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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84화 (83/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84화

예기치 못한 기연(2)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다.

‘분명 나보다 경지는 낮은 것 같은데 내공은 그 이상이고…….’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최강의 살수를 상대로 절대 흔들리지 않는 저 노련한 눈빛이라니.

정녕 약관도 되지 않은 어린 청년이 맞는 것일까?

죽이기 안타까웠지만 초류는 어쩔 수 없었다.

-탈명살인(奪命殺人)!

다시 초신속의 무음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이전보다도 더 빨랐다.

움찔!

장운은 잔뜩 준비하고 있다가도 극쾌검문의 고수인 두길준을 뛰어넘는 그의 어마어마한 쾌검을 보며 전율하고 말았다.

‘과연 사파십대고수다운 실력이다.’

비록 살수인 탓에 평가절하당하여 사파십대고수 중에서도 하위권을 기록하는 인물이지만 사람을 죽여온 경험에서 나오는 검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푸슛!

초류의 검은 맹렬하게 회전하여 장운의 어깨를 스치고 나아갔다.

그것도 장운이 몸을 비틀었기에 치명상을 피할 수 있었다.

-금령풍천비류(金靈風天沸流)!

장운은 사력을 다했다.

아니, 사력을 다해야만 했다.

자신보다 고수를 상대하는 것은 그 정도의 기백이 필요했던 것이다.

채쟁, 채재쟁!

공중에서 순식간에 서로의 검이 뒤엉켰다.

이런 소란에도 불구하고 금옥관 내부는 고요하기만 했다.

즉, 저 초류의 검이 얼마나 조용하고 빠른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렇게 사력을 다해 다투던 두 사람.

‘이렇게 고전을 할 줄은 몰랐다.’

초류는 등에 식은땀 한 줄기가 굵게 흐르는 것을 감지했다.

살수 인생을 통틀어 이런 경험은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설마 자신보다도 어린 하수에게 고전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더 놀라운 것은.

‘살수를 상대하는 대처법에 대해 그야말로 완벽하다!’

살수를 상대하는 방법을 안다는 것.

보통 무림인들은 무인을 상대하는 법은 잘 알아도 살수를 상대하는 법은 잘 모르게 마련이다.

한데 장운은 그렇지 않았다.

살수를 너무나 잘 알았고 심지어 정통파 무공에 약한 단점마저도 찔러왔다.

더 이상 오래 버티는 것은 곧 의뢰 실패를 의미했다.

즉, 이제 마무리를 지을 때가 왔다고 느꼈다.

-천살탈명천악검류(擅殺奪命天惡劍劉)!

천살탈명 초류 역시 전력을 다하였다.

그래도 초절정 고수는 초절정의 고수였다.

살수나 무인을 다 떠나서 인간의 한계라는 초절정에 도달한 이상 초인이라는 소리였다.

파앗, 파아아아아앗!

내내 무음과 극도의 소음만을 추구하던 초류의 검에서 강한 기류가 흘러나왔다.

주변은 핏빛으로 물들었으며 보다 큰 소리와 동시에 거센 검강이 쏟아져나왔다.

그 기세가 어찌나 강력하던지 장운은 감히 반응하거나 밀어낼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려운 상대였지만…… 결국 나의 승리다!’

초류는 승리를 다짐하면서 장운의 마무리를 두 눈에 각인시키려 했다.

어리고 유망하지만 자신의 손에 죽을 고수.

그대로 컸다면 반드시 천하제일인이 되었어야 할 이 젊은이는 자신의 손에 저물었기에 그 마지막을 지켜볼 책임이 있다고 느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하아아압!”

장운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다.

애초에 포기하여 죽을 것이라면 혼자서 상대하지도 않았을 터.

-천허심법(天許心法)!

자신보다 더 뛰어난 고수의 쾌검은 피할 방도가 없었다.

피할 수 없다면 부딪치는 방법밖에는 없으니 전신의 내공을 동원하여 거센 호신강기를 연성하였다.

“흥! 호신강기 따위로 버틸 수 있을 것 같으냐?”

초류는 특급 살수로서 이례적으로 격함 감정이 섞인 음성을 내뱉고 말았다.

본래 의뢰 대상을 마무리 지을 때는 침묵하게 마련이었으나 이번만은 예외였다.

