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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70화 (70/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70화

녹림(綠林)과 협상하다(2)

웅성웅성!

갑작스러운 장운의 행동에 녹림의 수뇌부들은 난리가 나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여태 이런 일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누가 감히 녹림왕 앞에서 이런 오만방자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단 말인가?

“이게 무슨 짓이오?!”

하늘처럼 모시는 녹림왕 군부명이 치욕에 떨자 그 수하들과 제자들이 일제히 나서서 난리를 떨었다.

누가 더 충성을 맹목적으로 잘 바치냐를 증명하는 자리인 만큼 난리도 아니었다.

심지어는 병장기에 손을 가져다 대는 이들도 존재했다.

이런 기세에 위축될 법도 한데 장운은 달랐다.

“무슨 짓? 내가 묻고 싶소. 도대체 본 황금표국에 무슨 억하심정(抑何心情)으로 그러는지 모르겠군.”

오히려 장운은 물러서기는커녕 그들과 마주하며 무시무시한 기세를 내뿜었다.

“뭐?”

장운의 말에 곧바로 반응을 보이는 이가 있었다.

녹림왕 군부명의 넷째 제자이자 막내 제자인 분뢰도(噴雷刀) 손광운이라는 작자였다.

아무래도 막내이니 만큼 녹림 측에서는 그를 조심스레 내어놓은 까닭이었다.

장운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여겼기에 나올 수 있는 대처였다.

“표국과 녹림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의를 져버리는 쪽은 바로 귀하들이오. 버선발로 달려와서 막대한 보상을 내리고 고개를 땅에 처박아도 모자랄 판에 뭐? 직접 오지도 않고 대충 쓸데없는 것 몇 개 보내? 거기다가 통행료를 동결하고 있으니 분노를 터뜨려야 할 쪽은 우리가 아니오?”

장운의 말은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다.

사실 산적들도 누가 옳고 누가 그른 것인지 잘 알지만, 부정을 큰 목소리로 우겨야만 하는 이들이 바로 이 녹림도였다.

스윽!

손광운은 슬쩍 자신의 사부, 녹림왕을 바라보았다.

본래 손광운은 이렇게 조심스레 사리는 부류가 아니었다.

분노한 번개의 칼이라는 별호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전형적으로 포악한 산적인 작자가 바로 이 분뢰도 손광운이었다.

끄덕!

막내 제자의 신호에 군부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장운과 같은 애송이와 단독으로 독대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황금표국 측에서 애송이를 내세웠으니 우리 녹림도 애송이로 응수하는 수밖에.’

서로 급이 안 맞는다고 여겼기에 녹림에서는 일부러 손광운을 보낸 것도 있었다.

“말은 똑바로 해야지. 명룡채의 일은 안타깝지만…… 명룡채주였던 지건악의 독단적인 행동이었고 우리는 유감의 의사를 표하며 그 보상으로 공물을 보냈소!”

손광운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외쳤다.

그 말에 이번에는 황금표국의 여러 표사들이 코웃음을 쳤다.

“우리 표국에는 사람들이 죽었소!”

“형제와 같은 이들이 죽었는데 저런 허름한 공물이 대수요?”

“이는 농락이나 마찬가지요!”

상수 노관을 비롯하여 감우량 표두 등, 황금표국에 오랫동안 몸담은 자들이 고함을 질렀다.

공물은 명백한 생색내기에 불과했다.

이쪽은 사람을 잃었는데 한낱 허접한 공물로 보상이 끝났다는 말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었다.

“흥! 그럼 어쩌란 말이오? 죽은 지건악 채주의 시체라도 파헤쳐서 가져다드려야 하나? 이미 죽은 것은 어쩔 수 없고 우리 딴에는 최고의 대우를 하였소이다.”

손광운이 냉랭하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최고의 대우치고는 공물들의 면면은 썩 좋지 않았지만 어차피 산적 놈들의 우기기가 거기서 거기였다.

“아, 그러셔?”

장운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눈앞에 있는 녹림왕 군부명이 엄청난 실력자에 현재 자신으로서는 감당하지 못할 실력자라는 것은 잘 안다.

하나 그 밑의 놈들은 다르다.

파앗!

장운은 기다렸다는 듯이 울분이 담긴 초령검을 들어 휘둘렀다.

초령검이 노리는 목적지는 눈앞의 오만한 사나이, 분뢰도 손광운이었다.

“어딜 감히!”

