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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14화 (113/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14화

오식(五式)을 익혀라!(1)

“아버님, 저 장운이옵니다.”

사나이의 당찬 포부를 밝힌 채 금옥관을 떠난 금령공자 장운.

그는 자신이 말한 바대로 아비이자 황금표국의 국주인 금령검객 장천호를 찾아왔다.

“그래, 들어오거라.”

의외로 장천호는 장운의 방문에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덤덤한 목소리로 그를 반겼을 뿐.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장운은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들어갔다.

“본 표국을 떠나겠다는 것이냐, 아니면 당분간 무공에 매진할 시간을 달라는 것이냐?”

“……!!”

장운은 놀라운 추리력을 발휘하는 아비의 모습에 화들짝 경악하고 말았다.

설마 이렇게 정확히 예측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어찌 제가 황금표국을 떠날 수 있단 말입니까? 후자입니다. 당분간 폐관 수련을 하여 한 꺼풀 막을 깨고 비상하고자 합니다.”

장운은 두 눈이 커지며 진심으로 놀라는 중이었다.

“후후훗, 뻔하지. 이제 너는 강호를 주름잡을 실력이 되었으니 본격적으로 정상을 노리기 위해 표국을 뒤로한 채 강호 출도를 하든가, 아니면 실력을 더 키우고자 수련을 하든가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단다.”

‘알면 알수록 놀라운 사람이다.’

어찌하여 전생에는 금령검객 장천호의 비범함을 몰랐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지경이었다.

“아버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저는 실력을 더 키우기 위해 폐관 수련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진정한 목표는 제가 정상에 서는 것이 아니라 본 표국이 정상에 서는 것이기에 가당치 않은 말씀이십니다.”

장운은 정중히 포권을 하며 내심 서운한 감정을 비추었다.

아비의 눈에는 아직도 자신이 황금표국을 떠날 것처럼 보였나 싶었다.

“오! 오해는 말거라. 나는 너를 전적으로 신뢰한단다. 다만……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하곤 하지. 어쩌면 우리 표국이 네 발목을 붙잡는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아닙니다.”

장운은 도리질까지 치며 부정을 했다.

그것은 진심이었다.

‘황금표국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다.’

제아무리 전생의 심득이 있다고 해도 믿을 만한 동료와 집단이 없기에 과거의 실수를 반복했을 것이다.

실제로 장운은 황금표국과 금옥관의 일원들과 만나 훨훨 비상하고 있으니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후후후, 그렇게 생각해 주면 고맙고. 아무튼…… 폐관 수련을 하고 싶다는 뜻이지?”

이제 장운과 장천호의 사이는 그 어떤 부자 관계보다도 더 가깝고 돈독하였다.

장천호는 그답지 않게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문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아버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잠시 금옥관 내부에서 폐관 수련을 하려 합니다.”

“기간은?”

기간이 얼마나 필요하냐는 말에 장운의 말이 잠시 막혔다.

그러기를 반 각이 흘렀을까?

“짧으면 하루, 길면 몇 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장운은 너무나도 진솔하게 대답했다.

그 말이 옳았다.

‘오식부터는 깨달음의 영역이다.’

아무리 과거의 심득과 오의를 기억하고 있다 해도 현 육신과 정신에 걸맞게 깨닫는 것은 다른 방향이었다.

하여, 운이 좋으면 단 하루 만에 돈오(頓悟)하여 혼원무극검법의 오식을 깨우칠 수 있는 것이고 운이 나쁘면 년 단위로 이어질지 몰랐다.

“내가 물려준 금령풍운검법이 아니라 다른 무공의 깨달음을 노리고 있는 게로구나.”

“……네.”

장천호의 그 말에 장운은 또 한 번 놀라며 순순히 인정을 하였다.

“네게 무언가 비밀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금령풍운검법 이외에도 뛰어난 절기를 익혔다는 건 진즉 알고 있었단다.”

“미리 말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어찌 보면 그가 눈치를 채는 것이 당연했다.

