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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77화 (76/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77화

파란을 일으키다(2)

두길준은 예상대로 승승장구하여 예선전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완벽한 모습으로 본선에 진출하게 되었다.

특히나 단 일검 만에 상대를 무너뜨려서 붙여진 별호도 있었다.

일검일섬(一劍一閃) 두길준!

한 번 검을 뽑으면 반드시 엄청난 쾌검을 보여주기에 붙여진 별호였다.

이 별호와 이름은 곧 용봉지회를 넘어 널리 퍼지게 될 것이다.

“예선 진출을 축하하오.”

장운이 예선 서너 경기를 이기다 못해 완전히 박살내 버린 두길준을 환영하며 맞이하였다.

“아닙니다. 이제 시작인데요. 그나저나…… 용봉지회가 끝나기 전까지 계속 붙잡게 되어서 미안할 따름입니다.”

두길준은 자신의 성과보다도 장운 일행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이 아닌가 미안하여 뒷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검을 들면 무시무시한 검귀(劍鬼)와 같은데 장운과 황금표국 일원 앞에서는 너무나 순둥이였기에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아니오. 나도 놀기만 한 것은 아닌지라…….”

장운의 웃음이 깊어졌다.

그는 검을 들거나 검을 들지 않아도 타고난 승부사였다.

두길준을 앞세워 거듭 내기에 응한 결과.

‘전광노인은 결국 파산을 선언하고 말았지.’

현물 금자를 보유하고 있기로 명성이 자자한 전광노인이 가지고 있던 금자를 모두 잃어버린 것이다.

하필이면 두길준의 상대로 진정검객 곤유만큼이나 강한 상대들만 걸린 탓이었다.

이는 아마도 두길준이 만만해 보였기에 본선 진출이 유력한 유망주 위주로 비무를 잡은 것 같았는데 두길준이 죄다 쓸어버렸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도련님. 그 덕에 이미 대목 시기의 순이익을 뛰어넘고도 남았습니다!]

감우량부터 전음이 들려왔다.

그 역시 기쁨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장운은 이왕이면 이 기쁜 소식을 두길준에게 알려주어 그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싶었지만 구태여 이야기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실전에 임하는 데 있어 방해가 될까 봐서 그랬다.

“이제 본선입니다. 본선에서 두 번만 더 이기면 용봉지회 십육인 대열에 끼게 됩니다.”

결핍은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장운 일행에게 땡전 한 푼 주지 못하는 것이 내내 신경 쓰였던 일검일섬 두길준.

“부담 가지지는 말고요.”

장운이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나이만 따지자면 두길준이 형인데 이상하게 장운이 큰형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네. 긴장이 되거나 정신이 흔들릴 때면 장운 소협께서 해주신 그 이야기를 떠올리겠습니다. 제 자신을 믿고 제 검을 믿으면…….”

장운이 함께 웃었다.

“천하가 바뀔 것이다.”

* * *

“오, 소협 오셨소이까?”

용봉지회 본선을 앞두고 북적이는 와중, 장운을 찾아오는 일행이 있었다.

“음?”

장운은 의외의 얼굴에 잠깐 놀라다가 환하게 웃고 말았다.

그는 다름 아닌 예선전 호구 중의 상호구였던 전광노인이었던 것이다.

“어쩐 일이십니까? 설마…… 개평 달라고 떼를 쓰러 온 건 아닐 테고?”

장운의 말에 전광노인은 부들부들 떨다가 이내 자신의 뒤를 가리켰다.

그의 뒤에는 전광노인 본인만큼이나 쥐새끼 수전노처럼 생긴 이들이 몇 명 있었다.

“이분들은 무림의 어두운 이면에서 상단 및 여러 상계 활동을 하는 귀인분들이올시다.”

장운은 그들의 면면을 바라보았다.

‘무림의 어두운 이면이면 흑방 더러운 뒷세계일 테고 상단 및 여러 상계라면 금자를 빌려주고 이자 놀이를 하는 놈들이란 말이로군.’

뒷세계의 생리를 빠삭하게 아는 장운이었기에 모든 전후 과정을 이해하고 말았다.

파산을 선언한 전광노인이 어디서 자금줄을 가져왔나 싶었는데 이들을 끌어들인 것이다.

“아이고, 더 하자는 이야기요?”

장운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물론 이는 밀고 당기기에 불과했다.

“한 판, 딱 한 판만 더 합시다. 어차피 나도 더 땡겨 올 금자도 없으니.”

이미 본전 생각에 두 눈이 미친 전광노인은 보이는 것이 없었다.

