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21화 (120/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21화

금령검제(金靈劍帝)의 탄생(1)

-황금표국의 후계자 장운이 비무행을 선언함.

-그 장운이 일행을 이끌고 감숙성을 양분하는 은검문에 방문, 이후 은검문주인 은광세검 벽소월을 무려 두 차례에 꺾는 파란을 일으킴.

심지어 첫 번째 대결에서는 일검에 그를 꺾었다는 소문이 도는데, 사실 여부 확인이 필요함.

-금령공자 장운, 하남성의 명문인 철검림(鐵劍林)의 림주인 오철강검(烏鐵强劍) 위대룡을 단 십오 초 만에 꺾었음.

위대룡은 이후, 장운에게 복수를 하려 했지만 금옥관의 표사들이 나서서 철검림에게 반격, 철검림은 절반이나 되는 전력을 상실하게 됨.

-금령공자 장운, 사파십대고수 중 일인이자 홀로 활동한다는 고독한 낭인인 낭아일검(狼牙一劍) 독고중을 격전 끝에 격파!

그를 추종하는 여러 사파 고수들이 보복을 하려 했지만 도리어 장운과 그 일행 표사들에게 썰려 나간 것을 확인.

-자그마치 1년 동안 파란의 비무행을 벌이고 있는 장운. 안휘성의 남궁세가로 향하는 중.

“에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보고 서신을 바라보며 개방의 용두방주 기룡걸개(技龍乞丐) 홍주안은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개방은 무림맹과 협업 관계에 있으며 상호 간 협조를 하고 있다.

그 말인즉슨 이 방대한 양의 정보를 총 취합하여 정리한 다음, 무림맹에 알려줘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금령공자 장운의 다음 행보 또한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뜻이지.’

이래저래 할 일이 많았다.

금령공자 장운이 파란의 비무행을 떠난 것도 어느새 1년이 넘었다.

그동안 위에 쌓인 보고 서신에 없는 대결도 숱하게 했을 터였다.

그리고 또 하나 더.

기룡걸개 홍주안은 현 무림맹주이자 어떻게 된 일인지 검신 장인랑 사후, 좀처럼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천운학검 남일산을 그 누구보다 잘 알았다.

“쯧쯧, 또 무림의 기린아(麒麟兒)가 허무하게 지면 안 되는데 말이지.”

홍주안의 심경은 복잡했다.

그 사실을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남일산의 실체를 폭로할 수 없음에 매일 매일 술을 마시는 걸지도 모른다.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지만 홍주안은 내심 검신 장인랑을 동경했었고 그 사후의 비밀을 알고 있기도 했다.

‘아무튼 내 끝까지 지켜보겠네.’

홍주안은 서신 너머로 금령공자 장운의 모습을 상상하며 흡사 그와 대면하듯 바라보았다.

“방향으로 보아 남궁세가로 향해…… 창천검제(蒼天劍帝) 남궁도를 상대할 작정이로군.”

무림맹과 관련하여 복잡한 심경을 집어치우고 오로지 장운과 남궁도 두 사람에 집중하는 홍주안.

퍽 흥미로웠다.

‘과연 누가 이길까?’

상승세의 장운인가, 아니면 정파에서 강한 검법을 자랑하기로 유명하며 능히 열 손가락 안에 든다는 창천검제 남궁도일까?

현재의 무명(武名)이나 인지도만 따진다면 아마 십중팔구 창천검제의 손을 들 것이다.

“만약 천에 하나 만에 하나 장운, 네가 이긴다면…….”

홍주안은 한 번도 대면한 적 없는 장운을 은근히 응원하며 두 손을 모았다.

“그때는 한 단계 더 상승하여 발전할 것이 틀림없다.”

개방의 용두방주는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 * *

“뭐? 뭣이라?”

남궁세가의 소가주이자 한때 일검매향 예천관급으로 평가받았던 유망주, 창천폭뢰(蒼天暴雷) 남궁벽의 동공은 거칠게 흔들리고 있었다.

본래 그는 활발하다 못해 굉장히 포악한 성정을 가지고 있었으나 어찌 된 일인지 지난해를 기점으로 의기소침해지더니 급기야 자신의 방에서 나가지 않으며 두문불출(杜門不出)하였다.

이를 두고 남궁벽의 행실을 욕하던 사람들은 드디어 철이 들었다고 하거나 아니면 천벌을 받았다고 속삭이던 중이었다.

“그…… 금령공자 장운이 우리 가문으로 향하고 있다니, 그게 정말이냐?”

