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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16화 (115/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16화

오식(五式)을 익혀라!(3)

아버지, 금령검객 장천호와의 비무와 대련을 무사히 마친 장운은 그 길로 곧장 금옥관으로 돌아왔다.

‘뒷일은 모두 아버님과 동료들이 맡아주기로 했으니 걱정은 없다.’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자신의 방에 돌아온 장운은 기분이 홀가분했다.

폐관 수련을 하는 데 있어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바로 외부에 대한 걱정과 미련이었다.

그것들을 온전히 털어내고 왔으니 남은 것은 서둘러 혼원무극검법 오식을 익히는 일이었다.

“후우우우.”

차분히 호흡을 내뱉으며 장운은 과거, 전생의 기억을 상기했다.

오식부터는 깨달음의 영역이라고 해도 과거의 습득했던 경험을 토대로 차분히 복기하고 있었다.

휘익, 휙!

장운은 혼원무극검법을 처음부터 차례대로 펼쳐보았다.

일식인 전진검부터 사식인 무극만검까지.

‘그리고 이 다음에는 오식이…….’

분명히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런데 몸으로 펼치려고 하니.

멈칫!

장운 자신도 모르게 머뭇거리고 몸이 정지되었다.

“흐으으음. 다시 한번.”

아직 깨달음이 닿지 않아 그런 것 같아 다시 한번 도전해 보아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호식을 펼치려고 하면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직이지를 않았다.

‘그렇군. 깨달음이 먼저인가?’

장운은 자신이 서둘렀음을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깨달음 없이 초상승의 절학을 펼치는 것은 그저 발버둥밖에 되지 않다는 것을 한 번 더 깨달았다.

처억!

그리하여 장운은 전략을 바꾸었다.

곧바로 가부좌를 튼 다음, 볕이 잘 드는 남향을 바라보며 차분히 명상에 잠겼다.

깨달음이 찾아올 때까지 기다린 것이다.

그렇게 하루가 흐르고 이틀이 흐르고 삼 일이 지났다.

“이런…….”

아무리 기다려도 뜻하는 깨달음이 오지 않자 장운은 초조해지고 말았다.

‘과거의 나는 어떻게 익혔지?’

오죽하였으면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과거의 자신은 이렇게 단기간 내에 초절정 경지까지 도달하지 못하였다.

차례차례 단계를 밟아 간신히 도착했던 것이다.

‘너무 빨리 달려온 까닭일까?’

그에 반해 현생, 장운의 삶은 그렇지 않았다.

그 어느 누구보다도 가파르게 성장하지 않았나?

좋게 보자면 성장이 빠른 것이고 나쁘게 보자면 급박하게 달려온 것이다.

그 때문인지 과거의 경험을 반영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솔직히 말하자면 과거 전생인 검신 장인랑 시절에는 깨달음의 고비나 경지 상승에 어려움이 거의 없었다.

전생의 평생을 누리며 순탄하고도 계속해서 상승세를 그린 까닭이었다.

따지고 보면 과거의 자신이 현 장운 실력에 도달했던 것이 삼십 대 후반에서 사십을 바라보는 즈음이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너무나 빠른 성취라며 전 무림이 뒤집어졌었다.

한데 지금의 장운은 그보다 훨씬 빠른 이십 대 극 초반의 나이였으니 헤맬 만도 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군.”

몇 날 며칠을 가만히 명상만 하던 장운은 다시 몸을 일으켰다.

‘이것은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다고 가만히 서서 기다리는 꼴과 같다.’

깨달음이 찾아올 때까지 무작정 명상만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음 방법은 무엇일까?

“몸을 혹사시켜 보자.”

매우 단순한 방법을 선택한 장운.

한 번도 좌절이나 실패를 해본 적이 없으니 뚫을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도 해볼 수 있는 것은 모두 해보자고 다짐하였다.

“허억, 헉!”

체력이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금령공자조차 지칠 정도로 몸을 혹사시켰다.

매일매일 혼원무극검법은 물론이오, 얼마 전 아버지와의 비무로 인해 완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발전된 금령풍운검법까지 모조리!

어디 그뿐인가?

운기조식부터 체력 훈련까지 모두 병행하였으나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이 과정까지 대략 한 달의 기간이 지나가 있었다.

