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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58화 (58/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58화

두 발로 딛고 서다(3)

솨아아아아!

장운이 도움을 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천세은의 전신에서도 눈부신 후광이 발산되었다.

바로 직전에 장운이 보여주었던 광원에 비하면 매우 적고 미미했지만 그래도 천세은에게 있어 이것은 장족의 발전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윽고 이어지는 환골탈태의 세례!

천세은의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고 전신에는 검은색의 탁한 기운과 노폐물들이 흘렀다.

그리고 피부가 다시 돋아나기 시작하였는데…….

“엇!”

장운은 목부터 얼굴까지 본래의 새하얀 피부로 천천히 재생되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그도 그럴 것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예뻤던 것이다!

‘본래 미색이 아름다울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건 예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섬서 제일의 미녀라는 화산지화(華山之花) 예진설조차 그녀 앞에 서면 그 빛을 잃을 것이다.

이는 본래의 미모가 아름다워서 그런 것도 있지만 환골탈태를 하여서 상승 효과를 얻은 탓도 있었다.

새하얀 피부에 윤기가 흐르다 못해 번쩍이는 검은색 긴 머리.

거기에 새빨간 입술과 청순하면서 동시에 그윽한 눈빛을 지녀 가히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 부를 만했다.

오죽했으면 장운이 화들짝 놀랐을까?

주르륵!

더 놀라운 것은 천세은의 반응이었다.

그녀는 눈을 뜨기도 전에 이미 울고 있었다.

처음에는 갑작스러운 현상에 공포감도 느끼고 당황하였지만 장운이 있기에 안심이 되었다.

그러다 피부가 다시 재생되고 본래의 빛을 되찾은 것을 감지하자 곧바로 눈물부터 흘렀다.

이 얼마나 바라고 바라던 순간이던가?

“울지 마십시오, 천 표사님. 이렇게 기쁜 날에 왜 우는 것입니까?”

장운은 씨익 웃으며 그녀를 다독였다.

그의 말마따나 오늘처럼 좋은 날이 또 있을까?

장운과 더불어 천세은도 간신히 절정의 영역에 들어섰으며 내공은 장운보다 한 단계 떨어졌지만 이건 어마어마한 기연이었다.

초특급 영약 두 번을 먹은 것에 상회할 정도로 말이다.

“으흐흐흑! 어떻게, 어떻게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천세은이 눈물을 흘린 까닭은 본래의 미모를 되찾아 기쁘기도 하거니와 장운의 도움에 너무 미안해서 그런 것이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장운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 도움을 주었으니 감격할 법도 했다.

급기야는.

스으윽!

천세은은 그대로 장운에게 절을 하기까지 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이었다.

“왜, 왜 이러십니까?!”

갑자기 본연의 얼굴을 되찾고 기뻐하기는커녕 울다가 절을 하는 모습에 장운은 기겁을 하며 펄쩍 뛰고 말았다.

“이게 모두 장 가가의 은공입니다.”

심지어 장운을 도련님이나 소협으로 부르지 않고 가가(哥哥)라고 불렀다.

이는 여인이 매우 친밀하고 가까운 남자에게 부르는 호칭으로 현 천세은의 심리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었다.

어쨌든 그 호칭에 장운의 얼굴이 살짝 빨개지고 말았다.

“덕분에 얼굴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었고 무공도 높아졌어요.”

천세은은 진심으로 장운에게 감복하였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연정은 물론 존경하여, 설령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영원히 옆에 있을 것이라 다짐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약속하겠어요. 저, 천세은은…… 평생 장 가가 옆에 있을 것이며 장 가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천세은은 두 눈을 감았다.

예전에는 두 눈을 감으면 얼굴을 이렇게 만든 악적만이 떠오를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눈을 감으면 장운의 얼굴이 보였다.

‘그렇다고 복수를 포기한 것은 아니에요, 사부님.’

천세은도 절정의 영역에 도달하였지만 상대는 너무나도 고강한 인물이었다.

그 원수를 꺾기 위해서는 적어도 초절정의 경지에 도달해야만 했다.

“그렇게까지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천세은의 말에 장운은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이렇게 기쁨을 전생에는 알지 못했다.

그리고 천세은은 절정의 고수가 되어 영원히 자신의 옆에 있을 것이며 세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 뻔했다.

