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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83화 (82/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83화

예기치 못한 기연(1)

“죽일 거다, 죽일 거야, 크흐흐흑!”

장운과 두길준이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며 황금표국에 합류하고 있을 무렵, 장운에게 일방적으로 패배한 창천폭뢰 남궁벽은 피눈물을 흘리는 중이었다.

주위 사람들은 물론, 세가 내부 사람들에게조차 제대로 알리지 않고 용봉지회를 등진 채 일방적으로 세가로 복귀한 그.

-도대체 어떤 이유로 용봉지회 결승을 포기하셨습니까?

-왜 그런 것이더냐?

세가 내부에서도 질문 공세에 시달렸으나 남궁벽은 몸 상태가 온전치 않았고 용봉지회 우승 같은 허울 좋은 모습보다는 진정한 무공에 눈을 뜨고 싶다며 폐관 수련을 선언한 상태였다.

“으아! 으아아악!”

당연히 폐관 수련은 거짓말이었고 장운에게 당한 상처와 수치심은 밥을 먹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하다못해 무공 수련을 하다가도 예리한 단도처럼 마음을 날카롭게 찌르고 있었다.

스윽!

남궁벽은 동경 뒤에 자신의 등을 비춰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개과천선(改過遷善)!

장운이 멋대로 새겨놓은 이 흉터는 지워지지도 않았다.

물론 뛰어난 명의를 고용하여 상처를 지우면 되는 일이지만 문제가 남아 있었다.

정파 최고의 후기지수라 불리는 남궁벽의 등 뒤에 누가 감히 이런 글자를 새겨놓았냐는 의문.

의문은 곧 소문이 될 것이고 만약 이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다면…….

‘나는 살 수 없어 목을 매고 말 것이다.’

남궁벽이란 무인에게 있어 자존심은 곧 목숨과도 같은 일이었기에 그 어느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몸을 씻을 때 매번 보이는 그 상처는 남궁벽을 반쯤 미치게 만들었다.

서걱, 서거걱!

결국 남궁벽은 어느 날 새벽, 광기 어린 눈으로 자신의 검을 들어 개과천선 네 글자에 무자비한 자해를 하였다.

자해를 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어떻게든 그날의 치욕을 잊기 위해서.

그러나 글자는 훼손되었어도 그날의 싸늘했던 기억만은 절대로 지워지지 않았고 남궁벽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집사님, 아무도 모르게…… 최고의 살수 한 명을 고용해 주십시오.”

* * *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장운은 사소한 표행을 마무리한 다음, 금옥관의 일원들과 가볍게 비무를 나누었다.

이 금옥관의 일원들이란 감우량, 응운곤, 천세은, 두길준과 같은 자들로 이제 명실공히 황금표국 표사, 표두들 중에서도 최고의 무공 솜씨를 자랑하는 인물들이었다.

“후우, 피곤하군.”

장운은 초절정의 경지를 코앞에 둔 턱에 매일 무리하여 이들과 사생결단(死生決斷)과 같은 대련을 나누곤 했다.

두길준과 장운의 솜씨는 나날로 일취월장하였고 특히 장운은 초절정의 벽을 목전에 두어 이제 시간문제였던 것이다.

끼이익!

치열했던 대련 뒤에는 달콤한 휴식이 병행되어야 하는 법이다.

쉬는 것 또한 경지 상승에 있어 큰 도움이 되니 장운은 치열했던 하루를 뒤로 하고 침상으로 향하던 차였다.

바로 그때였다.

“…….”

곧바로 달려들어 침상에 누워도 모자랄 판에 장운은 가만히 멈춰서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장운이 멈춰서는 이유는 간단했다.

“무형(無形), 무음(無音), 무색(無色), 무취(無臭)여도 결코 가릴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지. 사람을 지속적으로 죽여 온 자에게서 풍기는 도살(屠殺)의 기운.”

자신의 방에서 이질적인 기운과 더불어 코를 찌르는 듯한 혈향(血香)이 진동을 했던 까닭이었다.

스르륵!

장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장운의 방 내부에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신에 착 달라붙은 검은 무복의 사내.

누가 봐도 살수이자 암살자였다.

“어떻게 알았지?”

놀랍게도 그는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났음에도 불구하고 도망가지 않았다.

오히려 은신술을 해제하며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했다.

