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49화
최연소 표두(鏢頭)가 되었다(1)
“드디어 오늘인가?”
“과연 맨 처음으로 들어오는 임시 표두는 누굴까?”
“맨 처음이 중요한 게 아니지. 과연 재화와 재물을 얼마나 평가받아 부풀려 왔느냐가 관건이라고.”
아침부터 저마다 토론을 개진하고 있는 사람들로 빼곡했다.
황금표국 본관에 모여 있는 표국 사람들과 더불어 장천호와 수뇌부들.
장룡과 장건까지 모두 빠짐없이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과연 누가 가장 먼저 귀환할 것인가, 그리고 누가 가장 많은 재물, 재화를 보유하였나.
이것이 핵심을 관통하는 초유의 관심사였다.
[형님, 걱정 마십시오. 별일 있겠습니까? 제 외가로부터 장운이 놈이 방문하지 않았다는 기별을 받았습니다.]
장룡의 얼굴이 생각보다 더 진지하자 장건이 전음을 던졌다.
[그렇겠지? 한데…… 이상하게도 이 불길한 예감은 무엇인지…….]
장룡은 이상하게도 불안감이 커져갔다.
자신 역시 장운이 은자 한 푼 받지 못한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한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 장운이라는 놈은 짓밟으려 하면 할수록, 고난에 처하면 처할수록 오히려 더 빛을 발하는 괴상한 녀석이지 않은가.
바로 그때였다.
“오오, 오오오!”
“보인다!”
“마차가…… 저렇게 떼거지로 오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샛고개 언덕을 넘어 엄청난 양의 재화를 끌고 오는 마차 다섯 대가 요란한 흙먼지를 불러일으켰다.
그 때문에 자연스레 앞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 마차 다섯 대는 본디 전인표와 문욱 일행의 것으로 만광전장의 엄청난 후원금으로 이룩한 결과물이었다.
결국 그것은 장운 일행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고 그 결과!
“우와, 우와아아아!”
“금령공자다!”
“셋째 도련님이신 장운 표사다!”
“표사는 무슨! 이제 표두는 떼놓은 당상이라고!”
마침내 흙먼지 사이로 위풍당당 모습을 드러내는 장운을 확인하자 황금표국 내부는 걷잡을 수 없이 달아오르고 말았다.
역사상 이렇게 뒤흔들렸던 적이 있던가?
“뭐, 뭐라고?!”
장운이라는 소문에 그러지 않아도 불길하였던 장룡이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형님!”
아비와 수뇌부들을 앞에 두고 언성을 높이는 무례한 행동에 장건이 제지하였으나 장건 역시 두 눈에 당혹이 흐르고 있었다.
‘또 장운의 승리라고? 이건 거짓말이다. 무언가…… 잘못되었어!’
올해 내내 장운에게 당해왔던 장건은 급기야 현실을 부정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아무리 쳐다봐도 가장 먼저 가장 많은 재물을 들고 금의환향하는 인물은 장운과 그 일행이었다.
“가장 먼저 들어온 인물은…… 임시 표두 장운과 그 표사들이다.”
장천호는 사적인 감정을 자제하려고 했으나 감동받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들이 활약하리라고 예측하였지만…….
‘이 엄청난 양의 표물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분명 만광전장으로부터 적잖은 견제를 받았을 텐데.’
장천호는 결코 바보가 아니다.
뒤에서 만광전장의 입김이 닿을 것은 일찍이 예측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운을 위해 따로 손을 쓰지 않은 까닭은 단 하나였다.
장운이 진정으로 국주가 될 재목이라면 남들보다 높은 난이도에서 증명해 보라는 의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장운은 기대에 걸맞게 완벽히 자신을 증명해 내었다.
“허헛! 허허헛!”
장천호는 이젠 헛웃음까지 나왔다.
분명히 장운과 일행은 맨손으로 나갔었다.
심지어 만광전장으로부터 단 한 푼도 융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황금표국 표두 선발전 역사상 가장 많은 재물을 이끌고 이 자리에 나타났다.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처억!
장운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장천호와 황금표국 동도들에게 포권을 하고는 덤덤한 목소리로 외쳤다.
“임시 표두 장운! 특별 표행을 마치고 귀환하였습니다.”
장운의 말에 가장 먼저 펄쩍 뛴 것은 장건이었다.
