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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82화 (81/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82화

변수의 변수(4)

“드디어 용봉지회 결승전이 펼쳐지는 날이로군.”

“과연 누가 이길까?”

“자네 바보인가? 당연히 창천폭뢰 남궁벽 소협이 이기겠지.”

길고 길었던 용봉지회, 오늘 그 결승만을 남겨둔 마지막 날.

모든 관중들이 운집을 하며 대미(大尾)를 장식하기 위해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대화의 화두는 단연 결승에 진출한 두 사람의 이야기였는데 십중팔구, 아니, 열이면 열 모두 남궁벽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하긴, 상대인 청협유검(淸俠流劍) 방지혁 소협은 여러모로 부족하니까.”

남궁벽의 결승 상대는 무당파의 촉망받는 후기지수였는데 그는 남궁벽이나 일검매향 예천관은 물론, 두길준에게 패배한 소림의 나한소검 동천보다도 한 수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었다.

사실 방지혁은 여기까지 올라온 것만 해도 용한 수준으로 대진운이 좋았다고밖에 평가하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참 아쉬운 용봉지회였어.”

“맞아. 일검일섬 두길준이라고 했나?”

“그 친구가 돌풍을 일으킬 것만 같았는데 말이지.”

이제 곧 결승전이 시작되기 전, 삼삼오오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뭐라고요?!”

용봉지회의 진행을 맡은 소림사의 무승이 혼비백산하며 주변 사람이 다 들리도록 크게 소리를 치는 것이 아닌가?

그 무승은 어찌나 놀랐던지 안색이 창백해지다 못해 백지장과 같아 웃음을 자아낼 정도였다.

“결승전 시작에 앞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급기야 결승 비무 시작을 잠시 미룬 채 용봉지회 주최를 맡은 고위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하러 떠나고 말았다.

웅성웅성!

갑작스러운 상황에 일대 소란이 일어났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러게 말이야.”

“잠깐! 남궁벽 소협이 안 보이는 것 같은데?”

눈썰미가 예리한 한 관중의 말에 주변을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초유의 결승전을 앞두고 있는 만큼 미리 와 있었던 청협유검 방지혁과는 달리 우승이 거의 확실시 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창천폭뢰 남궁벽은 보이지 않았다.

“어? 진짜네?”

“늦는 모양이로군.”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점점 커질 무렵이었다.

“조용, 조용!”

수뇌부와 이야기를 하러 갔던 소림의 무승이 혼이 빠져나간 얼굴로 내공을 담아 고함을 내질렀다.

‘이게 진짜 맞는 것일까?’

그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눈을 찔끔 감고 외치고 말았다.

“창천폭뢰 남궁벽 소협은…… 부상과 더불어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하여 기권을 요청하셨습니다. 따라서! 이번 용봉지회의 우승자는 청협유검 방지혁 소협이 되겠습니다!”

분위기를 고양시키기 위해 애써 목청을 높이는 무승.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반응은 참담, 그 자체였다.

흡사 군중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하더니 이윽고.

우우! 우우우우우!

사방에서 야유가 쏟아져 내리는 중이었다.

천여 명에 가까운 일원들이 모조리 야유를 보내자 숭산의 천년 소림마저도 뒤흔들릴 정도였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대망의 결승전에서 기권?”

“용봉지회 수뇌부들은 진실을 밝혀라!”

관중들은 이 시시한 결말을 납득하지 못해 급기야 난동까지 일으키고 말았다.

물론 이 난동은 소림의 무승들이 출동하여 진압하였기에 해결이 되었지만 여론은 어쩔 수 없었다.

이번 용봉지회는 그야말로 변수의 변수로 점철된 대회였다.

동천의 탈락에 이어 갑자기 등장한 두길준의 활약과 또 갑자기 탈락한 모습까지.

거기에다가 우승이 확실시되던 남궁벽의 기권까지 말 그대로 폭풍과 같은 나날이었다.

“젠장할!”

“남궁벽 소협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그 모습을 고각 위에서 모두 지켜보고 있던 장본인, 경천지낭 제갈성천은 식은땀을 주르륵 흘리고 있었다.

일검일섬 두길준이라는 예상치 못한 방해물을 쳐내고 무림맹과 세간의 입맛에 맞는 창천폭뢰 남궁벽의 우승을 코앞에 둔 상황이었다.

