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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50화 (50/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50화

최연소 표두(鏢頭)가 되었다(2)

‘아직은 섣부른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장운에게서 난 빛을 보았다.’

무영신투는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언제고 기회가 되는 날이면 자신의 진정한 정체와 더불어 무영문에 대해 알려줄 계획이었다.

오늘은 많은 이들의 축하로 인해 바쁘니 훗날을 도모하기로 마음먹었다.

“버, 버리다니요. 딱 봐도 귀해 보이는 것을…….”

장운은 애써 당혹감을 감추며 답했다.

실제로 내공 증진에 도움을 주는 물건은 신물(神物)이라고 부르며 무림인들이 꿈에서라도 한 번 가져보기를 갈망하는 아주 귀한 물건이었다.

“허허헛, 사실 제가 좀 허세를 부렸습니다. 꽤 귀한 물건이니 반드시 가지고 계십시오.”

무영신투는 다시 한번 장운에게 축하한다고 말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장운은 사라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홀로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무영신투께서는 날 무영문의 후계자로 점찍은 모양이로군.’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무영문은 문주를 옭아매거나 규율이 엄격한 편이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도둑이 세운 문파인데 어찌 규율이 엄격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역대 무영문주들은 다른 문파 혹은 다른 일을 하며 같이 겸임을 하곤 했다.

장운이 낮에는 황금표국의 국주가 되고 밤에는 무영문의 일을 맡는 것도 나쁜 그림은 아닐 것이다.

“장운 표두, 계신가?”

장운을 축하하러 온 귀빈 행렬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공 노야님!”

무영신투가 빠져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장운을 찾아온 이는 놀랍게도 만철야장 공야월이었다.

“이거 참 오랜만이지? 사실 장 국주님께서 아직 일급 표사인 장운 소협에게 벌써부터 큰 힘을 빌려주게 되면 내부에 혼란이 올지도 모른다고 부탁하여 잠자코 있었다네.”

그렇다.

공야월의 말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실제로 공야월은 그동안 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그저 금옥관을 찾는 무인들에게 무기를 벼려주고 다듬어주었을 뿐이다.

“아닙니다. 공 노야님의 깊은 뜻을 어찌 모를 수 있겠습니까?”

장운이 정중히 포권을 하며 말했다.

자신 휘하에서 가장 크고 든든한 세력을 꼽자면 당연히 공야월과 만철당 인원들이리라.

“알아주니 고맙네. 하지만…… 이제 장운 소협께서도 표두가 되셨으니 이 볼품없는 노구를 이끌고 최대한 도움을 줄 계획이라네.”

공야월은 진심이었다.

솔직히 공야월은 말년에 의욕을 잃었었다.

그 결정적인 계기는 아무래도…….

‘검신 장인랑의 죽음 때문이었다.’

아직 그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그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인 초령검을 회수하였다.

따라서 검신의 죽음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던 차였다.

검신의 죽음 이후, 불타오르던 창작혼도 시들시들해지고 모든 것이 의미가 없던 것이다.

그러던 도중 금령공자 장운을 만나게 되었다.

아직 무공과 연령은 애송이에 불과하지만 절묘한 수법과 기지로 위기를 타파하는 모습을 보자니 어딘가 피를 끓게 만들었다.

“그저 무기를 생산하겠다는 말은 아니네. 이래 봬도 우리 장인들은 여러 장점이 많아 뛰어난 무구들의 진품 여부를 감정하는 등 활용 가치는 많은 법이지.”

장운은 공야월의 말을 들으며 이제야 본격적으로 자신을 따르는 무리가 생겼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쓸쓸하게 최후를 맞이하던 전생과는 확연히 달라진 상태였다.

“이런, 내가 말이 많았군. 축하 선물을 주러 왔는데 내 정신 좀 보게.”

지난 호위 표행 때도 그랬지만 공야월은 거친 언행과 다르게 인심이 후한 사람이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장운은 손사래를 치며 사양하려 했다.

이는 진심이었다.

장운은 이미 그에게 초령검을 받았으며 그와 함께 표행을 떠난 덕분에 금룡린갑도 회수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더 이상 무얼 더 바라겠는가.

