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23화
금령검제(金靈劍帝)의 탄생(3)
장운은 거침이 없었다.
누군가는 장운의 행동을 두고 비무를 요청하는 자리에서 너무 무례한 것이 아닌가 싶을지 몰라도 천만의 말씀.
‘남궁세가는 내게 있어 살수를 보낸 곳이다.’
자고로 살수를 보낸다는 뜻은 당신을 반드시 죽이겠다고 선전 포고를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곳을 어찌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굳이 용봉지회 이야기를 꺼낼 것도 없이 남궁세가와 관련하여 좋은 기억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장운은 남궁도의 심기를 흔들 겸 불을 지핀 것이다.
심리전은 바로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어엇! 엇!”
장운의 말이 끝나자마자 세가의 모든 시선은 창천폭뢰 남궁벽을 향했다.
남궁벽은 그러지 않아도 마음의 병이 있는 와중에 많은 시선들이 오자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사람들은 모르긴 몰라도 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남궁벽을 두고 이야기한 것임을 유추하였다.
“이, 이이!”
창천검제 남궁도는 하나뿐인 자신의 아들이 정말 그런 것처럼 반응을 보이자 더 열불이 터지고 말았다.
그가 화난 요점은 아들이 다쳐서가 아니었다.
‘대 남궁세가의 후계자가 되어서…… 한낱 표국 후계자 놈에게 얻어터지고 다녀?’
남궁도는 그것이 열이 받았다.
비무의 결과야 금령공자 장운이라는 녀석이 워낙 걸출하다 보니 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다 못해 노예 낙인과 같은 짓을 당하다니, 피가 거꾸로 솟다 못해 주화입마에 빠지지 않는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이놈이! 감히 우리 남궁세가에 헛소문을! 허언을 퍼뜨리는구나!”
장운의 발언에 당황하던 남궁도는 이내 몰아세우기와 모르쇠로 일관하기를 시전하였다.
정파의 위선자들이 가장 잘하는 짓이기도 했다.
“핫! 하하!”
장운은 이렇게 흐를 줄 알았다는 듯이 허탈한 웃음을 터뜨리며 말하였다.
“저는 그저 아드님의 등 뒤를 확인하라는 소리밖에 안 했습니다. 그게 왜 헛소문이고 허언입니까?”
그러자 그 말에 남궁도는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돌이켜 보니 그전의 대화는 모두 전음으로 주고받지 않았던가?
즉, 제삼자가 듣기에는 갑자기 남궁도가 흥분하여 날뛰는 것처럼 보였다.
‘아뿔싸!’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남궁도는 놀란 얼굴로 순간적으로 침묵하였다.
자승자박(自繩自縛).
은밀히 대화하기 위해 전음으로 묻다가 그만 자신의 방법에 당하고 만 것이다.
“그리고 제가 온 것은 오늘 아드님 안부를 확인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몸도 풀고 입도 푼 장운이 초령검을 들어 올렸다.
우우우웅!
초령검이 울부짖었다.
곧 다가올 치열한 격전을 예고하면서.
“오늘 내내 대화만 하다 날을 보낼 작정이십니까?”
장운의 도발에 머리끝까지 잔뜩 화가 난 남궁도도 응하였다.
“오냐, 그래! 당장 시작하자!”
남궁도는 이미 심적으로 많이 흔들리고 흥분한 상태였다.
‘화를 내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알면서도 화가 나 흥분을 주체할 수 없는데 어떡하겠는가?
남궁세가의 후계자 등에 낙인을 찍어버린 장본인이자 아들을 반푼이로 만든 가해자가 눈앞에 있는데 참으려고 해도 참을 수 없었다.
“으아아압!”
그래서 남궁도는 공식적으로 비무 시작을 알리기도 전에 먼저 손을 썼다.
본래 은검문주처럼 후배, 후학들에게 선제공격을 양보하지는 않아도 서로 묵례를 하거나 눈인사는 하고 시작하는 법인데 먼저 공격을 했다는 것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잘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창천휘무(蒼天揮武)!
뜻하지 않게 비무가 아니라 실전을 방불케 한 창천검제 남궁도.
그가 가장 먼저 선택한 검법은 바로 창궁무애검법(蒼穹無涯劍法)의 초식이었다.
