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67화
장운 대 장룡(2)
장룡이 풍검문의 지원을 예상하고 있을 무렵, 장운은 묵묵히 자신의 검술을 갈고닦았다.
그 결과!
“드디어 금령풍운검법의 성취가 칠성에 도달하였다!”
어디 그뿐인가?
절정의 경지에 도달하여 개안(開眼)을 한 모양인지 검신의 검법인 혼원무극검법도 사식까지 익히게 되었다.
뒤로 가면 갈수록 점점 더 강해지고 더 난해한 이해도를 요구하는 혼원무극검법.
‘혼원무극검법의 진정한 위력은 사식부터가 시작이다!’
절정의 영역부터는 뛰어난 초식, 즉 필살 초식의 유무는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일발 역전의 초식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생사가 오고 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 있어 장운은 또 하나의 비기를 획득했을 뿐만 아니라.
“금령풍운검법은 본 황금표국의 얼굴이나 마찬가지다.”
그것을 칠성에 도달했다는 말은 곧 정식 후계자로서 자격은 충분한 것이며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었다.
반면 장룡은 어떠한가?
‘지금쯤 풍검문의 무공이나 아니면 첫째 대표두인 일섬쾌검 벽유삼의 검법을 익히고 있겠지.’
장운이 생각하기에 장룡은 잘못된 길을 선택했다고 여겼다.
“풍검문의 비기나 비학을 익히면 단기간에 강해질 수는 있을지언정…… 정통성이 훼손되고 만다.”
그의 생각은 실로 정확했다.
장운과 장룡이 대결하는 이유는 황금표국의 차기 국주 자리 때문이다.
그런 자리에서 금령풍운검법으로 활약을 하는 것이 아니라 풍검문의 오의(奧義)를 사용한다?
천에 하나 만에 하나 장룡이 승리를 거둔다고 해도 뒷말이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였다.
‘두고 봐라, 장룡. 나는 모든 면에서 완승을 거둘 계획이다.’
장운이 장룡에게 준 것은 기회가 아니었다.
오히려 다시는 반항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귀속되어 황금표국에 붙어있도록 완승을 거두기 위한 큰 그림이었다.
한 번 기회를 주었으니 비무에서 패배를 한다면 장룡은 물론이오, 장건의 파벌마저 완벽하게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 봄……. 나는 정식 후계자가 되겠다.”
* * *
쌓인 눈이 녹고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 찾아올 무렵!
장운의 무공 성취는 한층 더 일취월장하여 그의 수준은 절정 고수 중에서도 중상급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과묵공자 장룡 대공자께서 절정의 경지에 도달하셨다!
-이거 대단하시군! 과연 후계자 비무는 누가 이길까?
날씨가 점점 더 풀리기 시작할 때 소문이 하나 돌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장룡이 드디어 절정 고수가 되었다는 소문이었다.
실제로 표행도 겸하며 금옥관과 자신의 파벌 키우기에 돌입한 장운과는 달리, 장룡은 무려 폐관 수련을 진행했었다.
폐관 수련을 마친 뒤 절정의 영역에 도달한 과묵공자 장룡.
그는 곧바로 황금표국으로 귀환하여 장운부터 찾았다.
“혹시 장운이 있느냐?”
본래 그는 장운과 따로 독대를 하거나 대화를 나눈 적이 거의 없었다.
사이가 요원했을뿐더러 장운이 두각을 드러내었을 때 질투를 하는 바람에 시기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웬일로 금옥관을 찾았다.
“허, 허억! 장룡 도련님!”
장운과 몹시도 가까운 하인인 갑호는 장룡을 발견하고는 펄쩍 뛰며 놀라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장운이 죽어갈 때조차 두 형들과 대모들은 방문을 하지 않았었다.
따라서 갑호는 놀라는 것도 잠시.
하인의 신분조차 잊은 채 자신도 모르게 냉정히 이야기했다.
“이곳에는 무슨 일이십니까? 혹여…… 만철당을 찾는 것이라면 반대편입니다.”
말투는 정중했으나 그 속에는 가시가 돋아있었다.
장룡을 비롯하여 그들이 금옥관을 찾아올 때는 장운이 아닌, 공야월의 무기 손질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특히 갑호는 친형 같지 않은 두 사람을 대신하여 정성을 다해 장운을 뒷바라지했다.
