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52화
엄청난 공을 세우다(2)
그렇게 한차례 폭풍우와 같던 황금총회가 끝이 났다.
장천호와 수뇌부들은 마치 장운을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들처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다른 파벌의 고수들조차도 장운의 식견에 감탄을 하는 중이었다.
모두가 빠져나가고 다시 처음과 마찬가지로 장운과 장룡, 장건만 남은 상황.
“장운, 이런 비겁한 놈!”
“네놈만 실컷 잘난 척해서 좋겠구나.”
못난 두 사람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한마디를 하였으나 입심으로 장운을 이길 수 없었다.
“하아…… 형님들. 제발 철 좀 드십시오. 저를 견제하려는 그 쓸모없는 시간에 시국을 읽고 정세를 좀 살피는 게 나을 겁니다.”
장운은 더 이상 이들과 경쟁이 겁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장운은 전생에서 이미 닳고 닳은 무인이자 정점을 찍은 노련한 어른인 반면 이들은 아직 어렸으니 애송이로 보일 법했다.
“치사하게 만철야장과 만철당의 힘을 빌리다니.”
“맞아! 이건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고!”
또 한 번 이어지는 개소리에 장운은 웃지도 않은 채 일갈하였다.
“그럼 저는 외가가 없다시피 한데 형님들은 외가의 힘을 빌리는 것은 공정한 경쟁입니까?”
장운의 말은 실로 정확하여.
“…….”
“그, 그건…….”
두 사람을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들고 말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장운의 말이 맞았던 것이다.
자신들은 외가의 힘을 빌려 장운의 표두 선발전에 훼방을 놓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무슨 소리란 말인가?
“아무튼! 아직 철기맹 측으로부터 정식 의뢰가 들어오지 않았다.”
“속단은 금물이다.”
장룡과 장건은 아직도 희망을 버리지 못했지만 그것도 잠시뿐.
“아뢰옵니다! 철기맹 측으로부터 대형 표행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잠시 후 울려 퍼지는 정문 표사의 소리에 장운은 웃고 장룡과 장건을 울상을 짓고 말았다.
“암, 그렇고말고요. 속단은 금물이지요.”
장운은 이내 웃으며 그들을 지나쳐갔다.
‘이제 더 이상 내 경쟁자는 저 치들이 아니다.’
남은 것은 장천호와 수뇌부들에게 더욱더 인정을 받으며 세력을 불리는 것뿐.
오히려 이들이 사사건건 덤벼드는 것은 호재였다.
그러면 그럴수록 장운의 비범함만 돋보여 비교 대상이 되니 말이다.
* * *
마침내 들어온 철기맹의 표행 의뢰.
장운의 말은 정확했다.
모든 것이 장운이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쇠창과 마갑 의뢰는 물론이고 그것을 철기맹까지 안전하게 호송을 부탁했다고 합니다.”
전뢰창 감우량이 말했다.
추후, 황금총회의 내용에 대해 대략적으로 전해 들은 그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아직 약관이 되지 않은 나이에 이런 안목이라고?’
제법 노련한 표두인 자신조차 철기맹 건은 포착하지 못하던 차였다.
자신이 보지 못한 것을 장운은 무려 두 달 전에 보고는 미리 완벽한 준비까지 하였다.
“그렇군요. 아버님께서 이번 표행은 제게 일임한다고 하였으니 한번 논의를 해봅시다.”
철기맹 표행 때문에 장운 일행은 모두 금옥관에 모여 회의가 한창이었다.
“먼저 이번 표행은 총력전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표물의 양도 양이거니와 혈건방은 절대 무시 못 할 족속들입니다.”
노련한 쟁자수, 상수 노관이 의견을 제시했다.
이제 그는 금옥관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의 말을 따르면 손해 보는 것이 없다는 격언이 존재할 정도였다.
실제로 노관은 혈건방의 악행을 먼발치에서 지켜본 바 있다.
“그들은 한 번 노린 적은 죽을 때까지 추격하며 절대로 중재를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노관은 과거의 기억을 상기하며 말했다.
수틀리면 상단의 중재마저도 무시하고 피바람을 일으키는 무시무시한 자들인 것이다.
“저도 노관 상수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금옥관에 존재하는 모든 표두, 표사들이 다 나서야 합니다.”
감우량도 적극 동의를 하였다.
한데 문제점이 있었다.
표사는 반골 응운곤과 비옥수 천세은 등을 필두로 제법 많은 지원자와 인재들이 있었지만 표두가 문제였다.
