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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13화 (112/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13화

복수의 시작(5)

“뭐라고? 그럴 리 없다. 그는 분명……!”

탈명냉안 좌규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며 부인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뭐가 이상했다.

사악한 마공이자 검법인 탈명마광검법을 익혀 그 부작용 증세를 겪고 있던 탓일까?

“허어어억!”

장운의 전음을 듣고는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던 좌규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경악하는 중이었다.

처음에는 부인하고 있다가 갑자기 기립하며 놀라자 장운도 덩달아 놀랄 지경이었다.

좌규가 놀라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보, 보여. 그가…… 그가 겹쳐서 보여!”

좌규는 장운이 검신 장인랑과 함께 겹쳐서 보였던 것이다.

물론 이는 피를 흘린 탓에 부작용 증세가 폭발적으로 퍼져서 환각이자 착각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효과는 엄청 났다.

‘그래! 내, 내가 그를 죽이는 데 일조한 탓에…… 나를 죽이러 온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좌규는 검신 장인랑을 죽이는 것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비록 사흑천과 반목했다 하더라도 검법이란 분야의 극의를 본 사람이기에 어느 정도 존중하는 마음은 있었다.

물론 그 마음은 사흑천 명령 한 마디에 무너질 보잘것없는 것이었다 해도 말이다.

“안 돼! 아직이야. 나는 못 죽어!”

정신을 조종하는 미친 부작용과 환각 증세 때문에 좌규의 상태는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급기야는.

-탈명탈혼마검(奪命奪魂魔劍)!

그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도 탈명마광검 최상의 절초를 펼쳐 들었다.

파아아아아앗!

눈부신 핏빛 섬광과 함께 무시무시한 검강이 폭사되었다.

그의 검은 일검일섬 두길준과 같은 쾌검의 수준이 아니었다.

한 집단을 그 자리에서 삭제시킬 정도로 강력한 검강으로 이는 인신공양과 더불어 좌규가 전력을 다하여 펼쳤기 때문이다.

“끄르륵!”

심지어 공격을 행하던 좌규 본인조차도 두 눈을 까뒤집은 상태였으며 피 거품을 연달아 게워내고 있었다.

이는 전형적인 마공의 부작용에 빠져 정신이 잠식되어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빠지는 첫 단계였다.

내공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전력을 다했다는 뜻이리라.

“이런!”

그 순간에는 장운조차 당황하며 신음을 내질렀다.

설마 좌규가 이렇게 격렬히 폭주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금령초월휘검(金靈超越揮劍)!

그래도 다 방법이 있었다.

먼저 금령풍운검법의 강렬한 후반부 초식으로 한 차례 폭발을 일으켜 충격을 줄인 다음.

콰가가가가강!

그 엄청난 후폭풍이 다시 한번 장운의 전신을 덮칠 때는 노련하게 대처를 하였다.

-혈월음천신(血月陰天身)!

혈월문주 용진산의 절기를 펼침과 동시에 금룡린갑을 발동시켰다.

그것만으로도 전신의 방어는 충분했다.

이미 장운의 내공은 강호에서도 내로라하는 수준이었기에 모든 방법을 동원해도 무리는 따르지 않았다.

그 결과 장운은 전신을 온전하게 지킬 수 있었다.

“그어어, 그어억!”

그에 반해 좌규는 점점 정신과 더불어 몸이 파괴되고 있었다.

무릇 사악한 마공에 발을 디딘 자의 말로는 이런 법이다.

“이 죽여도 죽지 않는! 괴물!”

좌규는 이미 인간의 모습이 점점 사라지면서 뭉개진 입으로도 열심히 뭐라 떠들고 있었다.

아직도 좌규의 눈에는 검신 장인랑이 부활하여 자신을 죽이러 온 것처럼 보였다.

“흥! 멍청한 놈 같으니.”

장운은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웃음이 나왔다.

어떻게 보면 통쾌했다.

이보다 더 완벽한 복수는 없을 테니까.

-이식(二式) : 분광검(分光劍)!

장운은 더 이상 혼원무극검법을 감추지 않았다.

파아아앗!

