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62화 (62/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62화

화산파의 의뢰(4)

장천호와 수뇌부들은 그 말을 듣자마자 일제히 경악하고 말았다.

도대체 그 사실을 어떻게 안 것인가?

‘설마 화산파의 농간인 것인가?’

장천호와 장운은 심지어 이런 생각까지 하였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화산파의 장문인인 예정천은 결코 바보가 아니다.

계약서를 쓰고 진품 비급서를 표물로 맡겼으니 어리석은 짓을 할 자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된 것일까?

장천호가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장운이 말했다.

“아마 비급서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 연관이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장운의 말에 장천호와 아정이 놀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설명이 가능하였다.

“오, 대단한 통찰력이야. 그래, 어차피 오늘 다 뒈질 놈들이니 알고나 죽으라고.”

명룡산채의 주인, 명룡부왕 지건악은 정곡이 찔렸음에도 불구하고 당황하지 않았다.

도리어 너무나도 여유로운 모습으로 산채 내부의 누군가에게 손짓했다.

“모습을 드러내시지요, 하오문주님.”

놀랍게도 지건악이 호명하는 인물은 하오문(下汚門)을 이끄는 하오문주 천악귀오(天惡鬼烏) 엽공천이었다.

하오문은 사흑천에 소속된 사파의 문파로서 사파의 정보망을 담당하고 있었다.

정파에 개방이 있다면 사파에는 하오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리고 하오문에서 유명한 것이 또 하나 더 있었다.

사파가 자랑하는 사파십대고수 중 일인이 바로 이 하오문주인 천악귀오 엽공천이었다.

이자가 바로 화산파가 지목한 절대강자였으며 장지유가 우려했던 원인이기도 했다.

“흐흐흐, 반갑소이다.”

사파가 자랑하는 열 명의 초절정 고수, 사파십대고수!

천악귀오 엽공천은 비록 이 열 명 중 하위권에 속하지만 엄청난 실력을 자랑했다.

특히 신출귀몰하고 그의 얼굴을 알아보는 자가 없어 무면문주(無面門主)라는 별명이 있었다.

그 실체는 알고 보니 볼품없는 꾀죄죄한 노인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 유명하다는 금령검객과 더불어 황금표국의 인원들을 보니 반갑군.”

초라해 보이는 노인은 전신에서 검은색의 실을 내뿜고 있었다.

그 실이 무엇인가 싶어 자세히 바라보니 놀랍게도 엽공천이 내공을 발산한다는 방증이었다.

또한 엽공천의 뒤로 하오문의 소수 정예가 와 명룡산채 산적들과 합류하였다.

오늘 단 한 명도 살려두지 않겠다는 무언(無言)의 선언이나 마찬가지.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하겠지? 내 진실을 알려주지.”

갑자기 연이어 등장하는 의외의 인물과 고수들의 향연에 장천호는 안색이 굳어졌다.

엽공천은 그것이 퍽 재미있다는 듯 재차 입을 열었다.

“대략 한 달 전, 이 명룡산에서 유골이 하나 발견되었소. 그것을 발견한 것은 인근에 사는 어느 촌부였지. 촌부는 유골에서 하나의 서적을 발견하고는 범상치 않음을 직감하였고. 그래서 그 비급서를 들고 이 명룡산채에 찾아왔지만 까막눈인 말단 산적들은 그 가치를 몰라봤지. 그러다가 그 비급서는 결국 화산파의 인물들 손에 들어가게 되었고…….”

차분히 설명을 하는 엽공천.

그의 말을 지건악이 이어받았다.

“추후 내 산채 근처에 화산파의 인물들이 얼씬거렸지. 당시에는 몰랐는데 여기 하오문에 의뢰하여 알아보니 그 유골의 주인공이 자천만검(自泉滿劍) 화진운이지 뭔가?”

“자천만검 화진운!”

그 이름에 신묘수사 아정이 목소리를 높였다.

자천만검 화진운이라면 전전대 화산파 제일의 고수이자 그가 창안한 뛰어난 내공심법 자천신공의 비급서를 전달하지 못한 채 어디선가 요절했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그렇구나. 그 비급의 정체가 자천신공이었어!’

이제야 모든 전말을 알게 된 황금표국 일행이었다.

“이후 화산파는 쉬쉬하며 입단속을 했고…… 후속 조치는 완벽했지만 그들이 차마 간과한 곳이 두 곳이었지. 한 곳은 그 유골과 비급이 발견된 명룡산채고 다른 곳이 바로 하오문이었다.”

