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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65화 (65/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65화

화산파의 의뢰(7)

“너희들은 듣거라. 도적이라고 해서 다 나쁜 악인은 아니며 반대로 명문 정파의 인물이라고 해서 모두 다 선인은 아닌 법이다. 물론 저 광 채주도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물이지만 적어도 신의를 지킬 줄 아는 사람이다. 너희들이 표국을 이끌어 나갈 때는 저런 사람들과 손을 맞잡아야 한단다.”

장천호는 멀어져 가는 산서수채의 배를 바라보며 세 아들에게 가르침을 내렸다.

말이 세 아들이지 얼굴이나 표정은 거의 장운을 향해 있었다.

“네, 국주님.”

“마음에 잘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장천호의 가르침에 장운을 포함한 형제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부상은 모두 치료가 되고 부족한 물자는 산서수채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남은 것은 오악 중 하나인 산동성의 명산, 태산에 올라가 소요자를 찾는 일뿐.

“우리는 커다란 위기를 맞이하여 훌륭한 모습으로 극복하였다. 이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힘을 내도록 하자.”

장천호는 표행 막바지에 들어간 일행 전원에게 말을 건네며 힘을 끌어모았다.

그 때문일까?

가파르고 험준하기로 유명한 태산까지 모두가 다 거침없이 진격할 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지금 서 있는 자들은 대부분 일류 이상의 고수들이었으니 산을 탄다고 하여 지칠 리 없었다.

‘도대체 소요자 어르신은 어디에 계실까?’

장운은 태산의 능선을 타면서 연신 두 눈으로 소요자가 있을 만한 곳을 훑었다.

처음에는 꼭대기에 도달하면 쉽게 찾으리라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후우우. 정상에도 보이지가 않는구나.”

태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태령봉(太寧峰)에 도착하였는데도 소요자는커녕 사람이 사는 낌새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일단 삼인 일조로 흩어져서 찾아보는 게 어떻습니까?”

신묘수사 아정의 제안에 장천호는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했다.

그리하여 황금표국의 인원들은 태령봉뿐만 아니라 다른 봉우리까지 찾았지만 여전히 오리무중(五里霧中)이었다.

급기야.

솨아아아아!

이른 아침에 산행을 나선 까닭일까?

어느새 자욱한 운무(雲霧)는 심해져 고수들조차 앞을 분간하기 어려워지고 말았다.

“이거 낭패로군.”

기후까지 난조를 보이자 인천수는 혀를 내둘렀다.

사람 좋은 그조차 인상을 찌푸릴 만큼 상황은 악화되었던 것이다.

명룡채와 하오문의 합공을 이겨내었으니 이제 모두 끝났다고 믿은 순간에 이런 일이 생기자 짜증은 더해졌다.

“소요자 선배께서는 고향이나 다름없는 화산을 등지고 연고가 없는 태산에 오셨습니다. 그 말인즉슨…… 세상과 단절하고 싶다는 뜻이니, 아마 일부러 피하는 것이 아닐까요?”

아정의 말은 과연 일리 있어 보였다.

실제로 장운은 전생에서 그에 대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나와는 세대가 달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검의 극의(極意)를 추구하는 분이라고 들었다.’

뼈를 깎는 인고의 수련 끝에 아마 세상과 단절하는 선택을 내렸으리라.

그런 도인(道人)과 같은 사람에게 나타나라고 외치는 꼴이니 나올 리 없었다.

“으음, 그렇다고 화산파의 무공 비급서를 들고 왔노라 소리칠 수도 없고 말이지.”

장천호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표행을 완료하기도 전에 표물에 대하여 이리저리 떠드는 것은 금기였다.

답답한 것이, 자천신공의 비급서를 들고 왔다고 외치면 곧바로 소요자가 나타날 것 같은데 그럴 수 없으니 좀처럼 답이 보이지 않았다.

“아, 그렇지! 저에게 하나 생각이 있는데…….”

모두가 소요자를 어떻게 찾나 고민하고 있을 때 장운이 나섰다.

옥라를 이용하여 산서수채의 도움을 이끈 전적이 있으니 장운이 나서자 많은 사람들은 벌써부터 눈에 이채를 띠었다.

그것은 인천수를 비롯하여 다른 파벌이었던 철대종이나 배진필도 마찬가지였다.

“편하게 말해보거라.”

장천호마저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하였다.

막내아들과의 표행은 처음인데 꾀주머니와도 같아 너무나 편해서 중독이 될 것만 같았다.

