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56화
두 발로 딛고 서다(1)
한편 장운의 귀환만을 오매불망(寤寐不忘) 기다리고 있던 황금표국과 장천호 국주.
장운의 활약 소식은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중이었다.
-장운 도련님께서 혈건방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완벽하게 막아냈다고 합니다!
처음 행도부터 시작하여.
-국주님, 놀라지 마십시오! 장운 도련님 일행이 혈건방에 의해 포위되었다는 소식입니다.
한때는 그 소식에 엄청나게 놀랐지만 장천호는 절대로 흔들리지 않았다.
그 결과!
-장운 도련님께서 공동파의 장문인이신 복마진검 진가후 대협으로부터 큰 인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공동파의 비호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마치 손자처럼 여기라고 제자들에게 공언하였다 합니다.
이윽고 전해져 온 긴급 서신에 기쁨의 쾌재를 불렀다.
“과연 장운이다, 장운이야!”
오죽했으면 감정 표현을 자제하는 장천호조차 주먹을 불끈 쥐고 그렇게 외칠 정도였다.
종전에는 장운이 안전하게 철기맹 표물 운송을 완료했다는 소식을 접했고 오래지 않아 장운은 또 한 번 금의환향을 하였다.
“와아아아아!”
“금령공자 장운 소협!”
“이번 표행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지?”
“암, 그리고 내년 치 의뢰까지 한꺼번에 계약을 했다더군.”
이미 황금표국에는 장운 소식으로 인해 광풍이 불어닥칠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장운이 표두로서 처음 나간 표행에 어마어마한 공을 세웠다.
그 공은 장건이 노력해도 십 분의 일조차 해낼 수 없으며 장룡도 마찬가지였다.
더 놀라운 것은 장운은 철기맹으로부터 이 모든 결과의 금자를 받아왔다는 점이었다.
본래 대부분의 거래는 빚을 지거나 차일피일 대금을 미루게 마련인데 장운은 오로지 선금만을 받았다.
“표두 장운! 안전하게 표행을 마치고 본관으로 귀환하였습니다!”
장운은 자신부터 말단 쟁자수까지 그 누구도 다치는 일 없이 안전하게 귀환을 하였다.
어디 그뿐인가?
나갈 때는 쇠창과 마갑을 잔뜩 실었던 말과 마차가 돌아올 때는 금자를 산처럼 실은 채였다.
이건 진짜 말 그대로 금의환향, 아니, 금자환향이나 마찬가지였다.
“오오, 왔느냐!”
그 금자의 양은 자그마치 황금표국 한 해 전체 예산과 맞먹을 정도여서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다.
이 고무적인 결과에 장천호는 연신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심지어는 격의 없이 장운을 대하며 그를 안아주기까지 했다.
“수고 많았다. 정말 고생이 많았어.”
장천호는 그 어느 때보다 진심이었다.
그는 자신의 아들을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아비로서 걱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언제나 그렇듯 훌륭히 표행을 완수하는 모습을 보니 어찌나 기쁘던지.
“아닙니다. 표두로서 첫발을 내딛는 저에게 이런 대형 표행을 맡기는 것이 불안하셨을 텐데…… 믿고 맡겨주셨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장운은 정중히 포권을 하였다.
그 역시 장천호가 점점 마음의 문을 여는 게 느껴졌다.
장운이 보더라도 자신을 바라볼 때와 장룡, 장건을 바라볼 때의 차이가 명확했던 것이다.
“너는 정녕 엄청난 공을 세웠어. 본 표국의 전체 매출이 수직 상승한 것은 물론, 내년의 순익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란다.”
실제로 철기맹은 물론이고 다른 문파들 역시 앞다투며 장운을 찾고 있는 실정이었다.
금령공자 장운의 명성이 섬서성을 넘어 전 중원으로 퍼지는 첫 번째 순간이었으며 단 한 번의 표행으로 표두로서의 실력을 만천하에 증명하였다.
“엄청난 공을 세운 만큼 신상필벌을 위해 총회를 열 필요도 없다. 혹시 내게 원하는 것이나 갖고 싶은 것이 있느냐?”
장천호의 이례적인 말에 장룡과 장건, 수뇌부들의 시선이 모였지만 그것을 막을 명분이 없었다.
황금표국이 이처럼 엄청난 수익과 더불어 전성기를 맞이했던 적이 있던가?