오늘도 어김없이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남궁세가 무인들의 걱정거리를 늘리고 있던 남궁벽은 모처럼 타인의 일에 반응하고 있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격정적으로!

“네, 그렇습니다. 곧 도착이라고 하던데요?”

남궁세가에서 일하고 있는 시비들은 여태껏 보지 못했던 남궁벽의 반응에 당황하면서도 호기심을 보였다.

부르르!

시비들에게 사실 확인을 한 남궁벽은 소름이 끼쳐 견딜 수가 없었다.

“자, 장운, 그 지독한 놈이 왜 이곳을, 왜 나를…….”

한때 잘나가던 창천폭뢰 남궁벽이 방바닥을 긁고 있게 된 사연에는 장운이 있었다.

남들은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장운과는 악연으로 얽혔고 그와 일대일 비무를 벌인 끝에 처참히 패배한 바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아직도 그 자리가 욱신거리고 있다.’

장운은 더러운 수작을 부려 일검일섬 두길준의 꿈을 망친 남궁벽의 등에다가 개과천선(改過遷善)이라는 상처를 새겨놓았다.

그것은 노예의 증명처럼 절대로 지워지지 않은 낙인이 되어 그를 짓눌렀고 이를 버티지 못한 남궁벽은 상처를 후벼 팜으로써 없었다.

‘그 뒤로 최고의 살수를 보냈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 살수에게 회답은 없었고 이후에 남궁벽은 하나의 서찰을 받게 되었다.

[다시 한번 더 개수작을 부리면 쥐도 새도 모르게 목이 달아날 거다.]

짧지만 매우 강렬한 글귀.

도대체 누가 어떤 방법으로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남궁벽은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이것은 필시 금령공자 장운이 보낸 것이다!

한눈에 알아차린 남궁벽은 그날부로 세상과 마음은 단절시킨 뒤 방문을 걸어 잠그고 마음의 병을 얻게 되었다.

세상이 무서워, 정확히 말하자면 장운이 무서워 견딜 수가 없었다.

혹자는 무슨 그 정도 가지고 잘나가는 후기지수가 몰락하냐고 의문을 품겠지만 천만의 말씀.

거대 세가인 남궁세가를 물려받을 창천폭뢰 남궁벽에게 있어 유일한 실패이자 인생의 오점이 바로 장운과의 패배였다.

여태껏 단 한 번도 좌절을 맛보지 못한 채 오냐오냐 키워진 명문가의 도련님이 크나큰 좌절을 맛보았으니 오히려 금방 재기하는 것이 의문이었다.

“빌어먹을! 아아악! 아아아악!”

그러지 않아도 좀처럼 마음을 다스릴 수가 없었고, 마음이 편안하지 않으니 정신이 사나운 그에게 검을 쥐어줄 리 없었다.

그래서 검을 놓은 지 무려 2년이 다 되어가고 있는데 하필 또 장운이 남궁세가를 방문하게 되다니.

그 사실을 알자 남궁벽은 발작을 일으켰다.

“웬 소란이더냐?!”

바로 그때였다.

남궁벽이 발작을 일으켜도 그 어느 누구 하나 제지하지 못하고 있을 때 근엄한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아, 아버님.”

그 목소리의 출처를 확인한 남궁벽은 자신도 모르게 위축이 되어 식은땀을 흘리고 말았다.

그가 장운 다음으로 두려워하는 인물이 바로 창천검제 남궁도였기 때문이다.

“이 못난 녀석. 검을 놓고 정신병자가 된 것으로 모자라…… 우리 가문의 위신마저 떨어뜨리려 하는 게냐?”

남궁도는 하나뿐인 후계자를 못마땅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사실 남궁벽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배경에는 장운보다 이 아버지인 남궁도의 탓이 지대했다.

어렸을 때는 오냐오냐하면서 키우고, 성장하면서는 과한 기대감을 주면서 부모의 뜻에 부응하기를 강요하였으니 제대로 된 정신을 가질 리가 있나.

어찌 보면 남궁벽은 미쳐 버릴 수밖에 없는 가정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아닙니다. 그게 아닙니다.”

남궁벽은 그러지 않아도 불안하고 미쳐 버릴 것 같은 와중에 아버지의 경멸스러운 눈빛을 오롯이 감당하게 되니 급기야.

찌이익!

손톱을 세워 자신의 양 팔뚝을 긁기 시작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신이 그대로 무너질 것만 같아서였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수단이자 아버지 앞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보호해 줬으면 하는 표현이기도 했다.

“저저……. 에휴우.”

한편 속이 상하고 답답한 것은 남궁도도 마찬가지였다.

