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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51화 (51/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51화

엄청난 공을 세우다(1)

“그럼 황금총회를 시작할 터이니 모두 착석해 주십시오.”

장운과 형제들의 치열한 신경전을 뒤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수뇌부들이 자리에 모였다.

첫째 집사이자 부국주 급으로 인식이 되고 있는 다정검 인천수의 말을 시작으로 황금총회가 시작되었다.

다른 때와 달리 이번 총회의 분위기는 매우 무거웠다.

“이번 하반기 초입의 실적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최근 들어 표행 의뢰 건수는 점점 떨어지고 있으며 총이익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중이지요.”

실적과 매출 때문이었다.

섬서성은 황금표국 이외 소규모 표국을 제외하곤 안위를 위협할 만한 표국이 없었는데 매출이 이렇게 떨어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또 하나 더.

황금표국의 주인인 장천호 국주는 어지간해서는 수익이나 매출에 대해 꾸짖지 않는 편이다.

평소 일을 책임감 있게 잘한다면 그 결과는 따라오는 법이라고 믿는 인물이기에.

그런 그가 인천수를 통해 표국의 현 상황에 대해 불만족을 표하는 이유는 바로…….

‘올해 겨울, 화산파에서 의뢰한 대형 표행에 나서야 한다.’

그 규모가 어마어마한 만큼 표행에 들어가는 비용 및 자금이 무척이나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 예민한 상황 속에서 매출이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으니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오늘 총회의 중심 토의 내용은 본 표국의 수익 증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인천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장천호의 눈은 자신의 세 아들에게로 향했다.

“여기 계신 수뇌부들은 모두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으니 보다 젊고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너희들의 의견이 궁금하구나.”

장천호의 시선은 자연스레 장남, 장룡을 향해 갔다.

“수익, 수익의 증진은…….”

갑작스러운 질문, 그것도 처음으로 대답하는 자리이기에 당황한 장룡.

하나 말을 더듬는 것도 잠시.

“국주님께서 말씀하시길, 표행에 올바른 도리를 다한다면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오는 법이라고 하셨습니다. 정도(正道)가 곧 가장 빠른 길입니다.”

장룡은 제법 머리를 굴리며 현명한 척 대답하였지만 장천호가 원하는 것은 그런 탁상공론(卓上空論) 따위가 아니었다.

“네 말은 그럼 아무런 변화 없이 계속 현상 유지나 하자, 이거냐?”

장천호는 애써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오늘 아들들에게 방법을 묻는 것은 정도나 정론에 대해 토론하고자 함이 아니었다.

젊은 신진 표두들의 색다른 시각을 보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정도가 가장 빠른 길이라는 허울 좋은 소리를 하고 있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끄, 끄응.”

장룡은 결국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자신의 별호 그대로 과묵을 유지하였다.

스윽!

그다음 차례는 당연히 장건이었다.

장건은 장천호를 조금 무서워하고 있었는데 이글이글 타오르는 아비의 시선이 다가오자 펄쩍 뛰며 시작부터 당황하고 말았다.

“…….”

“너는 왜 아무 말을 하지 않느냐?”

결국 장천호의 독촉에 어쩔 수 없었다.

“그…… 저어…… 네! 제 외가인 만광전장으로부터 금자와 전표를 잠시 빌리는 것은 어떻습니까? 제 할아버지 되는 장주님께 제가 직접 나서 간청을 한다면 얼마가 되었든 흔쾌히 빌려드릴 겁니다.”

장건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돌연 좋은 생각이 났는지 주먹을 꽉 쥐었다.

동시에 만광전장으로부터 전표를 빌리자는 의견과 함께 자신이 공을 세울 수 있다고 피력하였다.

장건은 이번에야말로 형과 아우를 모두 제끼고 자신이 주목받을 것이라 생각하였으나 그것은 오판이었다.

“멍청한 놈!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느냐? 수익을 증대시킬 방안을 고려하는 자리에 전장에서 전표를 빌리라고?”

장룡에 이어 장건까지 한심한 의견을 내어놓자 장천호는 급기야 분통을 터뜨리고 말았다.