혼원무극검법의 두 번째 초식인 분광검은 좌규의 쾌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빠르고 강력한 것이었다.

“으어어!”

좌규는 본능만 남은 그 와중에도 어떻게든 검을 들어 막아냈지만 대가를 치러야 했다.

콰지직!

먼저 그의 검은 형편없이 꺾어나갔으며 상반신에는 깊은 자상을 입었다.

주르륵!

다시 한번 피가 흐르자 좌규는 더더욱 미쳐 날뛰며 붕괴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끄아아아아!”

급기야 두 눈이 핏빛으로 물들어 사람이기를 스스로 포기하는 상황까지 와버렸다.

“쯧쯧, 멍청한 놈.”

장운은 그 모습에 약간의 연민을 느끼며 무인으로서 아량을 베풀어주기로 했다.

“고통 없이 보내주마.”

그리고 모처럼 오랜만에 혼원무극검법의 절초를 선보였다.

-사식(四式) : 무극만검(武極滿劍)!

혼원무극검법의 진정한 위력은 사식부터였다.

삼식까지는 기초에 충실한 초식인데 반면 사식부터는 엄청난 위력을 동반하며 한층 더 고차원의 초식이었다.

동시에 아직 익히지 못한 남은 초식들은 차차 풀어야 할 숙제이리라.

번쩍!

장운의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위력의 무극만검이 휘황찬란한 빛을 내뿜었다.

그의 검은 탈명냉안의 검보다 더 우월했다.

설령 좌규가 마성에 빠지지 않았더라도 결코 장운을 이기지 못하였을 것이다.

콰지직!

장운은 자신이 내뱉은 말을 지켰다.

그야말로 고통조차 느끼기도 전에 보내 버렸다.

모르긴 몰라도 죽는다는 인식을 하기 전에 조용히 잠들었을 게 분명했다.

“먼저 가 있거라.”

장운은 순식간에 먼지가 되어 흩어지는 좌규의 시신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사악한 마공을 익혀 거의 잠식당했기에 좌규의 전신은 탁한 색의 재가 되어 흩날리고 있었다.

‘곧 사흑천주와 무림맹주도 너의 뒤를 따르게 될 테니까.’

그동안 황금표국을 키우고 스스로를 발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느라 복수를 참고 있었던 금령공자 장운.

그의 진정한 복수는 바로 지금부터였다.

“허억, 헉!”

“장운 도련님!”

“저희도 임무를 완수하였습니다!”

장운이 탈명냉안 좌규를 쓰러뜨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기적절하게 표사들이 다가왔다.

두길준과 응운곤 등, 표사들은 개개인의 실력이 자신보다 강력한 탈명대원을 모두 처리하느라 조금 늦었던 것이다.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장운이 말했다.

오늘의 일은 계획부터 마무리까지, 그야말로 완벽했다.

동시에 사흑천이 알아차릴까 걱정되지 않았다.

어느덧 금강 일대는 저녁으로 물들어가고 있었고 주변에는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오늘을 위해 어부들을 모두 물렸다.’

이제 시신을 완벽하게 처리하면 모든 것이 종료되었다.

“오늘의 일은 철저히 비밀로 묻어야 합니다. 사흑천이 냄새를 맡지 못하도록 총력을 기울여 주십시오.”

장운은 수장으로서 마지막까지 완벽히 지도한 다음, 모든 흔적을 지웠다.

심지어 판옥선과 더불어 탈명대의 시신까지도 태우는 데 성공하였다.

어차피 이 금강은 황금표국의 영역이자 장강수로채들도 존재하지 않는 곳이니 안심하였다.

장운의 바람대로 오늘 일은 금강 아래로 깊숙이 묻히고 말았다.

* * *

금령공자 장운과 금옥관의 표사들이 탈명냉안 좌규를 처리한 지도 벌써 일주일이 흘렀다.

그사이, 아무런 소란이나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실 사흑천은 좀 더 세밀하게 파고들 여력이 없었다.

지난번 회검문으로 정파 무림을 기만했다는 물의를 일으키느라 정신이 없었기에 이 탈명냉안 좌규 실종 건에 대해 신경을 제대로 쏟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그저 보옥전장이 다시 혼란에 빠졌다는 후문만 들려왔을 뿐.

