쳐냈다.
-풍운진천(風雲振天)!
흔히들 하는 것처럼 비무 전에 예전 초식으로 인사를 한다든가 눈인사를 한다든가 하지 않고, 전인표는 검에 살의(殺意)를 담아 노골적으로 휘둘렀다.
특히나 풍운십이검은 첫 초식부터 끝까지 연환초식으로 펼칠 수 있는 무공이었는데, 그 말인즉 한 번 기세를 타면 성난 파도처럼 걷잡을 수 없다는 말이었다.
파밧, 파바바바밧!
비무의 초반부터 전인표의 압도적인 맹공이 펼쳐졌다.
오오오!
마치 소나기처럼 퍼붓는 듯한 검기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는 중이었고, 장룡과 장건은 내심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어떠냐? 내 실력이?’
웃는 것은 전인표도 마찬가지였다.
맹풍휘검이라는 별호에 걸맞게 비무는 그가 주도하고 있었다.
스윽, 스윽!
장운은 그저 제대로 반격조차 하지 못하며 이리저리 발걸음만 놀릴 뿐이었다.
거듭하여 뒤로 밀리며 거센 폭풍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나뭇잎을 연상케 하였다.
“역시 맹풍휘검이야!”
“장운 도련님이 요즘 들어 제법 강해지셨다고 하나…… 전 중원에서 인정받는 후기지수에 비할 수는 없지.”
“맞아. 이게 현실인 거야.”
비무의 끝을 보기도 전에 사람들은 벌써부터 혀를 차고 있었다.
장운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었다.
전인표가 비무의 주도권을 잡은 지 벌써 반각 정도나 흘러갔는데 장운은 제대로 검을 뻗지도 못했다.
그에 비해 전인표는.
-풍운종굉(風雲從宏)!
공중에 땀까지 흩뿌리면서 절대로 빈틈을 내어주지 않았다.
바람과 구름을 일으키며 마침내 방점을 찍는 그의 초식은 그대로 장운을 쓸어버릴 것만 같았다.
이제 모두가 마지막이라고 평가하려던 순간에 장천호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모두들 잊고 있는 것이 있군. 겉으로 볼 때는 전인표 일급 표사가 승기를 잡고 있지만…… 장운이 단 한 방이라도 정타를 허용한 적이 있던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장천호는 예리했다.
실제로 전인표의 검은 세간의 평가에 걸맞게 날카롭고 강력했지만 장운을 맞추지 못했다.
심지어 스치지도 못했다.
허울 좋은 공격뿐이었다.
“허억, 헉!”
반각이 더 넘어갈 때쯤에는 전인표의 체력이 완전히 바닥났을뿐더러 내공마저 바닥을 드러냈다.
그에 반해 장운은 여전히 호흡도 멀쩡하였고 부상을 입은 곳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반각 내내 여유롭게 무영보법으로 그를 농락했을 뿐이었다.
“이, 이런…….”
마침내 그것을 깨달은 전인표는 숨을 헐떡이면서 눈을 거칠게 떴다.
“이제 깨달았나?”
장운은 여유롭게 웃었다.
‘분명 전인표는 만만치 않은 상대다.’
풍검문의 절기를 익힌 탓에 강력하며 젊은 패기도 지녔다.
동시에 젊어서 아직 경험이 부족했으며 괄괄하고도 오만한 성정은 도발에 쉽게 걸려 격장지계에 당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장운은 그가 열심히 허공에 맹공을 퍼붓도록 이리저리 유인하며 뒤로 물러난 결과, 전인표는 탈진까지 일보 직전이었다.
“사냥개치고 사냥을 이렇게 못해서야 쓰겠나?”
장운은 작게 속삭이며 비무 처음으로 검을 들었다.
그리고 풍운십이검의 뛰어난 부분만을 담아 금령검법과 혼합한 황금표국의 자랑인 금령풍운검법을 시전하였다.
-금령선풍(金靈旋風)!
검은색 천으로 뒤덮인 장운의 초령검은 바람을 일으켰다.
파아아앗!
