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48화
표두(鏢頭) 선발전(5)
“전 형. 만광전장으로부터 금자는 얼마나 빌리셨습니까?”
장건 파벌의 일급 표사, 금좌검 문욱이 물었다.
놀랍게도 그는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다른 참가자, 맹풍휘검 전인표 일행과 나란히 발맞추어 마차를 이끌고 있었다.
“우리는 삼십 개요. 문 형께서는 얼마나 되시는지?”
“우리는…… 구십 개입니다.”
“으허허헛! 과연 장건 도련님 파벌답소이다.”
“흠흠, 그래도 보는 눈이 있으니 백 개까지 빌리는 것은 조금 그래서…… 구십 개만 융통했다오.”
이 두 사람은 표두 선발전 시작 전부터 친분이 두터웠으며 서로를 경쟁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통의 적, 금령공자 장운을 어떻게든 표두 선발전에서 떨어뜨리기 위해 손을 잡고 있었다.
그 예로 이 두 일행은 황금표국에 귀환하기 전, 그 앞인 샛고개 언덕 근처에서 만나 어느 정도 재화와 재물을 나눠 가지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다른 일행은 어디 있습니까?”
문욱의 질문에 전인표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대부분이 만광전장으로부터 금자 열 개를 채 빌리지 못하였으며 그마저도 제대로 불리지 못해 뒤늦게 부랴부랴 오고 있다더군.”
“그…… 사람은요?”
문욱이 물었다.
그 사람이란 당연히 장운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푸훗! 듣자 하니 만광전장으로부터 홀대당할 것을 예측했던지 서안 중심가에도 오지 않은 채 외곽에서 빌빌거렸다던데?”
“푸하하하핫! 그렇답니까?”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그런 것 같더이다. 크크큭.”
전인표와 문욱 일행은 벌써부터 이른 축포를 터뜨리고 있었다.
특히 전인표는 진심이었다.
‘감히 내게 그런 창피를 줘?’
그는 장운을 향해 내심 이를 갈고 있었다.
지목 일대일에서 호기롭게 손까지 들어 대결에 임했는데 단 삼검에 추하게 꺾였으니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 전인표가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장운을 누르고 자신이 표두에 선발되는 것.
그것뿐이리라.
“자아, 어쨌든 함께 갑시다. 약속했던 대로 내 전 형께서 최고점을 득점할 수 있도록 밀어드리리다.”
“고맙소. 그래도 차석은 문 형의 몫이 될 터이니 심려치 마시길.”
두 사람은 정답게 오순도순 일행을 하나로 합쳤다.
이는 혹시라도 모를 변수에 대해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전인표나 문욱은 결코 바보가 아니며 하수도 아니다.
나름 노련함이 있는 표사들이었고 막판에 자신들의 표물을 갈취당할 수도 있다 판단하여 힘을 합친 것도 있었다.
“우리 두 일행이 힘을 합치니 무엇이 두렵겠소?”
“맞습니다. 이대로 그 사람만 꼴등 만들면 되는 것을.”
전인표와 문욱은 당장에라도 술 한 잔 싶은 마음이었다.
이제 남은 길은 저 높은 샛고개 언덕만 넘어가면 이제 표두 선발전은 끝난다.
축배는 선발전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들리라 생각하며 두 일행, 총 여섯 명의 인원은 안도하였다.
그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바로 그때!
장운과 그 일행이 활동을 시작했다.
파아아앗!
참으로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전인표와 문욱까지 총 여섯 명의 일행 위로 거대한 그물이 쏟아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이는 당연히 장운이 준비한 것으로 이정만에게 시켜 부탁받은 물건이었다.
천세은과 응운곤은 어업을 나갈 것도 아니고 저 그물을 도대체 어디에 쓰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것들은 다 두 일행을 일망타진(一網打盡)하기 위해서였다.
‘다 이런 그림을 위해서였구나!’
그 그물을 던지는 자는 반골 응운곤의 솜씨였는데 그는 빈틈없는 장운의 심계에 거듭 감탄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해남 토박이답게 그는 그물 던지기에 있어서도 명수(名手)였다.
해남의 사람이라면 천자문을 떼기 전부터 바다에 나가 일손을 돕는 법이다.
응운곤의 내공까지 적절히 조합된 결과, 그 그물은 하늘 위의 함정이나 마찬가지였다.
“피해라!”
“이런!”
하나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전인표와 문욱은 뛰어난 고수답게 여유롭게 그물을 피해내려고 하였으나.
파바바밧!
돌연 그들의 뒤에서 눈이 부신 황금빛의 검기와 검풍이 쏟아져 내렸다.
그 솜씨를 퍼부은 것은 당연히 장운이었다.