“아버님! 이것은 뭔가 잘못되었습니다. 제 정보에 의하면…… 장운이는 분명 서안 중심가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들었습니다. 분명, 분명…… 부정(不正)이 있는 게 확실하옵니다!”
장건은 어느새 첫째 형보다 더 흥분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장운이 가져온 마차를 확인해 보니 재물과 재화 대부분이 만광전장의 소유였던 것이다.
‘내 외가인 만광전장은 장운이에게 저런 재물을 줄 리 없다.’
따라서 분명 어떠한 부정이 개입된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장운, 이 표물의 출처를 설명하라.”
일단 가장 먼저 황금표국으로 귀환한 것은 인정되었다.
이제는 이 표물의 출처를 정확히 밝히는 것이 급선무였다.
“네, 어떻게 된 것이냐면…….”
장천호와 더불어 열 명의 수뇌부가 보내는 따가운 시선에 주눅이 들 법도 한데 장운은 거침이 없었다.
그는 여태껏 있었던 모든 일들을 말했다.
심지어 은전상단을 자신의 휘하로 끌어들인 것 하며, 만광전장에서 자신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을 것도 예견하였다.
그리고 전인표와 문욱 일행이 손을 잡고 방심하던 것을 기습하여 표물을 차지했노라 밝혔다.
이에 사람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오오오오!
돌이켜 봐도 장운의 방법은 무척이나 대담하고 완벽했던 것이다.
물론 누구나 다 막판에 표물을 빼앗으리라는 생각은 할 수 있다.
하지만 밑천 자금부터 재물을 불리지 않고 오로지 그 마지막 판에 온전히 집중하여 선택했다는 것은 범인(凡人)의 범주를 벗어난 난 놈만이 가능한 영역이었다.
장운은 평범한 기습이 아니라 응운곤, 천세은의 특기마저 완벽하게 살려 제압하지 않았나?
“표두가 되겠다는 자가 같은 표국의 표물을 건드렸습니다. 이건 잘못된 것이 아닙니까?”
과묵공자라는 진중한 별호와는 달리 오늘따라 엄청나게 흥분한 장룡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말은 제법 설득력이 있는 것 같았지만, 천만의 말씀.
“그래서 출발하기 전에 내가 말하지 않았나. 지키는 것부터 약탈하는 것까지가 모두 표행이라고. 표두라고 표물을 약탈할 상황이 오지 않을 것 같은가? 장룡, 너도 표두여서 잘 알겠지만 녹림이나 다른 적들에게 표물을 빼앗길 경우, 그것을 되찾아 와야 하는 순간들이 드물지언정 더러 있다는 걸 알지 않느냐?”
“그, 그건…….”
장룡은 아버지의 말에 아무런 반박을 할 수 없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애초에 저는 만광전장과 그 입김이 닿은 상단으로부터 제대로 자금을 평가받을 수 없었기에 판을 흔들어 후반을 차지하는 전략을 꾀하였습니다.”
장운은 과감하고도 솔직했다.
장운의 말에 장건은 무언가 찔리는 것이 있는지 깨갱 하며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비겁을 논하려면 오히려 전인표 임시 표두와 문욱 임시 표두의 합작을 지적해야겠지요. 서로가 경쟁자인데 노골적으로 같은 편이 된다는 것은 좀…….”
또한 장룡마저도 이 말로써 패퇴시키는 데 성공했다.
더 말할 것도 없이 완벽한 장운의 승리였다.
“좋다, 좋아. 이보다 더 완벽할 수가 없구나.”
이번 두 번째 관문의 채점을 맡은 장천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더 두고 볼 것도 없었다.
“일급 표사 장운을…… 본 황금표국 정식 표두로 임명하도록 하겠다!”
장천호는 곧바로 목소리에 내공을 담아 외쳤다.
표두 선발전 시험이 끝나기도 전에 표두가 뽑히는 것 또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우와아아아아!
장천호의 선언에 황금표국은 다시 한번 미친 듯이 들끓어 올랐다.
금령공자 장운이 표두가 된 것은 많은 뜻을 내포했기 때문이다.
“최연소 표두, 금령공자 장운!”
“이로써 장운 표두는 명실상부 금옥관의 주인이 되었다!”
