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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94화 (93/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94화

천세은의 복수(1)

그녀의 말에 장운은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운 역시 너무나 궁금했던 일이고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것은 천세은에 대한 동정과 애정 때문만은 아니었다.

‘천수관음 나화연은 전생 시절 나와 제법 친한 사이였다.’

천세은의 사연은 나화연의 죽음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따라서 천세은을 돕는 것은 전생에 신세를 많이 진 나화연의 복수를 돕는 것과 같을 것이기에 장운은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오늘밤은 깁니다. 그러니 얼마든지, 천천히 이야기를 하셔도 괜찮아요.”

지난번 종남파 장문인에게 얻은 용정차를 끓여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는 천천히 이야기해도 좋다는 뜻으로 장운은 혹시라도 그녀가 부담을 가질까 봐 배려를 해주었다.

이에 용기가 난 천세은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자신의 사연을 공개하였다.

“제가 천하제일의 여인, 천수관음 나화연 여협의 제자라는 것은 잘 알고 계실 거예요. 하지만 저는…… 사부님의 첫 번째 제자가 아니라 두 번째 제자입니다.”

“……!!”

그 말에 장운은 처음부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알기로 나화연의 사문은 일일전승 즉, 제자를 오로지 한 명만 둘 수 있는 율법이 존재하였다.

그러니 제자를 두 명이나 두는 것은 말 안 되었다.

“본래 사부님께서는 첫 번째 제자를 두셨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진자령으로…… 암기의 달인이라는 사부님마저도 경악케 만든 천재 중의 천재였어요.”

장운은 혹시라도 천세은이 동요할까 봐 놀란 내색을 하지 않은 채 차분히 경청했다.

‘진자령? 금시초문인데?’

장운은 천세은의 말을 들으면서 약간의 의문을 느꼈다.

나화연의 본래 제자에다가 그녀마저도 경악할 만한 재능이라면 전생, 현생을 통틀어 자신이 알아야 하는 이름이었다.

한데 그 이름은 전혀 듣지 못해 궁금함이 커져가고 있었다.

“그녀의 재능은 너무나도 비범하고 뛰어나 사부님께서는 무척이나 흡족해했고 자신의 모든 정을 주셨어요.”

장운은 천수관음 나화연을 잘 알았다.

무정한 척하지만 은근히 정이 많은 그녀의 성격상,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인생 유일의 제자로 믿었던 진자령에게 많은 것을 베풀었으리라.

“진자령 역시 사부님을 매우 잘 따라 오죽했으면 다른 사람들은 두 사람을 모녀 사이로 볼 정도였대요. 그렇게 시일이 지나 이제 사부님의 진정한 비기인 호접개화천수공(胡蝶開花千手功) 후반부 초식 전수만을 남겨두고 있을 무렵, 사부님께서는 엄청난 비밀을 알아차리게 되셨어요.”

“엄청난 비밀?”

“네. 알고 보니 진자령은…… 사천 당문의 인물로 사부님의 암기술이 탐이나 의도적으로 접근했던 거지 뭐예요?”

흠칫!

그 말을 듣자마자 장운은 몸을 격하게 떨며 한 인물의 이름을 내뱉었다.

“귀섬옥수(鬼纖玉手) 당희령!”

어째서 진즉 알아차리지 못하였을까?

장운의 추측이 옳았다.

“맞아요. 진자령이 바로 그 귀섬옥수 당희령이었어요.”

천세은은 두 눈을 감았다.

진자령의 진정한 정체는 당희령으로 본래 그녀는 당문의 방계 혈통이었다.

사천 당문의 내부 규율은 매우 엄격하여 직계 혈통이 아닌 이상, 출세에 한계가 있었다.

암기나 독과 같은 무공들은 비밀 유출을 엄격히 꺼렸고 그것은 당문이 가장 극심하였다.

따라서 당희령은 그것을 어떻게든 타파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떠오르는 계획이 있었으니.

-제가 직접 천수관음 나화연의 제자가 되어 그녀의 무공을 배워오도록 하겠어요!

대담하게도 천수관음의 무공을 배워 그녀를 배신한 뒤 당문의 무공으로 만드는 행동이었다.

사천 당문의 문주 입장에서는 당연히 손해 볼 것이 없었기에 흔쾌히 허락을 했다.

만약 실패하여 당희령이 죽더라도 직계가 아닌 방계이기에 신경 쓰이지 않았다.

반면, 천에 하나 만에 하나 천수관음의 무공을 배워올 수 있다면 암기와 독을 주로 익히는 당문에게 있어 축복이나 마찬가지였다.