“후후, 신임 표두에게 선물을 주는 것은 황금표국의 관행이라 들었네. 설마…… 나를 표국 사람이 아니라 외인(外人)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아이고, 어찌 그런 말을 하십니까?”

공야월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계속 사양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장운은 못 이긴 척 그가 꺼내놓는 하나의 기이한 물품을 받아들였다.

“바, 반지?”

그것은 다름 아닌 금으로 된 반지였다.

반지가 왜 기이하냐면 굉장히 독특하게도 본래 보석이 박혀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비어 있기 때문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반지의 보석을 빼간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이 반지를 선물로 내준 인물이 공야월이 아니라 만약 다른 인물이었더라면 장난하나 싶었을 것이다.

“평범한 반지가 아니라…… 굉광환(宏光環)이라는 보물일세.”

“굉광환?”

매우 광활하게 빛나는 반지, 라는 이름에 장운의 두 눈이 커졌다.

“자, 한번 보게나.”

공야월은 손가락이 굵어 새끼손가락에도 반지가 들어가지 않았으나 그것을 슬쩍 들어 약간의 내공을 가한 결과!

번쩍!

놀랍게도 보석 자리가 비어 있던 굉광환에서 눈 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보다시피 나처럼 별 볼 일 없는 자의 미약한 내공에도 반응하는 뛰어난 보물이지. 어두운 곳에서 빛을 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만약 자네같이 뛰어난 내공을 지닌 이가 전력을 다해 이 굉광환을 사용한다면…….”

“순식간에 주변을 낮처럼 밝히거나 섬광을 터뜨려 적의 눈을 일시적으로 멀게 만들 수도 있겠군요.”

“바로 그걸세!”

공야월은 곧바로 이해하는 장운의 반응에 몹시 흡족해하며 외쳤다.

제아무리 뛰어난 보물이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자에게 합당한 가치가 있는 법이다.

본래 이 굉광환은 졸부의 손에 있어 그 빛을 다하지 못했지만 장운의 손에 들어가면 다를 터였다.

그런 점에 있어 장운은 그 어느 누구보다 굉광환을 잘 이용할 자신이 있었다.

‘나보다 더 강한 적을 만났을 때 제격이다!’

실제로 장운은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고 있었다.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에서 자신보다 뛰어난 고수를 만났을 때 불시에 전력을 다해 이 굉광환의 빛을 터뜨린 다음, 무영신투의 신법으로 도망간다면?

‘그렇다면 초절정 고수, 혹은 입신의 경지에 도달한 자가 아닌 이상 나를 쫓아올 자는 없을 것이다.’

장운은 확신하며 내적 기쁨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감사합니다.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아니네. 나같이 무공도 모르는 촌부의 손에서 썩힐 바에 차라리 자네가 지니는 게 이 굉광환에도 이득일 테지.”

스윽!

장운은 곧바로 굉광환을 착용해 보았다.

다섯 손가락 중 검지에 가장 잘 들어맞았고 빛을 내뿜기도 무척 편한 자리였다.

“딱 좋군. 그럼 굉광환을 잘 사용해 주시게.”

공야월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물러갔다.

다음을 기약하는 그의 미소는 장운의 마음을 더더욱 충만하게 만들어주었다.

이윽고 감우량과 일반 표사들, 그리고 쟁자수들이 모여 왁자지껄 식사를 하고 한바탕 선물을 주는 자리도 가졌다.

“다시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장운 도련님.”

식사가 끝날 무렵, 감우량이 정중히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아니, 이게 무슨…….”

너무나도 예의를 차리는 모습에 장운은 크게 당황하였지만 응운곤과 천세은을 비롯한 자들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애초에 이곳에 오기 전 모두 이야기가 다 된 듯 보였다.

“이제 저와 같은 표두 자리까지 올라오셨으니 직위 차이는 없습니다. 따라서 도련님께 예를 표하는 것이 옳습니다.”

표두 선후배로 따지자면 당연히 감우량이 선배겠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게 아니었다.

앞으로 다른 이들과 함께 황금표국 새로운 파벌, 장운 파벌의 발족을 뜻하였다.

장운은 찌릿한 감동에 젖었지만 절대로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는 자신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했다.