그 거센 검풍(劍風)은 지쳐 있던 전인표의 땀과 더불어 머리카락을 완전히 뒤로 날리게 만들었다.
전인표는 풍랑에 시달려 조난을 당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디 그뿐인가?
전인표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취객처럼 휘청이고 말았다.
그 결과!
찌이이익!
장운의 검풍은 전인표의 상의 일부분을 찢어버렸다.
하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금령일운(金靈一雲)!
한 점의 검기에 막대한 힘을 싣는 장운의 후속 초식이 이어졌다.
콰직!
이번에는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장운은 검기에 막대한 내공을 담아 휘둘렀는데 전인표의 검 끝부분을 파괴해 버리고 만 것이다.
이는 두 사람의 내공 차이이자 수준 차이기도 했다.
장운은 천세은과 추궁과혈의 시간을 보내며 막대한 내공을 얻어 이미 절정 고수 이상의 내공인 반면 전인표는 헛되이 공격하느라 내공을 대부분 소모한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두 사람의 검이 마주치니 내공이 부족한 전인표의 검이 깨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니야. 난 질 수 없어!”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는다는 말이 있다.
지금 전인표가 그러했다.
그는 옷도 찢어지고 검마저 부러져 제대로 된 상태가 아니지만 방어를 도외시한 채 장운과 동귀어진을 노렸다.
동귀어진은 주로 하수가 고수를 상대할 때 쓰는 방법인데 그 유명한 맹풍휘검이 금령공자를 상대로 그런 수를 쓸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도 전인표의 발악은 제법 변수를 만들어 허를 찔렀다고 느꼈을 순간!
-금령파옥(金靈破玉)!
장운은 절대로 방심하지 않았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리는데 사냥개는 오죽하겠는가?’
애초에 전인표의 성정을 인지하고 있던 장운.
그는 여유롭게 후속 동작을 가져가며 검을 수평으로 휘둘러 그의 의복을 크게 베었다.
서걱!
동시에 뒤를 점거하여 뒷목에 검을 겨누었다.
장운이 전인표를 죽이고자 하였다면 의복을 벤 그 순간에 심장을 관통시켰을 것이다.
비무를 더 이어나갈 수조차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패배였다.
“아마…… 동귀어진을 원했었지. 더 해보겠나?”
장운이 웃었다.
비무 초반에는 전인표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지만 비무 후반에는 장운이 주도권을 쥐다 못해 전인표의 뒷머리를 쥐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나, 나는…….”
전인표는 이 믿기 힘든 현실에 부정하려고 재차 꿈틀거렸지만.
주르륵!
장운은 냉정한 현실을 다시 한번 알려주었다.
뒷목에 가져다 댄 검으로 슬쩍 찔러 거기서 더 하면 죽음뿐이라는 사실을 고지하였다.
더 진행할 것도 없었다.
“일급 표사 금령공자 장운 승리!”
전인표가 더 큰 일을 당하기 전에 배진필의 선언이 나왔다.
결국 대결은 장운이 가지고 놀고 있다가 단 세 번의 솜씨로 서열을 바로잡은 것이다.
“일검(一劍)에 옷을 찢고 이검(二劍)에 상대의 검을 부러뜨렸다. 그리고 삼검(三劍)에 적을 완전히 제압하였으니……. 그야말로 눈부신 성취로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지기도 전에 장천호가 흥에 취한 목소리로 외쳤다.
우와아아아아!
장천호의 말이 끝난 다음에야 얼어 있던 사람들이 미친 듯이 소리를 내질렀다.
“미쳤다, 미쳤어!”
“금령공자가 맹풍휘검을 꺾었다!”
“이로써 섬서, 아니, 중원 후기지수의 판도가 변할 것이다!”
황금표국의 사람들은 작금의 상황을 믿기 어려웠다.
지난번 적엽검 구양모도 강한 상대였지만 이 전인표는 그보다 훨씬 더 고강한 인물이었다.
그런 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장운의 계획대로 가지고 놀다가 끝내버리다니.
“이런. 이 정도라면 최고점을 줄 수밖에 없잖아…….”
장운의 솜씨를 그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본 배진필이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