금령풍운검법 하나로 강호를 종횡무진(縱橫無盡)하며 활약하기에 아무래도 무리가 따랐던 것이다.

“아니다. 금령풍운검법의 한계는 그 어느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단다.”

사실 장천호가 위의 사실을 알아차린 이유는 간단했다.

‘나도 장운이 경지 즈음에 고민을 거듭했다.’

똑같은 고민이었다.

어떻게 하면 초절정의 경지를 벗어나 그 위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고민.

장운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장운은 약관의 나이에 초절정에 도달한 반면, 장천호는 중년의 나이에 이르러서야 그 고민에 빠졌다는 점이었다.

“아닙니다. 금령풍운검법은 실로 뛰어난 절기입니다!”

장운은 거칠게 고개를 저으며 부정하려 했지만.

“우리 사이에 쓸데없는 예의는 집어치우거라. 그 무공은 나와 황금표국의 역작이지만 결코 강호 정상을 넘볼 수 없다.”

장천호는 싱긋 웃으며 다독였다.

왜냐하면 장천호는 고민에 빠졌던 그 시절, 폐관 수련을 하여 금령풍운검법을 더 다듬는 것을 포기했었다.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공이나 강호의 명성이 아니라…… 황금표국을 이끄는 것이기에 내린 선택이었다.’

그렇다.

장천호가 지금 수준에 머무른 것은 황금표국을 이끌어 가기 위해 평범한 무인들처럼 폐관 수련을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장운이라는 든든한 후계자가 있는 것도 아니오, 예전에는 쟁쟁한 표국들이 더 많아 경쟁을 해왔기에 국주인 그가 폐관 수련을 한다는 것은 황금표국 문을 닫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장운아, 네가 폐관 수련을 하는 이유는 무엇이냐? 그저 더 강해지기 위함이더냐?”

장천호가 자애로운 마음을 담아 아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당연히 그 목적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저와 함께 본 표국을 정상으로 이끌기 위해서입니다.”

솔직히 말해 맨 처음 환생을 하였을 때는 그저 복수만을 노렸다.

‘오로지 복수를 위해 황금표국을 이용하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살아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현실은 소설이 아니다.

매일 같이 부딪치며 몸으로 겪고 감정을 주고받으니 어찌 매정하고 무정하게 이용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하여 황금표국은 어느새 금령공자 장운의 꿈이 되어버렸다.

“제 꿈은 하나입니다. 본 표국을 무림 최고의 집단으로 만드는 것!”

장운은 거듭 자신의 목표를 밝혔다.

황금표국을 더 위로 끌고 올라가기 위해서는 보다 더 강력한 무인이 필요했다.

표국주인 금령검객 장천호보다 강하고 현재 금령공자 장운보다도 더 강한!

심지어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조차 함부로 하지 못하며 그들이 전전긍긍 눈치를 볼 절세의 무인이 필요했다.

“좋다. 네가 정녕 폐관 수련을 하면 그 목적을 이룰 수 있는지 내 한번 시험해 보도록 하겠다.”

장천호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검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 행동이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대련 비무를 하자는 것입니까?”

“그래. 현재 네 실력이 궁금하구나.”

장천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만약 네가 나를 이기지 못한다면…… 폐관 수련을 허락하지 않을 계획이다.’

아직 자신에 미치지 못하였는데 폐관 수련을 노린다면 그것은 말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아울러 장천호는 확실히 하고 싶었다.

현 상황에 있어 황금표국 최고의 고수는 누구인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 대로 금령검객인가, 아니면 금령공자인가?

“분부대로 따르겠습니다.”

장운은 아비의 심중을 이해하며 정중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울러 초령검을 꺼내 들었다.

때마침 두 사람이 만난 곳은 국주의 침소였고 장천호는 매일매일 수련을 하기에 침소 근처에 연무장이 있었다.

파아앗!

먼저 장천호가 표홀한 신법을 자랑하며 연무장의 중앙으로 나아갔다.

동시에 장천호의 두 눈이 강한 기운으로 빛이 났다.

적어도 장천호는 진심이었다.

