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93화
소탕하다(6)
장운은 저들을 단 한 사람도 살려둘 마음이 없었다.
혈월문은 감히 황금표국의 표물을 노렸으며 천운으로 살아남은 철대종 대표두를 제외하고는 모두 죽었다.
몰살에는 몰살로 갚아야만 했다.
그리고 또 하나.
‘혈월문도를 단 한 명이라도 살려주게 된다면…… 십중팔구 태상천과 사흑천의 귀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광혈흑마 태상천은 장운의 목표로 언젠가는 그를 죽여야만 한다.
하나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아직 태상천과 비교하자면 실력이 부족할 것이고 황금표국에도 막대한 피해가 가니 말이다.
“이럴 수가!”
“살려주십시오!”
“투항하겠습니다.”
장운의 서슬 퍼런 말에 충격을 받은 혈월문도들은 크게 놀라며 외쳤다.
사실 그들은 혈월문주인 용진산이 쓰러졌을 때 까지만 하더라도 투항한다면 살 수 있지 않을까 내심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장운은 애초에 몰살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니 남은 것은 절망뿐이었다.
“웃기는 소리들을 하는군. 네놈들은 본 표국의 표사들이 그렇게 외칠 때 살려주었는가?”
옆에서 열심히 일행들을 돕고 있던 장건이 냉정한 얼굴로 일갈했다.
사실 장건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분노에 차 있었다.
따지고 보면 죽은 이들은 장건과 더 친한 사람들이었기에 그 분노는 여느 때보다 대단했던 것이다.
“옳은 소리를 하십니다, 형님.”
장운이 동조하며 두 사람은 이례적으로 의견 일치를 보고 있었다.
-금령초월휘검(金靈超越揮劍)!
장운은 행동으로 증명하였다.
잔뜩 기가 죽은 혈월비악대를 향하여 무시무시한 검기를 거듭 뿌렸다.
혈월극마 용진산이 죽은 이후,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장내는 다시 한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장운을 필두로, 장건 및 다른 인원들의 맹공이 퍼부었다.
그들은 냉혹하며 무자비했다.
장운은 내 뱉은 말들을 모두 지켰다.
혈월비악대원들을 모두 사살하며 복수를 완성시켰다.
“이로써…… 죽은 자들의 가족에게 부끄러움만은 면하였구나.”
장운은 그런 소회를 남긴 다음, 혈월문 사람들의 시신을 한데로 모아 처리를 하려고 했다.
바로 그때였다.
‘음?’
장운은 마지막으로 정리를 위해 용진산의 시신을 수습하려는데 놀랍게도 그의 품안에서 무언가가 만져지는 것이 아닌가?
‘이게 뭐지?’
장운은 그의 품을 뒤척이며 확인해 보니 아니나 다를가.
하나의 비급서가 나왔다.
“……!!”
장운은 그 비급서의 정체를 확인하자마자 크게 놀라며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말았다.
그가 놀라는 이유는 바로.
-혈월음천신(血月陰天身)!
혈월극마 용진산의 장기이자 혈월문이 가진 무공 중 가장 희귀하고 뛰어나다는 호신강기공인 혈월음천신의 비급서였던 것이다.
“맙소사.”
장운은 믿기지 않아 거듭 확인을 하였다.
본래 문파의 비기가 적힌 비급서는 잘 들고 다니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용진산은 행동거지에도 드러나듯 좀처럼 사람을 잘 믿지 않고 의심이 많으며 편협한 작자였다.
-다른 무공은 몰라도 이 혈월음천신의 비급서만큼은 다른 이들에게 맡길 수 없다.
그렇게 판단한 용진산은 언제나 그 비급서를 들고 다녔다.
설마 자신이 누군가에게 죽어 그것을 빼앗기겠냐는 자신감마저도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화근이 되어 장운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으니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이것은 몹시도 큰 행운이다.’
장운은 피어오르는 기쁨을 억누르며 그 절세의 비급서를 갈무리했다.
사실 장운은 용진산의 혈월음천신을 내심 탐내고 있었다.
한데 이렇게 손에 들어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혈월음천신은 장운을 한결 더 완벽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모두 정리가 끝났습니까?”
