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66화 (66/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66화

장운 대 장룡(1)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화산파의 의뢰를 훌륭히 완수해 낸 황금표국의 무인들.

그들은 끝내 소요자를 찾아 표물을 모두 전달하였으며 화산파로부터 막대한 금자와 더불어 실리를 취하게 되었다.

-장운 도련님께서 대활약을 하셨다!

-국주님이 세 아들을 모두 데리고 나간 까닭은 후계자 결정을 하기 위함이었다지?

-그럼 결과는 떼놓은 당상이겠군!

장천호와 세 아들은 쉬쉬했지만 빠르게 퍼져 나가는 소문은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법.

귀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사실 이는 수뇌부들에서부터 기인한 것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황금표국 본관에 귀환한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장운 도련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표국에서 둘째 집사로 일하고 있는 아정이라고 하옵니다. 앞으로 계속 같이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놀랍게도 신묘수사라는 별호로 이름이 높은 아정이 장운 휘하에 들어간 것이다.

다섯 명의 집사와 다섯 명의 대표두로 이루어진 황금표국의 수뇌부.

이들은 대부분 각자가 지지하는 후계자와 더불어 파벌이 있었지만 여기 신묘수사 아정과 다정검 인천수만은 예외였다.

이 두 사람은 서로 결이 달랐는데 사람 좋은 다정검 인천수는 세 공자를 모두 지지하는 반면, 신묘수사 아정은 그 누구도 지지하지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그는 오로지 금령검객 장천호 국주만을 따랐다.

오죽했으면 사람들이 아정을 보고 장천호의 제갈공명이라고 부르며 웃기까지 했다.

“말단의 일이라도 좋습니다. 꼭 도련님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런 그가 장운에게 고개를 숙이면서까지 휘하에 들어간 것이다.

“물론입니다. 환영이지요.”

장운은 얼떨떨하면서도 큰 기쁨을 느꼈다.

‘뛰어난 무공을 가진 인재는 내게 많다.’

그러나 머리가 잘 돌아가고 셈이 빠른 인재는 드물었다.

상수 노관은 지식이 많고 노련하지만 연로했고, 감우량은 만능형의 부류였으나 내부 살림을 맡기는 어려웠다.

한데 그 역할에 딱 들어맞는 아정이 장운에게 찾아왔다.

그리고 이틀 뒤, 아정뿐만 아니라 많은 표사들과 표두들이 장운의 파벌을 찾았다.

이전에는 그저 만철야장 공야월과 만철당의 무구가 탐이 났다면 이제는 정말로 장운에게서 빛을 보고 온 사람들이었다.

-황금표국의 다음 국주는 반드시 금령공자 장운 도련님이 될 것이다!

그런 소문이 공공연하게 돌아 표국 내부 사람들은 공식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명분도 충분했다.

본래 대공자가 가업을 잇게 마련이나 더 특출난 자가 있다면 표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뛰어난 자가 국주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경우는 드물지 않으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위의 소문을 의식한 탓일까?

-긴급 총회를 소집하겠다. 이번 총회는 수뇌부들과 더불어…… 두 대모도 반드시 참석하도록.

금령검객 장천호는 마침내 칼을 빼 들었다.

황금표국 내에서 요직에 있는 자들, 신분이 높은 자들을 모두 소집한 것이다.

* * *

‘과연?’

장운은 총회에 참석하면서 기분 좋은 긴장감을 느꼈다.

심지어 총회에 참가하기 전, 금옥관에 있던 많은 이들이 미리 축하한다며 인사를 건넬 정도였다.

하지만 장운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것은 없으니까.

“모두 모였는가?”

본관의 상층에 도착하니 아니나 다를까?

모든 인원들이 모여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내 이번에 그대들을 호출한 까닭은…… 정식 후계자를 결정하기 위함이오.”

장천호의 말에 여러 사람들은 그리 놀라지 않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예측하고 있었기에 올 것이 왔다고 느낀 것이다.

“이번 화산파의 표행을 나서기 전부터 세 아들에게 미리 고지했소이다. 표행에서 활약하는 자가 있다면 정식 후계자가 되는 데 크나큰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장천호의 말에 회의에 참가한 모든 이들의 시선이 장운에게로 모여들었다.

대부분이 온화하고 인정한다는 눈빛이었지만 불온한 시선도 존재했다.