지건악의 말은 옳았다.

화산파는 최대한 비밀 유지를 한다고 했지만 눈치 빠른 명룡산채의 주인, 명룡부왕 지건악을 간과하였고 그 과정에서 모든 정보를 유통한다는 하오문주인 천악귀오 엽공천마저 개입이 되어버렸다.

“화산파도 반신반의(半信半疑)했겠지. 우리가 자천신공 비급서에 대해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말이야. 하지만 나는 여기 하오문주님과 예전부터 친분이 있었고 도움을 준 덕분에 화산파가 이례적으로 황금표국에게 표행을 의뢰한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 직감했지!”

지건악은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는 투박한 모습과 달리 머리가 잘 돌아가는 편이었다.

사파의 눈과 귀라 할 수 있는 하오문주 엽공천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이들은 머리를 맞댄 결과 단번에 표물이 비급서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본래는 황금표국을 미끼로 이용하고 진품은 화산파 측에서 전달할 줄 알고 대기하고 있었는데…….”

엽공천도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다른 움직임이 없더군. 그래서 십중팔구 이 표물이 진품이지 않을까 싶네만.”

하오문주인 그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그도 그럴 것이 명룡채와 결탁하여 소수 정예로 이루어진 그들이 황금표국 병력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은 물론, 가장 걸림돌인 금령검객 장천호는 엽공천과 지건악이 합공한다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으리라 믿은 것이다.

물론 황금표국 측에도 다정검 인천수나 여러 고수들이 존재하지만 그들은 엽공천이 데려온 하오문 고수들이 발을 붙잡아주기로 했다.

“으으음.”

장천호는 적의 절정 고수 숫자를 슬쩍 세면서 신음을 흘렸다.

생각보다 적의 숫자는 많았다.

특히 천악귀오 엽공천은 자신조차 고전하는 고수였다.

“금령검객 장 대협. 평소 그대가 얼마나 강한지는 내 잘 알지. 그래서 말인데…… 표물을 그대로 넘긴다면 내 명예를 걸고 아무 탈 없이 보내주도록 하지.”

전력의 우위를 점했다고 자신한 엽공천은 급기야 회유책을 내어놓았다.

이는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표국이, 그것도 표국의 국주가 싸우지도 않고 표물을 넘긴다?

그것은 곧 표국의 문을 닫겠다는 소리와 다름이 없던 것이다.

그 헛소리에 장천호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지만 문득 세 아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이대로 정면 승부를 펼친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뿐더러…….’

최악의 경우 세 아들 중 누군가를 잃어야 할지도 모른다.

반대로 표물을 두고 도망을 간다면 모두가 다 목숨을 보전할 수 있다.

그 생각까지 들자 장천호는 태어나 생전 처음으로 표물을 포기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를 만류하는 인물이 있었다.

“국주님! 저 명룡부왕 지건악은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그는 다름 아닌 장운이었다.

“장운아!”

장운이 나선다는 말에 장천호는 잠시 놀라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네가 절정의 영역에 도달하였어도…… 너는 초입 단계인 반면 저자는 곧 초절정을 앞둔 최상급의 단계다.”

장운이라는 변수가 있어도 혼자 저 지건악을 상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장운은 다 계획이 있었다.

“절정 고수가 저 하나가 아니라…… 세 명이라면 어떻겠습니까?”

장운이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그의 계획은 지건악을 혼자서 상대하는 것이 아니었다.

혼자가 아니라 셋, 바로 비옥수 천세은과 광룡쌍장 동곽과 합공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된다면 장운의 조는 고전하겠지만 적의 우두머리부터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빨리 지건악을 처치하고 천세은과 동곽은 본래의 조로 합류해야 한다.

“뭐, 뭣?”

장천호는 장운의 일행 중 절정 고수는 자신의 아들 한 명인 줄 알았기에 뜻밖의 소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지건악은 제가 붙잡고 있을 테니 국주님께서는 저 하오문주를 쓰러뜨려 주십시오.”

장운의 비장한 말에 장천호는 절로 힘이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오냐, 알겠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표물을 포기하겠다는 생각은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아들은 아비의 등을 보고 자라는 법이다.’

설령 패배하여 죽는 한이 있더라도 표사란, 남자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보여주어야 모범이라 할 수 있었다.

그 생각까지 미치자 장천호는 더 이상 주춤거리지 않았다.

“천악귀오 엽공천! 어디 한번 자웅을 겨뤄보자.”

