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73화
용봉지회(龍鳳之會)가 열리다(2)
“네에?”
장운의 말에 두길준은 놀라다가도 은근히 차오르는 호승심을 느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처음부터 느꼈던 것.
무인으로서의 자존심이자 투지가 발동되었다.
솔직히 말해 장운과 대면하자마자 호승심을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내심 금령공자는 얼마나 강할까, 자신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궁금했는데 먼저 제의를 해주니 반가울 따름이었다.
“큰 대회를 앞두고 있으니 서로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가볍게. 어떻습니까?”
장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할 따름이지요!”
혹여라도 장운의 마음이 바뀔세라 그는 자세를 잡으며 검을 쥐었다.
솨아아아!
가벼운 독대는 졸지에 비무 자리로 돌변하고 말았고 두 사람이 대결할 채비를 갖추자 금옥관 사람들은 좌우로 나뉘며 흥미로운 눈빛을 보내었다.
‘과연 이자의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어찌하여 도련님께서 흥미를 보였을까?’
그 어느 때보다도 이 흥미로운 비무를 반기며 응운곤과 천세은, 여러 표두 표사들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스윽!
장운이 가장 가까이 있던 감우량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판정과 시작 선언을 맡아달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비무 시작!”
감우량의 외침과 동시에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났다.
-섬광일섬(閃光一纖)!
시작 외침이 채 마침표를 찍기도 전에 두길준의 폭이 좁고 긴 괴상한 검이 미친 속도로 발검이 되어 장운을 찔러 간 것이다.
오오오오!
우우우!
눈이 따라가기 어려운 그 솜씨에 좌중들의 반응은 나뉘었다.
순수히 경탄한 자들은 어리숙한 줄로만 알았던 두길준의 실력이 뛰어나서 감탄하였고, 뒤에 야유를 보낸 자들은 두길준의 쾌검이 너무나 빨랐던 통에 비무 시작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검을 휘두르는 반칙을 범한 줄 착각하여 그랬던 것이다.
물론 반칙은 아니었다.
파앗!
두길준의 검은 아슬아슬하게 장운이 서 있던 자리를 꿰뚫고 지나갔다.
‘다시 봐도 무시무시한 쾌검이라니까.’
장운은 불과 조금 전에 있던 자리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파공음에 간만에 긴장이 되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전생에서 보았던 섬광분검의 검법을 다시 보고 있자니 피가 끓어오를 지경이었다.
“오!”
반면 두길준의 입에서도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극쾌검문의 무공 특성상 첫 일검에 승부가 갈리게 마련이었다.
어중이떠중이들은 검이 어떻게 뽑혀나가 도달하는지도 모르는 채 머리통이 갈리곤 했으니까.
그런데 이게 웬걸?
‘내 검이 미처 도달하기도 전에 반응을 보였다.’
흡사 검로와 속도를 모두 예상이라도 한 듯이.
그의 예측은 옳았다.
실제로 장운은 극쾌검문의 검을 알고 있고 이 전술도 알았기에 미리 대처를 한 것이다.
‘미리 알았는데도 소름 끼치는 쾌검이다.’
비록 전대 극쾌검문의 계승자였던 섬광분검과 비교하자면 완성도 측면에서 아쉽지만 더 성장할 여지는 풍부하였다.
“이번엔 내 차례군. 조심하시오.”
장운은 짧은 말을 남기며 자신 역시 실력 행사에 나섰다.
-금령선풍(金靈旋風)!
초령검이 금빛의 검기를 머금은 채 바람을 일으켰다.
평소의 금령선풍 초식 정도라면 충분히 빠르고 압도적이지만 조금 전 두길준이 보였던 쾌검과 비교하자면 아쉬운 면이 있었다.
파아아앗!
그러나 금령풍운검법에는 극쾌검문의 검에 없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강한 힘과 변화!
서걱!
장운이 본격적으로 실력을 선보이자 두길준의 옷 끝자락이 아슬아슬하게 베어 나갔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부상을 당했을지도 모르니까.
‘앗! 내 단벌 무복이……!’