그 주인은 당연히 두 대모와 장룡이었다.

장건은 이미 반쯤 포기한 상태였는데, 그에 비해 장룡은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다.

“표행에 참가한 자들은 알 것이오. 그 표행에서 엄청난 활약과 남다른 재치로 차원이 다른 모습을 선보인 아이가 있다는 것을.”

장천호의 말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였다.

심지어 장룡과 장건조차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그 후로 본 표국 정식 후계자의 자리로 인해 말들이 많을 걸로 알고 있소. 해서 말인데 이 기회에 공식 발표를 할까 하오.”

오오오!

본관 상층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동안 발표하지 않았던 정식 후계자이자 차기 국주를 정하겠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먼저 이건 내 생각이네만 지난 표행에서 대활약을 한 장…….”

장천호가 말을 이어나가려는 그때였다.

스윽!

돌연 조소윤과 서유화가 눈에 불을 켜며 손을 치켜들었다.

두 사람은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한마음 한뜻이었다.

“두 부인은 무슨 일이오?”

장천호가 묻자 조소윤은 여인치고 커다란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울 것처럼 감정에 호소하였다.

“국주님 마음에 저 장운이가 있는 것은 알지만…… 이건 장룡이에게 못 할 짓입니다, 으흐흑.”

급기야 그녀는 이례적으로 눈물까지 흘렀다.

더 웃기는 것은 그런 조소윤을 돕는 서유화였다.

“형님의 말이 맞아요. 장운이 뛰어난 모습으로 활약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죠. 하지만 장운이 활약을 한 것은 일 년도 채 되지 않는 반면, 대공자인 룡이는 수년 동안 분투를 해왔다고요.”

서유화의 언변도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궤변이 아닌 그럭저럭 논리를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장운이 각성하여 활약을 한 것은 일 년 사이의 일들이었고 그전에는 황금표국의 골칫덩이나 마찬가지였다.

그에 비해 장룡은 뛰어난 무공 솜씨와 더불어 대공자로서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왔다.

“저도 두 대모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확실히 저는 정식 후계자 자리에 자격이 없습니다. 그래도…… 큰형님은 아닙니다.”

두 대모에 이어 급기야 둘째인 장건까지 지원사격을 하자 분위기는 반전을 일으켰다.

장운은 놀라기는커녕 오히려 차분한 모습으로 저 무리를 지켜보았다.

‘그렇군. 요 며칠 모여 무슨 작당을 하는가 했더니 두 파벌이 손을 맞잡았구나.’

장운은 전후 사정을 꿰뚫어 보고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이럴 때 나서봤자 득이 될 게 없다는 걸 잘 알았다.

“으으음.”

장운을 제외한 모든 친족들이 반대를 하자 자연스레 장천호의 고민도 깊어졌다.

본디 금령검객은 자신이 옳다 여기면 그대로 추진하는 위인이었으나 대영웅들조차 자신의 가정을 다스리긴 어려운 법이었다.

동시에 장룡에 대한 연민의 감정도 있었다.

‘하긴, 장룡이 그동안 대공자로서 공헌한 바가 컸지.’

장운이 활약하기 이전에는 장룡이 과묵공자라는 별호로 금령검객의 체면을 세워주곤 했다.

한데 이제 와서 장운의 활약이 좋으니 정식 후계자로 결정한다는 것은 너무나 냉정한 처사였다.

“정식 후계자 발표는 겨울이 지나 해가 바뀌고 봄이 될 때 해도 무리는 없을 거예요.”

“그사이, 장룡이와 장운이가 서로 대결하여 이긴 쪽이 정식 후계자가 되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요? 그 방법이 서로에게 더 깔끔할 거예요.”

장천호가 고민을 하는 기색을 보이자 조소윤과 서유화가 차분하게 설득하였다.

나쁘지 않은 이야기였다.

어차피 정식 후계자 발표는 해를 넘기고 날씨가 조금 따뜻해지면 세간에 발표하려고 했다.

내부 발표도 그때로 미루자는 뜻인데 못 할 것도 없었다.

“아버님. 제게 딱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수년의 시간 동안 저는 실망을 안겨드린 적이 거의 없지 않습니까?”

영리한 장룡도 울며불며 따지기보다 덤덤하게 말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장천호는 간절한 장룡의 눈을 보는 순간 어쩔 수 없었다.

