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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02화 (101/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02화

유지이리(誘之以利)(4)

“됐어!”

십보즉사 당호륜과 독암당 무인들의 궤멸 장면에 장소 제공과 더불어 청련초를 태우는데 일조한 공야월과 그 제자들이 뛸 듯이 기뻐했다.

“드디어 완벽하게 복수를 했어!”

기뻐하는 것은 사천 당문에 크나큰 원한을 가지고 있는 천세은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된 복수 대상은 귀섬옥수 당희령이고 그녀는 이미 죽었다고 하나 넓게 보자면 사천 당문 전체가 사부를 죽이는 데 일조하였으니 엄밀히 따지자면 당문 자체가 원수라 할 수 있었다.

“후우우.”

그들을 모조리 도살한 응운곤과 두길준, 감우량과 금옥관의 무인들도 한숨 돌릴 무렵이었다.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누구의 목소리인가 했더니 다름 아닌 장운의 목소리였다.

장운은 죽은 당호륜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렸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었다.

그는 죽었어도 당호륜이 남긴 어마어마한 버섯의 독은 지독하였다.

특히 시전자를 잃은 독과 독공은 때때로 폭주를 하여 더 큰 위험을 일으켰기에 서둘러 진압해야 한다.

청련초가 있다고 하나 한계는 있는 법이고 서둘러 막아야 했다.

스윽, 슥!

장운은 서둘러 죽은 당호륜의 품속을 뒤척였다.

그에게 또 한 번 모욕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당문의 독공 고수라면 누구나 다 지니고 있는 것.

그것은 바로 해독제였다.

독은 피아식별이 안 되고 본인 스스로에게도 적용이 되는 만큼 해독제 지참은 필수였다.

‘찾았다!’

그의 품속에서 어렵지 않게 해독제를 찾아낸 장운.

화르륵!

장운은 서둘러 삼매진화를 일으켜 그것을 태웠다.

청련초에 해독제마저 더해진다면 제아무리 지독한 독이라고 해도 충분히 진압이 가능하리라.

해독제의 연기는 강력한 피독의 효과를 가진 청련초와 더해졌고.

“추가로 피독 효능을 지닌 약초가 도착하였습니다!”

멀찍이서 상수 노관이 노익장을 과시하며 소리를 내질렀다.

혹시라도 청련초가 부족하거나 다른 피독 약재가 필요할까 봐 비전투원인 그는 뒤에서 물심양면으로 뛰었던 것이다.

노관과 함께 모처럼 오랜만에 모습을 보이는 장운의 몸종이자 하인, 갑호도 있었다.

“여기 물과 물에 젖은 가죽이 있습니다. 힘겨우신 분들은 이것으로 코와 입을 막으십시오!”

갑호는 무공을 몰랐지만 워낙 건강하고 또 후방이었기에 물자를 운송하며 손을 보태었다.

결국 금옥관의 모든 이들이 두 발로 뛴 결과, 사천 당문의 양팔이자 크나큰 전력인 철암당주와 독암당주를 모두 처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스스스슷!

좋은 일은 또 하나 더 있었다.

노관과 갑호가 나오자마자 당호륜이 죽기 직전 던져놓았던 버섯의 지독한 독들은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독을 완전히 진압하자 장운은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장운이 이리도 기뻐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번 일은 비단 천 표사 개인의 복수도 아니고 저 개인의 승리도 아닙니다.”

모처럼 오랜만에 금옥관의 모든 이들이 하나로 합심하여 도왔다는 점이었다.

무공을 모르는 노관과 갑호를 비롯하여 공야월과 그 제자들은 물론, 응운곤과 두길준, 여러 표두들까지 말이다.

“이 승리는 우리 모두의 승리이자 금옥관의 승리이며 나아가 황금표국의 승리입니다.”

우와아아아!

장운의 선언에 이들은 환호를 내질렀다.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있나 싶을 정도였다.

“자자, 이제 오늘 일은 철저히 수면 아래로 묻어야 합니다. 다들 아시죠?”

장운은 능청스럽게 한쪽 눈을 찡긋하며 말하였다.

그의 말마따나 오늘의 일이 외부로 퍼져 나갈 경우 사천 당문과의 전면전은 피할 수 없다.