갑자기 손을 쓰는 통에 당황할 법도 한데 손광운 역시 닳고 닳은 작자라서 태연한 태도로 자신의 도를 꺼내 방어하였다.

아니, 방어를 하려고 했다.

바로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금령조화(金靈造化)!

평범하게 흐르던 장운의 초령검에서 격렬한 변화가 일어나더니 급기야 황금의 기운으로 뒤덮이는 것이 아닌가?

쌔애애애액!

가속마저 생겨난 장운의 검기는 이윽고 손광운이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되어버리고 말았다.

“으어어!”

손광운의 현재 수준은 기껏해야 초일류에 불과하였기에 장운의 일검을 감히 이겨낼 수 없었다.

질끈!

하여,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갑작스러운 초령검의 변화에 두 눈을 질끈 감는 것뿐이었다.

초령검은 맹렬히 가속이 붙어 그대로 손광운의 목을 노렸고 그대로 관통해버린다면 황금표국과 녹림의 사이는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거기까지 가도록 놔둘 장운이 아니었다.

멈칫!

손광운이 두 눈을 감자마자 초령검을 공중에서 멈추며 발동된 초식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신기를 보여주더니 이윽고 발을 움직였다.

-무영진퇴각(無影進退脚)!

장운은 손광운의 목숨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명치에 발차기를 꽂아버렸다.

퍼어어억!

통쾌하고 통렬한 소리와 함께 손광운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컥! 커커컥!”

안색이 붉으락푸르락 변하는 손광운.

그는 어떻게든 몸을 뒤로 빼내어 고통을 최소화하려 했지만 장운이 그것을 허락지 않았다.

“이게 무슨 짓이냐?!”

“드디어 황금표국이 미친 게로구나!”

“전면전을 펼칠 것이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제자가 무참히 얻어터지자 녹림왕 군부명은 몸을 벌떡 일으켰고, 그가 일어나기 무섭게 여러 녹림도들이 소리를 질렀다.

그 모습에 어떻게든 잘 보이려는 황제 옆 내시들과 같아 웃음이 날 정도였다.

촤르륵!

장운은 저들의 격한 반응에 당황할 법도 한데 오히려 더욱 대범하게 굴었다.

손광운의 머리에 녹림 측에서 가져온 공물 중 금자 몇 푼을 뿌리며 말했다.

“아프오? 그래도 어쩌겠소. 이미 때려 버렸거늘. 이미 개 맞듯 얻어터진 것은 무를 수 없으니 대신 보상을 하겠소. 최고의 보상을.”

장운은 노련하였다.

어마어마한 입심으로 손광운을 잘근잘근 씹어준 것이다.

“푸하하핫!”

“크흐~ 바로 이거지!”

그 통렬한 모습에 응운곤과 천세은 등, 많은 이들이 펄쩍 뛰며 통쾌함을 느꼈다.

장운은 그들의 논리를 그대로 되돌려 줌으로써 화답하였다.

부르르르!

손광운은 차마 어찌할 수 없음에 몸을 격렬하게 떨었다.

마음 같아서는 금자를 걷어치우고 장운의 안면에 도를 내려찍고 싶었지만 놀랍게도 그는 생각보다 훨씬 뛰어난 고수였다.

‘나보다 어린놈이 이렇게 강하다고?’

금령공자 장운이 섬서성에서 제법 무명(武名)을 떨친다는 것쯤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녹림의 수뇌부들은 대부분 이렇게 생각했다.

-곧 후계자 자리를 물려주어야 할 금령검객 장천호가 막내아들을 밀어주는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재능도 있고 뛰어나서 그러겠지만 필요 이상의 소문에 오히려 그 저의를 의심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걸?

실제로 대면하니 오히려 소문보다 기대 이상이지 않은가?

“허허헛, 담력이 두둑하군.”

장운의 거침없는 모습에 군부명조차도 당황하며 그를 다시 볼 정도였다.

까딱!

군부명은 장운을 한 차례 칭찬한 다음, 막내 제자인 분뢰도 손광운을 향해 손짓을 했다.

평소와 같은 애정이 느껴지지 않은 냉정한 대우에 손광운은 허둥지둥 대며 다가오면서도 화를 내었다.

“사, 사부님!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십시오. 제가 방심해서 그렇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애초에 네 상대가 아니다. 그러니 조용히 하고 뒤로 물러나도록 해라.”