상대를 반드시 죽일 수 있다는 압도적인 자신감!

그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말했잖아. 살처분한 놈 특유의 냄새가 있다고. 감각이라고 해야 하나, 직감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나는 분명히 느낄 수 있지.”

장운의 말은 사실이었다.

실제로 그는 검신 장인랑 시절부터 갖은 풍파를 다 겪고 어지간한 살수보다도 훨씬 많은 사람을 죽여왔기에 본능적으로 터득을 하였다.

이른바 동류(同流)의 냄새라고나 할까?

그리고 장운은 전생 때부터 이골이 날 정도로 살수들의 추격을 받아왔다.

따라서 살수보다도 더 그들의 기척을 잘 알아차렸다.

그것은 육신이 바뀌더라도 영혼은 바뀌지 않았기에 여전하였다.

“확실히 난 놈은 난 놈이로군. 그자가 이례적으로 의뢰를 하여 누군가 했더니…….”

살수의 말에 장운은 차분히 입을 열었다.

“굳이 감출 필요가 있나. 보나 마나 남궁벽의 짓이 뻔한데.”

“…….”

살수는 침묵을 유지하였다.

업계에서 의뢰인의 이름을 발설하는 것은 금기 중의 금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반응만 보더라도 정답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애초에 그는 감출 생각이 없었다.

“나는 천살탈명(擅殺奪命) 초류다.”

“……!!”

자신의 방에서 돌연 살수가 등장하였어도 내내 침착하던 장운의 눈썹이 꿈틀거리고 말았다.

아니, 비명을 지르지 않는 것이 용했다.

“천하제일의 살수집단, 천살문(擅殺門)의 문주라는 그…….”

“그렇다.”

천하에서 가장 유명한 살수집단을 꼽으라면 십중팔구 천살문을 꼽았다.

그중에서도 천살탈명 초류는 살수로서 이례적으로 초절정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은 인물로 사파십대고수에 속하는 작자였다.

세간 사람들은 그를 만나면 염라대왕과 대면한 것이나 진배없다는 말을 하며 역병이나 재앙처럼 두려워하고 있었다.

스윽!

초류는 자신을 상징하는 길이가 짧은 검을 빼어 들며 본격적으로 살기를 분출하였다.

“고통 없이 보내주지.”

초류는 압도적으로 자신이 있었다.

‘소문이 허상이라 생각했지만 그 이상이다. 하지만 결국 나를 넘어서지는 못할 것이다.’

천살탈명이 저승으로 보낸 절정 고수 숫자만 해도 자그마치 백 명이 넘었다.

그러니 아직 애송이에 불과한 금령공자 장운쯤은 어렵지 않게 해치우리라 믿었다.

장운이 이 자리에서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 수하들을 호출한다 해도 순식간에 멱을 따고 도주할 자신이 있었다.

하나 이것은 초류의 오판이었다.

“재밌겠군.”

장운은 수하들을 호출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도망가지도 않았다.

그가 취한 행동은 그저 초령검을 빼어 들 뿐이었다.

‘그러지 않아도 친선 대련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끼던 찰나였다.’

그런데 목숨을 건 살 떨리는 대결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보다 기쁜 일이 있을까?

“미친놈이로군. 두렵지 않은가?”

초류가 물었다.

그가 마주한 대부분의 대상들은 울며불며 살려달라고 빌거나 삶의 의욕을 상실하곤 했다.

드물게 투쟁심을 불태우는 자도 있었지만 이처럼 노골적으로 기뻐하는 자는 단언컨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네놈 따위가 두려웠다면 무림에 출도도 하지 않았겠지.”

장운의 말이 옳았다.

결국 무림이라는 것은, 세상이라는 것은 자신의 검 하나만을 믿고 거친 풍파를 헤쳐 나가야 하는 법이다.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것은 자신의 검뿐이다.

장운은 호들갑을 떨지도, 타인을 부르지도 않았다.

“어디 죽기 살기로 겨뤄보자고.”

그저 피가 끓어올랐을 뿐이었다.

-금령파옥(金靈破玉)!

급기야 선제공격을 감행하는 쪽은 장운이었다.

이것은 살수들에게 있어 매우 드문 일이었다.

살수들이 대상을 죽이는 것은 대개 기습이었고 기습은 당연히 선제공격을 전제로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한데 선제공격을 내주었다니 이는 천살문주인 초류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파아아아앗!