간단한 밀고 당기기에도 제대로 밀리고 당겨져 파닥파닥거리고 있으니 말이다.

“한 판이라…….”

“한 판만 더 하시면 내 더 하자고 우기지도 않겠소. 그리고…… 어차피 도련님께서는 이번에도 저 일검일섬에게 걸 계획 아니시오?”

“그런데?”

“저는 무조건 그 반대편에게 걸겠소. 여기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고.”

전광노인이 말했다.

알고 보니 저들에게 금자를 빌린 것에 이어 금자 냄새 솔솔 풍기는 장운을 같이 회 쳐서 먹자고 대동한 모양이었다.

“흐으음.”

장운은 짐짓 생각에 잠기는 척을 했다.

아직 제대로 된 대진표는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광노인과 저 호구, 아니, 뒷세계 금자 놀이꾼들이 활개를 치는 것은 왜일까?

‘정파 무림 최강의 후기지수로 평가받는 이는 단 두 명. 그중 일검매향 예천관은 나오지 않았고 얼마 전 신경전을 일으켰던 창천폭뢰 남궁벽만 나온 상황이다.’

동시에 남궁벽은 본선 진출자 중에서도 우월한 위치라서 본선 첫 번째 비무가 면제되어 부전승을 한 상황이었다.

다시 말해 남궁벽을 제외하면 두길준을 이길 만한 인물은 없다는 뜻이었다.

그 말은 곧 두길준의 상대로 어느 누가 걸려도 패배할 걱정은 없다는 말씀!

“좋소. 대신 마지막 한 판이라고 하셨으니…… 금자를 모조리 걸어 최후의 한 판을 하고 딱 깔끔히 헤어지는 게 어떻겠습니까?”

장운은 썩 내키지 않는다는 얼굴로 말하였다.

호구를 등쳐먹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호구를 노름판 자리에 앉히는 거라고 했다.

그렇기에 장운은 공을 들였다.

서서히 설계를 하면서.

“조, 좋고말고!”

“그렇게 합시다!”

“인생 뭐 있소? 남자답게! 딱 한 판!”

애초에 흑방 뒷세계에 금자 놀이를 할 정도면 정신이 제대로 박힌 팔자는 아닌지라 전광노인과 그 일행들은 환장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역시 필승을 다짐했다.

왜냐하면 용봉지회 관계자를 열심히 구워삶은 결과 두길준의 본선 첫 번째 상대가 누구인지 미리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져도 두길준을 맹신하고 있는 장운이 패배하리라 믿었다.

“혹시 져놓고 강짜를 부릴지도 모르니 서로 모든 금자를 한 곳에 털어 넣는 것이 어떻습니까?”

장운이 제의하였다.

마침 제공된 장소는 상단과 표국 일원들에게 제공되는 장소였고 공교롭게 이 공간에는 장운 일행과 전광노인 일행뿐이었던 것이다.

“과연 현명하십니다.”

“하여튼 타고난 승부사라니까.”

전광노인은 마음에도 없는 입바른 소리를 하였다.

그들이 기뻐하는 이유는 장운의 전 재산을 털어먹을 수 있다고 믿어서였다.

촤르르륵!

먼저 장운이 보란 듯이 방 한가운데 수십 개의 금자 주머니를 가져다 내렸다.

그 총합만 해도 자그마치 천 개에 호가할 지경이었다.

‘우와아아아!’

그 어마어마한 금자의 양에 금자라면 환장하는 흑방의 악질들이 군침을 삼키고 있었다.

조금만 참으면 저 금자가 모두 자신의 것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약속은 지켜야 하는 법이지.”

“우리도 모든 금자를 붓겠소이다.”

“여기 도련님만 못해도 엇비슷한 금자일 겁니다.”

전광노인과 금자 놀이를 하는 그들 역시 금자 주머니에 이어 전표까지 더했다.

감우량이 직접 나서서 계산을 해보니 금자 구백 개 정도로 이 정도면 받아줄 만했다.

어차피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니 말이다.

“자자, 이제 서로 출자를 하였으니 무르는 법은 없습니다.”

장운이 말하자.

“물론. 개평도 없고 깔끔하게! 남자답게 어떠한 결과가 나와도 멋지게 돌아서기요.”

전광노인도 말하였다.

어렵지 않게 의견의 일치를 본 그들은 본선 첫 번째 대결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본선 첫 번째 대결입니다. 극쾌검문의 두길준 소협 대…….”

두길준이란 이름이 나오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금자 이천 개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판돈 걸려있었으니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소림사의 나한소검(癩漢小劍) 동천!”

마침내 두길준의 비무 상대가 정해지자 장내는 급격히 달아오르고 말았다.