그는 무시무시한 기세로 검을 뽑았다.

신검합일(身劍合一).

검과 몰아일체(沒我一體)가 된 장천호는 이윽고 금령풍운검법의 정수를 선보였다.

-금령풍천비류(金靈風天沸流)!

장천호는 장운조차 아직 펼치지 못하는 금령풍운검법 상승의 절초를 펼치며 선공을 쏟아냈다.

파바바밧!

장천호의 검은 이윽고 화려한 금빛의 파도가 되었다.

끊임없이 유려한 금빛의 검강을 쏟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이 금령풍천비류 초식이었다.

“으읍!”

순식간에 장천호란 절대 고수에게 기습을 당하자 엽공천은 대경실색(大驚失色)하며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사악한 귀신 까마귀라는 별호답게 표홀하면서도 신출귀몰한 몸놀림이 아닐 수 없었다.

“권주를 마다하고 굳이 벌주를 자처하는군. 좋아, 어디 한번 해보자고! 모두 쳐라!”

장천호의 선제공격에 엽공천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지고 말았다.

물론 장천호가 자신보다 한 수 정도 더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옆에는 지건악도 있고 하오문의 다른 고수들도 있지 않은가?

이곳은 명룡채였지만 실질적인 우두머리는 여기 엽공천이었기에 그의 명령 아래 모든 인원들이 일제히 황금표국 일행을 향해 덤벼들었다.

와아아아아!

그리하여 일대 장관의 대전투가 그 서막을 올렸다.

순식간에 두 집단은 엉키며 싸웠고 하오문의 뛰어난 고수들은 노골적으로 황금표국의 수뇌부, 즉 대표두나 집사만을 노렸다.

그 결과 장천호는 철저히 홀로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군, 장 국주. 황금표국과 우리 명룡채의 우정은 여기까지인 것 같네.”

지건악은 미안하다는 말과 달리 실실 웃으며 두 사람의 전투에 가담하려 했다. 그 순간이었다.

저벅저벅!

놀랍게도 그의 앞까지 걸어 나와 가로막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당연히 장운이었다.

“누구? 요즘 들어 잘나간다던 그 금령공자? 푸하하하핫!”

지건악은 시답잖은 폭소를 터뜨리며 거대한 도끼로 자신의 더벅머리 뒤편을 긁고 있었다.

“난 또 누가 날 가로막나 했더니 혼자 하려고? 멀쩡한 놈도 아니고 절름발이로 되겠어?”

지건악의 말에 장운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불편한 다리였던 왼쪽 발로 무예를 선보였다.

-무영진퇴각(無影進退脚)!

장운이 왼쪽 다리를 저는 것은 하오문의 정보 때문이 아니라 명룡채 전체가 다 알고 있었다.

특히 요즘 들어 대활약을 펼친다고 하여 정보를 꿰고 있었기에 방심도 하지 않았다.

콰아앙!

한데 이게 웬걸?

경악스럽게도 장운의 왼쪽 다리는 빠르고 강력한 모습으로 지건악의 도끼 위를 강타하였다.

다리를 절거나 불편한 기색 없이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웠다.

더욱 놀라운 것은.

주르르륵!

절정 고수, 그것도 최상급으로 알려진 지건악이 도끼를 움켜쥔 채 그대로 주르륵 밀려나는 게 아닌가?

이는 두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광경이었다.

다리가 불편하여 결코 절정의 영역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알려진 장운이 발차기 한 방으로 절정 고수인 지건악을 뒤로 물러서게 만들었다.

“뭐, 뭐야?”

그 놀라운 광경에 지건악은 크게 당황하여 두 눈을 멀뚱거렸다.

“누가 절름발이라는 거지?”

장운은 놀라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아직 그를 일대일로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많이 따랐다.

하지만 장운은 그를 잡아낼 자신이 있었다.

“천 표사님! 동곽 대협!”

장운이 호명하자마자 그의 등 뒤에서 천세은의 무시무시한 암기 난사와 더불어 동곽 특유의 미칠 듯이 호쾌한 장풍이 휘몰아쳤다.

‘우리 셋이 뭉쳐 지건악을 잡아낸다.’

지건악을 잡아낸다면 장천호는 마음의 짐을 덜게 될 것이고 한 수 아래인 엽공천도 무너질 게 뻔했다.

적들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이 두 사람이 무너진다면 명룡채와 하오문은 어떻게 될까?

보나 마나 와르르 와해가 될 것이 분명하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