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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05화 (104/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05화

대리 검수(劍手)(3)

한편 그 시각 문제의 회검문주, 회인검랑(灰印劍狼) 동방백은 지금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극진한 예를 다하는 중이었다.

요즘 들어 금령공자 만큼이나 강호를 진동시키는 뛰어난 고수인 동방백이 이토록 위축되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방백이 검은 하늘의 주인, 사흑천주를 뵙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사파 무림의 지존인 사흑천주 광혈흑마 태상천과 독대 중이었다.

정파도 사파도 관련이 없다고 천명한 화제의 인물, 회인검랑 동방백이 사파의 주인과 만나다니 이는 의외의 만남이었다.

“그래, 회검문 확장은 잘되어가고 있나?”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항산파 측은 오 대 오 비무 제안을 받아들인 상태입니다.”

“좋군, 좋아. 우리 사흑천의 대주인 동방 대주가 수고 많았네.”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의 대화였다.

태상천은 동방백을 보고 회검문주라 부르지 않고 사흑천의 대주라 부르는 게 아닌가?

“아닙니다. 대리 검수를 불러도 좋다는 조건을 내거니 덥석 물더군요. 그것이 멸문으로 향하는 지름길인 줄도 모르고 말입니다.”

그 말에 태상천은 흡족한지 연신 수염을 쓰다듬으며 답했다.

“흐흐흐, 그랬나? 아무튼 조심하게. 항산파가 이빨 빠진 호랑이라 하더라도 역사와 전통이 오래된 이상 어느 고명한 고수를 초빙할지 모르는 일 아닌가?”

“그 부분에 대해서도 이미 조사를 마쳤습니다. 항산파의 장문인인 항산검옹 진호충은 사람은 좋으나 약간은 외골수 성향 때문에 정파의 뛰어난 인물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건 나도 잘 알지. 그 누구보다 대협에 가까운 인물이 진호충이거늘 위선자들이 정파의 명숙인 척 굴고 있으니 우스울 따름이지.”

한 번 눈이 돌면 인근 사람들이 모두 죽여 피를 마신다는 광혈흑마 태상천은 생각보다 훈훈하고 침착하게 대화를 하였다.

화가 나기 전까지는 그 어느 누구보다 무게감 있는 사람이 바로 이 사파의 주인이었다.

“그 정의로운 성격 덕에 오히려 정파에서 따돌림 아닌 따돌림을 당하고 있으니, 쯧쯧.”

태상천의 말마따나 현재 정파 무림은 매우 우스운 모양새였다.

정의와 협을 표방하면서 구파일방은 자기 성세를 불리는 데 집중하고 있고, 무림맹은 그런 구파일방과 은근히 눈치를 보며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그러니 정작 대협으로 추앙받아야 할 진호충 같은 작자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썩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동방 대주는 우리 사흑천의 세를 확장하는 데 집중하라고.”

정파가 썩어들어 간다는 것은 곧 사파에게 있어 기회나 마찬가지였다.

광혈흑마 태상천은 생각보다 교묘한 작자였다.

정파가 잠시 움츠린 틈을 타 세를 확장하고자 계략을 꾸미고 있었다.

그 선두에 선 자가 바로 이 회인검랑 동방백이었으며 회검문은 정사 중간으로 위장한 사파 문파나 마찬가지였다.

아니, 사흑천과 분파라고 해야 더 정확할 것이다.

“존명!”

태상천은 충성을 맹세하는 동방백을 내려다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정파는 썩었고 그 괴물 같던 검신 장인랑은 죽었다.’

이제 견제해야 할 사람은 바로 무림맹주인 천운학검 남일산뿐이었다.

더 좋은 것은 남일산은 이미 고령의 나이인 반면 태상천은 이제 오십 대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남일산은 후계자 문제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기에 태상천을 견제할 동력을 잃었다.

이 절호의 기회를 어떻게 놓칠 수 있단 말인가?

“자아, 드디어 우리가 군림할 시대가 도래하였도다!”

그 시작이 바로 회검문이 될 것이라 믿었다.

검신 장인랑의 후생인 금령공자 장운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것조차 모른 채.

* * *

-멸문일로(滅門一路)에 접어든 항산파가 회검문과 운명을 건 단체 비무전을 벌인다!

이 소식은 무림 전역에 퍼져 나가게 되었는데 일시적으로 흥미를 끌었을 뿐, 큰 반향은 일으키지 못했다.

