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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99화 (98/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99화

유지이리(誘之以利)(1)

손자병법(孫子兵法) 군쟁(軍爭) 편을 보면 이런 격언이 있다.

이익으로 상대를 유혹하라.

이 말인즉, 상대가 원하는 것을 내어주는 척 유인을 하여 적을 치라는 말인 것이다.

이를 사자성어로 유지이리(誘之以利)라고 하였다.

장운과 천세은은 지금 그 방법을 십분 활용하고자 하였다.

“한데…… 십보즉사 당호륜은 의심이 많고 조심성이 많은 자라고 들었어요.”

천세은의 걱정스러운 말에 장운은 고개를 저었다.

“당희령도 맨 처음 걸려들 것 같지 않았지만 이렇게 잘 잡았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는 확신에 찬 미소를 흘렸다.

“그런 탐욕스러운 자들은 간지러운 부위를 긁어주면 더 미쳐 날뛰게 마련입니다.”

장운은 그런 자들을 다루는 방법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 * *

“독암당주님! 큰일 났습니다!”

사천 당문 내부에서 철암당보다 더 높은 위치를 자랑한다는 독암당.

그 내부에는 지금 난리가 나고 있었다.

독암당의 부당주이자 살림꾼이라는 벽독수(劈毒手) 당리정이 언성을 높이며 독암당주인 십보즉사 당호륜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음? 무슨 일인가?”

당호륜은 당황하며 당리정을 만났다.

좀처럼 호들갑 떠는 일이 적으며 독암당의 살림과 정보를 도맡고 있는 그가 이토록 난리를 피우는 것이 궁금해서였다.

“지금 제 정보통을 통하여 입수한 정보인데…….”

당리정은 얼마나 놀랐던지 아연실색한 얼굴로 좌우를 살폈다.

혹시라도 이 귀중한 정보가 새어 나갈까 봐 염려하고 있었다.

“철암당주 귀섬옥수 당희령 당주께서 황금표국과 접촉했다는 첩보입니다!”

당리정은 애써 목소리를 낮춘 채 말하였다.

“뭐어?! 그게 정말인가?”

그 말을 들은 당호륜도 펄쩍 뛰기는 마찬가지였다.

철암당과 독암당이 공공연한 호적수 관계인 것은 사천 당문을 넘어 어지간한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특히 당희령은 특유의 야심을 자랑하며 차기 부문주 자리를 공언하고 있는 만큼 당호륜의 경계심은 나날로 커져만 갔다.

“네! 황금표국 하면 요즘 떠오르는 실세이자 무엇보다도…… 본 문이 필요로 하는 많은 약재와 영약을 유통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그것들을 매입하여 독점할 수만 있다면…….”

당리정은 비교적 머리가 잘 돌아가는 작자였기에 그 사실이 얼마나 중요한지 열심히 피력하고 있었다.

‘이런 빌어먹을 년 같으니!’

당호륜은 그 말에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지 않아도 요즘 들어 왜 이렇게 얌전하게 구나 싶었는데 뒤에서 호박씨를 깔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어쩐지, 요즘 깜깜무소식이라더니.”

한숨을 푸욱 내쉰 당호륜은 이윽고 정신을 차렸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었다.

“그래, 황금표국과의 거래가 성사되었다느냐?”

“천만다행히도…… 황금표국의 실세이자 차기 국주로 내정이 된 금령공자 장운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고 합니다.”

당리정은 뿌듯한 얼굴로 자신이 극비리에 입수한 정보를 거듭 밝혔다.

물론 이는 정교하게 조작된 가짜 정보로 장운이 금옥관의 여러 능력자들을 시켜 교묘히 흘린 것에 불과하였다.

당리정은 그것도 모른 채 큰 공을 세운 개선장군처럼 으스대고 있으니 우스울 따름이었다.

“오오, 그게 정말인가?”

“네. 그러니 지금이 기회입니다. 우리 독암당이 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여 철암당을 찍어 눌러야 할 때지요.”

그 말에 당호륜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분명 당희령 그년은 예쁘장한 미모를 앞세워 현혹하려 들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까지 미치자 당호륜은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준비를 서둘렀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어서 황금표국의 장운에게로 가자!”

