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12화
복수의 시작(4)
부릅!
장운의 그 말을 들은 좌규는 순간 두 눈을 세차게 뜨고 말았다.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살기등등한 눈빛의 소유자인 그.
탈명냉안 좌규는 도저히 믿지 못한다는 얼굴로 말했다.
“당문의 두 당주들도…… 사흑천주님의 의제를 처치한 것도 모두 네놈의 짓이었나?”
그가 놀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장안의 화제이자 무림 어디를 가도 그 이야기밖에 없었던 당문 고수들의 잠적 사건.
그 건과 더불어 광혈흑마 태상천이 오매불망(寤寐不忘) 의제인 용진산을 찾았다.
‘숱한 추적 끝에 적마방 화재 사건과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것까지는 알아차렸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바로 일개 표국 후계자의 짓이라고?
“흐, 흥! 웃기지 마라. 그런 거짓말에 흔들릴 것 같으냐?”
좌규는 노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그 격한 반응만 봐도 흔들리는 것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였다.
씨익!
그 모습에 장운은 한 차례 웃어 보이고는 의심 많고 경계심이 강한 좌규가 믿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주었다.
-혈월음천신(血月陰天身)!
그 방법은 다름 아닌 혈월극마 용진산의 독문절기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용진산에게는 여러 독문절기가 존재하나 검법의 고수가 가장 탐낼 만한 무공이 무엇일까?
사람들은 대부분 모두 혈월음천신의 호신강기라고 외칠 것이다.
그 무공은 혈월극마를 넘어 혈월문의 자랑거리이자 사파 최고의 호신강기 중 하나였다.
파아아앗!
장운이 우월한 내공을 바탕으로 혈월음천신을 완벽하게 펼쳐 보이자 좌규의 표정이 아주 볼만 해졌다.
그 뱀 눈깔 같은 눈빛은 어디로 가고.
“허억! 허어어억!”
숨을 미친 사람처럼 들이 삼키며 경기를 일으켰다.
충분히 그럴 만한 상황이었다.
솔직히 말해 좌규는 장운의 말을 흘려듣고 있었는데 용진산의 절기를 눈앞에 보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것은…… 정말로 혈월문주님의 호신강기!”
좌규는 뒤늦게 장운의 말을 모두 신뢰할 수 있었다.
“그래! 네놈이었어. 네가 적마방을 처치하고 혈월문과 혈월극마까지 죽였구나!”
확신에 찬 좌규는 살기와 놀라움이 뒤섞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놀랄 필요 없다. 네놈도 곧 따라가게 될 테니까.”
장운은 확신하며 초령검을 뽑아 들었다.
그것을 바라본 좌규의 눈빛은 이제 살기에서 탐욕으로 뒤바뀌는 중이었다.
‘그 검은 설마…….’
장운은 재미있다는 듯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탐욕과 욕심에 있어 좌규처럼 훤히 들여다 보이는 사람도 드물다고 생각했다.
“왜? 탐이 나는가?”
장운이 물었다.
과거 전생이었던 검신 장인랑과 접점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넌지시 물었던 것이다.
“크흐흐, 그 물건이 어떻게 네놈 손에 들어가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좌규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대신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그 검은 너와 같은 애송이가 들 만한 물건이 아니다.”
참으로 웃기는 소리였다.
이 검의 주인 그 자체가 장운이자 장인랑이거늘 어찌하여 저런 소리는 하는 것일까?
장운의 속내를 전혀 모르는 좌규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독문절기인 탈명마광검(奪命魔光劍)을 펼쳐들었다.
-탈명극광(奪命極光)!
그와 동시에 무언가 번쩍하더니 눈으로도 쫓아가기 힘든 극한의 쾌검이 장운의 목을 노렸다.
파앗!
장운은 그 무시무시한 쾌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생전에 한 번 경험했기에 어떤 무공인지 알고 있었다.’
그의 탈명마광검은 사흑천을 대표하는 사악한 마공이자 강력한 검법으로 극한의 쾌검을 구가하는 대신, 마공들이 그렇듯 하나의 부작용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무공에 대한 인신공양으로 사람의 피를 바쳐야 한다는 것!
그래서 탈명마광검의 검강 색상을 피보다도 더 짙은 색이었다.
채재쟁!
장운은 놀라운 반사신경을 자랑하며 그 찰나의 순간에도 첫 초식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우연이 아니었다.