남들은 정파무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검객이며, 남궁세가를 구파일방 못지않게 구가하였다는 부러운 시선을 받지만 실상은 달랐다.

‘무림맹과 무림맹주는 나를 압박하고 있고, 하나뿐인 아들은 어찌 된 일인지 어느 날 갑자기 반푼이가 되었으니, 원.’

남궁도로서도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조금 포악하고 손속이 사나울지언정 무공에도 재능을 보이고 나름 야망도 있어 나쁘지 않을 재목인 것 같던 아들이 어느 날부터 반폐인이 되었으니 어느 아버지가 기뻐할까?

결국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서서히 멀어지는 중이었다.

“가주님. 이럴 때가 아닙니다.”

“지금 곧 금령공자 장운과 그 일행들이 도착한다고 합니다.”

남궁세가의 가신들은 두 사람의 대립을 말리며 집중을 요구했다.

지금 남궁벽과 입씨름 할 때가 아니었다.

요즘 들어 무패(無敗)의 검객이라고 불리며 마침내 후기지수급을 넘어 현 무림의 천하제일을 노리고 있는 금령공자 장운이 남궁세가를 찾은 것이다.

“끄응, 나도 들었네.”

가신들의 조언을 수용한 남궁도는 아들을 노려보던 눈빛을 회수한 채 한 발자국 물러났다.

남궁도는 솔직히 장운이 처음 나설 때만 하더라도 코웃음을 쳤다.

-아무리 강해봤자 구파일방과 우리 오대세가에 비빌 수는 없는 법.

장운이 최초에 은검문주인 은광세검 벽소월을 꺾을 적에도 비웃으며 평가절하를 했었다.

제아무리 상위 고수를 쓰러뜨려도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로 지칭되는, 소위 말하는 주류에 편승할 수는 없다면서 말이다.

“그런데…… 왜 하필 우리 세가부터 찾아오냔 말이지.”

창천검제 남궁도가 화난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뭐든지 처음으로 하는 자가 불리한 법이다.

특히 이런 잃을 것 많은 대결에 있어서는 더더욱.

‘구파일방도 있고 오대세가도 많은데 이들 중 왜 하필 우리 남궁세가를 찾아오는 것인가?’

여태껏 금령공자 장운이 꺾은 자들은 하나 같이 뛰어난 실력과 무명(武名)을 자랑할지언정 구파일방 오대세가의 소속은 한 명도 없었다.

다시 말해 남궁도가 패배할 경우, 그 소속으로 처음 패배했다는 불명예를 떠앉을 공산이 매우 컸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다른 구파일방과 세가들이 나를 비웃을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구파일방은 위세를 넓혀가고 있는 남궁세가를 견제하고 있고, 다른 세가들은 나날이 성장하는 남궁세가를 못마땅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겉으로는 친한 척, 서로 공조하고 돕는 척을 하지만 언제 척을 질지 모르는 위선자들이었다.

‘혹시……. 벽아랑 무슨 사연이 있나?’

남궁도는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과거에 특급 살수 하나를 황금표국에 보낸 전적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두 사람이 무슨 악연으로 얽혔는지 의심을 하였다.

그의 추측대로라면 어째서 장운이 남궁세가부터 찾고 노리는지 일목요연(一目瞭然)하게 설명이 가능했다.

“에휴.”

의심이 들다가도 남궁도는 아들을 바라보니 넋이 나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차마 따질 수 없었다.

더 묻자니 결국 감정 싸움이 될 것만 같아서였다.

“흥, 걱정 마라. 나는 지지 않는다.”

한참을 끙끙 앓던 창천검제 남궁도.

그는 더 이상 걱정 따위 하지 않았다.

“우리들이 걱정하고 있는 문제는 내가 패배할 경우에만 일어나는 일이다. 즉, 내가 이기면 아무 일도 아무 걱정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의 말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었다.

아니, 오히려 그가 장운을 꺾는다면 무패의 검객이자 젊은 세대 최강자 중 하나인 금령공자를 이겼다는 명성을 얻게 될 것이다.

“오히려 이번 일은 기회나 마찬가지다. 금령공자 장운을 꺾고…….”

남궁도는 그렇게 말하며 하나뿐인 아들을 슬쩍 바라보았다.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장운을 꺾고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들은 각성하지 않을까?

“남궁세가의 명성을 온 천하에 떨치겠다!”

애써 거대한 포부를 밝히는 창천검제 남궁도.

과연 그는 자신의 포부를 이룰 수 있을까?

그리고.

‘장운이 반드시 져야 해!’

남궁벽도 원하는 장면을 볼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이 금령공자 장운에게 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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