“저와 국주님, 혹은 국주님과 누군가가 잠시 약속 대련이나 가벼운 비무를 펼치는 겁니다. 단, 대련하는 사람은 반드시 검(劍)을 쓰는 자여야만 합니다.”

한데 장운이 내어놓는 답은 무척이나 기묘한 것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운아, 지금 장난하느냐? 한시가 바쁜 이때 한가로이 대련을 요청하다니.”

이에 장룡과 장건이 득달같이 달려들었지만 장천호와 아정의 반응은 달랐다.

영특한 자들은 벌써부터 눈치를 챘다.

“옳거니! 꽃이 있는 곳에 나비와 벌이 꼬이듯, 상승의 검법이 펼쳐지는 곳에 검객이 모여들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로군.”

장천호의 정확한 추측에 장운은 씨익 웃었다.

“바로 그겁니다. 소요자 선배께서는 화산을 떠나면서까지 검의 극의를 추구하셨습니다. 특히 검에 있어 거의 미쳤다고 하실 만큼 이야기가 많으니…… 국주님께서 보기 드문 금령풍운검법을 펼치며 약간의 소란을 일으켜 주시면 십중팔구 나타나실 겁니다.”

장운의 제안은 바로 이거였다.

‘소요자 선배는 과거 검에 미친 늙은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검법을 유달리 좋아하고 집착하였다.’

그런 그의 눈앞에 좀처럼 보기 드문 금령풍운검법이 펼쳐진다?

그것도 자신의 앞마당과 같은 태산의 태령봉에서?

두말할 것도 없이 달려올 게 뻔하였다.

“허허허허, 과연 묘수이십니다.”

특히나 아정은 연거푸 자신의 무릎을 탁 치면서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출발 전부터 느꼈던 것이지만 장운은 정녕 차원이 다른 인물이었다.

‘내 보잘것없는 계산 능력으로 신묘수사라고 불렸는데…… 장운 도련님 앞에서는 태양 앞의 반딧불이로군.’

심지어 아정은 부끄러움마저 느낄 정도였다.

본래 이런 업무는 언제나 자신의 일이었는데 황금표국에 합류한 이후 처음으로 뒤처졌기 때문이다.

“소요자 선배께서 과연 오실지 오지 않으실지 확실하진 않지만…… 안개로 가득한 이상 이 방법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장운은 말과는 달리 거의 확신에 찬 얼굴이었고 장천호도 마다하지 않았다.

스르릉!

장천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검을 뽑아 장운을 지목했다.

“좋구나, 어디…… 내 아들 중 최초로 절정의 영역에 도달한 장운의 솜씨가 어떤지 살펴보자꾸나.”

장운이 절정 고수라는 공언에 두 형제는 실망한 반면, 다른 황금표국 일원들은 사기가 하늘을 찔렀다.

특히나 장운이 발을 절뚝일 때부터 바라봐온 상수 노관과 감우량 표두는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았다.

“알겠사옵니다.”

그리하여 장천호와 장운은 약속 대련에 가까운 가벼운 비무를 시작하였다.

그저 가볍게 금령풍운검법을 첫 초식부터 장운이 익힌 다섯 번째 초식까지 하나하나 펼쳐보고 맞부딪친 것에 불과했다.

그 시간은 짧았지만.

‘정말로 아버님은 대단하구나.’

장운은 다시 한번 금령검객에 대한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전생 시절에 겨루었다면 서로 좋은 경험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채쟁! 채앵!

그것은 실로 기묘한 대련이었다.

황금표국의 이들이 표국 본관이 아니라 전혀 상관없는 태산에서 검술을 펼치고 있었다.

그것도 장운의 형제들은 똥 씹은 표정을, 그 둘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물들은 환호를 하며 즐거워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태산은 쓸쓸하고 적막하여 거문고 뜯는 소리는 없지만 그보다 더 아름다운 검의 울음소리가 있구나.”

흡사 시 구절을 낭송하듯 운치 있는 목소리와 함께 드디어 안개의 끝에서 두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에는 한 사람인 줄 알았으나 새하얀 백발의 노인 뒤에 장운과 비슷해 보이는 어린 청년이 있었다.

황금표국 사람들은 한눈에 이들이 화산파의 인물임을 자각했다.

무복의 끝에 매화가 수놓아져 있었기 때문이다.

“선배님을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는 황금표국의 장천호라고 합니다.”

많은 이들을 대표하여 먼저 장천호가 인사를 올렸다.

“오! 섬서성에서 명성을 떨치는 금령검객이구려. 이렇게 먼 태산까진 어인 일로 오셨소? 보아하니 나를 찾던 눈치던데……. 드디어 화산파에 입문할 생각이 드셨나? 하하하!”