또 다른 쾌검의 달인, 일검일섬 두길준과 무수히 많은 대련을 하여 눈에 익지 않았더라면 큰 낭패를 볼 뻔했다.
동시에 전생에 경험했기에 어느 정도 꿰뚫고 있었다.
“……?!”
반면 좌규는 크게 놀란 것처럼 보였다.
분명히 일검에 큰 낭패를 보리라 예상했는데 완벽히 방어를 하다니.
“놀라기는 아직 이르다!”
장운은 이에 질 새라 곧바로 좌규를 향해 뛰어들었다.
어느 무공이나 부족한 점과 약점은 존재하는 법.
‘놈의 탈명마광검은 다시없을 강력한 검법이지만 쾌검 본연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기 위해 여러 제약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공간과 거리의 제약이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좌규의 탈명마광검 초식은 점점 더 가속도가 붙어 나아가는 방식이었기에 필수적으로 적과 거리를 어느 정도 떨어뜨려야 유리했던 것이다.
그것을 잘 알고 있던 장운이 일부러 거리를 좁힘으로써 위력을 원천봉쇄하고자 했다.
“이노옴!”
장운이 용기를 내어 다가오자 좌규는 열심히 사악한 쾌검을 휘둘렀다.
약점을 아는 것과 약점을 공략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었다.
실제로 좌규를 상대하며 많은 자들이 거리를 좁히거나 벌렸지만 결국 그의 손에 죽고 말았으니까.
-무영보법(無影步法)!
그러나 장운은 남들에게는 없는 뛰어난 보법과 신공이 존재했다.
그 말인즉슨 거리 조절을 하는 데 있어 남들보다 유리하며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이었다.
거리 조절이 얼마나 사기적인 장점인 것은 고수들은 이미 다 아는 이야기였다.
파앗!
장운이 마음먹고 이동하자 좌규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어린놈이 이렇게도 대담하고 노련하다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직접 행하는 것에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커다란 격차가 존재했다.
여태껏 탈명냉안 좌규를 상대로 강한 놈도 있고 용감한 놈도 많았다.
강한 놈은 멍청하여 거리 조절에 실패해서 죽었고, 용감한 놈은 거리를 좁히려다가 탈명마광검에 미간을 꿰뚫려 죽어 나갔다.
그 두 가지를 동시에 갖춘 자는 극히 드물었다.
어디 그뿐인가?
-금령선풍(金靈旋風)!
간신히 거리를 좁히는 데 성공한 장운은 사력을 다하여 금령풍운검법을 일으켰다.
채재재쟁!
금령공자와 탈명냉안 두 뛰어난 초절정 고수의 검강이 공중에서 얽히고설켰다.
황금빛과 핏빛 광풍이 두 사람을 넘어 배에 진동을 주었고.
휘이이익!
급기야 금강 일대가 흔들려 요동을 칠 지경이었다.
“으어억!”
“배가 흔들린다!”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러자 자연스레 배 위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두 집단, 황금표국의 표사들과 탈명대의 뛰어난 대원들은 크게 혼란을 겪고 말았다.
제아무리 뛰어난 고수라고 해도 이리저리 흔들리는 갑판 위에서 싸우는 것은 힘겨웠던 것이다.
하나 저 두 사람은 그것에 해당되지 않았다.
-금령일운(金靈一雲)!
-탈명염라(奪命閻羅)!
배가 좌우로 거칠게 흔들리는 와중에도 두 사람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서로 부모의 원수를 만난 것처럼 엉키며 검강을 흩날리고 있었다.
참으로 아름답고도 처절한 광경이었다.
황금빛과 핏빛이 서로 엉키며 목숨을 노리는 모습이 배 위에서, 그것도 경치 좋은 풍광 위에서 펼쳐지고 있으니 이 얼마나 역설적이란 말인가?
‘역시 만만치 않구나.’
장운은 선전을 펼치면서도 아직 현재의 자신은 검신 장인랑과 비교하자면 커다란 격차가 있음을 시인하고 있었다.
만약 전생의 몸과 실력이었더라면 탈명냉안 좌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이게 일개 표국 후계자의 실력이라고?’
현 상황이 믿기지 않은 것은 좌규도 마찬가지였다.
여태껏 많은 사선을 넘어왔는데 이렇게 잘 싸우는 어린 적은 난생처음이었다.