‘답답하군.’

너무 답답한 나머지 견디다 못한 장운은 남몰래 외출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좀이 쑤셔서 이대로 가다간 심마가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혼령운행공(魂靈雲行功)!

장운은 무영문의 절학이자 천하제일 도둑의 경공을 사용하여 은밀히 빠져나가는 데 성공하였다.

‘이제 뭘 하지?’

처음으로 난관에 봉착한 장운.

답답하여 무작정 빠져나오기까지 성공하였는데 그 뒤가 문제였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전생에는 평생 검술을, 현생에는 검술과 표국만을 위해 살아온 터라 무엇을 해야 할지 좀처럼 감이 오지 않았다.

파아아앗!

그래서 경공을 이용하여 달리고 또 달렸다.

마음의 짐이 조금은 사라지기까지.

그렇게 얼마나 달려왔을까?

“음?”

문뜩 정신을 차린 장운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말 그대로 무아지경(無我之境)에 빠진 채로 이동하였다.

‘이곳은……!’

주위를 살펴본 장운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주변은 화산파의 영역으로 같은 섬서성에서 황금표국과 화산파의 간격은 멀었는데 얼마나 빨리, 오래 달려왔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허허!”

장운은 화산파까지 오게 된 것에 어이가 없어 너털웃음을 지으려는 찰나!

채쟁, 채재쟁!

멀리서 치열한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음? 이 적막한 일대에 누가 싸우기라도 하나?’

장운은 자기도 모르게 돌연 호기심이 생겼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지금 이 일대는 화산파의 중심이 아니라 다소 외곽이었던 것이다.

화산파 내부 근처였다면 그러려니 하는데 소리가 제법 무시무시한 게 아닌가?

잠시 고민을 하던 장운은 이내 결단을 내렸다.

‘가 보자!’

그러지 않아도 다른 사람과 왕래를 하지 않은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사람도 그리웠지만 무엇보다 무인으로서 비무와 대련이 그리웠기에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예로부터 가장 재미있다는 것이 싸움 구경과 불구경이라고들 하지 않나?

파아아앗!

결단을 내린 장운은 치열한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극한의 경공을 발휘하며 다가갔다.

당연히 은밀히 접근을 하였고 무영신투의 경공은 그 분야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했기에 걱정은 없었다.

장운이 기척을 감추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로 혹시 선량한 자들이 악적을 만나 싸우고 있다면 기습을 하여 도와주기 위함이었고, 두 번째는 사문이나 지인끼리 대련 같은 경우 함부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어서였다.

채재쟁!

장운이 가까이 다가가니 아니나 다를까?

늙고 젊은 조손(祖孫)이 제법 치열한 대련을 벌이는 중이었다.

‘나도 얼마 전, 아버지와 저런 대련을 하였지.’

장운은 먼발치에서 지켜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큰 사건이 아니라 절친한 가족끼리 대련임을 인지하고 무례를 범하지 않기 위해 그대로 발을 빼려는 순간이었다.

“관아야, 실력이 물이 올랐구나.”

“아닙니다, 대장로님.”

그 말을 듣자마자 안력을 키워 자세히 바라보니 이럴 수가!

과거 화산파의 의뢰를 수행하며 태산 일대에서 보았던 화산파의 대장로인 소요자가 아니던가?

‘그리고 그 옆은……!’

소요자 옆에는 장운 또래의 젊은 무인이 있었는데 화산의 매화 수실이 수놓아진 것으로 보아 화산파의 고수가 분명했다.

장운은 그를 보자마자 한눈에 알아차렸다.

정파 최강의 후기지수이자 능히 차기 천하제일인을 넘본다는 최강의 무골, 일검매향(一劍梅香) 예천관이라는 사실을.

지난 의뢰 마지막 때 소요자와 함께 인사를 하지 않았나.

장운이 너무 놀란 까닭일까?

순간적으로 은신과 경공이 느슨해졌고.

“누구냐?!”

곧바로 인기척을 알아차린 예천관이 벼락같이 소리를 내지르며 다가왔다.

파아아앗!

소요자 역시 곧바로 대련을 중지하고는 장운이 있는 방향을 향해 쇄도하였다.

‘어떻게 한담?’