장건의 의견은 너무나 어이없는 것이, 해결 방안을 말하는 게 아니라 임시방편을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만광전장의 이자는 제법 센 편이라 함부로 빌렸다간 수익보다 이자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이자는 잘난 외가를 둔 네놈이 내어줄 것이더냐? 빌린 전표로 어떻게 자금을 불려 이자를 갚으려고? 계획이나 있나?”

장천호의 거듭되는 질문 공세에 결국 장건은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크흡!”

수뇌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울지 않는 것이 용할 지경이었다.

장룡과 장건은 제대로 된 답변을 내어놓지 못했다.

스윽!

이번에는 마침내 장운의 차례가 돌아왔다.

“얼마 전 최연소 표두 자리에 오른 장운! 네게 거는 기대가 크다. 혹시 수익을 증대시킬 묘책이 있느냐?”

마침내 날카로운 질문의 칼끝은 장운을 향했다.

그 모습에 앞서 큰 낭패를 보았던 장룡과 장건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막냇동생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마음속은 동일했다.

‘제까짓 놈이 무슨 수가 있겠어?’

이제 막 표두 자리에 오른 놈이 뭘 할 수 있겠냐는 심중이었겠지만 장운에게는 당연히 수가 있었다.

“표국의 이익 증대를 위해서는 시국을 읽어야 합니다. 그것도 본 표국에 도움이 되는 시국의 정보를 말이죠. 감숙성의 명문, 철기맹(鐵騎盟)이라는 문파에서 사파인 혈건방(血巾房)과 전면전을 앞두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청산유수(靑山流水)와 같은 말에 장룡, 장건의 안면은 형편없이 구겨진 반면 장천호를 비롯하여 여러 수뇌부들은 들뜬 반응을 보였다.

장운의 말이 맞든 아니든 이들은 젊은 세대의 안목과 시선을 보고 싶어서였다.

이에 장운은 유감없이 시국 읽는 능력을 발휘했다.

“그런데?”

“국주님도 아시겠지만 철기맹이란 곳은 오래전 군부(軍府)와 연이 있어 특이하게도 철기맹의 맹원들은 모두 긴 쇠로 만들어진 창과 더불어 말을 타는 마상무술(馬上武術)을 사용한다 들었습니다.”

장운의 말은 점입가경이었다.

점점 더 사람들을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물론 딴지를 거는 자도 있었다.

“지금 본 표국의 이익 증대를 논하는 자리에서 뜬금없이 철기맹 이야기는 왜 꺼내느냐?”

장룡이 날이 선 말을 했지만 장운은 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장천호를 똑바로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철기맹은 쇠창과 말을 군마(軍馬)로 꾸며 무장하는 집단입니다. 그런 거대한 집단이 사파의 혈건방과 전면전을 준비한다? 그럼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장운의 질문에 장천호는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치며 외쳤다.

“그렇군! 무기와 군마를 만들 마갑(馬甲)이 필요하겠구나.”

“바로 그겁니다. 철기맹은 완전 무장을 위해 지금부터 쇠창 수백 자루와 더불어 말에 입힐 마갑을 사들일 겁니다.”

장운의 의미심장한 말에 장천호와 다른 수뇌부들은 벌써부터 대박의 예감을 감지하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게 어쨌다는 거냐?”

상재에 비교적 어두운 아둔한 장룡이 또다시 물었다.

그러자 장운 대신 장건이 답변을 하였다.

“혀, 형님. 장운이에게는 만철야장 공야월 대협과 만철당의 장인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 소식을 필시 철기맹도 들었을 테고 사파와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으니 당연히 무기와 마갑을 장운 일행에게 의뢰하고 싶겠지요. 더군다나 표국이니 쇠창과 마갑을 모두 만들어 철기맹까지 배송하길 원할 겁니다.”

상재가 밝은 장건은 식은땀을 흘리는 중이었다.

그의 말은 정확했다.

실제로 철기맹은 두 달 전부터 전쟁을 일으킬 태동을 보였으며 그 시류를 읽은 장운이 공야월과 만철당에 말해 대량 생산을 준비하라고 일렀던 것이다.

“그래, 물건은 준비되었느냐?”