그런 만큼 보상으로 후계 자리를 달라고 해도 별 불만을 제기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장운의 부탁은 그런 시시한 것이 아니었다.
‘후계 자리를 달라고 하는 것은 이런 절호의 기회를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황금표국의 후계 자리는 장룡, 장건이 아니라 당연히 자신이 될 것임을 확신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런 큰 공을 세운 상으로 부탁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어차피 실력으로 쟁취하지 않으면 잡음도 많을 테고 장룡과 장건도 인정하지 않을 테니 그건 어리석은 일이었다.
장운은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저는 황금음양과(黃金陰陽菓)를 원합니다.”
장운의 그 한마디는 그러지 않아도 혼란스러운 황금표국을 초토화시키고 말았다.
황금음양과!
그것이 어떤 물건이던가?
장운이 보유한 금룡린갑과 마찬가지로 황금표국 삼대 보물 중 하나로, 그것을 온전히 취할 수만 있다면 내공과 무공의 경지가 단번에 상승한다는 실로 어마어마한 영약이었다.
하지만 그 황금음양과가 아직도 건재하며 그 누구도 취하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화, 황금음양과 말이냐? 설마 그걸 직접 취할 생각은 아니겠지? 그건 혼자서 취했다간 미쳐 버리거나 폐인이 되고 마는 실로 위험한 영약이란다.”
장천호는 혹시라도 모를까 봐 설명을 덧붙였다.
그의 말은 정확했다.
황금음양과는 그 누구라고 해도, 설령 천하제일인이라고 해도 혼자 완전히 취할 수 없으며, 음과 양, 대립되는 두 가지 기운에 혈맥과 심맥이 터져 사망하고 만다.
즉, 너무나 달콤한 효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어느 누구도 소화할 수가 없기에 그림의 떡이라고 불리는 물건이었다.
“그것을 취하는 대가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장운은 아비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전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두 눈을 반짝이며 이번 표행과 마찬가지로 완벽하게 이겨낼 자신이 있었다.
“으으음, 아무래도 그건 우리 가문 삼대 보물인 만큼 두 형의 의견이 필요하겠구나.”
장천호는 장운을 믿긴 하지만 깊은 고민에 빠진 채 장룡과 장건을 바라보았다.
“흠…… 아버님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명이 길고 짧은 것은 다 제 소관이지요. 저도 상관없습니다.”
두 사람은 오히려 입이 귀에 걸리는 것을 참으며 괜찮다고 하였다.
그들의 심중은 이러했다.
‘그 영약은 아무리 장운이라고 해도 소화하지 못한다.’
‘맞아, 여태껏 많은 이들이 그것을 취했다가 죽거나 폐인이 되곤 했다.’
실제로 황금음양과에는 죽음을 부르는 과실이라는 별명이 따로 존재할 정도였다.
더 소름 끼치는 것은, 황금음양과는 제대로 취하지 못하면 어느 시일이 흐른 뒤 다시 탐스러운 황금빛 과실의 모습을 되찾는다는 점이었다.
이 황금음양과가 아직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이유 중 하나였다.
“정말로 자신이 있느냐? 설령…… 네가 그것을 여인과 함께 취해 중화시켜 볼 요량이라면 그 방법은 여러 차례 실패하였다고 알려주고 싶구나.”
장천호는 장운을 나름 잘 알고 있었다.
장운이 천세은의 치료를 도우며 상생한다는 것 또한 이 표국 내부에서 거의 유일하게 알아차린 장본인 중 한 명이었다.
따라서 장운이 황금음양과의 기운을 천세은과 함께 나눠 양의 기운은 사내인 장운이 취하고, 음의 기운은 여인인 천세은이 취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 관망했다.
“제게 다 방법이 있습니다. 설령…… 그것을 취하는 데 실패하여 제가 폐인이 되거나 목숨을 잃는다고 해도, 절대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이렇게까지 말하면 어쩔 수 없었다.
더군다나 엄청난 공을 세웠으니 명분은 충분했다.
“알았다. 그럼…… 황금음양과를 네게 주도록 하마.”
* * *
그렇게 장운은 만장일치로 황금음양과를 얻었고 금룡린갑에 이어 황금표국 삼대 보물 중 두 가지를 취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하나 그런 공적과는 별개로 많은 사람들은 장운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었다.