두길준은 조금 다른 이유로 놀라면서도 당황을 자제한 다음, 극쾌검문의 검법인 섬광비천검결(閃光飛天劍結)의 절초를 펼쳤다.
-섬광폭천(閃光暴天)!
쌔애애애액!
두길준의 검기는 매서웠으며 나아가는 소리부터 달랐다.
장운은 그와 검을 섞으며 현재 두길준의 경지가 절정의 초입임을 알아차렸다.
자신보다는 한 수 아래지만 나이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경지가 아닐 수 없었다.
-무영보법(無影步法)!
장운은 유려한 보법으로 그의 쾌검을 완벽하게 흘렸다.
“앗!”
장운이 완벽에 가깝게 피하자 바로 여기서 두길준의 경험 부족이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다.
사실 이것은 쾌검수들이 흔히 겪는 특징이기도 했다.
일검은 무척이나 강력하고 위력적인데 그 첫 공격이 빗나갈 경우, 나머지 대책이 부족하다는 점.
안타깝게도 이것은 극쾌검문의 섬광비천검결이 지닌 특징이기도 했다.
-무염지(無炎指)!
장운은 여유로운 움직임으로 회피한 다음, 무염지의 은밀한 지풍을 쏘아댔다.
퍼버벅!
워낙 내공이 괴물인 탓에 가볍지만 위력적인 무염지의 지풍이 두길준의 상반신을 강타했다.
“크흑!”
두길준은 후속 동작을 취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또 여기서 쾌검의 약점이 드러났다.
다음 후속 동작을 취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
동시에 장운은 노련하기 그지없는 무인인지라 쾌검수의 약점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처음부터 두길준이 이길 수 없는 비무나 마찬가지였다.
-무영진퇴각(無影進退脚)!
장운은 혹시라도 두길준이 다칠까 봐 가벼운 발차기로 그의 앞섬을 점거하며 동작을 멈추었다.
만약 멈추지 않았다면 그대로 명치에 꽂아버렸을 터였다.
“더 하시겠소?”
누가 봐도 장운의 승리가 명백했다.
그의 아량을 베풀지 않았다면 두길준은 진즉 바닥에 쓰러져 혼절했었으리라.
“……제가 졌습니다.”
두길준은 패배의 고통이 가득 찬 음성으로 말했다.
첫 출수까지는 기세가 등등하니 좋았지만 그다음이 문제였다.
일검에 적을 제압하지 못하면, 특히나 노련한 무인을 만나게 된다면 위험 부담이 너무나도 컸다.
“귀하에게는 세 가지 약점이 있소. 첫 번째, 일검에 적을 쓰러뜨리지 못하면 답이 없는 것. 두 번째, 후속 동작을 취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
장운의 적나라한 지적에 두길준은 화를 내기보다 경청을 선택했다.
왜냐하면 자신보다 어리지만 까마득한 고수라는 것을 깨달아서였다.
동시에 두길준은 남의 조언에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받아들여 더 발전하는 인물이었다.
그 모습에 장운은 그가 더 마음에 들었다.
“세 번째는 무엇입니까?”
두길준이 자존심마저 내려놓고 묻자 장운 또한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실전 경험이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그의 말이 옳았다.
두길준은 자신의 아버지, 섬광분검 두천보가 사망한 이후, 남은 재산을 모두 벽곡단으로 바꾼 다음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
극쾌검문의 모든 운명이 자신의 어깨에 걸린 만큼 두길준은 절치부심하여 수련하고 또 발전하였는데 거기까지는 좋았지만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이제 막 폐관 수련을 끝내고 온 만큼 세상 물정을 모를뿐더러 실전 경험이 너무나 모자란다는 사실이었다.
“인정합니다.”
이 사실은 두길준도 내심 알고 있었기에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어느 무관에서도 받아보지 못한 조언을 받게 되자 너무나 기뻤다.
기뻐하다가 이윽고 현실을 깨달았다.
‘아차! 내가 졌으니 의뢰는 당연히 불발이 되겠구나.’
용봉지회 십육인 안에 들면 의뢰 대금을 치르겠노라 큰소리를 쳤으면서 장운에게 형편없이 깨지게 되자 다시 얼굴이 상기되고 말았다.