장운은 그 짧은 순간에도 당황하며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이내 기발한 방법이 떠올랐다.

“화산은 쓸쓸하고 적막하여 거문고 뜯는 소리는 없지만 그보다 더 아름다운 검의 울음소리가 있구나.”

이는 과거 소요자가 직접 했던 말이었다.

예전 화산파의 의뢰를 수행할 때 태산 깊이 숨어든 소요자를 유인하기 위해 아비인 장천호와 장운이 대련을 하며 유인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무예에 미친 소요자가 이들의 대련을 지켜보다가 감탄을 하며 했던 말이 있었는데.

-태산은 쓸쓸하고 적막하여 거문고 뜯는 소리는 없지만 그보다 더 아름다운 검의 울음소리가 있구나.

태산을 현재 상황에 맞게 화산으로 바뀌어 말하였던 것이다.

동시에 과거 소요자 또한 부자끼리 대련에 끼어든 적이 있으니 현재 장운이 조손끼리 대련에 끼어든 것 또한 같다 여길 수 있었다.

“어라? 너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말과 더불어 익숙한 얼굴에 무시무시한 기세로 다가오던 소요자와 예천관은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황금표국의 장운이라 하옵니다.”

기지를 발휘하여 무례의 위기를 모면하고 유쾌하게 분위기를 전환한 금령공자 장운.

“오오오! 그래! 금령공자 장운이로구나!”

장운의 인사에 소요자는 그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어찌 그를 몰라보겠는가?

과거 소요자는 예천관에게 이렇게 평한 바가 있었다.

-내 예상과 안목이 맞는다면······ 추후 천하제일검 자리는 너와 저 장운이라는 아이의 싸움이 될 것이다. 한 명 더 꼽자면 남궁세가의 그 아이도 추가가 되겠지.

실제로 그의 예상에 걸맞게 흘러가고 있었으니 소요자의 안목이 얼마나 뛰어난지 잘 알 수 있었다.

‘금령공자…… 장운!’

갑작스러운 장운의 등장에 천하일색의 미녀처럼 아름답게 잘생긴 예천관이 호기심을 드러냈다.

그러지 않아도 대장로이자 할아버지로 모시는 소요자가 자주 언급을 하였고, 강호에서도 풍문이 많았기에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반갑구나. 그때는 그래도 미숙하고 어린 티가 났었는데…… 지금은 가히 인중룡(人中龍)이로다.”

소요자는 지난 몇 년 전의 장운과 훌쩍 성장한 모습에 거듭 감탄하는 중이었다.

그때도 대단했는데 지금은 당시보다 몇 배는 더 일취월장(日就月將)하였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과찬이십니다.”

이에 장운은 정중히 포권을 하며 무림 대선배에 대한 예우를 지켰다.

“그래, 우리 화산까지는 무슨 일인고? 또 의뢰를 맡겼더냐?”

인사가 끝났으니 소요자는 본론에 들어갔다.

할아버지와 손자끼리 은밀한 대련을 엿보게 된 것은 이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다 끝나가던 차였다.

그가 궁금한 것은 하나였다.

이곳은 화산에서도 인적이 드문 곳이거늘 어찌 여기까지 찾아왔냐는 뜻이었다.

“그것이…… 다름이 아니라…….”

언제나 호쾌하고 시원시원한 장운이 이례적으로 주춤거리자 노련하고 지혜로운 소요자는 한눈에 알아차렸다.

“옳거니, 답답하여 산책을 나왔구나.”

“그렇습니다!”

장운은 고전하던 중 소요자가 잘 받아주자 반색을 하며 답하였다.

“산책을 하다가 그만 너무 멀리 왔지 뭡니까?”

그 말을 듣자마자 소요자는 특유의 인자한 얼굴로 현기 넘치는 말을 했다.

“마음속의 고민이 너를 여기까지 데려다주었구나. 그 고민이 무엇이냐?”

그는 화산을 떠나 무림에서 오랫동안 지내온 어른답게 장운의 수척함을 눈치채었다.

장운의 전생인 검신 장인랑보다도 훨씬 더 나이가 많고 무림 선배였으니 경험이 오죽하겠는가.

“부끄러운 말이지만…… 폐관 수련을 하던 중 난관에 봉착하여 이곳까지 흘러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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