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81화
변수의 변수(3)
“후하하핫!”
장운의 말에 남궁벽은 낭랑한 목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받은 걸 돌려주러 왔다? 내가 주었던 것이 있나?”
그리고는 이내 정색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사실 남궁벽도 알고 있었다.
‘저 장운이란 놈은 절대로 가만히 있을 놈이 아니다.’
두길준을 쓰러뜨리던 그 날, 장운의 눈빛과 기세를 기억했다.
심지어 남궁벽 역시 의도적으로 장운을 자극하였기에 오늘만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뭐……. 몇 대 얻어터지다 보면 자연스레 기억이 날 거니까.”
장운은 태연한 목소리로 말하며 남궁벽 숙소 내부로 들어왔다.
“후후, 올 것이라 믿었지. 그래서 일부러 주위 사람들을 내치고 혼자 있고 싶다며 한적한 숙소로 이동까지 했다니까?”
남궁벽은 불청객인 장운을 맞이하며 흡사 반가운 손님을 대하듯 행동하였다.
그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시시한 상대만 남은 용봉지회는 재미가 없다.’
남궁벽은 처음부터 금령공자 장운에게 꽂혀 있었기에 용봉지회보다도 그와 대결하기를 원했다.
그는 태어나 결핍을 느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용봉지회와 더불어 장운에게 일격을 먹여 두 가지 모두 다 차지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쩐지. 잠입이 쉽더라니.”
장운이 말했다.
이 반경에는 아무도 없었으며 홀로 떨어진 암자와 같았기에 실컷 싸워도 소음이나 누군가가 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렇게 안 하면 몸을 사리는 잘난 표두 나으리께서 안 올 것만 같았거든.”
남궁벽은 점점 더 깊은 살기를 내뿜으며 도발을 하였다.
지난번 장운이 표행 때문에 참은 것을 잘 모르고 몸을 사린다고 믿었다.
동시에 생각했다.
‘감히 내게 그런 짓을 하고도 멀쩡한 놈은 없었다.’
게다가 아무리 자신이 취했다고 하나 비슷한 또래 고수를 상대로 그런 굴욕과 무력감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따라서 언제고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직접 복수를 해주리라 다짐했다.
그래서 결승전 전날, 장운이 찾아오도록 남궁벽 측에서 일부러 판을 만들어준 까닭이었다.
“고맙네. 덕분에 고생하지 않고 왔으니.”
장운은 웃었다.
남궁벽만을 어떻게 불러내나 고민이 많았는데 의외로 잠입이 쉬웠던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 쾌검 쓰는 촌놈에게 손을 쓴 건 내가 아니야.”
“알아. 그보다 더 위의 위선자들이겠지.”
“그런데 어째서 내게 먼저 찾아온 거야?”
“그 위선자들의 심판은 곧 직접 할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대화는 이 정도면 충분하였다.
남궁벽은 장운을 숙소 연무장 중앙으로 유인하였고 장운 역시 따라갔다.
채앵!
챙!
두 사람은 모두 검을 꺼내 들었다.
검으로 얽힌 일은 검으로 푸는 것이 맞을 터.
“오늘, 나는 너를 쓰러뜨리고 내일은 용봉지회 우승을 차지할 것이다.”
남궁벽은 마지막으로 그 말을 남긴 채, 사력을 다하여 검강을 일으켰다.
우웅, 우우웅!
‘이것 보라고! 네놈만 검강을 일으킬 줄 알았나?’
절정의 경지 상급에 도달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검강의 증명!
남궁벽 또한 무리를 하면 그 검강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는 객잔에서 장운이 태연하게 선보였던 금빛 검강을 아직도 기억했다.
그런데 장운은 그의 검강을 보고도 반응을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금령선풍(金靈旋風)!
검기니, 검강이니 하는 것은 결국 더욱 효과적으로 사람을 죽이기 위해 나온 것이었다.
그것으로 경지나 계급을 증명하며 자랑하는 일 따위에 장운은 관심이 없었다.
따라서 남궁벽이 그날의 치욕을 극복하기 위해 검강을 선보이고 있을 때.
파아아앗!
장운의 검이 날아들었다.
황금빛으로 물든 강력한 검기가 남궁벽을 덮쳤다.
“치잇!”
남궁벽은 검강으로 달아오른 검을 휘둘렀다.
검강이니 당연히 장운의 검기 정도는 어렵지 않게 버텼지만 극심한 내공 소모가 느껴졌다.
결국 남궁벽은 실전에서 비무 내내 검강을 사용할 정도의 경지는 아니었다.