그런 관계였기에 장룡과 장건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 리 없었다.
“갑호……. 오랜만이구나.”
갑호는 과거 장룡과 장건을 잠시 돌봐준 적이 있었기에 장룡은 눈에 이채를 띠었다.
입은 과묵하더라도 눈치는 그럭저럭 괜찮은 장룡은 갑호에게서 장운에 대한 애정을 발견하였다.
‘그렇군. 내가 밉겠군.’
장룡은 그런 갑호를 이해했다.
“혹시 장운이 있던가?”
갑자기 금옥관을 찾아와 장운을 호명하는 통에 갑호는 슬쩍 당황하고 말았다.
그러지 않아도 입춘(立春)이 찾아오며 장룡과 장운의 비무 이야기가 한창 오갔던 까닭이었다.
“장운 도련님이라면 표행을 가셨으니 곧…….”
바로 그때였다.
“저를 찾으셨습니까, 형님.”
갑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 인영이 내부로 모습을 보였다.
그날도 어김없이 표행을 마치고 돌아온 장운이었다.
‘장운의 모습이 저리도 컸던가?’
장운과 마주한 장룡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뒤늦게 절정의 영역에 도달해서야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였다.
가소로워 보였던 장운이 크게 보인다는 점.
그리고 장운의 실력을 가늠할 수 없다는 점 등등 말이다.
“그래, 정식 후계자를 정하는 비무가 이틀 뒤라고 알고 있다.”
“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둘의 대화는 건조했으며 딱딱하였다.
오죽했으면 둘 사이의 대화를 듣고 있던 갑호가 다 불편하였을까.
“이틀 뒤 그날, 아버님과 본 표국에 부끄럽지 않은 비무를 하자. 그리고…… 누가 이기건 간에 결과에 승복하며 승자의 뜻에 따르도록 하는 게 어떠하냐?”
장운은 그 말을 들으면서 살짝 놀란 상태였다.
지금 본 장룡은 과거의 시기하고 질투에 찌든 모습이 아니었다.
절정의 경지에 도달하여 새로운 깨달음에 눈을 뜬 무인이 되었다.
아울러 과거 장운의 일을 치졸하게 방해했던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저도 뜻이 같습니다.”
장운의 확답을 들은 장룡은 거침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치열한 비무를 앞둔 두 사람이다.
이제 와서 뒤늦게 착한 척 친목질을 하는 것은 장룡도 싫었다.
‘과거의 나는 분명 치졸하고 편협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장룡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장운이가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내 실력으로 자리를 쟁취하겠다!’
한때 황금표국을 대표하던 타고난 무골(武骨), 과묵공자 장룡이 각성하는 순간이었다.
* * *
“모두 준비되었느냐?”
정식 후계자가 결정되는 중한 날이니만큼 황금표국은 그날 이례적으로 모든 표행을 일시적으로 쉬어 휴업을 한 상태였다.
그 이유는 오직 단 하나.
-오늘의 승자는 차기 국주가 될 사람이다. 그러니 황금표국의 식구들은 다음 세대의 국주를 미리 보길 바란다.
장천호의 이러한 뜻이 컸기 때문이었다.
“네, 아버님.”
“네.”
그리고 여기 두 사람.
과묵공자 장룡과 금령공자 장운이 진검을 소지한 채 비무대 위로 올랐다.
장운은 표행에 나설 때와는 달리 초령검과 금룡린갑은 자신의 금고에 놔둔 채 평범한 검을 쥐었다.
‘신병이기(神兵利器)의 도움은 필요 없다.’
그런 물건들이 없어도 장룡을 이기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실전을 방불케 해도 좋다. 다만…….”
황금표국의 미래를 결정 짓는 비무는 금령검객 장천호가 진행과 판정을 맡았다.
그는 두 아들들을 향해 진심을 담아 바라보았다.
“서로 죽이는 행위만은 하지 말아다오.”
장천호는 국주이기 전에 한 명의 아버지였다.
따라서 아버지로서 부탁을 두 사람에게 했다.
장룡과 장운은 둘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둘은 서로 죽이고픈 마음은 없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승리를 쟁취하여 정식 후계자가 되는 것뿐이었으니까.
“좋다. 준비!”
장천호는 슬쩍 뒤로 물러갔다.