어찌나 마음이 다급하던지 독암당의 무인들을 몇 대동하지도 않은 채 당리정과 함께 수뇌부 몇 명만 데리고 떠날 정도였다.

“네, 저희들이 황금표국 금옥관으로 향한다는 것은 아무도 몰래 은밀히 이동해야 합니다. 심지어 가주님께서도 모르셔야 됩니다.”

당리정은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말했다.

그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황금표국을 두고 철암당과 독암당끼리 암수를 펼치며 경쟁하는 것이 퍼져봐야 무슨 득이 있겠는가?

무엇보다 이것은 첩보전이자 속도전이었기에 서둘러야 했고 모든 일이 마무리된 이후에 가주에게 밝히면 되는 일이었다.

“좋다. 어서 가지.”

당호륜도 그 말에 공감을 하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황금표국으로 향하는 그는 야심에 휩싸이고 있었다.

‘금령공자 장운이란 애송이를 잘 구워삶아야겠어.’

그도 사내라면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당희령에게 더 끌리게 마련이다.

그리하여 당호륜은 장운을 한참 후학으로 보고 훈계를 하거나 손을 좀 보더라도 계약을 성사시키리라 다짐했다.

금령공자 장운이 어떠한 사람인지 전혀 몰랐던 것이다.

“더 빨리 가자, 더!”

마음이 달아오른 당호륜은 미친 듯이 서둘렀다.

사천성부터 황금표국이 있는 섬서성까지 단시일 내로 주파하였으니 그가 어떤 심정이었는지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으리라.

당호륜과 독암당의 소수 인원들은 말을 동원하는 것은 물론이오, 심지어 직접 경공을 사용하기까지 했으니 이것은 특수 작전이나 마찬가지였다.

“허억, 허어억.”

뛰어난 고수라는 십보즉사 당호륜조차도 숨이 헐떡일 무렵.

“드디어…… 도착했다!”

그들은 천신만고 끝에 마침내 황금표국이 있는 곳까지 도착을 할 수 있었다.

화려하고도 번쩍거리는 황금표국의 외관을 보며 그들은 어찌나 기뻤던지, 냉정한 성격을 가졌다는 당호륜조차도 수하들과 함께 얼싸안을 정도였다.

아직 거래 성사가 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당호륜은 지극히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인물이었다.

본인이 이곳에 도착한다면 일은 끝이 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여겼다.

“여봐…….”

당호륜은 도착하자마자 원래 그랬던 대로 황금표국의 대문 앞에서 호령을 하려던 찰나!

“당주님. 지금 여기서 소리를 치시면 안 됩니다. 독암당이나 다른 여타 문파들의 눈과 귀가 있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나마 머리가 좀 돌아가는 당리정이 펄쩍 뛰며 그를 만류하였다.

“쩝, 그런가?”

당리정의 만류에 당호륜은 수긍을 하였다.

이는 놀라운 변화였는데 평소 같았으면 자신의 행동을 막는 자들을 용서치 않았다.

“네. 그리고 우리들의 목표는 황금표국이 아니라…… 금령공자가 있는 곳. 즉, 금옥관입니다.”

당리정이 말했다.

이제 황금표국의 금옥관은 유명세를 타게 되어 황금표국의 본관이자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 그래. 요즘 대세가 그 애송이, 아니, 금령공자라고 하니 그곳으로 은밀히 가지.”

당호륜은 자기도 모르게 속마음이 나올 뻔했지만 애써 억누른 채 서둘렀다.

장운이 금옥관 내부에 약간의 장난을 하리라는 것은 전혀 모른 채로.

스르륵!

다시 한번 당호륜과 철암당의 인원들은 부리나케 금옥관의 통로로 이동을 하였다.

“누구십니까?”

금옥관의 입구에는 반골 응운곤과 일검일섬 두길준이 자리하고 있었다.

본래 이들은 금옥관의 핵심 인물들로 이런 입구 경비는 서지 않으나.

-아마 지금쯤이면 십보즉사 당호륜이 허겁지겁 달려왔을 걸세. 그러니 그 멍청한 놈을 좀 골려주자고.

장운은 모처럼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아이와 같은 장난을 치자고 지시를 내린 것이다.

따라서 이 뛰어난 무인 두 사람은 평범한 무인처럼 분장을 하며 그들을 막아서고 있었다.