“죽어!”
자신의 한계가 느껴지자 그 절망감은 이윽고 남을 분노하고 미워하는 앙심으로 이어졌다.
-창천벽뢰강(蒼天碧雷鋼)!
남궁벽은 이를 꽉 깨물었다.
‘두 번 다시 그때처럼 방심은 없다.’
당시에는 술도 거나하게 취했고 방심도 컸다.
표국의 표두 따위, 자신이 마음먹으면 언제든지 꺾을 수 있다고 믿었다.
콰아아아앙!
푸른색 검기와 황금빛 검기가 서로 뒤엉키며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 크지 않은 숙소가 뒤흔들리고 약간의 소음이 터졌지만 주위의 반응은 없었다.
홀로 단독으로 떨어진 암자와 같은 곳이었기에 가능했다.
부들부들!
첫 일격이 부딪쳤을 뿐인데 남궁벽은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내공이 더 부족했기에 보이는 증상이었다.
‘이런 괴물 같은 놈!’
인정하지 않으려 했지만 부딪쳐 보면 깨닫게 되는 기묘한 감정을 느끼며 남궁벽은 점점 더 맹렬하게 검을 휘둘렀다.
파아아앗!
“죽어! 죽으라고!”
남궁벽은 자신의 검을 더 위력적으로 만드는 방법으로 분노를 선택하였다.
급기야는.
“그 두길준 놈처럼 피투성이를 만들 테다!”
선을 넘는 발언을 계속하며 도발을 계속하였다.
그 말을 들은 장운은 이제 더 이상 참지 않았다.
-금령초월휘검(金靈超越揮劍)!
장운은 경시하는 마음을 넘어 이제는 전력을 다했다.
남궁벽의 실력은 자신과 비교해도 대단했기에 방심은 금물이었다.
-창천폭뢰격광(蒼天暴雷擊廣)!
실제로 남궁벽은 금령풍운검법의 상위 초식을 사용하는 장운과 호각을 이루었다.
‘대단하군. 정녕 타고난 무골이다.’
그 솜씨에 장운마저도 일순 감탄할 정도였다.
순수하게 타고난 재능만으로 따지자면 전생이었던 자신, 검신 장인랑과 비슷할 정도였다.
그러나 검신과는 달리 남궁벽은 인성에 커다란 흠이 존재했다.
그것은 남뿐만 아니라 자신을 갉아먹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 뻔했다.
주르륵!
서로가 뒤로 물러가고 피로 뒤덮인 그때.
순간적으로 장운의 눈빛이 변하였다.
‘지금은 우리 단 둘뿐이다.’
아무도 목격자가 없다는 뜻이다.
그는 결심했다.
금령풍운검이 아니라 모처럼 오랜만에 검신 장인랑의 무공, 혼원무극검법을 펼치기로.
-일식(一式) : 전진검(前進劍)!
장운은 재차 검을 뻗었다.
“……!!”
이전과는 전혀 달라진 분위기과 검격에 남궁벽은 크게 놀라며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좀 전과는 완벽하게 달라!’
이는 곧 다른 사람을 상대한다는 기시감을 주었다.
혹자는 이게 무슨 위력이 있냐며 반문하겠지만 그것은 검을 전혀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작자의 논리였다.
간신히 금령풍운검법의 위력과 속도, 분위기에 적응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그보다 더 뛰어나고 전혀 다른 기조의 검법이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작은 차이를 만들어 낼 테고 절정 고수들에게 있어 자그마한 차이는 곧 패배의 원인이 되었다.
채쟁!
오랜만에 빛을 보는 혼원무극검법의 공격에 남궁벽의 검이 위로 튀었다.
그 빈틈을 놓칠 장운이 아니었다.
-사식(四式) : 무극만검(武極滿劍)!
장운은 빈틈이 보이자 기다렸다는 듯이 강력한 일검을 꽂아 넣었다.
검신의 무공이 다시 한번 세상에 제대로 도래하는 순간이었다.
“크허헙!”
자신만만하게 검을 휘두르던 남궁벽은 순간 숨을 깊게 들어 마시는 소리와 함께.
와장창창!
들고 있던 남궁세가의 검은 깨져 나가고 그를 상징하던 푸른색 무복은 이미 갈기갈기 찢어지고 말았다.
어디 그뿐인가?
주르륵!
전신에는 피투성이가 되었으며 애써 버티고 있던 두 팔과 두 다리는 후들후들 떨려왔다.
불과 조금 전 장운에게 두길준처럼 만들어 준다고 했는데 피투성이가 되어 피를 흘리는 사람은 정작 자신이었다.