“어디 그뿐이겠어? 표두가 될 때까지 뒤로 물러나 있었던 만철야장 공야월 대협과 그 제자들이 활발히 활동하게 되겠지!”
호사가들의 말은 매우 정확했다.
장운은 말 그대로 최연소 표두가 되었으며, 표두가 되었다는 것은 자신만의 일행과 세력을 구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표두는 직접 지목 표행에 응할 수 있으며 표행 의뢰에 자신이 맡겠다고 자청할 수도 있었다.
‘내 휘하에는 고맙게도 공야월 노야가 계시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무기나 갑옷 등 무구에 있어 장운 표두와 그 일행을 지목하겠다는 표행 의뢰가 쏟아질 것이다.
또한 최연소 표두의 명성은 섬서성은 물론이고 전 중원을 강타할 게 분명했다.
지목 표행, 지목 의뢰가 미친 듯이 쏟아진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장운, 표두로서 책임감을 자각하고 나아가 본 황금표국을 지탱하는 고수로 맡은 바 책임을 다하겠는가?”
장운은 장천호의 물음에 한쪽 무릎을 꿇고 대답했다.
“제 모든 것을 던져 분골쇄신(粉骨碎身)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장운의 나이 이제 열일곱.
이로써 그는 황금표국 역사상 최연소 표두에 등극하였다.
* * *
“축하합니다, 장운 도련님. 아니, 이제는 표두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허허헛!”
장운이 최연소 표두 자리에 오르자 무수히 많은 방문객들이 찾아왔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추영객 영사춘, 즉 무영신투였다.
“아닙니다. 이게 다 영 집사님의 가르침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하하, 이젠 저를 놀릴 줄도 아시는군요.”
무영신투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내 눈은 진짜였다!’
비록 장운의 왼쪽 다리는 아직도 조금 불편하지만 그의 재능은 진짜였다.
무영신투는 생각했다.
‘내가 그의 입장이었다면 지금의 위치에 도달할 수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럴 자신이 없었다.
현재 장운의 위치는 무공만 강하다고, 머리만 똑똑하다고 해서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 두 가지에 뛰어난 담력, 그리고 막강한 실행력이 더해져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본 표국의 전통에 따르면…… 신임 표두에 등극한 자에게는 선물을 주어야 한다고 알고 있네.”
무영신투가 황금표국의 오래된 관습을 상기하며 말했다.
그의 말은 진짜였다.
가까운 지인이 표두 자리에 오르게 되면 선물을 보내는 것이 오랜 관례였다.
무영신투는 그 누구보다 먼저 선물을 주고자 여기까지 온 것이다.
“선물이라뇨. 아닙니다.”
장운은 손사래를 치며 거절하려 했지만.
“어허, 그래도 내 명색이 장운 표두를 가르치는 입장이었는데 표두에게 선물을 하지 않는다면 표국 사람들이 나를 욕할 것입니다.”
무영신투의 엄한 말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리 대단한 물건도 아니니 부담 없이 받아주십시오.”
무영신투는 스스럼없이 말했지만 장운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무영신투는 중원에 존재하는 엄청난 보물과 재물을 휩쓸었다고 들었다.’
그런 사람이 주는 선물인데 평범할 리 있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스윽!
무영신투는 마치 오다가 주운 것처럼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장운에게 주었다.
“정말로 별게 아닙니다. 그저 반짝이고 아름답게 생긴 취옥(翠玉)에 불과하지요.”
그가 건넨 것은 영롱한 녹색의 옥으로 번쩍이는 옥패(玉佩)였다.
“가지고 있으면 따스한 열을 발하고, 무엇보다 내공 수련을 할 때 몸에 지니고 있으면 보양 효과와 더불어 내공 증진의 효능이 있습니다. 그러니 버리지만 마십시오.”
무영신투는 별것 아니라며 장운의 손에 쥐여주었으나 장운은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이것은 바로…… 무영옥패(無影玉佩)가 아니던가?’
무영옥패는 그 자체만으로도 뛰어난 보물이지만 어떠한 것을 상징하는 걸로 유명했다.
이 무영옥패가 무엇을 상징하느냐면…… 그것은 바로 무영문의 문주를 뜻하는 것이었다.
무영문의 문주이자 천하제일의 도둑, 무영신투가 무영옥패를 장운에게 주었다.
그 뜻은 다름 아닌 장운을 진정한 후계자로 인정한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