“한데…… 어찌 나화연 여협의 이목을 피할 수 있었습니까? 그분의 안목이라면 사천 당문의 무공을 대번에 알아차렸을 텐데.”

장운의 의문에 천세은은 곧바로 대답을 해주었다.

“당희령은 영악했어요. 사부님의 눈에 들기 전에 당문의 무공을 하나도 배우지 않았답니다. 완전히 깨끗한 몸이었으니 속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도 사부님은 추후 그녀의 행동거지나 사고방식이 사천 당문과 흡사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아무도 몰래 뒤를 캐낸 결과, 당희령의 정체를 깨닫게 됩니다.”

“그럼 당희령의 처분을 어떻게 하셨습니까? 설마…….”

현재 당희령은 당문의 실세로서 그 명성을 떨치며 호령을 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잘 먹고 잘사는 그녀의 소문에 장운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맞아요. 안타깝게도 사부님께서는 정에 휘둘리고 마셨어요. 분명히 머리로는 당희령의 목을 베는 게 맞는데 사부님은 당희령이 열두 살 때부터 스무 살이 넘을 때까지 말 그대로 업어서 키우셨거든요.”

문제는 나화연의 연약한 마음이었다.

당돌하게도 천수관음의 무공을 노리고 들어온 당희령은 무정하게 죽이지 못했다.

특히나 영악한 당희령은.

-으흐흐흑! 사부님, 사부님! 제발 한 번만 살려주시어요. 목숨을 살려주신다면 평생 비구니가 되어 절에서 살겠어요.

마음에도 없는 눈물을 흘리며 인정에 호소했다.

무공만을 거두는 방법도 있었지만 호접개화천수공의 특성상 양손의 기민한 감각을 빼앗아야 하기 위해 단순히 단전을 폐하는 방법으로는 부족했다.

제대로 무공을 회수하려면 그녀의 양팔을 잘라야 하며 구결을 유출하지 않기 위해 혀까지 잘라야 했다.

나화연은 차마 죽이지는 못하고 그녀의 두 팔을 자르려고 다가갔을 때!

-사부님! 저는 당문의 명에 의해 강제로 그랬지만…… 사부님을 제 어머니이자 아버지로 생각했어요. 맹세하건대 평생 절에서 살 테니 부처님께 공양하며 절을 할 수 있도록 그냥 보내주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화연은 어린 당희령의 성장 과정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쳤다.

그 고우고 여린 손바닥이 떠오르자 차마 자신의 날카로운 암기로 잘라낼 수 없던 것이다.

동시에 단전을 폐하더라도 호접개화천수공의 진정한 능력은 손의 감각이기에 무공을 폐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나화연은 정에 이기지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당희령을 보내주었다.

-지금부터 내 눈에 띄지 말고 아무도 없는 암자로 들어가 평생을 참회하며 살거라. 만약 네가 당문으로 합류하거나 너의 활동 소식이 들린다면 내 손으로 죽일 것이다.

나화연은 으름장까지 놓으며 그녀를 살려 보내주었다.

“그럼 그 다음으로 제자를 들인 것이…….”

“맞아요. 바로 저예요. 사부님께서는 지난 그 일 때문에 마음의 병이 생기셔서 다시는 제자를 들이지 않으려 했지만…….”

그렇게 된다면 호접개화천수공의 맥은 끊기고 말 것이다.

그러던 도중 나화연의 눈에 고아였던 천세은이 들어왔다.

첫 번째 제자였던 당희령처럼 뛰어난 암기의 재능도, 싹싹하며 애교 많은 성격도 아니었지만 오히려 당희령과 조금도 닮지 않은 점이 나화연의 마음에 들었다.

“사부님은 안심하고 계셨어요. 당희령은 정말로 수년 동안 아무 소식이 없었고 쥐 죽은 듯 여생을 보내는 것처럼 보였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천세은은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한다.

사부에게 호접개화천수공 마지막 초식 구결까지 모조리 전수받았던 바로 그날이었다.

화르르륵!

오로지 천수관음의 사문만이 아는 그 비전의 공간에 갑작스레 불꽃이 치밀었다.

당연히 당희령의 짓이었다.

그녀는 집착과 집념이 강해 애초에 호접개화천수공을 포기할 위인이 못 되었다.

당문의 정예 무인들을 대동하여 나화연을 급습한 것이다.

-정면 승부로는 천수관음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무엇일까?

-저 어린 여자를 잡아라!”

-저 애를 잡지 못하면 천수관음이 날뛰고 말 것이다!

당희령은 진정으로 악독한 것이 지난 몇 년 동안 참회하며 지낸 것이 아니라, 나화연이 새로운 제자가 생길 때까지 기다렸다.