제왕검형이 남궁세가 장문인만이 익힐 수 있는 절기라면, 이 창궁무애검법은 남궁세가의 정점에 오른 가신이 익힐 수 있는 절기였다.
창천남궁의 기상은 온전히 담아내었다는 평가와 함께 강호 그 어떤 검법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는 초절정의 검공이었다.
파아아아앗!
남궁세가 검법 특유의 빠르면서도 강력한 검강이 발현되었다.
시원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가주의 검강을 바라보며 둘의 대화에 다소 위축이 되어있었던 세가 사람들은 환호를 내지를 정도였다.
우와아아아!
그러나 그것도 잠시.
채쟁!
장운은 초령검을 들어 어렵지 않게 방어를 하였다.
남궁세가 특유의 푸른빛 검강을 초령검을 세워 막아낸 장운은 짧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직 준비도 안 되어 있었고 비무 시작도 없었는데……. 이건 기습 아닙니까?”
장운의 말은 타당했다.
이곳이 어디 시장 바닥이나 저잣거리도 아니고 먼저 기습을 가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하물며 남궁세가라는 명문의 가주가 행한 짓치고는 너무나도 조악하고 비겁한 짓이었기에 한숨이 나올 정도였다.
“엇?!”
심지어 아무 생각 없이 가주가 선보이는 호쾌한 검강에 기뻐하던 남궁세가 사람들조차 놀라며 동공이 커졌다.
생각해 보니 비무 시작 호명도 없었고 서로 시작하자는 선언도 없었다.
즉, 이것은 정파 무림에서 인정하지 않으며 비겁한 짓이라 규정하는 기습에 가까웠다.
“흥! 나는 분명히 비무 시작이라고 들었느니라.”
반면 남궁도는 뻔뻔하기 짝이 없었다.
성격이 포악한 남궁벽의 친부답게 그 간악한 성정은 대를 물려받은 까닭이었다.
“그렇지 않더냐?”
남궁도는 억지를 부리며 소리를 쳤고.
“그, 그렇습니다!”
“맞습니다!”
남궁세가의 높은 가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모아 외쳤다.
그야말로 끼리끼리 논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순간이자 남궁세가의 한복판임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아, 비무가 시작되었던가요? 몰랐네?”
장운은 그 사실에 흔들리지 않았다.
격한 감정을 참지 못하고 검을 놀린 상대와 달리 여유를 보여주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도 이 자그마한 차이는 거대한 결과를 낳았다.
“그래. 몰랐으면 이제라도…….”
남궁도는 뒤늦게 자신도 장운을 도발하려고 뭐라고 떠벌리는 순간!
-금령선풍(金靈旋風)!
이번에는 장운이 기습을 감행했다.
‘기습에는 기습으로 응답한다.’
이것이 바로 장운이 생각하는 본질이었다.
파아아앗!
장운의 재빠른 공격이 날아들었다.
서둘러 기습을 해야 하니 금령풍운검법 중에서도 가장 간편하고 빠른 초식을 선택한 것이다.
“어억!”
갑작스러운 장운의 공격에 남궁도는 그야말로 식겁을 하며 간신히 등을 보이며 누웠다.
강호에는 나려타곤(懶驢打滾)이라고 당나귀가 마구간에서 등을 비비는 것처럼 구르는 행동을 비웃곤 했다.
그리고 고수 간의 대결에서 등을 보이며 회피하는 것 또한 지적받는 행동이자 치욕이었다.
아주 어렵게 기겁을 하며 피했다는 뜻이 되니 말이다.
“우와~ 대단하시구려. 남궁세가 무학의 으뜸은 검법이 아니라 신법인가 봅니다?”
장운은 곧바로 복수를 하였다.
어쭙잖게 도발을 감행한 남궁도에게 도발이란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주었다.
으드득!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죽여 버리겠다!”
그러지 않아도 다혈질에다가 좋지 못한 성격을 가진 남궁도는 인자한 가주의 가면을 벗어던진 채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부웅, 부우웅!
제아무리 뛰어난 검객이라 해도 마음이 흔들리지 검 끝 또한 흔들리고 말았다.
그나마 그가 장운에게 곧바로 당하지 않았던 것은 노련한 경험과 더불어 탄탄한 기본기 덕분이었다.
‘확실히 명문 정파다운 실력이다.’
인성은 몰라도 실력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남궁세가 검법의 절정이라는 제왕검형은 아직 선보이지도 않았다.