장운은 금령풍운검법의 검기를 발출하여 그들을 그물 속으로 몰았다.
설명하자면 장운의 검기를 피하자니 그물 속으로 뛰어들게 될 것이고, 그물을 피하자니 장운의 강력한 검기에 의해 크나큰 부상을 입을 판이었다.
‘크윽, 방심했다.’
전인표가 양 주먹을 부르르 쥐며 절망하였다.
너무 일찍 축배를 든 것이 화근이라면 화근이었다.
결국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장운의 강력한 검기에 두 동강 나느니 차라리 그물 속으로 뛰어드는 게 더 나았다.
촤르르륵!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적 여섯 명은 응운곤이 던진 거대한 그물에 몽땅 걸리고 말았다.
“푸흣!”
그 모습이 흡사 대풍(大豐)을 맞이한 어부의 그물과도 같아 절로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당황하면 안 된다.”
“차분히 병장기를 들어 그물을 찢도록 하라.”
전인표와 문욱은 당황하여 허둥지둥하는 자신들의 일행을 다독였다.
유달리 뛰어난 두 사람과는 달리 남은 네 사람은 임의대로 뽑은 표사들이었기에 경험이 일천했던 것이다.
“그물을 찢는다고? 그렇게 해서는 안 되지.”
그들의 말을 포착한 응운곤은 곧바로 신호를 주었다.
이것이 무슨 신호냐?
파바바바바밧!
장운 일행 중 가장 후방에 위치한 작자, 비옥수 천세은이 전력을 다해 암기를 발출하는 소리였다.
장운과 응운곤, 천세은 이 셋은 임무 분담을 철저히 하였다.
먼저 응운곤이 훌륭한 솜씨로 그물을 던지면 장운이 그곳으로 사냥감을 몰듯 그물 가운데로 몰이를 한다.
그리고 그물에 걸려든 적들이 발버둥을 치려 할 때 멀리서 암기 세례를 퍼부어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다.
‘내가 직접 검을 휘두르면 도리어 그물이 찢어질 수도 있으니 자그마한 암기로 공격하는 것이 제격이다.’
장운은 애초에 이 둘을 뽑는 순간부터 그물을 사용하는 것과 암기로 사냥하는 것까지 모두 염두에 두었다.
그리고 이정만의 처리를 뒤로 미루었는데 이것마저 더해지니 그야말로 완벽한 반전의 계획이 된 것이다.
“으아아악!”
“암기가, 암기가……!”
이미 적들은 기습 때문에 정신이 없는데 암기마저 더해지자 어찌할 바 몰라 하며 이리저리 날뛰고 있었다.
이들이 더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은 다름 아닌 응운곤의 괴력이었다.
“흐아압! 하압!”
응운곤은 장정 여섯 명이 걸려든 거대한 그물을 양손에 쥐고 이리저리 흔들어댔던 것이다.
그 결과 적들은 정말로 풍랑을 맞이한 사람처럼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할 지경이었다.
더 난감한 것은 내공을 이용해 신법을 사용하거나 검기로 그물을 찢으려고 하면.
파바바밧!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납고도 날카로운 암기 다발이 미친 듯이 쏟아지니 난감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영원한 공격은 없는 법.
천세은이 아무리 뛰어난 암기술의 고수라고 해도 쉼 없이 연속 공격을 퍼붓는 것은 불가능했다.
맹공을 퍼붓고는 암기 재장전을 위해 잠시 뒤로 빠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다!”
“암기 공격이 멈추었어.”
다른 네 명의 표사들은 몰라도 전인표와 문욱, 두 임시 표두는 제법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던 터라 비교적 멀쩡했다.
암기 공격이 멈추었으니 지금이야말로 그물을 찢으려고 마음먹은 그때였다.
“아직도 뭘 모르는군.”
장운이 그들을 내려다보며 비웃었다.
그가 자랑하는 검은 천의 초령검은 허리춤에 꽂힌 상태였다.
그 대신 장운의 양손에는 어느새 모아둔 어른 주먹만 한 짱돌이 들려 있었다.
-섬광비투(閃光飛投)!
모든 계획을 준비한 장운이 천세은의 휴식 안배를 깜빡하였을까?
천만의 말씀.
‘천세은이 쉬고 있을 때 내가 나선다!’
초령검은 검이 너무 잘 들어 그물에 얽힌 그들을 상대하기 적합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 뛰어난 명검인 것이 불리한 조건이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얼마 전 천세은에게 보답으로 배운 섬광비투의 수법을 활용하는 것!
파앗, 파앗, 파아앗!
장운은 이미 섬광비투를 수준급까지 익혀 이런 커다란 돌을 던지는 것쯤은 어렵지 않았다.