물론 사천 당문은 철암당주와 독암당주 두 명을 동시에 잃었으니 상황을 추적할 수도, 알게 된다고 해도 커져 버린 황금표국과 전면전은 하지 않을 테지만 가장 상책은 시치미를 떼는 것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금옥관의 사람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외쳤다.

때마침 이 만철당의 공간은 황금표국 내부에서 가장 외진 곳이자 떨어진 곳이었으며 사시사철 재련질로 인해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하였으니 오늘 일은 어둠 속에 묻힐 것이 분명했다.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장운은 혹시라도 꼬리가 밟히거나 금옥관 외부로 이야기가 새어 나갈까 봐 서둘러 해산 명령을 내렸다.

안 그래도 지독한 독공의 고수를 상대했기에 욕탕에 몸을 담가 청결히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마침내 모두가 해산하고 자유 시간을 얻은 장운.

“후우우우.”

피로가 쌓인 한숨을 내쉬고 욕탕으로 향하려던 그때였다.

“장 가가.”

돌연 그를 찾는 음성이 있었다.

부르는 호칭만 들어도 누구인지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다.

“음? 무슨 일인가요?”

장운이 다정한 음성으로 묻자 천세은은 많은 이들이 지켜보느라 차마하지 못했던 진심을 밝혔다.

“제 복수를 도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풀썩!

천세은은 급기야 장운에게 큰절을 올리는 것이 아닌가?

“이, 이럴 필요는 없습니다. 예전부터 공언하지 않았습니까? 반드시 복수를 돕겠다고 말입니다.”

장운이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으나 천세은의 고집도 오늘 만만치 않았다.

스르륵!

오히려 만류하는 장운의 양손을 섬섬옥수로 부드럽게 마주 잡았다.

“비단 복수 때문만은 아니에요. 장 가가를 만나고 고마운 금옥관 사람들을 만난 모든 것이 어찌나 행복하던지.”

평소 예리하고 날카로운 암기를 만지는 그녀의 양손은 장운의 손을 잡으며 서로의 감정을 여과 없이 전하고 있었다.

“이제 하나만 더 약속해 주시겠어요?”

가득 찬 만월(滿月)의 달빛 때문일까?

오늘따라 더 그윽한 천세은의 눈빛을 본 장운도 덩달아 흔들리고 있었다.

“무엇을 말입니까? 아, 사천 당문을 궤멸시키자는 약속인가요?”

장운은 다 좋은데 이런 부분에서는 눈치가 조금 부족하였다.

전생과 현생 모두 오로지 무공에만 매진했기 때문이리라.

“그것도 괜찮지만…….”

천세은은 마침내 본심을 밝혔다.

“나중에 장 가가께서 천하제일인이 되시고 이 표국의 주인이 되신다면…… 저를 반드시 거두어 주시어요.”

그 말에 장운의 양볼이 새빨갛게 달아오를 뿐이었다.

* * *

황금표국 금옥관에서 청춘남녀의 도홧빛 사랑이 무르익을 무렵, 분위기가 정반대인 곳이 있었다.

당연히 사천 당문의 내부였다.

-철암당주 귀섬옥수 당희령과 그 수하들이 실종되었다!

-심지어 독암당주 십보즉사 당호륜과 부당주 벽독수 당리정, 수뇌부들이 모두 사라졌다!

이 소식은 광풍처럼 사천 당문을 휩쓸었을 뿐만 아니라 사천 무림을 너머 온 중원을 강타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아침에 거대 세가이자 방파인 사천 당문의 두 구심점들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것도 짠 것처럼 거의 동시에 말이다.

어떤 가주가 이 사실을 감당할 수 있으랴?

“도대체!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

사천 당문을 이끄는 현 가주이자 불행을 정면으로 맞은 장본인, 독전철심(毒戰鐵心) 당무궁은 머리를 짚을 수밖에 없었다.

‘왜 이런 일이 내 대(代)에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사천 당문의 두 기둥인 독암당주와 철암당주가 동시에 자취를 감춘 건이 역사를 통틀어 몇이나 되겠는가?

“저, 저희들도 모르겠습니다.”