채재재재쟁!
장운이 처음 등장하였을 때 보였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고 치열한 파공음만이 맴돌 뿐이었다.
금령공자 장운과 창천검제 남궁도.
두 사람은 서로 원수를 대하듯 검을 나누었다.
따지고 보면 원수나 마찬가지였다.
장운 입장에서는 살수를 보낸 더러운 집단이었고, 남궁도 입장에서는 아들을 공격하고 세가에 불명예를 안긴 적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경합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이 두 사람은 근래 들어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진짜 검객이자 하나같이 초절정에 도달한 절세 고수였기 때문이다.
‘이놈이 정말…… 내 아들 또래라고?’
남궁도는 검을 나누면서 화가 났던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역설적으로 그의 분노를 앉히고 침착하게 만든 것은 장운 덕분이었다.
장운의 경악할 만한 실력 때문에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정신을 차렸다.
지금 눈앞의 젊은이를 우습게 보면 절대로 안 되며 창궁무애검법 수준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고 꺾을 수 없다고 체감하였다.
‘일부러 잔뜩 흥분하여 격장지계(激將之計)마저 시도했는데 물거품이 되었구나.’
장운도 놀라고 아쉬워하며 탄식했다.
그가 가볍게 입을 놀린 것은 남궁세가가 밉고 싫어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이기기 위해서였다.
사실 남궁도라는 사람 자체가 못나서 그렇지, 그의 실력 하나만큼은 전 중원을 통틀어도 찾기 힘들 정도였다.
심지어 전생이었던 검신 장인랑이 오더라도 제법 오랜 기간 동안 상대할 만한 실력자였다.
그런 남궁도를 상대로 사지 멀쩡히 이기기 위해 격장지계를 펼치며 심리전을 걸었던 것이다.
‘허점과 단점이 없다.’
그것을 떠나 장운 역시 창천검제의 실력에 경탄하는 중이었다.
간악한 본성과는 별개로 남궁도가 검을 겨루면서 신기한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초상승의 검객들이 가지는 특징이었다.
이들은 모두 기본기가 탄탄하고 뭐 하나 부족하거나 단점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초상승의 검객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개성이 필요한 법인데 남궁도는 그 개성마저 확실히 지니고 있었다.
‘그 개성은 쉼 없이 휘몰아치면서도 날카로움을 잃지 않는다는 것.’
장운의 생각이 맞았다.
남궁도는 못되고 편협했다.
혹자들은 그런 사람이 어찌 초절정 고수이자 뛰어난 검객이 될 수 있겠냐 의문을 가질 것이다.
한데 남궁도는 그런 자신의 못나고 사악한 감정마저도 검에 녹여냈다.
사람의 포악하고 추악한 본성은 누군가를 공격하는 데 있어 때때로 상승효과를 일으키곤 했다.
장운이 생각한 남궁도의 모습이 옳았다.
창천검제 남궁도는 검이었다.
너무나도 날카로워 주변 사람들의 피를 보게 하는 그런 검 한 자루.
“오냐, 어린 녀석이 정말로 뛰어나구나. 내 인정을 하지.”
한숨 돌린 남궁도는 무언가 결심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이런 애송이에게 이것까지 쓸 줄 몰랐는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를 일이었다.
이렇게 어린 검객이 다 나오고 또 표국의 무인이 무림을 호령할 줄은 그조차 몰랐었다.
스스스슷!
남궁도의 전신에서 그리고 그 검에서 무언가 비범한 기운이 흘렀다.
마침내 그는 결단을 내렸다.
“제왕검형을 사용하도록 하지.”
그는 검을 빼어 들었다.
이 말은 비유이자 실제이기도 했다.
제왕검형은 남궁도에게 있어 진정한 검이자 모든 것이기도 했다.
동시에 남궁세가를 그저 씨족 집단을 넘어 거대한 문파로 인정받게 한 검법이었다.
‘기다렸던 바다.’
장운은 그 사실에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뻐했다.
전생에서도 제대로 견식하지 못한 제왕검형을 마주하게 되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그 역시 제왕검형을 빼어 든 남궁도처럼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그렇다면 저 역시…….”
장운 또한 자세를 고쳐 잡았다.
금령풍운검법이 아니라 혼원무극검법을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혼원무극검법 대 제왕검형!
과연 어느 것이 더 뛰어난 검법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