야심한 밤, 모든 불이 꺼진 깜깜한 어둠 속에서 장운의 황금빛 검기가 요동을 쳤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초류는 비상 상황이 아니라면 팔짱을 끼고 차분히 관전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실전에 있어 그런 여유는 존재하지 않았다.

-무음신보(無音神步)!

놀라워하는 것도 잠시.

초류는 이내 정신을 차렸다.

살수 특유의 소리 없는 신법으로 장운의 공격을 깔끔하게 피해냈다.

어디 그뿐인가?

천살탈명을 천하제일 살수로 만들어준 무공이자 살수 무공의 정점인 ‘천악살귀탈명검(天惡殺鬼奪命劍)’의 초식을 개진하였다.

-악살분참(惡殺紛慘)!

모든 초식이 다 살인검(殺人劍)의 수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효율의 극치를 달리는 살수 검공인 천악살귀탈명검.

이 검법이 실로 무서운 이유는 소리가 없을뿐더러 엄청나게 빠르다는 점이었다.

‘죽어라!’

초류는 재빨리 자신의 검을 휘두르며 장운의 최후를 확신했다.

살수의 수준이 초절정이라면 이는 곧 입신의 경지에 도달한 고수마저도 죽일 수 있다.

무공에서 이기는 것과 상대를 죽이는 것은 극명히 다른 분야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살수의 무공은 일반 무인들에게 매우 낯설고 상대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기에 경지와 상성을 초월할 정도였다.

하물며 장운의 경지는 자신보다 낮으니 단 일 합에 목숨을 빼앗아가리라 믿었다.

-무영보법(無影步法)!

안타깝게도 초류가 모르는 사실이 두 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장운에게도 살수와 준하는, 아니, 그보다 더 뛰어난 무영신투의 보법이 존재했다는 점.

두 번째로는 장운은 이처럼 빠른 쾌검을 최근 들어 질리도록 견식하고 상대했다는 점이었다.

‘빠르지만 두 표사의 속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굳이 비교하자면 이 초류의 검이 조금 더 빨랐으나 이미 극쾌검에 눈과 몸이 익숙해져 있기에 상대하는 것이 비교적 손쉬웠다.

스르륵!

그 결과 장운은 눈부신 신형을 자랑하며 초류가 그랬던 것처럼 그도 공격을 완벽히 흘려내었다.

도대체 누가 살수고 누가 살해 대상이란 말인가?

“……!!”

초류는 승리를 확신했기에 첫 공격이 빗나가자 마음이 흔들리고 말았다.

예로부터 살수의 무공은 일격필살(一擊必殺)의 무공이란 말이 있다.

즉, 일격에 죽이지 못한다면 도리어 본인에게 돌아온다는 뜻이었다.

‘상대는 나보다 더 강하다.’

그런 생각이 든 장운은 젖 먹던 힘까지 모두 쥐어짜 냈다.

초절정의 살수를 상대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 위험한 도박일지도 몰랐다.

그래도 장운은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여겼다.

-금령초월휘검(金靈超越揮劍)!

장운에게는 초류에 비해 여러 이점들이 존재했다.

앞선 이유와 더불어 전생의 경험 탓에 살수를 상대해 본 전적이 많다는 뜻.

‘살수를 상대하려면 매서운 검보다 오히려 발을 묶어야 한다.’

살수 무공이 빛을 발하는 이유는 은밀하고도 재빠른 은신술에서 나오는 법이다.

장운은 그것을 잘 알기에 금령풍운검법의 상위 절초를 사용하여 초류의 하반신을 쓸어갔다.

채재재쟁!

순식간에 허리보다 낮은 공중에서 금빛의 검과 붉은 기운의 검이 얽혔다.

초류는 무려 사파십대고수에 속한 인물이었다.

만만할 리 없었고 장운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네놈, 정녕 보통 놈이 아니구나.”

장운과 검을 주고받은 지 겨우 이 합 째.

장운을 바라보는 초류의 눈빛이 달라졌다.

처음 그의 방에 잠입할 때만 하더라도 그를 경시하고 하수로 취급했다.

‘이놈은 위험하다. 매우 위험한 냄새가 나.’

장운의 어린 겉모습 때문에 착각하고 있었는데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한 기운, 즉 자신과 같은 동류임을 자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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