쓸 만하고 믿을 만한 표두가 감우량과 장운, 단 두 사람뿐이었던 것이다.
“으흐음.”
감우량도 그 문제점을 알았던지 앓는 소리를 내었다.
‘이번 표행은 표두 두 명으로 부족하다.’
본리 간단한 표행은 표두가 하나고 소형 표행은 표두 한둘이 붙게 마련이다.
하나 대형 표행부터는 최소 표두 셋 이상이 필요했다.
특히 사흑천 휘하의 혈건방이 두 눈 시퍼렇게 지켜보고 있는 와중이니 방심은 금물이었다.
“그럼 어쩔 수 없이 다른 파벌로부터 쓸 만한 표두를 빌려올까요?”
감우량은 지난번 불문 표행 때와 마찬가지로 다른 쪽에서 인원을 빌려와야 되나 싶은 그때였다.
“아니, 괜찮습니다. 이번 표행의 표두는 저와 감 표두님, 단 두 명이 갑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장운은 놀라운 소리를 하였다.
“……?!”
“네에?!”
장운의 말에 응운곤과 천세은조차도 놀라서 그를 다시 보았다.
특히 장운의 깊은 심계와 지혜를 잘 알고 있었기에 이번 일은 너무나도 가벼이 얕보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장운 도련님. 우리 측 일급 표사의 무공 실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하나 절정 내지는 초일류 상급에 준하는 표두가 최소 셋이 있어야 합니다.”
장운의 말이라면 믿고 따르는 감우량조차 펄쩍 뛰며 다급하게 말했다.
장운을 제외하고 모두 놀란 가운데 그는 아무 걱정 없다는 듯이 말했다.
“고수의 숫자 문제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장운은 호언장담을 하였고 그 기세에 어쩔 수 없이 감우량과 다른 인물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기일은 쏜살같이 흘러 철기맹으로 향하는 장운 표두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 * *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장운은 철기맹으로 떠나기 전, 국주인 장천호와 수뇌부들에게 인사를 하고 마침내 먼 길을 떠났다.
이번 일은 황금표국 하반기 수익이 걸린 중대사이기에 장천호를 비롯하여 많은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장운 도련님께서…… 잘 해낼 수 있을까요?”
멀어져 가는 장운의 뒷모습을 보며 다정검 인천수가 물었다.
솔직히 말해 인천수는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철기맹의 의뢰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제안이지만…… 혈건방은 만만치 않다.’
혈건방은 숫자가 많지 않은 대신 소수 정예의 사파로 하나같이 뛰어난 일류 이상의 실력을 지녔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일류 이상 고수가 많은 장룡 파벌도 아닌, 숫자가 적은 장운 파벌이 나서자 걱정은 자연스레 따라오고 말았다.
“분명 쉽지 않을 테지. 어쩌면 장운은 큰 고난을 겪을지도 모르고.”
인천수는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는 반면 장천호는 덤덤하기만 했다.
누가 아버지이고 누가 남인지 모를 정도였다.
그 모습에 인천수가 어이가 없어 하려던 찰나!
“하지만…… 장운이는 반드시 해낼 것이오. 그 아이의 진정한 장점은 맡은 일을 실수 없이 완벽하게 처리한다는 것이니까.”
이례적으로 부정(父情)이 진하게 묻어나오는 말에 그제야 인천수는 깨달았다.
‘그렇구나. 국주님께서는 그 어느 누구보다 장운 도련님을 믿어 의심치 않는구나.’
자신은 몰랐는데 두 사람의 연대는 인천수의 예상보다 훨씬 더 끈끈하였고 단단하다는 사실을.
“중간중간에 의도치 않은 어려움을 맞이할 테지만 마지막에는 장운이 금의환향할 것이 뻔하지.”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 없다는 말이 있다.
모두가 다 아프고 귀한 손가락이지만 장천호는 더 마음이 가는 각별한 손가락을 발견하였다.
장천호의 심경 변화는 추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표국 사람들의 걱정과는 별개로 장운의 표행은 순조로웠다.
“자, 모두들 인사 나누지요. 이번 표행을 동행하게 된 만철야장 공야월 노야님의 수제자 동곽 장인님이십니다.”
장운은 황금표국을 떠나며 아직 낯선 얼굴 한 명을 소개했다.
그는 공야월의 수제자 중 한 명인 동곽으로 만철야장의 솜씨를 가장 잘 물려받았다고 알려진 삼인 중 하나였다.
