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55화 (55/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55화

엄청난 공을 세우다(5)

“……!”

공동파의 장문인, 복마진검 진가후가 장운과 무언가 이야기한다 싶더니 이윽고 엄청난 선포를 하자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얼어버리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진가후가 누군가에게 이리도 큰 우대와 은혜를 베푼 적이 있던가?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장운을 보고 손자와 같다는 표현까지 했다.

이보다 친밀한 표현은 없었다.

“네, 네에?”

심지어 진가후를 그 누구보다 가까이서 모시던 절정의 실력자들, 공동삼검의 세 고수조차 놀라 얼이 빠진 상태였다.

하물며 황금표국의 이들은 어떻겠는가?

‘지, 지금 뭐라고 하셨지?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감우량은 지금 기절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갑자기 공동파, 그것도 장문인까지 나서서 정신이 없던 판국이었다.

거기에다 장운과 독대를 하겠다고 하여 무슨 사달이라도 일어나면 어쩌나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만약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진다면 장운 개인의 안위를 넘어 황금표국에도 큰 지장을 줄 수 있기에 제발 불상사는 없어야 한다고 빌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불상사는커녕 복이 굴러들어 오고 말았다.

“왜 아무 반응들이 없느냐?! 장운은 우리 공동파의 귀빈이자 명예 제자와 다름이 없다. 혹여 대하거나 대우하는 데 있어 부족함이 있다면 내가 직접 엄벌을 하도록 하겠다!”

본래는 밑의 사람들에게 관대한 진가후였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의 심복인 공동삼검은 물론이요, 공동파의 일대 제자들에게도 엄포를 하였다.

“왜 대답이 없지?”

급기야 진가후가 화가 나 무력시위를 하려는 찰나!

“존명!”

“존명!”

“장문인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공동파의 모든 이들이 부복을 하며 외쳤다.

명문 정파의 일원들답게 통일된 모습을 보이며 명을 따랐다.

물론 아직도 의혹의 시선이 존재했지만 대화를 듣지 못한 그들로선 영문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공동삼검 이들도 그저 막연하게 장운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구나 추측할 뿐이었다.

“지, 진 대협?!”

합의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소식에 장운조차도 크게 당황하여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리고 말았다.

[너무 놀라지 말게. 내 장 아우에게 빚진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 그에게 갚지 못하였으니 유일한 제자인 자네에게라도 갚고 싶은 마음뿐이네.]

검신에 대한 진가후의 마음은 무척이나 각별한 것이었다.

‘진즉 그를 도왔어야 했다.’

진가후는 후회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뛰어났지만 동시에 너무나 고고했기에 오히려 지탄을 받은 무림의 전설, 검신 장인랑.

진즉 나서서 그를 지지했어야 한다는 후회감이 그를 괴롭혔다.

변명을 하자면 한 문파의 장문인이라는 막중한 책임감 때문에 검신을 대놓고 도울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장운, 자네가 검신의 후예인 것은 이 복마진검의 목을 걸고 비밀을 지킬걸세. 아울러…… 혹시라도 장 아우의 실종과 관련하여 단서를 얻게 된다면 내게 연락을 해주게.]

후회는 한 번으로 족했다.

진가후는 검신을 잃은 뒤 그것을 깨달았다.

그런 와중 간신히 희망을 보았다.

그것은 검신의 제자라 주장하는 장운의 존재였다.

얼마나 기특하고 갸륵하고 또 지원해 주고 싶을까?

“나는 무공에 재능이 많고 용감한 아이를 좋아하지. 금령공자 장운이라고 그랬나? 계속 정진하시게. 결과는 알아서 따라올 테니.”

“감사합니다.”

장운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아닐세. 적어도 감숙성에서만큼은 자네를 건드릴 강심장은 없을 거네.”

진가후는 장운과 보다 더 많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발걸음을 돌렸다.

이 이상으로 더 관심을 주거나 혜택을 주었다간 오히려 사람들이 의문을 품을 것이 분명했다.

실제로 발걸음을 돌리자마자 공동삼검이 다가와 한목소리로 물었다.

“장문인,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러시는 겁니까?”

그들의 질문에 진가후는 씨익 웃으며 대답하였다.

“어쩌면…… 천하제일인이 될 수 있는 씨앗을 봤네. 그러니 무림의 선배로서 어찌 돕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이 말 또한 진심이었다.

* * *

“도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진가후와 공동파 무인들이 떠나가는 그 순간까지도 감우량과 일행은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감우량과 노관이 다가와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이에 장운이 답하길.

