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20화 (119/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20화

파란의 비무행(比武行)(3)

“푸하하하핫!”

“푸웁!”

“크크큭!”

장운의 재기발랄한 말에 여기저기서 비웃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제 더 이상 은광세검 벽소월의 명성은 추대받지 않고 있었다.

이미 그 빛을 잃은 까닭이었다.

‘으드득! 어디 두고 보자.’

폐부를 찌르다 못해 후벼 파는 듯한 사람들의 비웃음을 들으며 벽소월은 이를 갈고 또 갈았다.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방심하지만 않았어도 승리는 내 것이다.’

조금 전 패배의 원흉은 온전히 방심이라는 생각.

벽소월이 만약 객관적인 시선을 가진 작자였다면 장운의 실력이나 검술에 대해 의문을 가졌겠지만 그는 지극히 편협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다.

더불어 자기 자신에게 굉장히 관대한 사람이었다.

“비무 시작!”

또 한 번 비무 시작 선언이 떨어지자마자 벽소월은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하아압!”

언제 선제공격을 양보했냐는 듯이 야무지게 먼저 검을 찔러 나가는 벽소월의 모습은 처절하기까지 했다.

-은영검밀(銀榮劍蜜)!

그 모습과는 별개로 은광세검의 명성은 진짜배기였다.

은검문의 절기이자 벽소월을 지금 위치까지 도달하게 만들어주었던 은영검법(銀榮劍法)은 절대로 하급의 무공이 아니었다.

오히려 상위 구파일방의 무공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으며 위력이 대단했다.

파바바밧!

이전과는 달리 벽소월의 뇌리에는 선수필승(先手必勝)이라는 말만 되뇌고 있었다.

벽소월이 그린 은빛의 아름다운 검기가 세밀하게 갈라지며 각자 장운의 요혈을 노리며 다가왔다.

‘은영검법. 여타 다른 검법과 달리 검끝으로 찌르는 찌르기에 특화된 검법으로 그 개성은 강호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든 강력한 위력을 지녔다지.’

장운은 직접 두 눈으로 은영검법을 견식하며 역시 강호는 넓고 기인이사(奇人異士)는 많은 법이다.

장운은 실로 감탄하는 중이었다.

벽소월이라는 사람의 됨됨이를 떠나 그 검법과 우아함은 진짜였다.

특히 아름다운 직선을 그리며 장운의 전신을 찔러오는 은영검법의 줄기는 아름답다 못해 예술작품을 연상하게 하였다.

이래서 사람들이 은검문과 은광세검 벽소월을 추앙하는 법이었다.

오오오!

그 멋들어진 검법이 개시되자 여러 중인들은 환호를 터뜨리며 역시 은광세검은 대단하신 분이라고 생각이 바뀔 찰나였다.

-금령일운(金靈一雲)!

검법의 유려한 아름다움으로만 따지자면 장운도 결코 밀리지 않았다.

파아아앗!

장운은 금빛의 구름 하나를 만들어 벽소월의 은빛 검기 다발을 구름 속에 감추었다.

즉, 금령일운의 초식으로 막아내었다는 뜻이다.

채재재쟁!

불과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의 검이 얽히면서 금속성의 치열한 소음을 자아냈다.

그 짧은 과정에서도 서로의 검이 어찌나 뒤엉키던지 무공의 수준이 낮은 작자는 차마 두 눈으로 좇기 어려울 정도였다.

“과연 은영검법이야.”

“금령풍운검법은 어떻고.”

“두 사람 중 누가 이길까?”

사람들의 반응도 백중세였다.

진지한 마음을 먹은 벽소월이 더 강하다는 의견과 그래도 일검에 그를 무너뜨린 장운이 이길 것이라 믿는 사람들의 의견이 대립했다.

답은 역시나 정해져 있었다.

-금령초월휘검(金靈超越揮劍)!

장운은 또 한 번 금령풍운검법을 선택하였다.

오늘 많은 구경꾼들이 모인 이상 이왕이면 황금표국을 상징하는 무공인 금령풍운검법으로 꺾어야겠다 마음먹은 것이다.

콰지지지직!

장운의 금빛 검강이 너울대며 아름답고도 소름 끼치는 위력을 펼쳐내었다.

그 위력이 어찌나 가공하였던지 벽소월은 미친 듯이 뒤로 물러날 정도였다.

그 과정에서 그의 은빛 초식들이 모두 무너져내린 것은 더 말하지 않아도 될 터.

“으윽, 으으윽!”