당연히 전력을 가한 건 아니지만 그것은 장운 또한 마찬가지였고 솔직히 전력을 다해 싸운다고 해도 이길 것 같지 않았다.
푸욱!
두길준은 잔뜩 기가 죽은 채 고개를 떨구며 이대로 다시 고향으로 가야 되나 싶은 그때였다.
“의뢰를 받아들이겠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너무나도 놀라운 것이었다.
“네? 네에에?”
두길준은 물론이오, 금옥관의 다른 일행들조차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지 눈을 크게 뜨며 경악하고 있었다.
특히나 노관이나 실력이 낮은 표사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하나 응운곤이나 천세은, 감우량 같은 뛰어난 무공을 가진 자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두길준은 강하다. 아직 세공되지 않은 원석과도 같다.’
어떻게 세공하느냐에 따라 역사에 남을 만한 무인이 될지도 모른다.
운이 따른다면 뛰어난 무명을 떨칠 것이고 이대로 단점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아비가 그랬던 것처럼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말 터.
“대신 조건이 있소.”
장운이 단서를 붙였다.
“하루에 한 번, 나나 감우량 표두, 응운곤 표사, 천세은 표사와 매일매일 대련을 하시오.”
* * *
결국 장운은 극쾌검문의 두길준을 선택하였다.
이 선택에 금옥관의 사람들 절반은 찬성하고 절반은 반대하였다.
-극쾌검문의 후예라……. 운아, 너는 언제나 재미있는 선택만 하는구나.
장운이 대목이라 할 수 있는 용봉지회 표행을 떠나며 두길준과 함께 하던 날, 금령검객 장천호는 그렇게 평하였다.
그리고 국주인 그가 직접 두길준을 확인한 결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후계자인 장운의 선택에 힘을 실어준 까닭이었다.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이번 용봉지회는 저 두길준이 파란의 중심이 될 것이다.’
장운은 장담할 수 있었다.
그를 직접 확인한 결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다.
동시에 장운은 이런 계획도 있었다.
일인전승의 문파라 비교적 움직임이 자유로운 두길준을 자신의 표사로 영입한다면?
그는 보다 더 넓은 계획을 꿈꾸고 설계하였다.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장운이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을 때, 두길준도 나름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장운 일행과 두길준이 함께 용봉지회가 열리는 곳, 하남의 소림사(少林寺)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도 어느덧 일주일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 일주일 동안 두길준은 매일매일 현유천 또는 다른 이들과 비무를 하였으며 조금씩 조금씩 경험이 쌓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시오?”
두길준을 보니 생각에 골똘히 잠겨 있는 게 아닌가.
장운이 묻자 두길준은 솔직하게 대답하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세상에 이토록 강한 사람들이 많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 말은 진심이었다.
현유천과 표두인 감우량은 말할 것도 없고 한낱 표사라고 얕보았던 천세은과 응운곤조차 위험한 실력자였다.
물론 뒤의 두 사람보다는 두길준이 상대적으로 우위였지만 까딱하다간 패배를 하곤 하였다.
“제가 용봉지회에 우승할 수 있을지 계속 의구심이 듭니다.”
두길준이 말했다.
더군다나 오가는 경비며 안내며 장운 일행이 모두 비용 처리를 하는 만큼 호성적을 내야겠다는 압박감이 그를 누르고 있었다.
그 때문일까?
최근 들어 매일매일 진행하는 대련의 비무조차 성적이 좋지 않았다.
상념에 빠진 것은 연패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무인이 이런 말을 남겼었지.”
장운은 그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하였다.
“자신을 믿고 검을 믿으면 천하가 바뀔 것이다.”
사실 이 말은 자신의 전생, 검신 장인랑이 내뱉었던 말이었다.
“그러니 처음부터 무리하여 천하를 바꾸려는 시도를 할 필요가 없소. 먼저 자신을 믿고 검을 믿으시오. 온전히 믿어 한 치의 의구심이 없을 때! 그때 자연스레 온 천하가 바뀔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