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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98화 (97/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98화

천세은의 복수(5)

파아아앗!

천세은은 오룡오지암이 박힌 장갑을 손에 착용한 채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는 전신 전력의 내공을 끌어모았다.

그 모습이 범상치가 않아 많은 이들이 복수 최후의 장면임을 짐작하였다.

“아, 안 돼! 오지 마!”

그 모습에 좀처럼 흔들리지 않던 독심의 여인, 귀섬옥수 당희령은 크게 당황하며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동안은 애써 부정하고 있었는데 이제 죽음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피부 위로 느낀 것이다.

“그래! 우리 당문이, 사천 당문이 두렵지도 않느냐?”

그녀에게 남은 것은 이제 단 하나.

사천 당문의 허울 좋은 위명뿐이었다.

당희령은 실력에서 밀리고 또 철암당의 무인들이 금옥관 고수들에게 발목 잡히는 것을 보며 자신이 살아날 방법은 그것 에 없다고 판단하였다.

“당문?”

당희령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천세은이 아니라 금령공자 장운의 몫이었다.

“너는 내 서신을 받고 완전히 눈이 돌아 아무도 몰래 오지 않았느냐. 심지어 사천 당문의 문주에게조차 알리지 않은 채로.”

장운이 냉정한 어투로 말했다.

처음에 다정한 모습은 모두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더욱이 그 내용이 너무나도 정확하여 당희령의 마음을 신랄하게 파고들었다.

‘맞아, 그랬지…….’

철암당주로서 꼭 공을 세우겠다는 욕심하에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온 것이 그만 화근이 되고 말았다.

물론 이는 장운과 천세은, 황금표국 금옥관 무인들이 파놓은 함정이었다.

“그만 이제 최후를 받아들일 준비나 하시지.”

천세은이 냉기가 풀풀 날리는 목소리로 일갈했다.

그녀는 당희령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사람은 결코 변하지 않아.’

적어도 최후의 순간만큼은 사부인 나화연에 대한 속죄를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장 가가! 저를 좀 보세요. 아름답지 않나요? 본래는 더러운 화상 곰보 년보다 제가 못한 게 무엇이에요?”

당희령은 생존을 위해 눈이 희번덕 돌아가 있었다.

그녀는 급기야 슬쩍 몸매마저 노출하며 장운에게 열심히 매력을 피력하고 있었다.

질끈!

장운은 그 모습을 보다 못해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다.

그녀의 모습이 고혹적이고 아찔해서? 천만의 말씀.

두 눈을 뜨고 도저히 보지 못할 모습에 감당하기 어려워 눈을 감은 까닭이었다.

게다가 지금 반쯤 돌아간 당희령의 눈은 무섭기까지 하였다.

어찌 여인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단 말인가?

“천박하게 굴지 말고 순리대로 가시지.”

장운은 보다 못해 한마디를 던졌으나.

“그러지 말고, 네? 저 화상 곰보보다 제가 더 기분 좋게…….”

급기야 선을 넘으려고 할 때 비로소 천세은이 공격을 가했다.

더 이상 보는 것이 힘들어서였다.

-호접만화경천(胡蝶滿花境天)!

천세은은 사력을 다하여 호접개화천수공의 후반부 절초를 펼쳤다.

아직 십이대성을 이루지 못했기에 최후의 필살 초식은 사용할 수 없었지만 부상을 입고 정신이 나간 당희령 정도는 이 초식으로도 족했다.

그리고 또 하나 더.

파바바바밧!

수십 개의 암기가 모두 나비로 화하여 번져 나가는 이 환상적인 암기술은 공교롭게도 천수관음 나화연이 즐겨 사용하는 초식이자 그녀가 어린 당희령에게 처음으로 시범을 보인 초식이기도 했다.

-얘야, 잘 보거라. 추후 너는 이 무공을 배우게 될 것이다.

당희령은 눈앞을 넘어 전신을 향해 쏟아지는 나비의 향연을 바라보며 문뜩 과거의 일이 떠올랐다.

당문 내부에서조차 방계였으며 어미의 출신이 천하여 외면을 당했던 그녀.

어린 나이에 당희령이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단 하나였다.

