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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71화 (71/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71화

녹림(綠林)과 협상하다(3)

“어떻게 그 귀한 보물을……!”

녹림왕 군부명의 두 눈알이 튀어나올 것처럼 놀라는 중이었다.

놀랄 만도 한 게 저 귀한 장강수로채의 옥라는 개수가 얼마 되지 않아 수왕 사유혼과 그 제자 몇 명에게만 주어졌다.

사유혼의 제자인 수중밀검 광표가 장운의 미래를 밝게 보고 높게 사 옥라를 건네주었는데 그것을 모르고 있었던 녹림도였다.

‘육로가 아닌 수로를 이용해도 불편은 있을지언정 불가능은 없다!’

이것이 바로 장운의 기조였다.

만약 녹림이 정말로 협상의 여지도 없이 삐딱하게 나온다면 과감히 그들을 배척할 요량이었다.

“이제 칼자루는 제가 쥐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군 총채주님.”

한순간에 역전의 상황이 벌어지자 장운의 미소가 깊어졌다.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배 째라고 나오던 녹림도였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래도 녹림과 본 황금표국 간의 오래된 의리가 있어 장강수로채를 들르지 않고 이곳을 먼저 들렀는데……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저는 수왕님을 뵈러 가야겠습니다.”

급기야 장운이 곧바로 자리를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녹림 전체가 술렁거리기 시작하였다.

혹자는 황금표국 하나가 이탈한다고 해서 녹림이 뭐가 아쉽겠냐고 반문하겠지만 천만의 말씀.

황금표국은 그저 섬서성의 자그마한 표국이 아니라 중원 서쪽 상권을 많이 삼킨 거대한 대형 표국이었다.

즉, 황금표국을 잃는 것은 오래된 통 큰 단골을 잃는 것과 같았다.

“자, 장운 소협. 그게…….”

장운이 이동하려 하자 심지어 군부명마저 쩔쩔매고 있었다.

덩치는 거대한 태산만 한 인물이 덩치의 반의반도 못 되는 장운에게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실소가 나올 지경이었다.

“제 아버지께서 뭐라고 하셨는지 아십니까? 피는 오로지 피로 갚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명룡채로 인해 본 표국이 입은 피해는 막대합니다. 반면! 산서수로채의 채주, 광표 대협께서는 그 위기의 순간에 병력과 배를 보내주시어 저희를 보호해 주었습니다. 따로 통행료나 보호비를 드리지 않는데도!”

장운은 지금이 기회라 여겼던지 목놓아 외쳤다.

녹림도를 너머 전 산중의 축생들이 들으라는 듯이 호령하던 통에 묘목이 뒤흔들릴 지경이었다.

“끄응.”

이에 군부명은 물론이오, 그 제자들과 수뇌부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장운의 말이 맞는 게 아닌가?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더군다나 비겁하게 배신을 하여 피를 흘리게 만든 녹림과는 다리 장강수로채의 일원이 보여준 의리는 무척이나 고무적인 거였다.

“심지어 녹림의 우리 황금표국에 직접 와서 조의도 표하지 않았으니 얼마나 화가 났겠습니까?”

장운은 아직까지도 바닥에 널브러진 그들의 공물을 가리켰다.

그러자 군부명의 눈치를 보던 자들이 슬쩍 나서 장운이 던진 공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장운 소협. 좀 진정하게.”

결국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것은 녹림 측이었다.

장운의 입심에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린 군부명은 자신은 체면이 있으니, 대제자인 태호자(太昊字) 왕희산을 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진정? 제가 진정하게 생겼습니까?”

군부명이 물러나고 비교적 만만한 왕희산이 다가오자 장운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이는 거래를 하는 데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뜻이었다.

“자자, 우리 녹림이 서운하지 않게 대우함세.”

“이미 빈정이 상했는데 무슨! 바닥에 흐른 물을 주워 담을 수도 있나요?”

“에이~ 바닥의 모래를 쥐어짜서라도 물을 주워 담아 드려야지.”

왕희산은 비교적 능구렁이 같이 요령이 있는 자였기에 장운을 회유하는 데 있어 적합했다.

군부명이 나설 경우 결국 싸움만 되기에 일은 차분히 풀리기 시작하였다.