아들이 자신을 진정으로 뛰어넘기를 바랐다.

-혼령운행공(魂靈雲行功)!

파아아아앗!

이에 장운도 무영문의 절기이자 유려한 신법을 자랑하며 따라나섰다.

그리 넓지 않은 연무장에 황금표국에서 가장 강한 두 사람이 서자 비좁을 정도로 꽉 찬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이 두 사람은 강호 어디에 내놓더라도 절대 뒤처지지 않을 뛰어난 초절정 고수였으니 그 기운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준비되었느냐?”

장천호가 물었다.

이제야 밝히는 사실이지만 장천호는 오늘 왠지 검을 휘두를 것 같아 내내 몸을 풀고 있던 중이었다.

설마 자신의 후계자이자 지극히 아끼는 아들과 비무를 벌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네.”

그렇게 아비와 아들의 눈이 공중에서 맞물렸다.

서로 한 차례 신호를 준 다음.

채재재재쟁!

각자 서 있는 좌측과 우측에서 격렬한 검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평온하다 못해 나른하던 국주의 연무장 내부는 순식간에 격렬하고도 치열한 전장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특히 가장 놀라운 변화는 두 사람의 모습이었다.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며 사랑하던 부자 사이가, 이제는 서로 불구대천의 원수라도 되는 것처럼 휘황찬란한 금빛 검기를 흩날리고 있으니 기묘한 일이었다.

“대련 비무이긴 하나 서로 봐주는 것 없이 가지.”

장천호가 제안을 했다.

그러지 않아도 장천호의 실력은 결코 봐줄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알겠습니다.”

짧은 대화는 금방 종료가 되었고 대화가 끝나자마자 먼저 장천호의 무자비한 폭격이 시작되었다.

-금령조화(金靈造化)!

-금령파옥(金靈破玉)!

무려 두 초식을 연환의 묘를 살려 연거푸 펼쳐대는 금령검객 장천호!

이 공격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

나도 봐주지 않을 테니 너도 봐주지 말라, 그리고 서로 전력을 다해 부딪쳐 보자!

씨익!

검에서 전해져오는 아버지의 생각에 장운은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하나 그것도 잠시.

곧 전신을 헤집어 놓을 것처럼 다가오는 장천호의 파격공세에 정면으로 마주하였다.

-금령선풍(金靈旋風)!

-금령가화(金靈加貨)!

장운 역시 장천호가 하였던 것처럼 두 초식을 연거푸 펼쳐내며 금령풍운검법에 대한 깨달음과 해석이 아비 못지않음을 과시하였다.

금령풍운검법 대 금령풍운검법!

양측에서 황금의 폭풍이 휘몰아치는 순간이었다.

단언컨대 이 비무는 좀처럼 보기 힘든 진귀한 것이자 무서울 정도로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검기의 향연이기도 했다.

콰강! 콰가가가가강!

오로지 고요만이 감돌아야 할 황금표국 국주의 거처에 폭음이 들려왔지만 달려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미 장천호와 장운이 주변 사람들을 시켜 주위를 물렸던 까닭이다.

‘장운의 성취가 어느새 이리도…….’

검과 검이 맞물리면서 부자간의 감정도 생생하게 전해져 왔다.

뛰어난 검객은 검을 마주하면 상대의 감정이나 경지를 안다고들 한다.

그것은 장천호도 마찬가지였다.

잠깐 한눈파는 사이마다 그야말로 괄목상대(刮目相對)하여 다가오는 아들의 성장은 아비로서 기쁨이자 환희였다.

그러나 지금은 부자간이 아니라 서로 실력을 확인하는 무인 대 무인의 자리이니만큼 감정을 그대로 표출할 수 없었다.

‘간다!’

순간, 장천호의 눈빛이 변했다.

피차간 서로 몸을 풀었으니 이제 본론으로 진입할 때가 도래했다.

-금령초월휘검(金靈超越揮劍)!

금령검객 장천호, 그가 어찌하여 황금표국을 번영시켰는지 그 실력을 똑똑히 보여주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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