“맞습니다. 알고 있는 것은 그저…… 철암당주께서 수하 몇몇만을 대동한 채 곧 좋은 소식을 물고 올 것이니 기다리라고만 알고 있습니다요.”

당희령 측의 철암당 무인들은 이렇게 말했고.

“저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암당주께서는 부당주와 몇몇 수뇌부를 데리고 황급히 어디론가 이동하셨습니다.”

독암당의 무인들도 하나같이 비슷하게 말을 하니 가주인 당무궁의 심장은 답답해서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혹시 두 연놈들이 눈이 맞아 야반도주를 했나?’

오죽했으면 이런 생각마저 들었으나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당희령과 당호륜은 서로 죽이지 못해 으르렁거리면서 부당주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었다.

가주인 당무궁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고 오히려 부당주 직위라는 매력적인 미끼를 이용해 두 사람을 열심히 부려먹었던 것이다.

“가주님. 더 이상 방법이 없습니다.”

“이제 그 두 사람을 찾기 보다는…… 내실을 다질 때입니다.”

순식간에 기둥 두 개를 잃어버린 당문 가주, 독전철심 당무궁에게 있어 다른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 직계 혈통들의 조언대로 독암당주와 철암당주가 빠져나간 자리를 메우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한 가지를 선택해야 했다.

그것은 바로…….

“주, 중원 무림에 모두 알리게. 우리 당문은…… 봉문(封門)을 선언하겠다고.”

다름 아닌 봉문 선언이었다.

강호무림의 문파나 세가가 봉문을 선언한다는 것은 지대한 것을 의미했다.

당분간 무림 활동이나 강호 활보를 배제한 채 오로지 세가 내부에 머문 채 자중하겠다는 뜻이었다.

보통 봉문을 하는 것은 해당 문파가 크나큰 잘못을 저질렀을 때나 혹은 자립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을 때 하곤 했다.

사천 당문은 굳이 따지자면 후자에 해당이 되었다.

“크흑, 크흐흐흑!”

자신의 입으로 직접 봉문 선언을 하게 될 줄 몰랐던 당무궁은 급기야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봉문하여 무림 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건 크나큰 치욕임과 동시에 세가의 성장이 봉문하는 동안 도태되기에 그야말로 막심한 손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문하지 않으면 외침에 의해 무너질 수 있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지였다.

“가주님. 우실 때가 아닙니다.”

“현재 혼란을 틈타 우리 사천 당문에 보복이나 복수를 하겠다는 자들이 많습니다.”

“서둘러 봉문 선언을 하고 그 어느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으며 방문객 거절의 뜻을 밝혀야 합니다.”

직계 혈통 중심의 장로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사천 당문은 예로부터 암기와 독공을 사용한 탓에 여기저기 원수들이 많지 않은가?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군침을 흘리며 다가오는 자들이 부지기수였다.

“으흐흐흐흑! 선대 가주님들이여! 사천 당문의 영령들이여! 이 불민한 가주를 용서해 주십시오!”

당무궁은 거칠게 흐느끼며 처절히 외쳤지만 안타깝게도 사천 당문의 추락은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 * *

-사천 당문이 봉문을 선언했다!

철암당주와 독암당주 실종 사건이 연이은 나머지 봉문을 선택하였다는 사천 당문의 소식은 이곳, 황금표국에도 전해졌다.

씨이익!

그 소식을 들으며 활짝 웃는 이가 존재했다.

그녀는 바로 비옥수 천세은이었다.

“사부님. 이만하면 제법 괜찮은 복수였죠?”

천세은은 사부를 닮은 환한 복사꽃을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물론 완벽한 복수는 사천 당문의 궤멸이지만 서서히 말려죽이며 희망 고문하게 만드는 것도 매우 좋은 선택지이리라.

이제 복수도 어느 정도 이루었으니 남은 것은 오로지 단 하나였다.

‘장하다, 세은아. 이제 너의 행복을 찾아 열심히 노력하려무나.’

천세은은 복사꽃을 바라보며 사부가 귀에서 중얼거리는 듯한 기시감을 받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짐했다.

“반드시, 반드시 장 가가와 행복한 가정을 이룰 거예요.”

앞으로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금령공자 장운이 천하제일인이 되고 국주가 되는 것을 열심히 보좌할 심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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