“여봐라, 나는…….”

누구냐고 묻는 경비 무인들의 말에 당호륜은 한 차례 목소리를 가다듬은 다음, 위엄 넘치게 발언하려 했지만 응운곤은 특유의 투박한 말투로 말을 잘랐다.

“이 시간에 웬 잡상인들이 이리도 많지?”

잡상인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당호륜을 비롯한 독암당 인원들이 전원 움찔하고 말았다.

특히 당호륜의 얼굴은 육안으로 훤히 보일 정도로 흔들리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날뛰고 싶었으나 한 번은 꾹 누르기로 하였다.

“허허헛, 여기는 경비 무사들이 재미난 곳이로군. 다름이 아니라 우리는 대 사천 당문의…….”

사람을 판단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첫인상이다.

금옥관의 무인들로부터 소식을 전해 받을 장운을 생각하며 당호륜은 짐짓 호방하며 마음이 넓은 대인배 행세를 하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두길준이 예의 바르게 말하면서도 놈들에게 비수를 꽂았다.

“아! 철암당 분들이십니까? 전갈은 받았습니다.”

그 말에 당호륜의 두 눈썹이 일그러지고 말았다.

누가 감히 천하의 독암당주에게 철암당의 무인이라고 부를 수 있단 말인가?

부글부글!

그 말을 들은 당호륜은 달아오른 약탕기처럼 금방이라도 끓을 것처럼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스윽!

급기야 암기를 꺼내 들어 저 말단 무인으로 보이는 놈들을 요절내리라 판단하던 그때였다.

[참으셔야 합니다, 당주님. 시작도 전에 피를 보게 된다면 협상은 물거품이 될 것입니다.]

당리정이 서둘러 전음을 보내었다.

그의 판단은 적절했다.

조금이라도 늦었더라면 당호륜은 특유의 포악한 성격을 참지 못하고 일을 저질러 버렸으리라.

“끄응.”

한 차례 끙끙대던 당호륜은 애써 화를 억누른 채 말하였다.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야 하는 법이다. 사천 당문의 명예를 갉아먹는 철암당이 아니라…… 정통이자 적통인 독암당이니라.”

사실 독암당과 철암당의 비교는 당호륜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기도 했다.

“독암당?”

“자네는 들어봤나?”

“아니, 금시초문인데?”

“스읍, 철암당은 아름다우신 귀섬옥수 당희령 당주로 유명한데 독암당은 조금…….”

심지어 응운곤과 두길준은 노골적으로 당호륜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는 물론 장운의 지시였다.

-우리들이 언제 사천 당문의 독암당주를 상대로 농락을 해보겠나? 이때를 많이 즐기자고.

그리고 그 방법은 너무나 잘 맞아떨어진 상태였다.

부르르르!

당호륜은 치욕을 이기지 못해 수염과 전신이 파르르 떨릴 지경이었다.

본래 그는 사천 당문 내부는 물론이고 강호무림 어디를 가더라도 이런 홀대는 처음이었다.

십보즉사가 떴다 하면 모두가 벌벌 떨며 무서워해야 정상인데 이런 푸대접은 익숙하지 않았다.

“허허헛, 황금표국이 아무래도 무림의 중심이 아닌 만큼 소식에 느린 모양이군. 자자, 얼른 금령공자께 안내를 부탁함세.”

당리정은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나름의 지혜를 펼친다고 응운곤과 두길준에게 다가가 소매 아래로 슬쩍 금자 두 덩어리를 내밀었다.

만약 이 두 사람이 진짜 경비를 담당하는 무인이었다면 한 달 봉급을 훌쩍 넘기는 통에 흔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들은 장운의 심복 중의 심복이었다.

“이게 무엇이오?!”

“감히 우리를 더러운 금자로 매수할 심산이었나?!”

오히려 두 사람은 잘 걸렸다는 듯이 짐짓 자존심이 상한 척 고함을 내질렀다.

“조용, 조용!”

“좀 조용히 하시오!”

“아이고, 제발!”

그 어느 누구에게 들키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당호륜과 독암당 무인들은 살살 길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쥐도 새도 모르게 도륙하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고 말 그대로 울며 겨자 먹기인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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