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17화 (116/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17화

오식(五式)을 익혀라!(4)

장운은 자신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는 소요자의 말에 솔직하게 대답하였다.

과거의 자신이었더라면 결코 표국 외인에게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어느 정도였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하핫! 난 또 무슨 일이라고.”

진지한 장운의 말에 비해 소요자의 반응은 의외였다.

무슨 그 정도 일로 고민하느냐는 뜻이었다.

“네?”

장운이 놀라 되묻자 소요자는 현기 넘치는 말로 담을 해주었다.

“무인이라면 당연히 고민하고 궁리하고 난관에 봉착하는 것이 당연한 법이다. 그것은 세기의 천재나 천무지체를 타고난 무골에게도 통용되는 말이지. 너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 만약 아무런 고비 없이 순탄하게 이어나갈 생각을 했다면 너의 오만이다.”

흠칫!

그 말을 듣는 순간 장운은 흡사 망치로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 소요자는 장운이 갖고 있는 고민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쩌면 생각의 전환, 발상의 전환일지도 몰랐다.

“어디 무인뿐이더냐? 밭을 가는 농부도 더 효율적으로 농사짓기 위해 공부하는 법이고, 하다못해 학당에 다니는 코흘리개 어린아이조차 천자문을 더 빨리 익히려 발버둥 치는 법이다. 그러니 너의 고민은 고민거리가 되지 못한다.”

“그, 그렇습니까?”

“그렇고말고. 보아하니 무인 인생 처음으로 고비에 봉착한 듯 보이는데……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가 어려울수록 자기 자신을 믿고 원래 해왔던 그대로 이어나가면 되느니라.”

소요자는 진정성 있는 발언으로 장운을 깨우쳐 주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장운은 처음으로 난관을 맞이하였는데 고작해야 한 달 정도 고립되었을 뿐이다.

이전에 이런 경험이 없었던 장운은 유독 혼란스러워하고 급기야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니 깨달음이 찾아올 리가 있나?

‘그래, 내가 바보였어!’

장운은 소요자의 조언에 무언가 개안(開眼)을 한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따지고 보면 혼원무극검법 오식이라는 엄청난 산에 오르는 건데 하루 이틀 올라간 주제에 정상이 보이지 않는다며 투덜대는 꼴이었다.

“당황할 것 없다. 흔들릴 필요도 없다. 무인으로서 고뇌하고 절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니. 설령 검신 장인랑이라고 해도 우리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움찔!

장운은 자신의 전생 이야기가 나오자 자기도 모르게 움찔하고 말았다.

장인랑은 이런 적이 없었지만 구태여 그런 이야기를 하진 않았다.

번뜩!

소요자와 대면한 이후, 무언가 머릿속이 맑아지면서 느끼는 것들이 많았으니까.

“선배님!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듭니다. 무례하지만…… 곧바로 떠나도 되겠습니까?”

장운은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무림의 대선배를 만나자마자, 그것도 자기 좋을 질문만 던진 다음 이탈하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어서였다.

‘녀석, 깨닫는 것이 있는 모양이로군.’

그 모습에 소요자도 미소를 참지 못했다.

화산파냐 아니냐를 떠나서 뛰어나고 젊은 무인과 교류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법이었다.

“언제는 내 허락을 맡고 왔더냐?”

소요자는 구태여 말리지 않았다.

공부나 무예나 똑같이 배움에는 적절한 시기와 때가 있으니 어찌 방해할 수 있으랴?

“감사합니다, 선배님!”

장운은 혹시라도 이 맑은 기분이, 무언가 깨달음이 찾아올 듯한 느낌이 사라질까 봐 다시 서둘러 이동할 채비를 하였다.

이곳은 화산파의 영역이니 함부로 운기조식하거나 명상에 빠질 수 없으니 다시 황금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예 소협.”

장운은 떠나기 직전 소요자뿐만 아니라 화산파의 기대주이자 호적수가 될 일검매향 예천관을 바라보며 정중히 포권하는 걸 잊지 않았다.

“별말씀을.”