벽소월은 연신 뒤로 물러서며 조금 전의 상황이 머리를 지배했다.

‘이런 미친! 놈의 실력은 진짜다!’

벽소월은 이제야 깨달았다.

조금 전 일검의 패배는 결코 방심이나 우연 따위가 아니라는 것을.

물론 방심하여 단 일검에 패배했지만 설령 방심하지 않았더라도 그의 검을 감당하기 오십 초도 어렵다는 걸 확실하게 느꼈다.

스윽!

벽소월은 그 짧은 찰나의 순간 속에서도 주변을 잠시 확인하였다.

오늘 자신의 아들과 은검문도들이 대대적으로 홍보를 한 탓에 감숙성의 여러 사람들은 물론이오, 이름깨나 있다는 무인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이들 앞에서 내가 아들뻘인 금령공자에게 진다고? 그것도 표국의 무인에게?’

그런 생각을 하니 그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기고 싶었다.

그러한 집착은 곧 행동으로 나타났다.

파아앗!

본래 해서는 안 되는 행동.

즉, 벽소월은 발끝을 이용하여 비무대에 있던 모래를 흩뿌렸다.

본래 이런 짓은 저잣거리 시정잡배들이나 하는 행동이었다.

결국 그 행동이 자신을 구했다.

장운의 검이 그를 덮치기 전에 모래를 뿌려 시야를 가려서 피할 수 있었다.

“허억, 헉!”

벽소월은 위기 탈출에 성공하면서 연신 거친 호흡을 내쉬었다.

그사이.

“이럴 수가!”

“은광세검 어르신께서 저런 비겁한 짓을 한다고?”

“믿을 수 없어. 거짓말이야!”

그 비겁한 행동을 일거수일투족 고스란히 지켜보고 있던 여러 중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무림의 존경 받는 어른이자 고풍스러운 은광세검이 저런 후레잡놈이나 하는 짓을 저지르다니.

보고도 믿을 수 없었고 두 눈을 의심할 지경이었다.

“흐, 흥! 실전이란 이런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벽소월의 뻔뻔함이었다.

사파의 무인이나 할 법한 말을 태연스레 하며 승기를 잡아갔다.

그가 흩뿌린 모래가 장운의 전신을 덮었고 그 때문에 장운이 밀리는 것처럼 보였다.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벽소월은 결코 바보가 아니다.

지금 자신이 목숨처럼 여기는 시선이, 여론이 한꺼번에 물거품이 되었다는 것을 안다.

그렇다면 그 모든 것을 잃는 대신 벽소월 자신이 얻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여기서 금령공자 장운을 이겨 승리를 쟁취해 내는 것.

어떻게든 이긴다면 그 뒤의 여론은 자신과 아들이, 그리고 은검문도들이 열심히 포장하리라 생각했다.

“으하아아압!”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벽소월은 다시 한번 사력을 다하였다.

-은영화무검림(銀榮華舞儉林)!

급기야 은영검법 최후 절초이자 본인 스스로 강호무림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소름끼치는 초식을 연성하였다.

스파아아아앗!

은빛의 검강을 휘날리며 일직선의 찌르기는 흡사 머나먼 이국의 지평선처럼 광활하게 뻗어져 나갔다.

스치기만 해도 전신이 베이는 것은 물론, 영혼마저도 꺾여나갈 것만 같았다.

이전의 패배는 그가 방심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이 어린 녀석아. 내가 그저 허세로만 명성을 얻은 것 같으냐?’

벽소월은 전력을 다하면서 이를 꽉 깨물었다.

지금까지 은검문의 영화(榮華)를 주도한 것은 그저 허세와 겉멋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배경에는 은광세검이라는 뛰어난 초절정 고수의 실력이 한몫했다.

그의 실력은 여타 구파일방 장문인과도 거의 차이가 없었으며 오히려 젊은 몇몇 장문인들에 비해 반수 정도 뛰어나기까지 했다.

벽소월의 은영화무검림 찌르기가 영원히 이상향을 그릴 것 같던 순간이었다.

-오식(五式) : 천하제왕검(天下帝王劍)!

장운은 한 호흡을 머금더니 곧바로 현재 자신의 비기이자 혼원무극검법의 오식을 꺼내 들었다.

‘오로지 이런 순간을 위해 체득한 초식이다.’

장운은 전생과 현생까지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것, 초령검을 움켜쥐며 집중했다.

천하에서 제왕은 오직 하나, 자신뿐이라는 원대한 포부를 담은 초식.