분명 치열한 싸움이 되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비무 시작!”
비무 시작이 선언됨과 동시에 신형을 번개처럼 치고 나가는 인물이 있었다.
평소 말은 적어도 무공에 있어서만큼은 두각을 드러내는 인재, 장룡이었다.
“하아아압!”
장룡은 예상외로 자신의 처지를 잘 알았다.
‘언제나 그러했듯 아마 장운은 나보다 더 강할 것이다.’
하지만 승부의 행방은 무공의 높고 낮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강호무림에서 때때로 하위의 고수가 상승의 고수를 잡아내는 일이 속출하였다.
승리를 결정 짓는 요인에는 무공과 내공이 지대하겠지만 그날의 몸 상태라던가, 서로의 상성, 그리고 여러 변수들이 존재했다.
장룡은 그 변수를 발생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이 있었다.
치이이이익!
다름 아닌 검을 아래로 내려 바닥을 긁었다.
그에 따라 자연스레 흙먼지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장룡이 득달같이 달려와 검을 빼어 든 이유는 선제공격을 감행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추해도 좋다. 누군가 손가락질을 해도 좋다. 나에게는 비겁한 승리가 필요하다!’
장룡의 심정은 이러했다.
본디 과묵공자 장룡은 말수가 적은 만큼이나 정면 승부를 좋아했으며 초식 싸움을 즐겨 사용하는 부류였다.
무공을 익히는 것도 사도(邪道)가 아니라 기본을 충실히 했으며 장룡은 본래 정통파에 가까운 무인이었다.
그런 그가 무척 드물게 변칙 공격을 시도하였다.
“음?”
이에 장운 역시 의외라는 듯 놀라며 방어태세를 취했다.
과연 장룡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
-풍룡일광(風龍一光)!
이윽고 장룡은 양손은 물론이오, 머리부터 발끝까지 두꺼운 핏줄이 꿈틀거리며 전력을 다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오오오오!
장룡이 초식을 펼치는 순간, 이 모든 대결을 지켜보던 군중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풍룡삼광검(風龍三光劍)이다!”
“풍검문의 비기이자 문주의 직계 혈통만이 배울 수 있다는 상승의 무공!”
이들의 말이 옳았다.
실제로 풍검문의 문주에게 애걸복걸하여 장룡이 풍룡삼광검을 익히게 만든 장본인, 조소윤마저도 놀라고 있었다.
“세상에……. 벌써부터 룡아가 비기를 꺼내 들 줄이야!”
그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본리 비기라는 것은 비무 최후의 순간에나 꺼내는 것이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장룡은 처음에 모든 것을 퍼부었다.
‘장운, 네 무공과 더불어 내공이 비범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장기전으로 간다면 내공이 부족한 나는 필패(必敗)할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무엇일까?
초반의 허를 찔러 승부를 보는 것뿐이었다.
파아아아앗!
바람의 기류를 타며 날카로운 검기가 일품인 쾌검(快劍), 풍검문의 비기가 절정 고수 장룡의 검을 타고 쏘아져 나갔다.
누가 보더라도 장운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하는 것처럼 보인 그때였다.
-금령조화(金靈造化)!
장운은 마침내 금령풍운검을 펄쳐 보였다.
전신 전력의 힘을 오로지 초반에 퍼부으며 장운의 방심과 당황을 유발한 작전은 좋았지만 장룡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장운은 이미 전생에서 이러한 전술은 물론, 산전수전(山戰水戰)을 다 겪은 천하제일검이라는 사실을.
콰아아아앙!
공중에서 순식간에 풍검문을 상징하는 푸른 기운과 금령풍운검법을 상징하는 금빛 기운이 맞물렸다.
장룡의 초식은 제법 완성도가 있었다.
버텼다. 아니, 버티긴 했다.
그리 오래가지 않아서 문제였긴 하지만.
콰지지직!
장룡의 풍룡일검은 멋진 등장에 비해 너무나도 초라하게 깨지고 말았다.
어디 그뿐인가?
단 일검의 공격으로 장룡의 기발한 초반 공격을 완벽히 틀어막은 장운은 지금부터 금령풍운검법의 조예를 선보였다.
-금령파옥(金靈破玉)!
지금부터는 장운의 일방적인 공격, 아니, 일방적인 폭행이 이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