이에 예천관도 마주 포권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그 역시 장운과 대화를 좀 나누고 싶었으나 깨달음을 방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 다음에 또 보도록 하지요.”

장운은 마지막 말을 남기자마자.

파아아아앗!

무영신투의 비학을 사용하며 저 멀리 사라지고 말았다.

“휘유~ 그놈 참 빠르기도 해라.”

벌써부터 화산의 여러 고개를 넘어가는 모습에 소요자는 입을 모으며 경탄하는 중이었다.

옛말에 재주가 많으면 일찍 굶어 죽는다고 하였는데 장운은 무려 황금표국의 후계자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터였다.

“참으로 재미있는 친구로군요.”

예천관도 점이 되어 사라지는 장운을 바라보며 슬쩍 웃었다.

“그래……. 장안의 화제인 금령공자와 재회한 소감은 어떻더냐?”

존경하는 사부이자 할아버지이며 사문 어른의 질문에 예천관은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답을 했다.

“현재 실력은 저와 매우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예천관은 예쁘장한 얼굴과 다르게 매우 솔직하고 직선적인 편이었다.

“조금 전 깨달음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그는 명실공히 저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겁니다.”

예천관은 순순히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상호 간 차이는 미약하다. 하나 오늘의 일로 그가 한 단계 더 뛰어넘는다면 나는 그를 이길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예천관은 좌절하지 않았다.

금령공자 장운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라면 자신 역시 쫓아 올라갈 자신이 있기에.

“후후후, 강호무림이 더 재밌어지겠구나.”

소요자의 미소 또한 깊어졌다.

* * *

-혼령운행공(魂靈雲行功)!

소요자와의 만남 이후, 다시 금옥관 폐관 수련장으로 부리나케 달려온 장운.

어느새 야밤이 되어 있었고 달빛마저도 구름에 먹혀 어두웠으나 장운의 정진은 끝이 없었다.

‘그래, 조급해하지 말자.’

장운은 소요자의 조언 덕분에 한결 마음을 비울 수 있었다.

돌이켜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젊고 어린 나이에 오식을 취하는 것은 너무나도 힘들고 요원한 길이다.

쉬이 얻어지리라 생각했던 것이 바보였다.

더욱이 오늘 일련의 일로 크게 개안한 이상 오식을 어렵지 않게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번뜩!

새벽이었던 해가 서서히 올라 중천(中天)에 도달할 무렵, 장운의 전신에는 거대한 깨달음이 강림하였다.

‘온다, 소요자 선배와 대면한 이후 느꼈던 그 거대한 깨달음이!’

장운은 직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휘익!

그리고는 헐레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의 손에는 초령검이 들려져 있었다.

‘오식을 시도해 보자!’

여태껏 무수히 노력하며 발버둥을 쳐도 혼원무극검법 오식을 연성하면 몸이 멈추고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무언가 제동이 걸린 것처럼, 아직은 때가 아닌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으나 오늘은 예외였다.

스윽!

처음 오식의 투로를 따라 몸을 이동하였는데 이게 웬걸?

자유자재로 움직일뿐더러.

‘오식을 연성하는 진기들이 내 마음대로 흘러가고 있다!’

몸을 멈추게 만들었던 원인들이 하나하나 해결되기 시작했다.

오식을 펼칠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펼치려고만 하면 진기가 제멋대로 흩어져 도저히 조종할 수 없었다.

한데 오늘은 마음대로 다룰 수 있었다.

‘간다!’

그렇게 깨달음을 온전히 취한 장운은 무언가에 홀린 듯이, 단전이 터질 듯이 내공을 담아 전력으로 시도를 하였다.

-오식(五式) : 천하제왕검(天下帝王劍)!

혼원무극의 오식, 천하제왕검은 이 땅에서 가장 뛰어난 검이라는 포부를 담은 초식으로 일검에 능히 천하를 평정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동시에 일검에 막대한 내공을 응축시켜 그 어떠한 호신강기나 초식이라도 능히 절단할 수 있는 가공할 만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앗!