소요자는 유쾌한 음성으로 말했다.

본래 심성이 맑고 올바른 인물이니 그의 말에는 악의가 없었다.

“내쫓지 않고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초청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찾아온 이유는…….”

장천호는 화산파의 의뢰를 받아 여러 물자와 더불어 한 권의 무공 비급서를 전달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랬군.”

그리고 제법 놀라운 상황이 연출되었다.

화산파의 보물이자 진귀한 비급서라는 자천신공을 대충 훑어본 소요자.

그는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자신의 품속에 그것을 넣었다.

“이 물건은 확실히 전달받았소. 내가 보증을 서지.”

소요자는 매우 명쾌하게 대답하며 제법 길었던 화산파 표행의 종료를 알렸다.

황금표국의 무인들은 자신들을 그토록 고생시킨 비급서를 흡사 춘서(春書) 다루는 듯한 모습에 약간은 울컥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다음에 이어지는 소요자의 말이 꽤나 충격적이어서 그랬다.

“이 비급서는 물론 좋은 내공심법이지만…… 나는 검법에 미친 사람이지. 실례가 안 된다면 장 국주께서 대련을 하던 아이가 누구인지 물어봐도 되려나?”

소요자의 말에 장천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장운에게 신호를 주었고.

“황금표국의 셋째 아들, 장운이라고 하옵니다.”

장운은 곧바로 포권을 하며 인사를 올렸다.

“무척이나 뛰어난 실력을 지녔더구나. 올해 몇인고?”

“열일곱입니다.”

“좋군. 우리 관아와 동갑이야.”

소요자는 자신의 뒤편에 있는 어린 청년을 가리켰다.

맨 처음 황금표국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조손(祖孫)으로 보았는데 피가 이어진 사이는 아닌 듯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화산파의 예천관이라고 합니다.”

태령봉에 서 있던 모든 인물들은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자동반사적으로 한 별호를 외쳤다.

“일검매향(一劍梅香) 예천관!”

“무림에서 세 손가락 안에 손꼽히는 무공 천재!”

“화산파의 장문인이신 매화신검 예정천 대협의 아들!”

섬서에 있는 자들은, 아니, 중원에서 칼 밥 먹는 사람들은 모두 이 천재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강호무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무공 천재이자 차기 장문인감이라는 예천관의 이름을!

검을 뿌릴 때마다 은은한 매화의 향을 퍼뜨린다고 해서 붙어진 별호가 바로 일검매향이었다.

예천관은 뛰어난 검술 솜씨와 더불어 여인과 비견될 정도로 잘생긴 얼굴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는 섬서제일미로 유명한 화산지화 예진설의 오라버니였으니 그 핏줄을 속일 수 없던 것이다.

‘과연 명문 정파의 후기지수다운 모습이다.’

장천호 역시 잘 닦인 예천관의 기도를 보며 연신 감탄을 거듭했다.

그래도 과거와 비교하자면 달라진 점이 있었다.

예전에 이 예천관과 마주했다면 아들이 셋이나 있는데 일검매향 하나만 못하다며 처지를 비관했을 게 뻔했다.

하나 이제는 다르다.

‘그래도 우리에겐 장운이가 있다!’

화산파의 의뢰를 수행하기 전부터 지금 여기까지.

장운이 세운 공은 지대하였다.

실제로 장천호는 자신의 후대로 내심 장운을 정해두고 있었다.

“오랜만에 관아와 더불어 이렇게 훌륭한 젊은이를 보게 되니 기쁘기 그지없군.”

뛰어난 재능은 마치 낭중지추(囊中之錐)와 같다고 하였다.

장운의 재능 역시 비범한 것으로 소요자가 몰라볼 리 없었다.

소요자는 장운과 예천관의 대결을 몹시 보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아직 때는 무르익지 않았다.

“아무튼 적적하던 차에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검법을 먼발치에서나마 볼 수 있게 되어 너무 즐거웠네.”

그렇게 소요자는 다시 장천호와 대면하여 이런저런 안부와 더불어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황금표국의 무인들은 귀환을 위하여 태산을 떠나고 있었다.

소요자는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예천관을 호명하였다.

“관아, 잘 듣거라.”

“하교하십시오, 대장로님.”

예천관은 맑고 투명한 두 눈으로 소요자를 바라보았다.

“내 예상과 안목이 맞다면…… 추후 천하제일검 자리는 너와 저 장운이라는 아이의 싸움이 될 것이다. 한 명 더 꼽자면 남궁세가의 그 아이도 추가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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