“천 표사님의 고마운 마음에 부끄럽지 않은…… 그런 사람이 되겠습니다.”

장운과 천세은의 견고한 연대는 이제 그 서막을 올렸을 뿐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이전보다 훨씬 가까운 사이가 되었고.

어느새 밤은 사라져 새벽이 찾아왔다.

스윽, 스으윽!

그때, 해가 점점 떠오르는 것을 느낀 천세은이 평소 얼굴을 가리던 천을 들어 다시 얼굴을 가리는 게 아닌가?

“어엇? 어째서 얼굴을 가리시나요? 너무나…… 아름다운데 말입니다.”

장운은 태양처럼 화사한 그녀의 아리따운 얼굴이 가려지자 아쉬워하며 말했다.

화끈!

장운의 말에 그를 좋아하고 있는 천세은은 기쁘면서도 쑥스러워 얼굴을 붉혔다.

“지금은 가리는 게 더 편해서요. 그리고…… 복수를 위해서라도 가려야 할 것 같아요.”

장운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라도 그녀를 알아보거나 찝쩍거릴 인물들이 있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아직 낯설어서 그럴지도 모르니 말이다.

장운 또한 마음이 깊은 것이 천세은에게 구태여 복수의 사연을 묻지 않았다.

‘추후 그녀가 자연스레 알려줄 것이다.’

그럼 그때 사연을 듣고 천세은을 도와주면 되는 일이다.

천세은은 혹시라도 이 기쁜 날 초를 치는 게 아닌가 싶어 복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 이야기만 나오면 웃다가도 울게 되니 훗날을 기약했다.

“아! 그리고 장운 소협도 너무나 멋져지셨어요. 아니, 원래 멋있었지만…….”

천세은은 계속해서 장운에게 칭찬을 듣자 장운의 변화를 언급하였다.

그녀가 본래의 미모를 회복하다 못해 훨씬 나은 모습을 보였듯 장운도 마찬가지였다.

환골탈태를 하여 이전의 투박한 상처나 흉터들은 사라졌고 좀 더 보기 좋은 미형으로 변했던 것이다.

“그런가요?”

장운은 여유 있는 모습으로 웃었다.

이제 다리도 고치고 무공을 익히기 최적의 상태가 된 장운.

천하제일검 검신의 기억과 경험에 최적의 육체를 얻었다.

이제 훨훨 날아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다.

더 이상 무엇이 두려우랴?

* * *

장운은 천세은과 함께 뜬 눈으로 아침을 맞았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환골탈태 때문일까, 아니면 절정의 영역에 접어들어서일까?

장운은 곧바로 본관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때마침 오늘 가족 모임이 있었다.

아버지인 장천호와 두 형은 물론이고 두 형의 어머니, 즉 대모(大母)라 불리며 황금표국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도 모이는 자리였다.

“늦었구나.”

장운이 본관의 문을 열자마자 들어가기도 전에 장룡과 장건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러지 않아도 요즘 장운이 잘나가서 배가 아프던 차였는데 헐뜯기 좋은 구실이 생겼다.

장운을 힐난하는 것은 두 형만이 아니었다.

“수년 동안 가족 모임에 오지 않던 애가 어쩐 일로 왔는지 모르겠구나.”

황금표국의 대공자, 과묵공자 장룡의 어미인 천풍검녀(天風劍女) 조소윤이 말했다.

여인답지 않게 커다란 키에 예리한 예기를 소유한 그녀는 섬서 풍검문의 여식이자 초일류 고수였기에 아직도 젊어 보였다.

그녀는 사십 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였지만 여전히 아름다웠고 겉으로 보면 삼십 대로 보일 정도로 동안이었다.

하나 아름다운 꽃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법.

그녀는 요즘 들어 눈엣가시인 장운을 신랄하게 비난하였다.

“맞아요, 형님. 게다가…… 지난번에는 감히 황금음양과를 달라고 했다면서요? 그 귀한 신물을 제대로 쓰지도 못하면서 잘나간다고 거들먹거리기 위해 그런 게 아니겠어요?”

옆에서 말하는 것은 두 번째 대모이자 장건의 어미인 서유화였다.