여태껏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으며 폐인을 만든 황금음양과.
그 악명의 전설에 장운이 추가될까 봐 겁을 먹었던 것이다.
그러나 장운은 다 방법이 있었다.
“부르셨나요?”
지난 표행의 여독이 모두 풀린 늦은 밤, 장운은 자신의 방에서 한 여인과 재회하였다.
그녀는 당연히 비옥수 천세은이었다.
천세은은 갑작스러운 부름에도 불구하고 그리 놀라지 않은 눈치였다.
어차피 거의 매일 밤 추궁과혈을 하고 있었기에 어색하지 않았다.
“네, 혹시 예측하셨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천 표사님과 함께 이 황금음양과를 취할 겁니다.”
장운은 그렇게 말하며 품 안에서 커다란 목함 하나를 꺼내 들었다.
딸깍!
그리고 그 목함을 열어젖히자 영약 특유의 알싸한 냄새와 더불어 극독 특유의 매캐하고 비릿하며 코를 쏘는 냄새가 퍼졌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영약과 극독이 하나로 뭉쳤다고 평가절하를 하곤 했다.
그 기묘한 냄새와는 별개로 모습은 황금음양과라는 이름에 걸맞게 황금 덩어리를 깎아 만든 것처럼 영롱하였다.
“네, 네에? 저와 함께요?”
장운의 말에 천세은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과 여가 함께 황금음양과를 취하는 방법은 이미 실패로 검증이 된 방법이라고 장천호가 말하지 않았던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장운은 놀라는 그녀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아버님의 말씀대로 확실히 평범한 무공을 익힌 남과 여라면 감히 이 황금음양과를 소화해 내지 못할 겁니다. 이 황금음양과를 소화하려면 남자는 그 어느 성질이라도 온전히 소화할 수 있는 최상승의 내공을 익혀야만 하고, 여자는 차갑고 냉기가 흐르는 극음의 내공심법을 익혀야 하지요.”
장운의 계획은 바로 이것이었다.
일단 장운이 익힌 천허심법이라면 능히 황금음양과의 뜨거운 양의 기운을 소화할 자신이 있다.
문제는 여인 측, 즉 천세은이 극음의 내공심법을 익혀야만 했는데 그건 별다른 고민거리가 되지 않았다.
“제가 알기로 천수관음 나화연 선배님의 절기는 호접개화천수공과 더불어 음천귀독공(陰千鬼毒功)이라는 내공심법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 심법은 북해빙궁의 내공심법과 함께 천하에서 극음지기를 소유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장운의 말에 천세은은 놀라며 감탄하고 말았다.
“그렇군요. 매우 좋은 방법이에요. 하지만…… 아무래도 제 성취가 부족해서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문제나 변수는 아직도 남아 있었다.
그것은 아직 천세은의 음천귀독공 성취가 미미하여 어쩌면 황금음양과의 기운에 질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모든 일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비도 해놓았답니다. 추궁과혈을 하는 것처럼 제가 먼저 황금음양과를 취해 양의 기운을 녹여 천 표사님을 도우면…… 고비를 넘기지 않을까요?”
“으음.”
“만약 우리가 이 황금음양과를 취하는 데 성공한다면 저와 천 표사님 둘 다 절정의 경지에 도달할 것이며 환골탈태도 같이하게 될 겁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저는 왼쪽 발의 장애를 극복하게 될 것이고, 천 표사님도 화상은 물론 새로 태어난 것처럼 하얀 피부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성공만 한다면 모든 것이 만사형통(萬事亨通)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오직 천세은의 선택뿐이었다.
‘만약 내 원래 얼굴을 되찾게 된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혹시 장운 소협과 잘될 수 있지 않을까?’
천세은은 자신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하고 말았다.
장운과 일련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연정이 싹트고 있었다.
한창때인 청춘남녀가 추궁과혈을 오랜 기간 하고 있었으니 없던 정분도 날 판이었다.
천세은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부족하지만…… 한번 해보겠어요!”
천세은의 흔쾌한 대답에 장운은 환하게 웃으며 마침내 황금음양과를 꺼내 들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마침내 황금음양과를 취하겠다 결심을 내린 장운.
과연 그는 천애의 형벌과 같았던 저는 다리를 고치고 환골탈태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