의도치 않은 보물을 얻은 장운은 큰 목소리로 일행에게 물었다.
“네!”
답변이 들려오자 장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신호를 보냈고 황금표국 일행들은 표사라면 반드시 들고다니는 것.
화르르륵!
즉 화섭자에 불씨를 일으켜 적마방 별관에 불을 붙였다.
‘흔적을 완벽하게 지우는 데 있어 태우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
장운의 지론 하에 마무리는 시신을 비롯하여 적마방 또한 모조리 태워 버리는 일이었다.
그럼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엄청난 마굿간과 말을 지닌 적마방에 불을 지르면 그 사람들과 말은 어떡하냐고.
그 해답은 장운이 지금 하는 말에 존재했다.
“적마방의 인원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본 표국의 일원을 학살하는데 일조하였다. 그 여죄를 지금 치르게 될 것이며 우리들의 빼앗긴 표물과 주인을 잃게 된 말들을 모두 회수한다!”
이것이 바로 장운의 마무리 계획이었다.
이번 일의 원수로는 혈월문뿐만 아니라 적마방도 존재했다.
그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협조하였으며 특히나 표물을 훔치고 은닉하는 데 커다란 공을 세웠다.
더욱이 황금표국의 표물을 암흑시장의 경매로 팔아치우려 했기에 그 죄를 갚아야만 했다.
이보다 더 완벽한 마무리가 있을까?
결국 최후의 승자는 장운 일행이 되었으며 오늘의 일은 장운의 의도대로 완벽하게 묻히고 만다.
* * *
-사천성 적마방에 큰불이 들어 적마방의 수뇌부들이 모조리 죽었다 하더라!
-하필이면 명마와 준마가 있는 마구간에 화재가 나 그 귀한 말들은 야생에 풀려났다!
이 소식은 사천성에서 잠시 화제가 되었으나 그리 길지 않았다.
거대한 무림 방파도 아니고 마상단의 몰락과 흥망 따위는 중요치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실종된 표물은 모두 회수하였으며 유일한 생존자이신 철대종 대표두도 같이 귀환을 하였습니다.”
장운이 빼앗긴 표물뿐만 아니라 적마방이 자랑하는 뛰어난 명마와 준마를 대량으로 이끌고 황금표국에 복귀를 하였다.
“잘했다, 정말 잘했다!”
국주인 금령검객 장천호는 일련의 일들에 놀랐지만 그것도 잠시뿐.
표국에서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표물이었다.
의뢰를 받았는데 표물을 잃게 된다면 그것은 곧 표국의 신의를 잃게되는 것과 동일했기에 어떤 일이 있어도 표물만은 되찾아야 했다.
그런데 장운이 표물을 되찾아 온 것에 이어 그동안의 일로 손해를 메꿀 엄청난 가치의 말들을 끌고 왔으니 순식간에 흑자가 발생하였다.
어디 그뿐인가?
“폭풍권 철대종 대표두는 본 표국에 있어 무척 소중한 사람이자 크나큰 재산이기도 하다.”
무릇 표국의 일은 사람이 재산이라 절정 고수에다가 뛰어난 수완을 가진 철대종이 살아온 것만 해도 너무나 기쁜 일이었다.
“장운 도련님. 도련님께서 저를 살리셨습니다.”
철대종은 부상이 완치가 되지 않아 몸을 비틀거리면서도 장운에게 무릎을 꿇었다.
“아이고, 아닙니다.”
장운은 감당하기 어려운 인사에 손사래를 치며 일으키려 했지만 철대종은 완고하였다.
“솔직히 그동안은 장건 도련님의 곁에 머물며 장운 도련님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진심으로 반성하겠습니다.”
철대종에 이어 장건의 말도 이어졌다.
“철 대표두님의 말이 옳습니다. 저 또한 솔직히 운이에게 종속되는 것이 싫어 반항의 마음이 조금은 있었는데 지금부터는 열심히 도와 운이를 사상 최고의 국주가 되는 데 이바지하겠습니다.”
장건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장운이 아니었더라면 장건은 이번 일로 인해 나락에 떨어졌을 것이며 재기가 불가능하였다.