그것은 바로 사천 당문 암기술의 영원한 호적수이자 따라잡을 수 없는 별, 천수관음의 무공을 훔치는 일!

그 일을 위해 무공도 모르는 당희령은 죽기 살기로 나섰다.

하늘이 도운 탓일까?

그녀는 간신히 나화연의 마음을 얻어 제자가 되었다.

‘돌이켜 보면 그날이 제일 행복했을지도 모르겠네.’

당희령은 전신에 오룡오지암과 더불어 천세은이 소지한 수십 개의 암기가 모조리 처박히기 직전, 그런 생각을 하였다.

가진 것 없이 사천 당문의 방계 핏줄로 태어난 그녀는 역설적으로 자신이 직접 죽인 나화연에게만 내리사랑을 받고 느꼈던 것이다.

질끈!

당희령은 두 눈을 감았다.

파바바바바밧!

눈을 감는 순간, 나비는 이윽고 사납고도 날카로운 암기로 되돌아와 당희령의 전신은 물론이고 모든 모공에 박혀 든 것만 같은 착시를 일으켰다.

당희령도 지독한 것이 전신이 산산조각 나는 그 처절한 장면과 고통 속에서도 비명은커녕 신형을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저 과거의 장면 하나를 떠올렸을 뿐이다.

-너는 마음에 커다란 불이 있구나. 그 불을 없애지 못한다면 호접개화천수공을 대성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무인으로서도 그리고 여인으로서도 행복하게 살 수 없느니라.

당희령이 나화연의 품을 떠나 죽이기로 마음먹기 얼마 전, 나화연은 당희령의 머리를 땋아주며 했던 말이었다.

어쩌면 나화연은 당희령의 모든 계획을 사전에 미리 알아차렸는지도 모른다.

자애로운 그녀가 보기에 가여운 당희령이 안쓰러워 죽음을 예감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당희령은 점점 혼백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죽음을 느꼈다.

죽음이 다가오자 세상이 깨져 나가듯 종말이 찾아왔다.

“진정한 호접개화천수공…….”

당희령은 이제야 깨달았다.

그녀가 사부를 죽여 가며 열심히 체득하고자 했던 호접개화천수공 그 후반부 진정한 초식의 위력을 말이다.

“네년은 결코 사부님과 같은 곳에 가지 못할 것이다. 너는 반드시 지옥에 떨어질 테니까.”

천세은의 복수는 강력하고도 호쾌했다.

당희령이 최후의 순간에 반성했는지 그 여부는 중요치 않았다.

그저 사부의 복수를 달성했음에 기뻤을 뿐이다.

그래서 더 냉정히 말했다.

‘자애로우신 사부님과 악독한 너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다.’

설령 그곳이 모든 영혼이 모인다는 사후 세계라 하더라도!

“너는 죽어서도 천벌을 받을 거다.”

천세은은 그 말을 남긴 채 마침내 방점을 찍었다.

서걱!

당희령의 목을 그대로 내려친 것이다.

그 결과, 당희령은 그대로 절명하고 말았으며 생전 아름다운 모습은 어디로 가고 사라진 채로 처참한 몰골이 되고 말았다.

이는 불에 타서 처참하게 죽은 나화연과 비교했을 때 그나마 온전한 죽음이었다.

‘나는 너와 달라.’

천세은은 죽은 그녀를 똑똑히 바라보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복수를 한답시고 그녀의 시신을 불태우는 소인배 행동은 하고 싶지 않았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바로 그때, 장운이 다가와 천세은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장운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천세은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강해 보이지만 속은 여린 사람이다.’

오늘 뜻한 바를 모두 이룬 길한 날이긴 하나 사부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릴 것이 뻔했다.

장운은 그것을 포착했기에 다가와 위로를 건네었다.

“장 가가.”

천세은은 그의 부드러우면서도 듬직한 위로에 크나큰 위안을 느꼈다.

어디 그뿐인가?

“이제 뒤를 보지 말고 앞만 보고 가십시오. 그 앞에는 찬란하고 아름다운 미래만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장운은 그녀가 복수를 달성하였을 때를 위해 준비했던 말을 하였다.

이 말은 이제 복수를 모두 이루었으니 과거사에 집착하지 말고 무공에 매진하여 행복만을 꿈꾸라는 좋은 내용이었다.