‘도,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검도 잃고 감도 잃어버린 창천폭뢰 남궁벽.
그는 크나큰 혼란을 겪고 있었다.
갑자기 생전 처음 보는 검법을 펼치더니 순식간에 자신은 넝마주이가 돼버리고 말았다.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엄청 약하네.”
장운은 검이 파괴된 남궁벽을 내려다보며 비웃었다.
진정한 복수가 시작된 것이다.
“뭐? 아니야. 아니야!”
이에 발끈하여 남궁벽은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장운의 공격이 우선이었다.
-무영진퇴각(無影進退脚)!
퍼어어억!
장운의 괴물과 같은 내공이 담긴 무영진퇴각이 명치를 파고들었다.
“억! 꺽! 어어억!”
그 바람에 남궁벽은 몸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그대로 낫처럼 허리가 꺾이고 말았다.
장운은 그런 그의 상체에 발로 툭툭 건드렸다.
투욱, 툭!
“용봉지회도 우승하고 나도 꺾는다며? 이렇게 약해서야 가능하겠어?”
장운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그 말은 곧 오늘 너는 나를 꺾지도 못하고 용봉지회 우승도 차지하지 못하게 만들 거라는 뜻이기에.
“으아아아!”
그 말에 공포심 반, 울화 반의 감정을 느낀 남궁벽은 깨어진 검을 들어 어떻게든 장운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이식(二式) : 분광검(分光劍)!
장운의 검이 더 빨랐다.
장운은 모처럼 오랜만에 혼원무극검법을 마음껏 펼치며 결국 자신에게는 이 검법이 제격임을 다시 확인하였다.
콰지지직!
드디어 검도 마음도 모두가 깨져버린 남궁벽은 장운을 바라보며 커다란 벽을 느꼈다.
“서, 설마…… 나보다, 나보다 더 강하단 말인가?”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아니, 이 세상에 그런 존재는 없는 것이라 믿었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면 일검매향 예천관 정도?
얼마 전 듣도 보도 못한 일검일섬 두길준에 이어 금령공자 장운마저도 무시무시한 솜씨를 자랑하자 인지부조화가 올 지경이었다.
“몰랐어? 나는 알았는데.”
장운은 남궁벽의 오만한 자존심과 알량한 자만감이 깨어지는 것을 진정으로 즐겼다.
“하늘 위에는 하늘이 있는 법이야. 앞으로 잘 기억해 두라고.”
동시에 장운은 매타작을 시작했다.
어차피 밤은 길었고 남궁벽을 살려주거나 위해줄 사람들은 없었다.
직접 자신의 손으로 사람을 물렸으니 용봉지회 결승전을 위해 요란스레 무공 수련을 하는구나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퍼억, 퍼억, 퍼어억!
예로부터 전해오는 말이 있다.
매 앞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
그 말은 진리를 관통하는 말이었다.
“커헉! 커허헉! 사, 살려주세요. 살려주십시오, 장운 소협!”
그 오만하고 인성이 뒤틀린 남궁벽으로부터 소협 소리와 함께 존대가 튀어나온 것이다.
“살려줘야지. 여기서 대 남궁세가의 유일한 후계자를 죽일 수 있나. 대신 조금만 정신 치료를 해주려는 거야.”
장운의 무자비한 폭행이 이어졌다.
용봉지회 본선에서 많은 이들이 보고 있을 때 두길준을 폭행하던 남궁벽은 되려 자신이 신나게 얻어터지는 중이었다.
두길준 때와는 달리 말려줄 사람도 없어 나름 호쾌하게 생긴 그의 얼굴은 세 배로 부어 푸짐하게 빚은 만두와 같을 정도였다.
“금자로 사고파는 표사에게 당하는 기분이 어때?”
장운이 웃으며 물었다.
“……크흑흑흑!”
돌아오는 대답 대신 울음소리만 구슬피 들려 올 뿐이었다.
장운은 이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신조대로 행동했다.
복수를 하려면 제대로 해라!
그 말에 철저히 따랐다.
스륵, 스르륵!
급기야는 남궁벽의 상반신 옷을 벗기고는 초령검을 빼어 들었다.
“무, 무슨 짓을 하시려고…….”
“다시 네놈의 포악한 본성이 터져 나올 때 동경이나 개울물을 통해 네놈 등에 새긴 글귀를 보거라.”
장운은 그렇게 말하며 초령검으로 남궁벽의 등에다가 절대 지워지지 않을 흉터를 내공으로 각인하였다.
-개과천선(改過遷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