“먼저…… 명룡채 건의 일로 보상 말인데 희생자들 한 분당 그 가족들에게 금자 오십 개씩을 내리겠네.”

“지금 물질적인 것이 중요합니까?”

“일단 진정하고 들어보시게. 아울러 명룡산에 위령비를 세우고 신입 녹림도들에게 교육을 하는 장을 만들어 그날의 실수를 절대 잊지 말라고 이르겠네.”

“흐으음.”

장운은 나이에 비해 무척이나 노련한 남자였다.

그가 정말로 애송이 같았으면 이 정도에서 만족하고 웃었겠지만 미간을 잔뜩 찌푸리는 게 아닌가?

“희생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국주님의 진노가 보통이 아니던데…….”

거기에다 노련하다 못해 이 분야에서 정점을 찍는 상수 노관이 중얼거리며 도움을 더했다.

“뭐, 뭐엇?”

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금령검객 장천호의 이야기가 나오자 왕희산을 비롯하여 멀리서 분을 삭이고 있던 군부명의 귀도 쫑긋 세워졌다.

“국주님께서 차기 후계자이신 금령공자 장운 도련님을 보낸 까닭은 워낙 화가 나셨고 서운하셨기에 그런 겁니다. 국주님의 진노는 어떻게 푸시려고 하십니까?”

노관이 물었다.

이는 곧 국주인 장천호에게도 성의를 보이라는 노골적인 뜻이었다.

“크윽!”

노련하다 못해 능구렁이 같은 노관에게 제대로 물려버린 녹림의 왕희산.

그는 난감해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사부인 군부명에게 허락을 받기 위함이었다.

끄덕!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은 진행되었다.

“좋소! 국주님에게도 오늘 되돌아온 공물에 이보다 세 배나 되는 공물을 합하여 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질도 양도 좋은 것들로 보내지요.”

일단 보상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 짓는 게 좋아 보였다.

찰나 간에 공중에서 장운과 노관의 시선이 얽혔다.

더 뜯어낼 수도 있지만 그러다가 탈이 날 확률이 높기에 이 정도에서 물러나기를 선택했다.

더군다나 다음 협상이 남아 있지 않은가?

“그건 그렇고…… 올해 통행료 건은 어떻게 받으실 계획입니까?”

장운은 절대 돌려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놓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하여 녹림도들을 뒤흔들어 놓았다.

“토, 통행료?”

다시 한번 당황하는 태호자 왕희산.

군부명보다 더 큰 덩치로 그가 이토록 당황하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네. 그 건도 확실히 해야지요.”

“본 림 측에서는 동결이라고…….”

“동결?”

동결이란 말을 듣자마자 장운은 펄쩍 뛰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서 이번에는 감우량이 도왔다.

“장강수로채 측에서는 향후 오 년간 개별 통행료 면제, 보호하는 건 당으로 보수를 받겠다고 하였습니다. 매우 저렴하게요.”

감우량 또한 노련하기 그지없으며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표두였기에 눈치가 빨랐던 것이다.

물론 이는 장강수로채, 정확히 말하자면 광표 측에서 슬쩍 조건이나 듣고 가시라고 배 위에서 한 이야기에 불과했다.

그 이야기를 가지고 통행료 협상 건에 들고 왔으니 노련함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런 날강도 같은 놈들! 통행료 오 년 면제라니!”

장강수로채의 조건을 듣자마자 왕희산은 물론이오, 군부명과 녹림도들은 모두 펄쩍 뛰며 분통을 터뜨렸다.

안 그래도 장운 일행 때문에 점점 억울하고 열이 받는 통에 엄청난 조건을 뛰어넘어 사상 최고의 조건에 근사한 것을 부르자 자연스레 장강수로채를 욕하게 되었다.

‘아주 우리 고객을 날로 빼먹으려고 작정을 했구만.’

군부명은 수왕 사유혼과 수중밀검 광표의 얼굴을 떠올리며 화를 억눌렀다.

설마 그들이 이렇게 나올 줄은 아예 모르고 있던 것이다.

이제 녹림은 더 버틸 여력이 남지 않았다.

“사부님. 어떻게 할까요?”

통행료 건을 두고 왕희산은 주춤하며 결국 군부명에게 결정권을 내주었다.

자존심 때문일까?

계속 거듭하여 고민하던 녹림왕.