“오래전 공동파 장문인께서는 제 외조부와 건너 아는 사이였습니다. 두 분은 서로 관심사가 달랐지만 제법 각별한 사이였고……. 서신으로 인사를 드리니 제 됨됨이를 직접 보고 싶다 하셔서 오게 되었습니다.”

아주 계획적인 대답을 내어놓았다.

이는 진실과 거짓이 절묘하게 섞인 것으로, 실제 장운의 외가인 전통 있는 상단은 공동파와도 제법 연이 깊었다.

진가후와 장운의 외조부는 몇 번 친분을 교류한 적도 분명 있었다.

‘나는 차후 외가를 이용할 것이다. 외가를 조사하다가 그것을 우연히 발견하였지.’

장운은 항상 한 발짝 더 먼 미래를 보는 사람이다.

추후 외가와 관련된 계획을 짜기 위해 조사하던 중 자신의 외조부와 진가후가 과거 교류하던 것을 포착하고는 이 거짓말을 준비한 것이다.

“아, 그렇구나! 맞습니다. 저도 젊었던 시절 먼발치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요.”

거기에다 상수 노관의 증언까지 이어지니 더 해명할 거리도 없었다.

“진 대협께서는 오로지 검도(劍道)의 길만을 추구하셔서 혼인도 하지 않고 자식도 없다고 들었습니다. 나이가 점점 더 들어감에 따라 저를 손자같이 여겨서 찾아온 것 같군요.”

장운의 깔끔한 대답에 모든 의문을 해소한 일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감우량의 얼굴이 무척이나 밝아졌다.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공동파의 비호를 받았으니……. 앞으로 감숙성 일대에서 표행을 하는 건 어려움이 없어 보입니다.”

이는 표국 일을 하는 이들에게 있어 엄청난 이득이나 마찬가지였다.

감숙성의 절대 패자인 공동파를 건드릴 수 있는 문파는 적어도 감숙성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말인즉 혈건방은 물론이고 다른 사파들도 건드리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였다.

“일이 너무나도 잘 풀렸네요.”

기뻐하는 것은 장운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진 형이 나를 이리도 아끼고 위해 줄 줄은 몰랐다.’

특히 모두가 보는 앞에서 손자나 다름없는 아이라 공언했을 때는 어찌나 놀랬던지.

그러나 아직 축포를 터뜨리기는 너무 일렀다.

“자, 자. 재정비를 하여 전열을 가다듬겠습니다. 서둘러 철기맹으로 이동하도록 하죠.”

공동파의 비호와 더불어 혈건방의 위협에서 자유로워졌다고 하나 표행 운송 시간은 그 어떤 누구라고 해도 보장해 주지 않는 법이다.

현재 예상보다 지체가 되었으니 서둘러야 했다.

“넵!”

장운의 말에 모두 신이 난 상태로 표물을 이동하였고, 일행이 감숙성 내부까지 진입하여 철기맹에 도착하는 사이 감히 그들을 건드리는 간 큰 작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특히나 혈건방은 철기맹과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그들의 거처 근처에서 크게 진을 치고 있었는데.

“구면이군요. 지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장운은 익숙한 얼굴을 발견하고는 씨익 웃었다.

그는 바로 혈건방의 방주인 혈건염라 나진곤이었다.

나진곤은 그러지 않아도 피에 미친 작자이자 성격이 대단하였는데 하룻강아지 같은 장운이 웃으니 미쳐 버릴 지경이었다.

‘저놈을 그냥 콱 죽여 버릴까?’

오죽하면 이런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러나 그 생각을 차마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지금 철기맹과의 전면전만 생각해도 정신이 아득할 지경이었다.

그런데 공동파의 비호를 받고 있는 장운을 건드린다?

만약 그를 이 자리에서 건드렸다간 공동파의 무인들이 출격할 것은 물론이요, 옆에서 자신들을 벼르고 있는 철기맹에서도 뛰쳐나올 게 분명했다.

철기맹은 공동파의 기준에 철저히 따르는 자들이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그 어린놈이 운이 좋더구나. 하지만 언제까지 운이 따른다고 생각하지? 그렇게 고개 빳빳하게 들고 다니다가 모가지가 꺾일 날이 올 것이다.”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나진곤은 이를 갈면서 장운에게 충고랍시고 말을 걸었다.

나진곤은 내심 장운이 화를 내며 먼저 덤비길 원했다.