오오오!

먼저 소리를 내지른 이들은 당연히 전광노인과 흑방의 이들이었다.

‘역시 빼돌린 정보가 맞았어!’

그 정보를 위해 들인 금자만 해도 얼마던가?

인생 역전을 위해 들인 투자치고는 저렴하다 여겼다.

반면 장운 일행의 분위기는 묘했다.

약간 놀라긴 했어도 의외다, 하는 반응이 아닌가?

‘물론 여긴 소림사고 그들의 유망주인 나한소검 동천이 여러 이점이 많겠지만…… 나는 두길준을 믿는다.’

나한소검 동천은 하필이면 용봉지회의 개최를 맡은 소림의 일대제자였으며 그 유명한 소림의 일원이었기에 남궁벽에 이어 두 번째로 우승할 확률이 높다고 지목된 판이었다.

한데 두길준의 상대로 정해졌으니 당황할 만도 했다.

“후후후, 무르기 없기요.”

전광노인은 비무 상대가 정해진 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연신 웃으며 급기야 장운을 향해 도발까지 하였다.

“두 사람은 모두 올라와주십시오.”

전광노인과 흑방 인물들의 여유로운 웃음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두길준과 동천이 서로 자세를 고쳐잡을 때까지도 말이다.

“비무 시작!”

그러나 이 상황은 곧이어 반전이 되고 만다.

-섬광일섬(閃光一纖)!

예선에서 그랬던 것처럼 두길준은 똑같이 섬광비천검결의 쾌검을 사용하였다.

예선에서는 그 어떤 누구라고 해도 감히 일검을 받아내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찌이익!

법의의 어깨 부분이 찢어지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심지어 굵은 선혈도 흘렸다.

‘정말로…… 전율이 드는 쾌검이로다, 아미타불!’

오죽했으면 그 검을 감당해낸 동천조차도 두길준을 다시 보았다.

적어도 자신 또래에 이런 검법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맨 처음 무명이라 제일 먼저 탈락할 것이라 지목되었던 두길준은 실력으로 소림의 일대제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하압!”

그래도 일검에 쓰러진 이들에 비하면 동천은 달랐다.

그는 죽기 살기로 버티며 치명상을 피했다.

그다음.

-나한배불(癩漢拜佛)!

나한소검 동천은 자신의 특기이자 소림 검법의 정수라는 나한검법(癩漢劍法)의 절초를 펼치며 대항하였다.

“안 돼!”

“이런!”

그 모습에 두길준의 약점을 알고 있던 몇몇 황금표국 일행들이 펄쩍 뛰었다.

실제로 두길준은 첫 일검 공격이 빗나가거나 막히면 후속 동작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거나 느려서 약점을 노출하곤 했던 것이다.

장운에게도 그래서 패배하지 않았던가?

한데 두길준은 놀라운 모습을 선보였다.

-분광회천(分光回天)!

그는 기다란 검을 맹렬히 휘두른 채 신법도, 그렇다고 공격도 아닌 동작을 취했다.

긴 검과 함께 그리 크지 않은 두길준의 몸 전체도 회전했다.

그 결과는 매우 준수한 것이었다.

채애앵!

두길준의 분광회천은 맹렬하게 회전하여 동천의 검을 방어하고 튕겨내는 것에 성공했다.

앞서 장운이 지적했던 것처럼 극쾌검문의 무공은 매우 강한 공격력 대신 방어가 약했지만 두길준은 오래전부터 외면받고 있었던 극쾌검문의 계륵, 분광회천을 상기하고는 이를 방어법에 적용하였다.

본래 이 분광회천은 맹렬히 회전하여 자리를 이탈하거나 적을 공격하는 주먹구구식의 초식이었다.

한데 이런 일검을 막아내는 데 있어서 매우 뛰어난 효과가 있는 게 아닌가?

적의 공격을 막아내었으니 그다음은 다시 일검일섬 두길준의 차례였다.

-비천검광극(飛天劍光極)!

두길준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이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았다.

일격필살의 다짐을 하며 섬광비천검결의 후반부 초식을 꺼내 들었다.

이전보다 두 배는 더 빠른 쾌검의 극치가 바로 이 비천검광극이었다.

스파아아앗!

공기가 찢어지는 귀 따가운 소리와 함께 두길준의 검은 소림의 일대기재이자 일대제자 중 가장 강한 나한소검 동천의 어깨를 스쳤다.

주르르륵!

동천은 차마 반응하지 못하고 미친 듯이 밀려나가더니 이윽고 합장을 하며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소승의…… 패배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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