그만큼 고전하고 힘들었다는 뜻이리라.

바로 그때였다.

퍼어어억!

초류의 의도대로 그의 눈부신 쾌검은 장운의 어깨에 적중했지만 예상대로 어깨를 관통하여 그의 상반신을 뚫지 못하였다.

그 이유는 간단하였다.

‘내게는 금룡린갑이 있다!’

장운은 살수나 기습이 올 때를 대비하여 언제나 금룡린갑을 착용한 상태였다.

착용만으로도 어지간한 고수의 공격은 막아준다는 절세의 보갑은 그 빛을 발하였다.

더욱이 장운의 괴물과 같은 내공과 맞물려서 전설의 금강불괴(金剛不壞)에 준하는 위력이었다.

그 결과, 초류의 혼신이 담긴 일검을 버텨내었다.

물론 그 대가도 처절했다.

추욱!

금룡린갑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장운의 어깨는 탈골이 되어 기이한 형태로 빠져 버리고 만 것이다.

그런 악조건에도 장운은 움직이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굉광환(宏光環)!’

금룡린갑에 이어 이번에는 굉광환이었다.

만철야장 공야월이 준 강한 빛을 내는 반지, 굉광환은 진귀한 보물답게 그 효능을 발하였다.

파아앗!

순간적으로 장운의 손에서 엄청난 빛이 번쩍였다.

매우 어두운 저녁인데 그 일대만 낮처럼 보일 정도였다.

“크아악!”

굉광환이 빛을 토해내자 가뜩이나 빛에 예민한 살수인 초류는 크게 놀라며 두 눈을 비볐다.

물론 특급 살수로서 이런저런 훈련이 되어 있으니 눈을 감고도 움직일 수 있었지만 장운이 원하는 것은 그의 허를 찌르는 것.

딱 거기까지였다.

“하압!”

장운은 역전승을 쟁취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패를 꺼내 들었다.

천살탈명 초류라는 대어를 낚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래야만 했다.

-사식(四式) : 무극만검(武極滿劍)!

장운이 금룡린갑, 굉광환에 이어 준비한 것은 다름 아닌 혼원무극검법이었다.

검신에게는 이 혼원무극검법이 제격이었다.

어깨에 큰 부상을 입은 장운이 아픔을 눌러 참고 사력을 다한 무극만검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위력을 다하였다.

콰지지직!

장운의 초령검은 간만에 혼원무극검법의 초식을 실어 기분이 좋았는지 유독 예리하게 감기며 초류의 심장을 관통하였다.

“컥! 커컥!”

순간, 복면 사이 초류의 두 동공은 크게 확장되며 작금의 상황을 믿지 못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초류는 굵은 선혈을 연거푸 토하는 와중에도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다.

“침상에서 살수가 튀어나오는 험악한 무림의 세계잖아. 나도 비장의 한 수가 있지.”

장운이 슬쩍 웃으며 말했다.

문제는 비장의 한 수가 아니라 금룡린갑에 굉광환, 그리고 검신의 무공까지 세 수가 있어서 그렇지만 말이다.

“이 무공은 부, 분명…… 거, 검신의…….”

초류가 놀라는 이유는 또 따로 있었다.

그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먼발치에서 무시무시한 기세로 적들을 도륙하던 검신 장인랑의 무공을.

“아아, 그러고 보니 천살문은 사흑천 휘하의 문파였지.”

장운이 더 고소해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지난번 용봉지회 시작 때 보았던 무림맹주 천운학검 남일산에 이어 또 다른 원수, 사파 연합인 사흑천의 사파제일인 광혈흑마 태상천과 가까운 문파가 바로 이 천살문이었다.

실제로 초류가 검신 장인랑은 기억하는 이유도 태상천 때문이었다.

그의 뒤에서 장인랑의 검법을 멀게나마 느낀 적이 있던 것이다.

“내, 내가 죽어도……. 사흑천주께서…….”

살수답게 죽음 앞에서 나름대로 초연한 천살탈명 초류.

그는 사흑천주인 광혈흑마 태상천을 거론하면서 애써 미소지었다.

“태상천 또한 내 손으로 죽일 것이다.”

장운은 그 말을 남기고는.

서걱!