“동곽이라고 합니다. 표행은 처음이니 잘 부탁드립니다.”
동곽은 사십 대 초반의 중년인이었는데 그리 크지 않은 키에 동글동글한 얼굴형을 지녀 나이에 맞지 않게 귀여운 편이었다.
더욱이 성격도 붙임성이 좋고 잘 웃어서 그가 낯선 이들로 하여금 호감을 불러일으켰다.
“여기 동곽 장인께서는 표행 중 표물이 멀쩡한지, 잘 있는지 전문가로서 점검 및 보수를 맡으실 겁니다.”
장운의 말에 이제야 일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벼운 밀어내기 표행도 아니고 장운 파벌의 운명이 걸린 표행에서 초보자를 왜 동행했나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
‘그렇구나. 습하고 추운 감숙성까지 향하려면 표물에 손상이 생길 수 있다.’
감우량은 납득하며 깨닫는 중이었다.
거기다 추후 마주치게 될 혈건방과 전면전까지 있으니 혈건방은 표물인 쇠창과 마갑을 어떻게든 빼앗고 손상시키고자 갖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만철야장의 수제자로 알려진 동곽이라면 능히 보수가 가능하였다.
“이제 소개도 끝났으니 곧바로 속도를 올리겠습니다.”
장운은 여느 때와 다르게 표행에 박차를 가했다.
‘이번 표행의 관건은 속도다.’
아마 지금쯤이면 혈건방 내부는 황금표국이 철기맹의 표행을 받아들였다는 소문이 파다해졌을 것이다.
그들이 무슨 수를 쓰기 전에 서둘러 철기맹으로 향하는 게 상책이었다.
그렇게 장운의 말을 받들어 모두가 다 속도를 올렸고 먼저 섬서성에서 남향하여 순조롭게 빠져나가는 길이었다.
‘아직 섬서의 땅인데 별일이 있겠어?’
모두 서두르는 가운데 별일 있겠냐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혈건방은 사람을 사냥하는 데 있어 탁월한 사냥꾼들이었다.
파밧, 파바바밧!
장운 일행이 섬서 끄트머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이, 저 멀리서 예리한 파공음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이에 장운과 감우량의 두 눈이 맞았고.
“침입자다!”
“누군가 활을 쐈다!”
두 사람은 너 나 할 것 없이 확신하며 소리를 쳤다.
아니나 다를까?
콰직!
저 멀리서 쏘아 올린 화살은 정확히 표물 위의 나무를 관통하며 서슬 퍼런 모습을 연출했다.
와아아아!
그와 동시에 머리에 핏빛 두건을 쓴 채 흡사 마적단의 모습을 한 자들이 장운 일행을 급습하였다.
“혈건방!”
그 독특한 모습을 보자마자 표국 사람들은 소리쳤다.
경악스럽게도 그들은 섬서성에서 황금표국을 치는 대범하고도 허를 찌르는 작전을 실행했던 것이다.
“모두 표물을 지켜라!”
“위치에 서서 대항해야 한다!”
장운과 감우량은 갑작스러운 기습에도 흔들리지 않은 채 병장기를 뽑아 든 채 혈건방을 향해 겨누었다.
“적의 숫자가 적지 않습니다. 괜찮을까요?”
감우량은 시작부터 이럴 줄은 몰랐던지 장운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고수의 숫자가 현저히 부족한데 괜찮겠냐는 말이었다.
이에 장운은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과거 사천성에 성격이 매우 거친 절정 고수가 하나 있었습니다. 성정이 불과 같아 어찌나 거칠었던지 사파 무림인으로 낙인찍히는 것을 간신히 면한 인물이었죠.”
지금 적의 기습이 쏟아지는 판국에 갑작스러운 이야기를 꺼내자 감우량은 당황하였지만 끊지 않고 경청했다.
장운의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걸 잘 알아서였다.
“평생을 험하게 살아 가슴이 뜨거운 그 절정 고수는 이십 대가 끝날 무렵 입은 거칠지만 마음은 따뜻한 천하제일의 대장장이를 만나 크나큰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그를 따라 불세출의 무기를 만들기로 다짐을 하고 거칠던 성격도, 모질었던 말투도 모두 고쳤다 합니다.”
장운이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가 바뀌기 전, 사천성의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광룡쌍장(狂龍雙掌) 동곽이라 부르며 몹시도 두려워했답니다.”
장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표물 근처에서 미친 듯한 광풍이 혈건방의 무뢰배들을 덮쳤다.
-광룡유희(狂龍遊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