그녀 역시 부유한 만광전장의 핏줄답게 무척이나 아름다웠으며, 다소 선이 굵고 여장부인 조소윤과 달리 키가 작고 뼈대가 얇아 보였다.

‘아무리 배가 다르다고 하나 나도 자식이거늘…….’

장운은 두 대모에게서 쏟아지는 눈치에 애써 탄식을 참고는 먼저 장천호에게 정중히 포권을 하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버님.”

반면 장운을 바라보는 장천호의 눈빛에는 화사한 춘풍이 불었으며 꿀이 뚝뚝 떨어질 지경이었다.

최근에 계속 크나큰 공을 세운 데다가 특히 며칠 전에는 황금표국 매출의 역사를 다시 쓸 정도였다.

그러니 어찌 예뻐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아니다. 어째서 늦었느냐?”

아버지의 질문에 장운은 솔직하게 대답하였다.

“어제 늦게까지 황금음양과를 취하여 전신에 녹이느라…… 불과 반 시진 전까지 사투를 벌였습니다.”

장운의 말에 장천호는 물론이고 장내는 완전히 뒤집히고 말았다.

“……!!”

“뭐?”

“뭐라고 그랬니?”

특히 황금음양과 건으로 눈치를 주었던 두 대모는 놀라다 못해 넋이 나간 얼굴들이었다.

피식!

장룡과 장건은 비웃음을 아끼지 않았다.

장운이 거짓말을 하였다고 믿는 것이다.

쉽사리 믿기 어려운 것은 장천호도 마찬가지였다.

“그게, 그게 정말이더냐?”

“그렇습니다.”

반면 장운은 여전히 태연하기만 했다.

특유의 여유와 무덤덤한 모습만 보였다.

“국주님! 보나 마나 거짓이 틀림없어요!”

“심보 좀 보게. 저러니 다리가 고쳐지지 않지!”

두 대모, 서유화와 조소윤은 급기야 선 넘는 말을 하며 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허! 조용들 하시오!”

그 말을 들은 장천호가 인상을 찌푸리며 경고를 주었다.

평소 두 여인에게조차 엄격하게 대했기에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기가 드센 조소윤조차 뭐라 항거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섰으며, 서유화도 기가 죽어 입을 다물었다.

“황금음양과를 취했다는 증거를 보여줄 수 있겠느냐?”

장천호의 말에 장운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여태껏 해온 것처럼 직접 보여주어 증명했을 뿐.

저벅저벅!

장운은 장천호와 가족들이 있는 공간을 향해 거침없이 걸어갔다.

이전에는 문을 열자마자 비난이 쏟아져서 장운이 어떻게 걸어왔는지 몰랐던 그들이었으나.

“허억, 헉!”

“마, 말도 안 돼!”

“뛰어난 명의가 와도 고치지 못했던 저 발이 왜…….”

거침없이 걸어가는 장운의 모습을 본 순간 일동 경악하고 말았다.

놀라운 반응을 보이는 것은 장천호도 마찬가지였다.

“달라진 기도, 비범해진 눈빛, 나조차 가늠하기 힘든 내공까지! 그렇구나, 운아. 너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뛰어난 고수인 장천호는 아들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말았다.

장운이 단상 아래에 있어서 몰랐는데, 가까이 걸어오니 한눈에 그 변화가 보였던 것이다.

“그렇습니다. 하늘의 기연이 닿아 운이 좋게 황금음양과를 취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장운은 평생 자신을 괴롭혔던, 자신을 나락으로 잡아 끌어내렸던 왼쪽 다리를 가리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불구였던 제 왼쪽 다리도 완벽하게 치료되었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또 한 번 경악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주륵, 주르륵!

성격이 진중하고 엄격하여 세 아들을 따스하게 안아주지도, 사랑한다고 말한 적도 없던 철(鐵)의 인물이 바로 이 금령검객 장천호였다.

그런 그가 놀랍게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것도 양 뺨 가득히!

“국주님!”

“아버지!”

두 대모와 형들조차 난생처음 보는 장천호의 눈물에 어찌할 바를 몰라 소리만 지를 뿐이었다.

장천호가 이렇게 격정적으로 마음의 동요를 일으킨 적이 있었나?

실제로 장천호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이후, 단 한 번도 운 적이 없었다.

“아버지. 저는 이제 세상을 두 발로 온전히 걸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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