그대로 초류의 목을 쳤다.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름 살수 세계를 평정하고 특급 살수로 인정을 받았던 천살탈명 초류는 자신보다 어린 하수, 금령공자 장운의 손에 패배하여 죽고 말았다.

이는 엄청난 일이자 보기 드문 역전승이라 할 수 있었다.

“허억, 헉!”

하나 대가 없는 역전은 없었다.

장운은 초류가 죽기 전까지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 참고 있었지만 어깨 쪽이 완전히 무너진 것에 이어 막대한 내공 소모로 인해 몸을 비틀지 않은 게 용할 지경이었다.

처억!

장운은 초류의 죽음을 확인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운기조식을 취하였다.

어깨가 탈골되고 부러진 외상은 황금표국의 재력으로 고칠 수 있다.

반면 내상은 다르다.

혹여라도 주화입마의 단계로 번질 경우 무인의 생명이 끝날지도 모른다.

“후우웁.”

장운은 가부좌를 틀고 앉자마자 곧바로 내공심법을 운용하였다.

바로 그때였다.

번뜩!

차분히 내상을 치료하며 오늘의 비무를 갈무리한 채 홀로 복기하고 있었던 장운.

그의 머리 위로 무언가 번뜩이는 느낌과 동시에 엄청난 깨달음이 흘러오기 시작하였다.

‘오오, 오오오오!’

이미 전생에서 한 번 경험해 본 탓에 장운은 이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이것은 초절정으로 향하는 일생일대의 기연이다!’

경험이 일천한 무인이라면 몰라도 장운은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갑자기 커다란 깨달음의 기연이 찾아온 이유는 자신보다 강한 고수를 상대를 꺾으며 깨달은 바가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운은 초절정의 단계까지 불과 한 걸음만 남겨놓고 있었는데 자신보다 강한 초절정의 고수, 천살탈명 초류를 쓰러뜨린 것은 크나큰 공부가 되었다.

장운이 목숨까지 걸어가며 초류를 혼자 상대하는 위험을 껴안은 보람이 있었다.

‘너무나도 거대한 느낌이 몸을 덮친다!’

장운은 격한 감동에 몸을 한 차례 부르르 떨기까지 했다.

그동안 견고하게만 느껴졌던 초절정의 벽이 허물어지며 마침내 우뚝 서는 기시감마저 들 정도였다.

어디 그뿐인가?

파아아앗!

가부좌를 튼 장운의 전신 뒤로 밝은 빛이 환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장운 도련님!”

한편 장운과 초류의 대결로 인해 폭발음이 터지자 금옥관의 인원들이 장운의 침실까지 달려왔다.

그들은 하나 같이 장운을 목놓아 부르며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이럴 수가!

경악스럽게도 장운의 침상은 완전히 초토화가 되었을뿐더러 강해 보이는 살수의 목이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또 하나 더,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쉿! 조용! 도련님께서는 큰 기연을 맞이하는 중이시다.”

장운을 가장 먼저 발견한 감우량 표두가 소리쳤다.

그 역시 뛰어난 무인이기에 현재 장운의 몸에서 나오는 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에 감우량은 금옥관의 표사들을 시켜 오랜 기간 동안 깨달음 속에서 기연을 맞이하고 있는 장운을 위하여 호법까지 번갈아 설 정도였다.

그렇게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번쩍!

흡사 석상처럼 감겨져 있던 장운의 눈이 돌연 번쩍 뜨이기 시작했다.

이제 모든 깨달음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것이다.

장운은 마침내 몸을 일으키며 어느새 모두 모여 있는 금옥관의 일행들에게 고하였다.

“드디어 나는…… 초절정의 영역에 도달하였다.”

이는 결코 과장이나 거짓이 아니었다.

장운은 정말로 약관이 되기 전에 초절정의 영역에 도달하는 일대의 사건을 터뜨리고 말았다.

초절정 고수가 된다는 것은 최소, 사파십대고수나 천하십대고수에 올라갈 수 있다는 걸 의미했으니 말이다.

‘전생이었던 입신의 경지까지 이제 남은 단계는 마지막 한 단계다.’

장운은 초절정의 영역에 도달한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검신 장인랑의 경지였던 입신의 경지에 이어 그보다 더 높은 무신의 경지까지 원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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