그 지옥의 수렁에서 건져올려 주었으니 완전히 탄복, 또 탄복했다.
이전에는 어쩔 수 없이 굴복한 것이라면 이번에는 진심으로 열과 성을 다해 충성을 맹세했다.
“이제 형님의 진심을 알게 되었으니 같이 열심히 하여 본 표국이 천하를 호령하는 그날까지 같이 달려갑시다.”
장운은 이번 일을 완벽하게 마무리 지었으며 절세의 호신강기공마저도 얻었다.
무엇보다도 장건과 그 파벌을 완벽하게 흡수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이들은 장운에게 있어 든든한 힘이 되리라.
* * *
“후우우.”
장운은 국주인 아버지에게 모든 보고를 마치고 이제 정말 오늘의 일을 마무리한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 정보도 없었던 추적부터 시작하여 혈월문 소탕까지 너무나도 피곤했던 것이다.
게다가 자신보다 더 강했던 혈월극마 용진산과의 싸움은 대운이 따랐을지언정 많은 피로를 동반하였다.
‘그래도 용진산을 처치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다.’
태상천이 만약 용진산의 죽음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 생각만으로도 장운은 피로가 조금은 날아가는 듯 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계속 전진하다 보면 진정한 원수 중 한 명인 광혈흑마 태상천을 처치하는 데까지 오래 걸리지 않으리라 관망했다.
“음?!”
장운이 모처럼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돌연 자신의 방 바깥에서 인기척이 들리는 게 아닌가?
또 살수나 암습인 줄 알았는데 전혀 뜻밖의 인물이었다.
“저어…… 장 가가. 저 천세은이에요.”
장운은 익숙한 목소리에 안도를 하다가도 이내 의문이 들었다.
‘이런 야심한 시각에 어쩐 일이지?’
장천호에게 보고를 마치고 많은 일을 마무리하다 보니 어느새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대였다.
이제 곧 잠에 빠져들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는데 이 시간에, 그것도 예고없이 찾아올 줄은 전혀 몰랐다.
끼이이익!
장운은 곧바로 문을 열어주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모처럼 면포로 얼굴을 가리지 않은 천세은이 모습을 드러냈다.
게다가 이제 막 씻은 듯 촉촉이 젖은 머리와 더불어 뽀얗고 투명한 피부는 사나이의 마음을 일순 흔들어놓고 말았다.
“……!!”
더욱이 가까이 다가서자 여인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것에 장운은 아찔하였지만 그것도 잠시.
엄청난 내공을 바탕으로 강인한 정신력을 자랑하는 장운은 뛰어난 인내심을 발휘하며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장운의 말에 천세은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말문을 열었다.
“장 가가에게 말씀드릴 일이 있어서 왔어요.”
‘나에게 할 말이라?’
이 야심한 시각에 그것도 촉촉이 젖은 모습으로 다가오니 장운은 흠칫하였다.
하나 곧바로 예상가는 것이 있었다.
“이제야 결심이 섰나요?”
장운이 말했다.
그가 말하는 것은 다른 게 아니라 천세은의 사연을 뜻하는 것이리라.
천세은은 본래 엄청난 화상을 입었고 장운의 도움으로 그것을 완치하였으나 어찌 된 영문인지 천세은은 과거의 일에 대해 도통 말을 해주지 않았다.
‘나는 내심 궁금했지만 그녀의 판단이 설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왜냐하면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는 법이니까.
실제로 장운 또한 다시 태어났다는 커다란 비밀이 있지 않은가?
“역시 아시는군요.”
장운의 말에 천세은은 놀라지 않았다.
사실 그녀의 마음속에 뜨거운 복수의 불길이 활활 타오른다는 것은 금옥관 내부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어느 정도 추측하고 있었다.
복수로 인한 일련의 사연으로 인해 천세은의 마음은 굳게 닫혀 있어 그녀가 믿고 따르는 장운에게마저 비밀로 하던 차였다.
그러던 와중, 마침내 오늘 장운에게 말할 용기가 생겼다.
“이야기가 긴데……. 제 얘기를 들어줄 수 있나요?”
비옥수 천세은은 그동안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은 비밀을 꺼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