왜냐하면 정에 약하고 제자에 약한 그녀의 성격을 잘 알기에 무결점 무인인 그녀에게 새로운 약점, 즉 새로운 제자가 생겨 그것을 공략하고자 노렸다.

그 뒤는 더 듣지 않아도 뻔한 이야기였다.

나화연은 천세은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도외시한 채 당희령과 당문의 무인들을 상대하였고, 그들의 퍼뜨리는 불꽃에 천세은은 엄청난 화상을 입었지만 간신히 몸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부님께서는 저들의 독공과 암기 때문에 만신창이가 되셔서 결국은…….”

주르륵!

마지막 대목에 이르러선 천세은은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검신 장인랑에 이어 천하제일의 여협이라는 천수관음 나화연의 어이없는 죽음이 아닐 수 없었다.

따지고 보면 정에 휘둘린 그녀가 자초하였다고 하나 마음이 약한 이유로 당하기에는 너무나도 부당하고 억울한 일이었다.

“그 뒤로 저는 끔찍한 화상을 입은 채 도주하고 또 도주했어요. 그리고 신분을 감추는 데 있어 떠오르는 방법이 바로…….”

“본 표국의 표사가 되는 일이었군요.”

“네.”

이것이 바로 비옥수 천세은이 황금표국의 표사가 되었던 일화였다.

실제로 표사들 중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사연이 있었기에 그리 드문 일도 아니었다.

“그럼 사천 당문의 추격이나 당희령의 추적은 없었나요?”

“그들은 제가 죽을 줄로 알 거예요. 얼굴과 몸에 불길이 치미는 것을 보았으니 죽었다고 여겼을 겁니다.”

그녀의 말이 옳았다.

실제로도 죽거나 무공을 익힐 수 없는 몸이 되었다고 판단하였기에 그들의 추격은 집요하지 않았다.

하여, 사천 당문은 나화연의 시신을 어떻게든 찾아내 호접개화천수공의 비급서를 찾아내고자 했지만 이미 호접개화천수공의 모든 구결이 천세은에게 전수되었기에 존재하지 않은 것이었다.

“왜 이제 이런 이야기를 할 판단이 섰습니까?”

장운의 질문에 천세은은 기다렸다는 듯이 서신이 돌돌 말린 두루마리를 보여주었다.

장운은 그녀에게 두루마리를 받아 읽어보니 이럴 수가!

[……(중략)…… 귀 황금표국에 보기 드문 진귀한 영약과 약초가 산처럼 쌓여 있다 들었습니다. 황금표국과 아직 친분이 일천하지만 우리 사천 당문과 인연을 만들어 거래를 시작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내용은 평범한 내용으로 요즘 들어 황금표국에서 엄청난 자금을 바탕으로 영약과 약초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사천 당문은 독을 만드는 곳이니 필연적으로 영약과 약초가 필수였다.

당문 자체적으로 수급하는 데 있어 한계가 명확하니 요즘 들어 명성이 자자한 황금표국과 거래를 트려고 했던 것이다.

내용보다도 주목해야 할 점이 하나 있었다.

서신을 보낸 사람이 다름 아닌.

-사천 당문 철암대주 귀섬옥수 당희령

바로 당희령이었던 것이다.

그녀의 현재 신분은 무려 철암당(鐵暗黨)의 당주로서 이는 사천 당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실권자였다.

문주, 부문주 다음에 철암당주와 또 다른 전력 독암당(毒暗黨)의 당주였기에 삼인자라고 봐도 무방했다.

특히 철암대는 당문 암기술의 달인들이 모여 있는 정예의 부대로 이곳의 대주가 되었다는 것은 방계 혈통으로서 상상도 못 할 엄청난 승진이나 마찬가지였다.

“하늘이 도우셨는지 당희령이 직접 본 표국에 서신을 보내었어요.”

장운은 천세은의 의도를 바로 알아차렸다.

“그렇군. 이를 잘 이용한다면…….”

“맞아요. 사부님을 죽이는데 일조한 철암대에 이어 당희령, 그녀에게도 복수할 수 있을 게 분명해요.”

그들의 말이 옳았다.

이것은 하늘이 내려준 기회나 마찬가지였다.

‘이전에는 귀섬옥수 당희령을 이길 자신이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천세은 그녀 혼자로는 역부족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옆에는 금령공자 장운과 더불어 많은 이들이 있다.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그들의 허를 찌르면 완벽한 복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장 가가. 저를 도와주실 수 있나요?”

그녀의 질문에 장운은 짐짓 서운해하는 어투로 말하였다.

“물론이고 말고요. 아니, 돕지 말라고 해도 도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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