“장운, 네 생각은 어떠한가?”

돌이켜 생각해 보니 모든 가족들의 이야기는 다 들었는데 정작 장운의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문득 그의 의견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의 대답은 무척이나 의외의 것이었다.

“저도 큰형님의 말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

“?!”

장운의 놀라운 말에 장룡을 비롯하여 그를 지지하는 두 대모와 장건, 장내에 있는 모들 자들이 귀를 의심하고 말았다.

지금 자신을 피력하고 권리를 주장해도 모자랄 판에 장룡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최근 들어 제 활약이 나쁘지 않았습니다만 본 표국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장룡 형님의 공도 지대했을 겁니다. 저는 그 당시 나태하고도 어리석은 삶을 살고 있었죠. 잠깐 반짝했다고 해서 그 시절의 일이 없어진다 생각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두 대모님의 의견을 수락하겠습니다.”

장운은 오히려 잘되었다 싶었다.

‘이대로 정식 후계자가 되면 말이 많았을 테지. 하지만 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다시 한번 자격을 증명한다면 잡음은 사라질 것이다.’

실로 뛰어난 심계가 아닐 수 없었다.

장운은 지금 당장보다도 자신이 국주가 된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그가 비상하려면, 그리고 황금표국이 비상하려면 장룡과 장건을 포함하여 저들의 외가도 필요했다.

장운은 저들을 배척하느니 더 원대한 마음으로 품기로 하였다.

“그게 정말이냐?”

놀라 묻는 장천호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장운.

“네, 진심입니다. 단…….”

장운은 부드럽지만 단호한 눈으로 장룡과 두 대모 쪽을 바라보았다.

“내년 봄에 있을 비무에서 패배한다면 깨끗하게 승복한다고 약속하십시오.”

장운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그것뿐이었다.

* * *

“제가 과연…… 장운이를 이길 수 있을까요?”

고요한 폭풍전야(暴風前夜)와 같던 총회가 끝난 지 한참이 지나 자리가 해산되었지만, 이탈하지 않은 자들이 존재했다.

그들은 두 대모와 장룡, 장건, 그리고 그 두 사람을 지지하는 폭풍권 철대종과 일섬쾌검 벽유삼이었다.

“끄응, 보아하니 장운 도련님께서는 분명 절정의 영역을 돌파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들 중 가장 뛰어난 고수인 벽유삼이 말했다.

“맞습니다. 불편한 다리도 완치된 것을 보니 어쩌면…… 환골탈태에 이르렀는지도 모르고요.”

철대종이 반신반의하며 말했다.

황금음양과의 힘으로 다리만 치유하였는지, 아니면 환골탈태에 도달했는지 확신할 수 없어서 그렇게 말한 것이다.

내년 봄까지 시간을 달라고 목소리를 모았지만 정작 장운과의 비무에서 어떻게 이길 것이냐가 관건이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룡아.”

바로 그때 조소윤이 회심에 가득 찬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천풍검녀라 불리는 인물로 장룡의 외가인 풍검문에서도 손꼽히는 고수였다.

아울러 현 풍검문주가 지극정성으로 아끼는 딸이기도 하였다.

“내가 네 외할아버지에게 말하여…… 풍검문의 비학(祕學)을 익힐 수 있도록 할 테니까.”

조소윤의 말에 장룡을 지지하던 모든 이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현재 장룡의 실력은 절정까지 딱 한 걸음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이 한 걸음만 넘긴다면 절정까지 무탈하게 도달할 것 같은데 이것이 참 난처하였다.

그런데 풍검문의 비학을 익힌다?

‘그럼…… 나는 필시 절정 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장룡은 이전에는 없던 희망에 가득 찬 모습으로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같은 절정의 수준이라면 보다 많은 경험과 무공을 익힌 자신이 이길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이 간과한 것이 하나 존재했다.

장룡이 내년 봄까지 무공을 익히고 있을 때 장운은 놀고 있을까?

뛰는 놈 위에 훨훨 날아다니는 놈이 있는 법이다.

그 시각 장운의 방.

“오오, 됐다! 드디어 달성했어!”

장운은 자신만의 수련장에서 초령검을 움켜쥐며 한껏 기뻐하는 중이었다.

지금 장운은 또 한 단계 발전을 맞이하였다.

과연 무엇 때문에 이리도 기뻐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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