한데 그 남궁벽이 돌연 결승 전날, 부상으로 기권을 하겠다는 서신을 남기고 고향으로 하야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남궁세가의 장로들은 뭐라고 하던가?”

제갈성천이 잔뜩 화가 난 음성으로 고함을 내질렀다.

“그들도 난처해하며 놀라긴 마찬가지입니다. 전날 밤도 아니고 결승 당일 새벽에 갑자기 세가 복귀한다며 떠났으니 원.”

무림맹 관련의 인물들은 모두 난색을 표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하늘을 놀라게 만드는 꾀주머니, 제갈성천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세상에 어느 누가 용봉지회 결승을 앞두고, 그것도 우승이 거의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자리를 이탈할 수 있단 말인가?

뛰어난 지혜를 가진 그조차 결승을 앞두고 이런 불상사가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관중들은, 그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제갈성천은 세간의 평판을 중시 여기는 인물이었다.

“야유를 하고 심지어 몇몇은 소란까지 일으키는 실정입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매우 절망적이었다.

이번 용봉지회는 실패를 하였다.

그것도 완벽한 대실패!

이 실패는 무림맹의 군사를 넘어 내심 맹주 자리를 노리고 있던 그의 경력에 있어 커다란 오점이 될 것이며 그의 평가는 나락으로 떨어질 게 분명했다.

“크흑!”

제갈성천은 이 믿기 힘든 현실에 두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 * *

용봉지회가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을 무렵, 남궁벽과 마찬가지로 용봉지회 결승 직전에 소림을 빠져나오는 인물들이 있었다.

그들은 당연히 장운과 황금표국의 일행들이었다.

“데려다주지 않아도 저는 괜찮습니다.”

이제 간신히 회복하여 말을 할 수 있게 된 두길준.

‘결국 나는 용봉지회 십육인에 드는 것에 실패했다.’

십육인까지 딱 한 걸음을 앞두고 있었는데 무림맹 상부의 비겁한 암수와 더불어 남궁벽을 만나는 바람에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 말인즉 용봉지회에 참가하게 해주고 모든 경비와 안내를 도맡아준 황금표국의 일원에게 대금을 치를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두길준은 본래부터 빈털터리였고 용봉지회 십육인에 들어서 수여금으로 그 대금을 치르고자 하였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돌아가는 길에서 신세를 지는 것이 미안하였다.

“아닙니다. 몸은 좀 어떠신지?”

장운은 한사코 만류하는 그를 편안하게 누울 수 있도록 개조된 마차 내부에 눕힌 다음 물었다.

“화, 황금표국 측에서 손을 쓴 덕분에…….”

황금표국은 그야말로 두길준의 치료에 최선을 다했다.

형식적인 용봉지회 의원이 아니라 인근 최고의 명의를 붙였고 몸에 좋은 값비싼 약초란 약초는 모조리 쏟아부었던 것이다.

세상살이에 무지한 두길준조차도 자신을 치료하는 데 막대한 자금이 소모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두길준은 그 생각이 떠오르자 다시 상반신을 일으킨 다음 고개를 푹 숙였다.

“네? 뭐가 죄송한가요?”

희미하게 웃는 장운의 얼굴에 한 차례 당황한 두길준은 잠시 멍한 상태에 빠져 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대금을 치르지 못하게 되어서…….”

“대금은 괜찮습니다. 두 소협 덕분에 용봉지회 내기에서 크게 한몫 챙겼으니 오히려 몇 배로 대박이 났으니까요.”

“비단 그것뿐만 아니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과 더불어…… 그렇게 몸조심하라고 했는데 적의 간계에 빠져서 한심한 모양으로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장운은 두길준의 말을 차분히 듣고 있다가 일다경(一茶頃) 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런 다음 다시 입을 열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적의 간계에 빠질 때도 있고 좋지 않은 상황에 휘말릴 때도 있는 법입니다. 그럴 때마다 매번 좌절하고 절망한다면 어찌 강호인이라 할 수 있겠소이까?”

장운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두길준의 잘못이 아니다.

‘잘못이 있다면 썩어빠진 무림맹이 잘못이고 순진하고 순박한 어린 무인이 휘말린 것 자체가 잘못이다.’