그 보옥전장도 곧 다른 거대 전장과 상단에 흡수될 것이라는 추측이 유력했다.

주변은 잠잠한 대신 장운의 심기에 변화가 일어났다.

“저는 오늘부로 당분간 폐관 수련을 할까 합니다. 그러니…… 금옥관을 부탁하겠습니다.”

장운이 금옥관의 모든 표사들을 소집하여 말했다.

웅성웅성!

그러자 주변은 혼란스럽다 못해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지난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였고 뒤탈도 없으니 이제 황금표국의 일에 전념할 줄 알았다.

그런데 폐관 수련이라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노련한 상수 노관조차도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해 당황하며 물었다.

“지난 일로 나름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장운이 약간은 굳은 얼굴로 대답을 하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보다 더 강한 초식의 부재였다.

탈명냉안 좌규를 처리하는 데 문제는 없었고, 아비인 금령검객 장천호로부터 물려받은 금령풍운검법의 성취도 극성을 향해 나아갔으나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초절정을 넘어 입신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보다 더 강한 초식이 필요하다.’

바로 이 점이었다.

동시에 이것은 장천호가 일개 표국주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한계이자 출중한 재능을 타고났음에도 불구하고 초절정이 마지막인 이유이기도 했다.

이유는 비단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앞으로…… 우리 표국이 상대해야 할 적들은 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강하고 무서운 자들이 될 것입니다. 제가 더 강해져야 합니다.”

장운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그가 그저 평범한 표국의 주인에 그친다면 모를까, 그 위를 바라보고 또 무림맹과 사흑천에 복수를 노리는 이상 더 강해져야 했다.

현재로서는 회검문주 동방백과 탈명대주 좌규 정도는 이길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무리였다.

사흑천주나 무림맹주까지 댈 것도 없이 구파일방의 장문인과 겨루어도 간당간당한 수준이었다.

다시 말해 보다 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금이면 오식(五式)을 익히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장운이 폐관 수련을 요청하는 이유는 바로 혼원무극검법의 오식을 익히기 위해서였다.

그는 최근 들어 좌규와 동방백, 당문의 두 무인 등 여러 뛰어난 정사파 고수들과 싸우며 깨닫는 바가 컸다.

이른바 개안(開眼)이라고나 할까?

그가 초절정의 경지에 들어선 지도 제법 시일이 지났으니 이제 혼원무극검법의 오식을 익히는 데 전념해도 될 것이다.

혼원무극검법은 총 칠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엄청난 위력을 자아내고 있었다.

오식을 익힌다면 초절정 수준에서는 최고, 즉 사흑천주나 무림맹주 정도를 제외하면 적수를 찾기 힘들 것이다.

‘더욱이 마지막 최종 초식인 칠식의 오의(奧義)는 전생의 나조차도 풀지 못한 숙제다.’

사실 이건 놀라운 이야기였다.

검신 장인랑은 일곱 개의 초식으로 이루어진 무공, 혼원무극검법을 불과 여섯 개의 초식만 들고도 역대급 천하제일인에 도달했다는 소리니까.

그가 이번 생에서 혼원무극검법 최종의 초식이자 검법의 주된 내용을 관통하는 오의를 깨닫게 된다면 그때는 비로소 전생을 뛰어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국주님께는 말씀을 드렸나요?”

천세은이 다가와 물었다.

내색하진 않았는데 서운한 감정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이미 두 사람은 외인이 아닌데 어찌 미리 말해주지 않았냐는 뜻이리라.

“곧 말씀을 드리러 갈 것입니다.”

장운은 공식적인 석상이니만큼 존대를 하며 대답을 했다.

이미 장운의 머릿속에는 모든 계획이 짜여져 있었다.

과거의 그라면 과연 아버지께서 허락할까, 걱정했겠지만 천만의 말씀.

지금의 장천호는 그를 믿어 의심치 않았으니 오히려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장운은 혹시라도 불안해할 금옥관 사람들을 위해 확신에 찬 음성으로 답했다.

“제가 다시 금옥관으로 돌아오는 날, 그때는…… 무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고수가 되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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