“네, 아직 정식 의뢰는 없었지만 올해 안에 반드시 만철야장 노야를 찾을 것이라 판단하여 만반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장운의 말은 사실이었다.

설령 철기맹이 찾지 않는다고 해도 그 만철당이 만든 창과 마갑은 수요가 대단하기에 걱정이 없었다.

정 안 되면 군부에 넘기면 되는 종류이기에 위험도는 매우 낮았다.

“아버님! 장운의 계획에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장룡은 상재에 어두운 대신 무인의 생리에 밝았다.

“철기맹이 무기와 마갑이 필요한 이유는 혈건방과 사생결단(死生決斷)을 하기 위함입니다. 그 말인즉 장운이 철기맹의 표행을 받아들인다는 건 혈건방과 적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욱이 혈건방이 어떤 곳입니까? 사파 연합인 사흑천에 속한 문파이지 않습니까?”

그의 말은 제법 타당했다.

혈건방은 말단이긴 하지만 사흑천에 정식으로 속한 사파 문파로 포악하고 잔인할뿐더러 원한을 잊지 않은 이들이었다.

그런데 황금표국 측에서 철기맹의 무기와 마갑을 이송한다?

당연히 눈에 불을 켜고 방해할 것이 뻔했다.

하나 곧 이어지는 장운의 말이 장룡의 모든 논리를 파괴하고 말았다.

“본래 무림에 나선다는 것은 누군가와 친해지고 누군가와 적이 되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섬서성 내부의 사파도 아니고 멀리 떨어진 감숙성의 사파가 무서워서 엄청난 이득이 예상되는 철기맹의 의뢰를 거절한다?”

장운은 씨익 웃었다.

그의 말은 장천호가 아니라 장룡을 향한 것이었다.

“그것이 무서우면 검을 꺾고 낙향(落鄕)하여 농기구를 드는 게 더 어울릴 겁니다.”

장운의 말은 신랄하여 장룡의 폐부를 파고들 정도였다.

부들부들!

장운의 예리한 말에 장룡은 아버지 앞이라 차마 뭐라 말하지 못하고 얼굴만 시뻘게진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장룡의 이런 반응과는 별개로 장천호는 장운의 말에 구미가 몹시도 당겼다.

그뿐만 아니라 수뇌부들 또한 완전히 감탄을 하고 있었다.

“국주님! 이건 기회입니다!”

“표행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말 그대로 대박을 치는 거지요.”

“철기맹에 쇠창과 마갑을 제작하여 표행까지 한다면 예상 이익은 자그마치…… 올해 상반기 모든 순이익의 세 배가 될 것입니다!”

다섯 명의 집사 중에서 무공이 매우 낮지만 대신 숫자 계산과 두뇌 회전이 빠른 둘째 집사 아정이 눈에 불을 켜고 말했다.

물론 위험도 따르는 표행이었다.

혈건방은 감숙성 일대에서 핏빛 두건을 쓴 채 악행을 저지르고 다니는 괴한들이기에 황금표국의 위명에 억눌리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장운아, 자신 있느냐?”

수뇌부들의 조언을 종합하며 깊은 고민에 빠진 장천호.

그는 자신의 막내아들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표두가 아닌 이름을 호명했다.

이것만 보아도 그가 장운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자신이 없었다면 공 노야와 만철당 장인분들께 미리 제작하라고 말도 안 했을 것이며…… 총회에서 들먹거려 아버님과 수뇌부님들의 마음을 헤집어 놓지도 않았을 겁니다.”

“으으음.”

장운은 여전히 고민하는 아버지에게 쐐기를 박았다.

“저는 자신 있습니다.”

그가 이토록 자신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철기맹이 혈건방에게 전쟁 선포를 할 때부터 나는 이 표행을 모두 그리고 있었다.’

심계가 깊고 기지를 발휘하는 장운이 공들여 꾸민 표행이었다.

그것도 최연소 표두가 된 후 처음으로 맡는 대형급 표행이다.

그러니 어찌 차질이 있을 수 있으랴?

결국 답은 정해져 있었다.

“철기맹 측으로부터 표행 의뢰가 오는 대로…… 이번 표행은 오로지 장운이에게 일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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