장운은 별생각 없이 앞을 향해 그것을 펼치려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향을 바꾸어 하늘을 향했는데 그 선택은 매우 적절한 것이었다.

“허억! 허어억!”

장운은 지친 호흡과 놀라움이 뒤섞인 탄식을 내뱉으며 두 눈이 왕방울처럼 커진 상태였다.

‘이, 이럴 수가!’

그는 경악했던 마음을 애써 차분히 진정시켰다.

일단 오식인 천하제왕검은 성공했다.

그 자체는 기뻤는데…….

‘만약 평범하게 앞을 향해 사용했더라면 우리 금옥관은 반파되었을 것이다.’

그 위력이 어마어마하여 능히 일검에 금옥관 절반은 통째로 날릴 만한 초식이었다.

아니, 아예 삭제시켜 버린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였다.

실제로 천하제왕검이 뻗어 나가던 하늘은 일순 환상으로나마 하늘을 두 동강 나는 듯 보였으니 말이다.

“세상에, 세상에!”

장운은 아직까지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어 나가는 천하제왕검의 검강을 바라보며 전율을 느꼈다.

‘나는 한층 더 강해졌다!’

드디어 장운은 원하던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오식도 달성하고 초절정의 벽을 허문 채 입신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었지만 암울하진 않았다.

“이제 오식을 익힌 이상 입신의 경지는 시간문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고 강한 검법인 혼원무극검법을 오식까지 익혔으니 하늘이 점지해 준다는 입신의 경지도 꿈을 아니었다.

오히려 머지않은 미래에 찾아올 게 분명하며 아주 미약한 관문 하나만을 돌파하면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하하하하하!”

하마터면 금옥관을 무너뜨릴 뻔하여 놀란 것도 잠시.

이제야 실감이 난 장운은 허리가 젖혀져라 웃었다.

지금이 이른 아침인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무려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금령공자 장운을 괴롭히고 억눌려왔던 일을 해결하였으니 이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오식이면 충분하다!’

장운은 호언장담을 할 수 있었다.

전생의 시절에도 오식을 감당하는 고수는 전 중원을 통틀어 다섯 명조차 되지 않았다.

특히 자신의 또래부터 중년의 고수까지 장운을 이길 수 있는 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이제 때가 되었다.

“본격적으로 무림을 활보할 것이다.”

과연 장운은 무엇을 꿈꾸는 걸까?

* * *

-금령공자 장운 도련님께서 폐관 수련을 마치고 드디어 나오셨다.

이 소식이 황금표국 내부에 전해지자마자 많은 파란을 낳았다.

사실 폐관 수련이라 함은 보통 년 단위로 흐르게 마련인데 장운은 도합하여 두 달도 채 걸리지 않았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의문 부호가 따랐다.

“나온 것은 기쁘긴 한데…… 뜻한 바를 이루셨을까?”

“아마 더 발전하지 못해 일찌감치 폐관 수련을 파한 게 아닐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운이 답을 찾지 못해 그만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당연히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어머, 세상에!”

“감축드립니다.”

“드디어 성공하셨군요!”

무공에 대해 조예가 깊은 자들은 한눈에 장운의 변화를 알아차렸다.

가장 먼저 천세은과 응운곤, 두길준이 눈치를 채었다.

내공이나 느껴지는 외관도 외관이거니와 장운의 두 눈에서 흐르는 자신감을 감지하였다.

“다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장운은 자신이 없을 동안 금옥관을 훌륭히 이끌어 준 인사를 하고는 앞으로의 행보를 향하여 천명하였다.

“그리고 당분간 계속해서 저의 빈자리를 채워주십시오.”

금옥관과 황금표국 인원들 앞에서 놀라운 발언을 하는 장운.

“네에?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폐관 수련을 마치고 돌아오신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떠나신다뇨?”

그 말에 상수 노관과 여러 표두들이 놀라던 그때였다.

“저는 지금부터 당분간 황금표국을 떠나…… 강호를 주유하며 비무행(比武行)을 떠날까 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