왜냐하면 항산파는 예전 같은 명성을 자랑하지 못하였고 회검문도 명문 정파 입장에서 보자면 눈여겨볼 곳이 아니기에 그랬던 것이다.

그래서 항산과 그 인근의 오대산 일대에서만 구경꾼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오늘인가?”

“어쩌면 오늘이 항산파의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모르겠군.”

“그러게 말이야. 회검문도 너무하단 말이지. 그러지 않아도 다 쓰러져 가는 항산파에 왜 시비를 거는 건지.”

“약하면 도태되는 곳이 이 무림인 것을 왜 모르나? 나 같아도 인근에 무림 방파가 있으면 접수하려고 들 것 같은데?”

왁자지껄 구경꾼들이 떠들고 있던 바로 그때였다.

비무가 열리는 오늘 이곳 항산의 비무대 위에 마침내 회검문의 고수가 먼저 등장한 까닭이었다.

오오오!

좌중들은 회검문의 고수들이 우르르 몰려오는 것을 보자 일제히 감탄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나 같이 태양혈이 튀어나와 고수임을 나타내는 건 물론이고 눈빛이 강렬하고 무엇보다 하수들이 없어 소문이 과소평가란 걸 깨달았다.

무엇보다도 대단한 것은.

“회검문주다!”

“회인검랑 동방백!”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나 정사 중간의 고수로 이름이 난 사나이!”

이들을 이끄는 주인인 회검문주 동방백의 존재였다.

그들의 말마따나 회인검랑 동방백은 날고 긴다 하는 정사 중간의 낭인들과 고수들을 모조리 쓰러뜨렸으며 꽤나 굵직한 정파의 고수들마저도 꺾고 다니는 파란의 비무행으로 혁혁한 명성을 얻고 있었다.

물론 이는 사흑천주 태상천이 지시한 것으로 정파 무림에 슬슬 발을 걸쳐 보려는 시도에 불과했다.

‘항산파는 그 과정에 있어 시작에 불과하다. 아니, 가벼운 몸풀기나 마찬가지지.’

동방백은 회검문의 고수들을 대동한 채 전혀 감흥이 없는 얼굴로 차분히 기다리고 있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 항산파는 장문인인 항산검옹 진호충을 제외하면 일류 고수를 찾기 힘든 실정이었으며 그 진호충도 전성기를 지났기에 이런 단체 비무에 참가할 수준이 아니었다.

따라서 동방백은 이번 일이 너무나도 손쉬울 것이라 예측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항산파도 나타났다!”

“항산파의 고수들이다!”

회검문이 등장하고 반 각 정도나 흘렀을까?

항산 인근에 터를 잡고 있는 항산파의 고수들도 모습을 보였다.

항산파의 입장이 좋지 않아 총 문도 숫자가 열 명을 간신히 넘는다는 걸 알고 있는 좌중들이었기에 내심 비웃으려는 순간!

“어?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그러게. 어? 맞아!”

“금령공자! 황금표국의 금령공자 장운이다!”

“우와아아아아!”

믿기 어렵게도 그 선두에 항산파의 장문인인 진호충과 더불어 금령공자 장운이 나란히 걷고 있었던 것이다.

황금표국과 장운은 이 근방 사람이 아니어서 알아보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그렇구나! 진 대협이 대리 검수로 초빙한 게 분명해!”

“허허허헛! 대단허이. 금령공자를 초빙하려면 그 금액이 어마어마할 터인데?”

불 보듯 뻔한 것이라 믿었던 회검문주 동방백 만큼이나 무료했던 좌중들은 장운의 등장에 기름을 끼얹은 것처럼 타오르는 중이었다.

“이거 재밌겠군!”

“떠오르는 신흥 고수 대 신흥 고수라.”

“엄밀히 따지자면 장운 소협은 후기지수고, 회검문주는 중견 고수라고 봐야지.”

사람들은 열심히 장운과 동방백을 비교하며 누가 강하네, 누가 더 우위를 차지하네 옥신각신 다투는 중이었다.

‘금령공자…… 장운?’

한편, 놀란 것은 회인검랑 동방백도 마찬가지였다.

항산파는 젊은 무인 다섯 명을 만들기도 어려웠기에 인근 무술 도장의 사범이 오지 않겠나 싶었는데 이럴 수가!

상대는 어마어마한 고수를 초빙해온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장운 양옆으로 탄탄한 체구를 가진 응운곤과 두길준을 바라보니 일반 회검문도 수준으로는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갑구려, 동방 문주.”