제아무리 진가후가 비호를 하고 있다고 하나 먼저 검을 뽑고 살초를 휘두른다면 명분은 충분하니 두려울 게 없었던 것이다.

“충고 고맙소이다. 나 형께서도 매일매일 선행을 베풀고 선심(善心)을 품는다면 저처럼 대운(大運)이 찾아들 것이니 너무 부러워하지 마시지요.”

물론 장운은 이 어설픈 도발에 걸려들지 않았다.

도리어 노련한 말솜씨로 그를 차분하게 요리하고는 그대로 철기맹 방향을 향해 말머리를 틀었다.

“저, 저, 저 육시럴 놈을 봤나!”

장운의 호쾌한 말에 나진곤은 다시 한번 뒷목을 잡고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 * *

“맹주님! 황금표국의 깃발이 보입니다!”

수하의 말에 철기맹을 이끄는 맹주, 흑철전창(黑鐵戰槍) 궁기월은 반색을 하며 소리쳤다.

“오오, 드디어 왔는가?”

그는 들뜬 기분을 좀처럼 주체할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 궁기월은 금령공자 장운을 높이 평가하기보다 만철야장과 만철당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혈건방 이 사악한 무리가 먼저 기습을 가하고 총력전을 펼쳤을 때 얼마나 놀랐던지.’

아직 경험이 일천한 장운 일행이 꼼짝없이 당해 모든 무기와 마갑을 다 빼앗기는 줄로 알고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레 혈건방과 명운을 건 대결에서 패배하게 될 테고 노심초사 걱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비록 비싼 값을 들였다고 하나 혈건방을 소탕하고 이 근방을 모두 차지하게 된다면 수년 내로 적자를 갚을 수 있을 터.

“어서 마중 나가지.”

그렇게 궁기월은 단숨에 달려가 장운 일행을 맞이했다.

아니나 다를까?

장운 일행은 의뢰한 모든 물건을 완벽하고 안전하게 운송을 하였으며, 특히 만철당에서 직접 만든 쇠창과 마갑은 완성도가 어마어마할 지경이었다.

“하! 하하핫! 이거…… 소문은 들었지만 엄청나군요.”

오죽했으면 궁기월은 장운에게 감사 인사조차 하는 것을 잊은 채 만철당에서 만든 물건에 눈이 돌아간 상태였다.

“아닙니다. 본 황금표국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지요.”

장운은 정중하게 대답하고는 재차 영업을 하였다.

“혹시라도 무기나 마갑, 기타 물품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황금표국에서 저, 금령공자 장운을 찾아주십시오.”

장운이 표두로서, 파벌의 대표로서 본격적으로 날아오르는 것은 바로 지금부터였다.

이번 일로 궁기월은 장운과 만철당에 대한 칭찬과 소문을 엄청나게 하고, 무엇보다 철기맹은 일 년에 두 번 이상 장운을 지목하여 표행 의뢰를 맡기게 되는 단골 중의 단골이 되고 만다.

“아차! 내 정신 좀 봐. 하나 잊은 게 있군요.”

장운은 돌연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무릎을 탁 내려쳤다.

“네? 표물은 모두 인계받았는데…….”

장운의 갑작스러운 말에 궁기월과 철기맹의 간부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을 그때였다.

“아무래도 첫 거래인 만큼 제가 소소한 선물 하나를 준비했습니다. 부디 마음에 들었으면 합니다.”

장운이 웃으면서 표물 뒤편에 함께 데리고 온 누군가를 내보였다.

그는 바로 혈건방의 고수이자 철기맹의 맹원을 도륙하기로 유명한 사나이인 잔악혈견 장기태였다.

“아, 안 돼! 안 돼, 살려줘!”

장운이 장기태를 산 채로 넘기려 하자 그는 미친 듯이 발버둥 쳤지만 혈도가 제압당한 상태라 도리가 없었다.

장운은 그를 철기맹에 넘기면서 귓속말을 하였다.

“감숙성에 들어오기 전, 네가 먼저 죽을지 내가 먼저 죽을지 내기하자고 했지? 아무래도…… 내가 이긴 것 같군.”

실제로 장기태를 바라보는 궁기월과 철기맹의 고수들은 잔인한 살기를 띠며 웃고 있었다.

저자에게 목숨을 잃은 형제들만 해도 수십이 넘었다.

“아마 지옥보다 더 고통스러울걸?”

장운은 장기태를 철기맹에 던져놓고는 표행을 마무리 지었다.

말 그대로 장운의 완벽한 승리이자 표두로서 완벽한 표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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