적어도 장운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열정적으로 무공에 매진하는 두 소협을 바라보며 개인적으로 제게도 큰 공부가 되었으니…… 우리는 분명 서로 미안해할 것 없이, 완벽한 거래를 한 셈입니다.”

장운이 말했다.

실제로 장운은 금전적으로는 엄청난 이익을 올렸고, 남궁벽에게도 완벽한 복수를 선사하였다.

“또한 남궁벽은 제가 잘 타일러서 보냈으니 언젠가 다시 이 혼탁한 강호무림에서 만난다면 두 소협께서 직접 복수를 하면 될 일입니다.”

그의 말대로 남궁벽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무공에 매진하게 된다면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아직도 부상이 남았으니…… 본 황금표국으로 귀환할 때까지 두 소협께서는 회복에 매진하시길.”

장운은 그렇게 말하면서 재차 이동에 박차를 가했다.

그 이후, 두길준은 무언가 깨달은 것이 있었는지 아니면 가슴이 아픈 것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치료에만 매진한 채 마차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장운도 구태여 그에게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어색하다면 어색한 동행이 이어졌고 마침내 그들은 황금표국으로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다.

“두 소협. 다 왔소이다. 이제 진정한 표행의 종료겠군요.”

장운이 며칠 만에 두길준을 향하여 말을 걸었다.

이제 두 사람은 헤어질 때가 다가온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장운 소협. 요 며칠 동안 골똘히 생각해 보았는데…….”

그동안 남궁벽으로부터 얻은 부상을 완벽하게 치료한 두길준이 이전보다 맑아진 눈빛으로 말했다.

“괜찮다면 황금표국에서 일을 시작해 봐도 되겠습니까?”

웅성웅성!

두길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장운의 일행들은 완전히 난리가 나고 말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반응은 내심 모두가 기뻐하고 있었다.

두길준 정도의 고수는 대개 표사보다 강호의 정상을 노리게 마련이었고 그가 황금표국에 합류한다면 장운의 든든한 오른팔이 될 게 분명했다.

“표행은 생각보다 몹시 어렵고 고된 일입니다.”

한데 이게 웬일인가?

반색을 하며 고맙다고 해도 모자랄 장운이 엄격한 어투로 단언하는 것이 아닌가?

“표행의 업무를 우습게 보고 드린 말이 아닙니다.”

“그럼 두 소협께서 본 표국에 일하고 싶다 말한 저의는 무엇이오?”

장운의 질문에 두길준은 열정으로 이글거리는 안광을 발산하였다.

“첫 번째로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장운 소협과 여기 일행분들에게 빚을 졌고, 그것을 다 갚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장운 소협께서는 괜찮다고 서로 좋은 거래였다고 하지만 저는 마음에 빚이 남아 있으니 그것을 청산하고 싶습니다.”

“솔직한 대답이오. 그렇다면 다른 이유로는?”

“두 번째로는 더 강해지고 싶습니다.”

두길준은 솔직했다.

극쾌검문 문파 내부 아무도 오지 않는 공간에서 질리도록 폐관 수련을 하였다.

그 폐관 수련을 한 몇 년보다도 도리어 장운 일행들과 오고가며 쌓았던 실전과 훈련들이 더욱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하나요. 표사는 그 무엇보다 표행이 우선시되어야 하지. 그리고 표두의 말을 돌아가신 부모의 말처럼 들어야 하고 말이오. 만약 내가 두 소협에게 남궁벽을 호위하라는 호위 표행을 지시할 경우, 완벽히 수행할 자신이 있소?”

장운의 말에 두길준의 몸이 순간적으로 흠칫 떨렸다.

그야말로 폐부를 찌르는 예리한 질문이었다.

두길준은 차분히 생각을 하였다.

그는 뒤늦게 깨달았다.

‘표사 일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

장운은 결코 남궁벽 호위를 받아들일 인물이 아니다.

따라서 그의 질문은 자신을 괴롭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깨우치기 위한 것임을 알아차렸다.

이른바 표사로서 각오가 되어 있냐는 질문이었다.

“남궁벽은 싫지만 장운 소협의 말은 세상이 무너진다고 해도 모두 신뢰할 자신이 있습니다.”

두길준의 대답에 장운은 퍽 마음에 들었는지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축하하오, 그대는 지금부터 우리 금옥관의 표사가 되었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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