“본 황금표국은 반드시 제가 물려받게 될 것입니다.”

자신을 위해 모여든 이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최연소 표두는 그 시작점일 뿐이었다.

* * *

장운이 표두 직위에 오른 지 벌써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다시 황금총회를 시작하는 날이 돌아온 것이다.

한 달의 출발을 알리는 황금총회의 자리.

총회 준비가 분주한 가운데, 총회에 참가하는 자들 중 직위가 가장 낮은 세 명이 모였다.

그들은 당연히 장룡과 장건, 그리고 장운이었다.

“음? 어찌 형들을 보고도 인사를 하지 않느냐?”

과묵하기로 유명한 장룡이 모처럼 먼저 입을 열었다.

이는 예전과는 달리 장운이 큰 소리를 내어 인사를 하지 않고 가볍게 묵례만 하고 스쳤기 때문이었다.

“묵례를 했습니다만?”

장운은 오히려 왜 그러냐는 말투로 대답했다.

사실 지난번 표두 선발전 건으로 감정이 좋지 않았기에 묵례를 하는 것도 감지덕지로 여겨야 할 판이었다.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 같으니. 고얀 놈! 네놈이 최연소 표두가 되어 뵈는 게 없는 것 같은데…….”

장룡은 분노로 인해 부들부들 떨며 외쳤고, 장건 역시 장운을 향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그때였다.

“말씀 끊어서 죄송하지만 우리가 정답게 지낼 만한 사이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들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장운은 지금부터 차기 국주 자리를 차지하기까지 이들을 형제가 아닌 경쟁자로 생각한다는 점이었다.

“뭐, 뭐엇?”

“지금 뭐라고 했느냐?”

아니나 다를까?

두 사람이 펄쩍 뛰자, 장운이 재차 말했다.

“저보고 건방지다 말하셨는데 지난번 표두 선발전에서 두 분이 보여준 부정(不正)에 대해 제가 모를 것이라 생각합니까?”

“그, 그건…….”

“흠흠!”

표두 선발전 이야기가 나오자 두 사람은 꿰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방해를 가하고 방해를 받은 당사자들만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건방지고 무례한 걸로만 따지자면 두 분만 하겠습니까? 그러니 묵례만으로 제가 할 도리는 다 지켰다고 생각합니다. 칼부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 용할 지경이지요.”

더 이상 예전의 장운은 없었다.

자신의 파벌이 발족했으니 그는 이제 참지 않았다.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같이 싸워줄 동료들이 생겼다.

아직은 저 둘에 비해 불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간단하게 와해될 만한 무리도 아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다시는 자신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제대로 밟아줄 심산이었다.

“지금부터 경고합니다. 만약 앞으로도 제 일을 방해한다면…….”

장운은 강한 살기를 담아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저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장운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지금부터 자신이 참으면 모욕을 받는 것은 장운뿐만 아니라 그를 믿고 지지하는 자들의 명예마저 욕보이게 된다.

누군가의 위로 올라가 군림하려면 자신의 밑을 받쳐주는 자들의 명예와 이익도 대변해야 하는 법.

‘조금이라도 방해를 한다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만들 것이다.’

“이, 이이!”

“…….”

장운이 이렇게 압도적이고 위압적인 모습을 보인 적이 있었나?

그 서슬 퍼런 모습에 비교적 소심한 장건은 물론이고 장룡마저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장운이 스쳐 지나갈 때쯤, 간신히 기세를 회복한 장룡이 입을 열었다.

“최연소 표두다, 만철당을 끼고 있다 뭐다 하지만! 외가의 비호도 없고 대모님도 없는 네가 본 표국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장룡의 외침에 장운은 애송이처럼 부들대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촌철살인(寸鐵殺人)과 같은 말을 남겼을 뿐이다.

“제 자리는 형님들처럼 남들이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제 자리는 제 두 손으로 직접 만들 것이니…….”

그러고는 껄껄 웃으며 그들을 지나쳐 갔다.

“처참한 위치에서 저를 우러러보는 날이 곧 도래할 겁니다.”

장운이 장룡, 장건 두 형제에게 제대로 경고하는 순간이자 저들에게 밀리지 않는 황금표국의 새로운 파벌이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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