혼원무극검법의 여러 초식 중에서도 단연코 웅대하고 압도적인 기상을 담았다는 이 천하제왕검은 시전자의 앞을 가로막는 그 모든 것을 파괴하였다.

콰가가가강!

그것의 강력한 혼을 담은 찌르기라고 해도 말이다.

장운이 펼친 천하제왕검의 검강 아래, 벽소월의 검강은 형편없이 부러지고 말았다.

단순히 밀리는 수준이 아니었다.

콰지직!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벽소월의 신형이 무너졌다.

엎어진 그의 전신에서는 이루 말할 수조차 없는 많은 양의 출혈이 일어났다.

풀썩!

심지어 벽소월은 이전과 달리 의식도 잃은 채 기절하고 말았다.

그래도 명줄이 긴 것이 이번에도 죽지 않았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 할 수 있었다.

“아버님!”

“문주님!”

은검문을 지키던 거목(巨木)과 같은 어른, 은광세검 벽소월이 쓰러지자 벽광일을 비롯한 은검문도들이 다시 한번 다가왔다.

이전과는 다른 점이 있었다.

이번에는 일검에 패하지는 않을지언정 아무리 내기를 불어넣고 사력을 다해도 깨어나지 않았다.

벽소월이 의식을 회복하려면 족히 이틀은 걸릴 것이다.

그만큼 장운의 검은 강했으며 굉장했다.

‘이것이 바로 혼원무극검법의 오식인 천하제왕검이다.’

장운은 허물어져 가는 벽소월과 그 무리들을 아래로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벽소월의 선전은 실로 대단했다.

정말이지 일검에 쓰러진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결국 자신을 넘어설 수 없었다.

금령공자 장운이 더 강했다.

그뿐이었다.

불끈!

장운은 이례적으로 주먹을 움켜쥐고는 하늘 높이 치켜세웠다.

본래 패자를 존중하느라 감정 표현을 자제하던 그가 이렇게 기뻐하는 것은 하나 때문이었다.

‘나는 이제 점점 전생의 실력을 따라잡고 있다!’

이것은 그의 착각이나 오산이 아니었다.

아직 검신 장인랑 전성기 시절까지 도달하지는 못하였어도 그 목적지까지 멀지 않았다는 점이 주효했다.

우와아아아아아!

장운이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자 가장 먼저 황금표국의 인물들이 환호하였다.

특히 그를 가슴 깊이 따르는 두길준은 너무 기쁜 나머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어디 그뿐인가?

“이것이 바로 황금표국의 힘이다!”

좀처럼 경거망동하지 않으며 과묵하기 그지없다는 해남의 아들, 응운곤마저도 얼굴이 시뻘게진 채 격정적인 마음을 금치 못했다.

“대단해, 정말 대단해.”

기뻐하는 것은 어느새 장운의 연인이나 마찬가지인 천세은도 동일했다.

그녀는 두 눈에 눈물이 맺히며 낭군의 승리를 축하해 주었다.

그가 폐관 수련까지 하며 얼마나 열심히 수련을 하였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탓이었다.

이것은 비단 황금표국만의 승리가 아니었다.

“금령공자 장운!”

“금령검객 장천호와 엇비슷하다는 은광세검 벽소월을 이겼어!”

“이제 장운은 더 이상 후기지수급의 고수가 아니다!”

“명실상부 천하제일인 후보에 올려야 한다!”

오늘 모인 여러 중인들도 함께하였다.

그들도 다 알았다.

금령공자 장운의 실력은 진짜배기이며 이제 구파일방의 장문인들도 견제해야 하는 수준이란 걸 눈치챘다.

더불어 일개 표국의 후계자에 불과했던 장운이 본격적으로 각광받는 시기이기도 했다.

표국의 무인이 아무리 강해봤자 그 정도, 라는 꼬리표가 박혔던 금령검객 장천호와 금령공자 장운.

아버지의 서러움을 극복하고 또 이겨내는 효자(孝子) 장운이었다.

“축하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비무가 끝나자마자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일행을 진정시킨 장운은 환하게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아직 기쁘긴 이릅니다.”

그는 초령검을 접으며 보다 먼 곳을 바라보았다.

“비무행은 이제 시작이니까요.”

장운의 말이 옳았다.

그의 목표는 은검문 정도가 아니었다.

은검문은 사실 몸풀기에 불과했다.

‘이제…… 내가 최강임을 증명하겠다.’

동시에 비무행을 거듭함으로써 검신 장인랑의 수준까지 도달하는 것.

그것이 장운의 진정한 목표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