군부명은 위엄 넘치는 목소리로 성격이 망나니인 손광운의 말을 자르며 뒤로 물러나게 하였다.

“그렇군. 그랬어. 황금표국 측에서 적잖이 섭섭하셨던 모양이군.”

황금표국의 어린 애송이를 맞이하기에 또래인 손광운 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겼거늘 아무래도 오판한 모양이었다.

장운을 달리 본 군부명은 이제 자신이 직접 나섰다.

“그렇다고 하여…… 우리 녹림과 완전히 척을 지겠다는 소리는 아닐 테고. 만약 내가 화가 나 황금표국과의 모든 거래를 끊으라면 감당이 되겠소?”

군부명은 상대가 만만치 않은 것을 깨닫고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여기에서 무공으로 장운을 찍어 누르는 것은 쉽다.

하지만 이 사실이 외부 소문으로 떠돌게 된다면 자신의 체면이 어떻게 되겠는가?

금령검객은 아들을 보냈는데 녹림왕 군부명은 그를 억압하여 강제로 합의를 본 파렴치한이 되고 말 것이다.

산적에게 양심이 어디 있겠냐고 하지만 일반 산적도 아니고 무려 녹림왕의 행동치고는 너무나 옹졸한 것이라 감히 그럴 수도 없었다.

“명룡채의 일로 처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건 이해함세. 하지만…… 중원에서 표국의 업을 하며 감히 본 녹림과 대척하여 가문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나?”

덤덤하게 말하면서도 투욱 내뱉은 한마디에 실린 무게.

이것이 어중이떠중이와 녹림왕이 다른 점이었다.

따지고 보면 진즉 군부명이 나섰어야 했다.

그의 말을 듣게 된다면 어지간한 표국의 국주와 상단의 단주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반박도 못 하겠지만 장운은 달랐다.

“육로가 막히면 수로로 다니는 수밖에.”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녹림 전체가 뒤흔들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웃어젖혔다.

푸하하하핫!

너무 단순한 이야기에 아무리 강해도 애는 애라며 비웃음이 터진 까닭이었다.

“후후훗, 수로는 누가 공짜로 내어주오? 장강수로채는 우리 녹림보다도 더 지독한 도둑놈들인데?”

군부명도 기회다 싶었는지 잔뜩 비아냥대며 장운을 좌시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스윽!

장운은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처음에는 무기나 또 무력을 행사하는 줄 알고 녹림의 수뇌부들을 기겁하였는데 우려와는 달랐다.

“으음?”

“뿔소라?”

“저게 뭐지?”

갑자기 장운이 무언가를 꺼내 들자 몹시도 궁금해하고 있을 때 그가 입을 열었다.

“이것이 무언지 아십니까?”

장운의 질문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무렵 군부명은 그 진가를 알아차리고는 크게 놀라는 중이었다.

“헉! 저것은…….”

어찌 몰라볼 수 있단 말인가?

뿔소라를 귀한 옥으로 처리한 기물.

그것은 옥라라고 부르는 귀한 물건으로 산서수채의 채주, 수중밀검 광표가 준 보물이었다.

동시에 이는 장강수로채를 이끄는 수왕 사유혼이 제자들에게만 나눠주는 물건인 것이다.

“바로 알아보셨습니다.”

장운은 녹림왕 군부명이 알아보자 의기양양한 얼굴로 말하였다.

“이것은 산서수채의 수중밀검 광표 채주에게 우정의 증표로 받은 것으로 이 옥라만 있으면 답답하고 포악한 자들이 많은 육로에서 벗어나 광활한 수로로 표물 이동이 가능하지요.”

이 말을 풀어 해석하자면 너희들 도움이 없어도 장강수로채와 손을 잡으면 된다는 뜻이었다.

즉, 서둘러 화친을 요청하지 않으면 이대로 수로만을 이용한 채 녹림을 배척하겠다는 의중이 담겨있었다.

“끄응, 수, 수로로만 표물을 제한하면 답답할 터인데…….”

“아쉽지만 본 표국과 거래하는 모든 상단, 의뢰인들께 앞으로 나루터 인근에서만 활동한다고 고하면 될 문제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세 싸움이었다.

장운은 노련하며 녹림의 호랑이라고 불리는 녹림왕 군부명을 상대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삐딱선을 타면 장강수로채와 손을 잡겠다며 협박을 했다.

장운 특유의 담대함과 기지가 빛이 나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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