더욱이.
-천허심법(天許心法)!
엄청난 천허심법의 내공 양과 더해져 장운이 던지는 돌은 평범한 돌이 아니라 투석기에 가까웠다.
콰직!
섬광비투의 수법이 가미되고 천허심법의 내공이 더해진 돌은 그대로 문욱의 안면을 꽂아버렸다.
이에 문욱은 그가 자랑하던 앞니 두 개를 대자연에 헌납하고 말았다.
“으어, 으어어어!”
앞니가 날아가니 제대로 발음이 나올 리 없었다.
아니, 어차피 발음은 들리지 않았다.
문욱은 피를 흘리며 통곡하고 있었으니까.
콰지지직!
그다음은 전인표 차례였다.
임시 표두들 중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그답게 미친 듯이 흔들리는 그물 속에서도 균형을 유지하여 장운의 돌을 검으로 막아내었다.
“장운! 이런 비겁한 수를 쓰다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전인표는 억울하다는 듯이 고함을 질렀다.
누가 보면 실력은 자신이 더 뛰어난데 억울하게 비열한 함정에 걸린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아, 그러셔?”
그 가당치도 않은 모습에 장운은 코웃음을 쳤다.
‘상대가 원한다면 해드려야지.’
그는 그렇게 마음먹고는 응운곤과 천세은에게 신호를 보내었다.
그러자 두 사람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임을 멈추었으며 동시에 공간을 좁히며 적을 압박하였다.
어차피 여섯 명의 일행 중 사지 멀쩡하게 맨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오직 단 한 명, 맹풍휘검 전인표밖에 없었다.
“원하는 대로 멈췄다. 다시 일대일 대결이라도 해볼까?”
장운 또한 기다렸다는 듯이 단단한 짱돌을 치우고 다시 초령검 손잡이에 손을 가져다 댔다.
“어? 어어?”
그물 속에서 미친 듯이 흔들리느라 상황 파악을 하지 못했던 전인표.
장운이 검을 쥐고 다가오자 흡사 염라대왕을 만난 것처럼 크게 당황하며 좌우를 살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다른 네 명의 표사들은 이미 무력화되었거나 전투 의지를 상실한 채 넋이 나가 있었으며 그나마 쓸만한 금좌검 문욱은 큰 부상을 입었고 정신적으로 무너진 상태였다.
“뭐 해? 원하던 대로 일대일 대결 자리를 깔아줬다니까?”
그에 비해 장운은 얼마든지 덤비라는 식으로 다가왔다.
전인표는 장운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두 다리가 후들거린다는 걸 느꼈다.
불과 엊그제 일대일 대결에서 무참히 패배했던 상대였다.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으며 자신은 혼자인데 적은 세 명이니 싸우기도 전에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 항복! 항복하겠습니다. 표물은 모두 넘길 테니…… 다가오지 말아주십시오, 크흑!”
혼자 남은 전인표는 싸우기도 전에 백기 투항하고 말았다.
응운곤은 전인표와 남은 그들을 그물에 가두어 거대한 나무 위에 묶은 다음, 완벽히 차단을 시켰다.
이로써 이 두 임시 표두 일행은 최저점을 기록한 수준이 아니라 탈락 처리가 될 것이다.
이 특별 표행은 황금표국 본국으로 귀환하지 못하거나 단 한 푼의 재화가 없을 시 자동 탈락 처리가 되니 말이다.
이리하여 장운과 그 일행은 완승을 거두었으며.
“우와아아!”
“이게 다 얼마래?”
전인표 일행과 문욱 일행이 이틀하고도 반나절 동안 만광전장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엄청나게 불린 재물, 재화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장운은 만광전장의 도움을 받지 않은 것은 물론이요, 요 이틀 동안 재물을 불리기 위해 바삐 움직이기는커녕 탱자탱자 놀면서 엄청난 금액을 차지한 것이다.
“축하해요, 장운 표사님. 아니, 장운 표두님!”
“이제 저 언덕 고개만 넘으면 황금표국 역사상 최연소 표두가 되십니다!”
장운과 함께 이 엄청난 반전을 이루어 낸 천세은과 응운곤이 말했다.
두 사람은 이번 표두 선발전을 함께하며 다시 한번 깨달았다.
자신이 모실 주군은 오직 금령공자 장운밖에 없다는 사실을.
“자, 그럼 두 번째 관문 역시 최고점을 달성하기 위해 어서 갑시다!”
장운은 손 안 대고 코를 풀어 표두 선발전 역사상 엄청난 재물을 차지하고는 금의환향(錦衣還鄕)을 위해 황금표국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과연 장천호와 장룡, 장건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