무림 출도 후 이렇게 고민하는 상황이 몇이나 될까.

한참을 주저하던 끝에 군부명은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통 크게 가야지.”

말과는 달리 그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이어나갔다.

“우리도 장강수로채와 동일한 조건을 제시하지!”

* * *

‘지금쯤 운이가 올 때가 되었는데…….’

한편 황금표국 내부에서는 장천호의 걱정과 시름이 깊어지고 있었다.

며칠이면 될 일이었는데 예상 기간보다 이틀이나 소모되었는데 기별이 없자 많은 생각이 오갔다.

“녹림왕은 너무 위험하고 야심이 넘치는 작자인데…… 내가 괜히 장운이를 보낸 것일까?”

오죽하면 이런 생각마저 드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아버님!”

황금표국 본국 바깥에서 웅장한 내공이 실린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더 두고 볼 것도 없이 이것은 장운의 목소리였다.

“장운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목소리에 장천호는 곧바로 뛰쳐나가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보며 표국의 대모들인 천풍검녀 조소윤과 서유화는 눈꼴 시렵다고 하였지만 금령검객의 장운 사랑은 이미 유명한 것이었다.

“오오, 왔느냐!”

장천호는 장운의 모습이 멀쩡한 것을 확인하고는 하늘께 감사드렸다.

녹림과의 협상 건도 중요하지만 아들이 멀쩡히 살아 돌아온 것만 하여도 감지덕지라 여겼다.

그런 그의 앞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허어억! 이, 이, 이게 다 무슨…….”

버선발로 달려온 장천호는 오로지 장운만을 보고 있다가 긴장이 풀리자 시야가 확장되었는데, 장운의 뒤로 줄지어 늘어진 공물의 항연과 수레들을 바라보며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놀라지 마십시오, 국주님. 녹림왕 군부명 총채주께서 특별히 보이는 정성입니다.”

옆에서 상수 노관이 자신의 일처럼 방방 들떠서 외쳤다.

이들이 기뻐하는 것이 당연했다.

본전 유지만 해도 감지덕지할 판인데 엄청난 성과를 수십 배로 달성하여서 왔으니 믿기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게…… 정말인가?”

장천호의 질문에 이번에는 감우량이 대답을 하였다.

“정말입니다! 심지어 녹림 측에서 지난 명룡채 건으로 희생된 유가족들에게 금자 오십 개와 더불어 명룡산에 위령비를 세운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맞습니다. 그 일을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서 앞으로 신입 녹림도들에게 엄중히 교육할 것 또한 약속하였지요.”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어찌나 많은 선물을 주던지, 후!”

감우량에 이어 응운곤과 천세은도 한껏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였다.

그들의 말마따나 녹림과의 협상 건은 대성공이었다.

“가장 중요한 통행료 건은 어떻게 되었느냐?”

장천호가 물었다.

황금표국을 이끄는 수장답게 가장 중요한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사실 다른 일이 잘 풀려도 통행료에서 바가지를 쓰게 된다면 말짱 도루묵이 아니던가.

“향후 오 년간 개별 통행료 면제, 보호하는 건 당으로 보수를 받겠다고 하셨습니다.”

장운의 말대로 녹림왕 군부명은 결국 제 살 깎아 먹는 심정으로 장강수로채와 동일한 조건을 제시하였다.

아니, 제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만 이 만만치 않은 협상의 대가, 장운을 회유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우와아아아!

장운의 말에 어느새 몰려든 황금표국의 인원들이 놀라 함성을 내질렀다.

녹림과 협상을 하러 간 장운 일행이 이제 도착했다고 하여 다들 몰려왔는데 희소식이 알음알음 전해지자 곧 환희로 이어졌다.

“으하하핫! 좋다, 좋아!”

이 엄청난 희소식에 장천호는 완전히 신이 나고 말았다.

‘아버님이…… 치아를 보이며 웃고 계시다니.’

그 모습에 먼발치에서 동생, 장운을 지켜보고 있던 장건은 화들짝 놀라 자빠질 뻔했다.

동시에 마음 놓고 다가가지도, 기뻐하지도 못하는 자신의 신세가 처량하였다.

그것과는 별개로 오늘 황금표국은 완전히 축제 분위기였다.

“이렇게 좋은 날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 자! 연회를 준비하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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