“탈명냉안 좌규.”
한 차례 격동이 지나고 서로가 거친 호흡을 내뿜은 채 배 위에서 노려보았다.
“……?”
좌규도 숨이 차오르고 내공 소모에 피로감을 느끼는 중이라 특유의 싸늘한 눈을 들어 장운을 주시했다.
“내가 이 검을 왜 들고 있는 것 같나?”
장운이 초령검을 만지작거리며 의미심장한 소리를 했다.
“뭐?”
좌규가 크게 놀라며 되묻자 장운은 그에게 더 놀랄 만한 것을 보여주었다.
-일식(一式) : 전진검(前進劍)!
그것은 바로 검신 장인랑의 무공이자 천하제일인의 검법인 혼원무극검법이었다.
파아아아앗!
첫 초식, 전진검이 멋들어지게 뻗어 나가며 좌규의 빈틈을 노렸다.
좌규는 여태껏 금령풍운검법의 운율과 속도에 맞춰져 있다가 돌연 전혀 다른 부류의 검이 날아오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크윽!”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피하긴 했는데 팔뚝 언저리가 베이고 말았다.
-혼령운행공(魂靈雲行功)!
주르륵!
드디어 좌규의 피를 뽑아내는 데 성공한 장운이 입을 열었다.
“어때? 익숙한 검법이지?”
오늘의 장운은 감추는 법이 없었다.
모든 것을 밝혀도 괜찮았다.
왜냐하면 현재 갑판은 두 집단이 뒤엉켜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중이었고 탈명냉안 좌규는 곧 죽을 놈인데 감춰봤자 무얼 하겠는가?
“이건…… 검신의 무공?”
어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사실 좌규에게 있어 검신 장인랑의 무공은 절대 지워지지 않는 흉터이자 각인과 마찬가지였다.
태어나 그렇게 강한 무인은 처음 겪었다.
자신의 주인이자 사파 하늘의 지존이라는 광혈흑마 태상천도, 정파 무림을 주름잡고 있는 무림맹주인 천운학검 남일산도 그보다 더 강하지 않았다.
“그렇구나! 그래! 어쩐지 비슷했어.”
좌규는 언제나 남의 피만을 빨아왔던 작자이다.
그런데 지금 자신이 피를 줄줄 흘린 채 팔뚝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지혈하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네놈은 검신 장인랑의 제자였어! 그렇지?”
확신에 찬 좌규는 반쯤 정신이 나가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피를 보자 좌규의 반응이 이상하였다.
덜덜덜!
장운은 노련한 경험을 통해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렇구나. 마공의 부작용이다!’
그의 예상이 옳았다.
좌규는 몹시도 위력이 강하며 빠른 시일 내에 탈명마광검법을 익힌 대가로 마공 특유의 부작용에 시달렸다.
그것은 다름 아닌 결코 채워지지 않는 격한 갈증과 불안 증세였다.
인신공양을 바쳐 피를 취하면 좀 나아지긴 하나 그 증세들은 좌규라는 사람을 갉아먹고 있었다.
“크윽!”
급기야 좌규는 크게 놀란 채로 뒤로 물러났다.
어떻게든 지혈을 하며 한 호흡을 돌려야만 했다.
‘어쩐지 처음 봤을 때부터 무언가 묘했어!’
분명히 초면인데 어디서 본 것처럼, 대면한 것과 같은 느낌.
그것은 인식을 넘어 몸에 각인된 기억과도 같았다.
묘하게 기분 나쁘고 움츠러든다 했더니 설마 검신의 후계자일 줄이야.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좌규는 여러 생각을 하며 애써 버티고 있었다.
“아니, 아니다.”
한데 이게 웬걸?
장운이 돌연 그것을 부인하는 게 아닌가?
“뭐라고? 거짓말 마라! 너는 분명…….”
좌규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현재 금령공자 장운이 펼치고 있는 무공부터 분위기, 그리고 묘하게 눈빛까지도 완벽하게 닮아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세차게 부인을 하려는 그때였다.
[나는 그의 후계자가 아니다. 내가 검신 장인랑이다.]
마침내 장운은 환생과 빙의 이후, 그 어느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았던 사실을 그에게 밝혔다.
위험 부담은 없었다.
만약을 위해 전음을 선택하였으며 그는 이 자리에서 곧 죽을 목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