끄덕!

그 말에 또 한 번 감동을 받은 천세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남은 것은 귀섬옥수 당희령의 끄나풀들, 철암당의 인원을 처리하는 일만이 있었다.

“자아, 철암당 놈들을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몰살하도록 합시다!”

장운이 호쾌하게 소리를 내질렀다.

그가 사천 당문 철암당 무인을 모두 살려주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혹여 놈들 중 한 명이라도 살아 돌아간다면 일이 커질 것이다.’

복수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천 당문이 황금표국으로부터 제재를 가할까 걱정되어서.

물론 그들이 두려운 것은 아니다.

황금표국은 금령공자 장운과 금옥관을 중심으로 나날이 커져 가고 있으며 여러 비호의 세력이 생긴 이상, 사천 당문과도 정면 승부를 펼칠 자신이 있었다.

하나 정면 대결만이 능사는 아니다.

“오늘의 일은 철저히 어둠에 묻히게 될 것입니다.”

장운은 수하들을 직접 이끌며 철암당의 무인을 척살하면서 말했다.

-금령운무지검(金靈雲霧之劍)!

그의 일검에 난다 긴다 하는 사천 당문 철암당의 고수들조차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현재 그의 실력은 이미 일반 고수들을 아득히 초월하였다.

이런 잔챙이들은 더 이상 무섭지가 않았다.

그렇게 철암당의 고수들은 철암당주인 당희령을 따라 하나둘 세상을 뜨고 말았다.

이 모두 금옥관과 만철당 내부에서 벌어진 일로 황금표국의 다른 이들조차도 새까맣게 모르는 일이었다.

“장 가가. 저에게 좋은 생각이 하나 있어요.”

철암당 고수의 시신마저 모두 처리하였을 때 천세은이 입을 열었다.

장운의 주위에는 이미 많은 이들이 모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세은은 장운을 공식적으로 가가라고 불렀다.

이에 장운의 얼굴은 빨개진 반면 다른 사람들은 당연하다고 여겼다.

이미 두 사람의 관계가 깊어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에.

“흠흠, 좋은 생각이라뇨?”

장운이 묻자 천세은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화답했다.

“사천 당문의 가주 밑에는 방금 죽은 철암당주 귀섬옥수 당희령과 독암당을 이끄는 독암당주 십보즉사 당호륜이 있어요.”

그녀의 말은 옳았다.

당문의 가주 아래로 방계 출신의 상징인 당희령과 직계 출신의 대표인 당호륜이 사사건건 대비를 이루며 누가 먼저 공석인 부문지 직위에 오르나 대결을 펼치고 있던 것이다.

“독암당주?”

“당호륜 하면 유명하지.”

“맞아, 오죽하면 열 걸음을 옮기기도 전에 사람이 죽는다고 해서 별호가 십보즉사(十步卽死)겠어?”

천세은이 갑자기 독암당주인 당호륜을 거론하자 금옥관 내부 인물들이 호기심을 보였다.

당호륜하면 당희령 못지않은 고수이자 당문을 대표하는 뛰어난 무인이었다.

“한데 그자를 왜 언급하는 겁니까?”

장운의 질문에 천세은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당호륜은 당희령 못지않은 야심가이자 탐욕스러운 작자입니다.”

천세은은 당문 내부에 대해 잘 알았다.

돌이켜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언제나 사부의 복수를 꿈꾸며 그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으니 언제고 복수할 수 있도록 당문 내부 사정에 대해 통달했던 것이다.

“옳거니. 우리가 당희령을 잡아낸 방식으로…… 십보즉사 당호륜마저도 낚아내자는 것이구려?”

장운은 눈치가 빨랐다.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말이 잘 통하자 천세은은 기뻐하며 양손을 모았다.

‘좋은 방법이다.’

기쁜 것은 장운도 마찬가지였다.

영약과 약재 거래로 귀섬옥수 당희령을 꾀어낸 것처럼 그 방법을 당호륜마저 꾀어내 척살하게 된다면……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사천 당문은 전력의 삼분지 일, 아니, 절반을 잃게 되는 것이나 다름이 없어지겠군.”

사천 당문은 그저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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