“그간 무탈하셨소이까?”

오늘 치열한 비무를 벌여야 하는 문파의 두 수장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주고받았다.

“오늘 비무를 위해 나와 절친한 사이인 금령검객 장천호 대협의 후계자인 금령공자 장운 소협과 그 지인분들을 초빙하였소이다. 이미 사전에 이야기가 된 것이니 섭외를 하였는데…… 어찌 괜찮겠습니까?”

진호충은 역시나 노련하였다.

감당하기 힘들면 지금 당장 말하라는 어투로 동방백의 심기를 건드렸다.

‘으으음.’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찰나의 순간에도 동방백의 눈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였다.

오 대 오 비무니 삼 승을 먼저 챙기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견제해야 할 것은 저 장운이란 놈과 그 옆의 두 놈뿐이다.’

장운을 자신이 맡는다고 가정하였을 때 최악의 경우를 산정할 경우, 황금표국의 저 표두 둘이 2승을 거둘지도 모른다.

그럼 최종적으로 회인검랑 동방백 자신이 장운을 상대로 이긴다면 걱정할 거리가 없다고 느꼈다.

“후후후훗, 물론입니다. 제가 직접 대리 검수를 초빙해도 좋다 하였으니 감히 어길 수 있겠습니까?”

지켜보는 눈도 많겠다, 앞으로 대협인 척 연기도 해야 했기에 동방백은 짐짓 대범한 모습으로 대답하였다.

그래도 약간의 앙심이 있었는지 한마디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항산파 무인들보다 오히려 황금표국의 표두들이 더 많으니, 흐흐흐. 제가 어느 곳을 상대하는지 모르겠군요.”

항산파의 처지를 저격하는 말에 진호충이 발끈하려는 그때였다.

“여기 항산파와 본 황금표국은 남이 아닙니다. 더욱이 항산파 장문인께서 보여주신 의와 협은 정도를 걷는 무림인들에게 있어 많은 귀감이 되었습니다. 그런 존경을 담아 항산파를 대신해서 왔으니 같은 소속이라 생각해 주십시오.”

장운은 유려한 말솜씨로 동방백을 찍어 누르는 데 성공하였다.

“암, 그렇고말고.”

“솔직히 장운 소협의 말이 맞지.”

“현재 항산파는 여러 무인들이 존경의 의미로 추앙하는데 굳이 시비를 걸고 비무 제안을 한 주제에 할 말은 아니지.”

눈치가 빠르고 정도를 아는 자들은 장운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알아차렸다.

다 죽어가는 항산파에 시비 거는 주제에 부끄러움을 알라는 뜻이었다.

“하하하, 황금표국의 후계자인 금령공자께서는 비단 무공 실력뿐만 아니라 입심과 심계도 좋다 하시더니 과연 그렇군요.”

동방백은 머리카락이 쭈뼛 설 정도로 화가 난 주제에 여전히 대인배의 모습을 보였다.

그가 앞으로 벌여야 할 사업에 있어 필요한 모습은 사파의 모습이 아니라 회검문주로서의 모습이었기에 애써 참아야만 했다.

‘으드득! 어디 두고 보자. 네놈이 얼마나 강한지 지켜보겠어.’

그리고 동방백은 자신이 있었다.

자신이 진정 정사 중간에 족보도 없는 고수라면 모를까, 사흑천에서 키워진 고수니 만큼 어린 장운 정도는 치열한 접전 끝에 이기리라 믿었다.

실제로 동방백은 장천호라면 모를까, 장운은 자신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 판단 내린 것이다.

“오늘따라 유독 무림동도 분들께서 많이 오셨습니다. 더 기다리게 할 수 없으니 바로 시작하시겠습니까?”

동방백은 몸이 달아올랐는지 자신을 포함하여 회검문의 뛰어난 초일류 고수 넷을 대동하였다.

하나 같이 실력이 뛰어나 항산파의 고수들은 물론, 진호충도 감당할 수 없을 그런 고수들이었다.

‘이런 미친놈 같으니. 다 죽어가는 항산파를 상대로 초일류 고수들을 끌고 왔다고?’

이에 장운은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지만 분노를 삼켰다.

곧 입장이 바뀌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스윽!

진호충이 고개를 돌려 장운을 바라보았다.

“우리들은 모두 준비가 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오늘, 장운을 포함하여 응운곤과 두길준 모두 몸 상태가 절정에 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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