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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25화 (124/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25화

금령검제(金靈劍帝)의 탄생(5)

서로가 전력을 다하여 펼쳐낸 최후의 초식과 절기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초식에는 모두 다 제왕(帝王)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

과연 금령공자 장운과 창천검제 남궁도 중 진정한 제왕이 될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솨아아아아아!

예리한 두 검강은 서로 치열하게 맞붙어 폭발하다 못해 이제는 증발해 버리기까지 했다.

두 사람의 기운이 어찌나 강력했던지 오로지 순수한 내공의 힘만으로 거대한 폭풍을 일으켰다.

휘청!

심지어 남궁세가의 현판이 흔들거리기까지 했으니 운이 없었다면 그대로 고꾸라질 뻔했다.

자고로 문파의 현판이란 사람의 얼굴과 같아서 그것이 부서졌다면 큰 낭패를 보거나 운수가 사납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뚜욱, 뚝!

거대한 폭풍이 멈추기도 전에 남궁세가에 서 있는 무인들과 장운의 일행들은 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어디서 비가 오나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것이 정녕…… 오식이라고? 최후의 초식이 아니라는 뜻이잖아.”

마침내 폭풍이 그치고 시야가 확보되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믿을 수 없게도 창천검제라고 불리며 남궁세가는 물론이오, 정파 무림에 있어 검으로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최강의 검객이 피투성이가 되어 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한편 장운도 무사하지 않았다.

초령검을 쥔 오른손 전체에 의복이 갈기갈기 찢겨져 나가고 손아귀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무언가 뚝뚝 떨어지는 소리는 남궁도와 장운, 두 사람 모두가 만들어 낸 소리였다.

“믿을 수 없군. 이게…… 최후의 초식이 아니라니.”

남궁도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아니, 목숨이 온전한 것만 해도 천운이 닿았다 생각했다.

남궁도는 자신이 살아 있는 이유에 대해 잘 알았다.

‘마지막에 장운이 힘을 빼주었어.’

그의 생각이 옳았다.

그 때문에 남궁도의 목이 온전한 것이고 반면 장운의 손에서 피가 흐른 것이다.

거센 폭풍을 오른손 하나로 제동 걸었으니 무사할 리가 있나?

오히려 그 정도 상처에서 그친 것이 행운이었다.

털썩!

남궁도는 완전히 굴복하여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살려줘서 고맙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정말로 전신에 힘이 빠져 서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검제는…… 내가 아니라 바로 자네일세.”

남궁도는 힘없이 쓰러지며 그 말을 남겼다.

그는 검 한 자루로 남궁세가의 가주로 등극한 이후, 검제(劍帝), 즉 검의 제왕으로 불렸다.

제왕의 자리를 두고 각자 제왕창천검과 천하제왕검 초식으로 자웅을 겨루었던 두 거웅들.

결국 제왕으로 불릴 수 있는 한 사람은 오직 단 한 명, 장운뿐이었다.

“감사합니다.”

장운은 피가 뚝뚝 흐르는 손으로 포권을 하자마자.

쿠우웅!

마침내 남궁도는 무릎으로도 버티지 못하고 의식이 완벽하게 날아가 버려서 그대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사실 여기까지 대화를 나누며 의식을 지킨 것만으로도 충분히 장하고 용했다.

오오오오오!

장운이 이 미친 비무의 승자로 정해지자 여기저기서 탄식이 들려왔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남궁세가의 내부가 아니던가?

우와아아아!

물론 환호하는 자들도 존재했다.

천세은과 응운곤, 그리고 두길준이었다.

그들은 일당백의 실력을 지닌 것처럼 환호와 축하도 일당백들이었다.

한마음 한뜻으로 멋진 승리를 거둔 장운을 축하했던 것이다.

“역시 장운 도련님이다!”

“새로운 검제의 탄생이야!”

바로 그때였다.

“이제 도련님은 금령공자로 불리기엔 너무 위대해지셨어.”

두길준이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이 말했다.

그의 말이 옳았다.

그래도 일파의 존장을 여러 번 꺾고 지금은 무려 구파일방 오대세가로 대변되는 명문 중의 명문 가주를 꺾었으니 공자라는 별호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았다.

공자는 도련님 느낌이 강하고 어린 분위기가 다분했다.

보다 더 어울리는 별호가 필요하였다.

“금령…… 검제! 금령검제가 어떨까요?”

천세은이 순간 비범한 재치를 자랑하며 외쳤다.

금령검제(金靈劍帝).

이전의 별호였던 금령공자에서 따왔으며 창천검제 남궁도가 직접 언급하였듯 새로운 검의 제왕의 탄생!

그리하여 장운의 새로운 별호가 정해졌다.

금령검제 장운이 되었다!

“후우, 후우우.”

장운은 열심히 호흡을 갈무리하며 자신의 새로운 별호를 되새기고 있었다.

‘금령검제라…….’

본래 별호나 세간의 부름에 연연하는 성격이 아닌 지라 별 다른 감흥이 없을 줄 알았는데 기쁘기 그지없었다.

이전 별호에 비하면 훨씬 더 마음에 들었다.

‘전생의 별호였으며 다소 심심하였던 검신보다는 좀 더 낫군.’

장운은 그런 생각을 하며 씨익 웃었다.

전생은 그저 간단히 검신으로 불렸었다.

검객의 위가 검제고 검제의 위가 검신이다.

그 말인즉슨 아직 검신까지 도달하기 위해 많은 길이 남았지만 장운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동기부여가 되었다.

‘곧…… 금령검신이 될 수 있도록 달려가겠다.’

그는 진심으로 만족했다.

검신 앞에 수식하는 말이 생겼고 집단이 생겼으며 곁을 지키는 지인과 사랑하는 여인까지 있다.

아직 전생의 실력을 온전히 따라잡지는 못했을지언정 전생이 전혀 부럽지 않았다.

앞으로가 더 풍성하고 위대해질 것이기에!

장운은 결국 성공하는 현생을 이룩한 것이다.

“아, 아, 아버님!!”

이어서 한 번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세상과 단절하여 두문불출하던 창천폭뢰 남궁벽이 쓰러진 아비를 부르짖으며 달려가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남궁세가 그 어느 누구도 장운의 기세에 젖어 함부로 다가가지 않았는데 남궁벽 혼자 뛰쳐나갔다.

“괜찮으십니까?”

그런 가상한 용기와는 달리 남궁벽의 전신은 덜덜 떨려왔다.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부르르!

눈도 못 마주치는 금령공자, 아니, 이제는 금령검제가 된 장운의 시선을 느껴서였다.

그 시선을 감히 마주 볼 용기가 없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아버지에게, 그 어렵고 싫었던 아버지에게 마음보다도 몸이 먼저 움직였다.

“쿨럭, 쿨럭! 벽아…….”

남궁도는 잠시 혼절해 있다가 따스한 온기를 느끼고는 잠시 의식을 되찾았다.

믿기 어렵게도 철이 없고 포악하기만 했던 하나뿐인 아들이 가신들과 충신들보다 먼저 자신을 보살피는 게 아닌가?

“아버지! 저, 저는, 저는…….”

남궁벽은 급기야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가슴 속에서 무언가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끼며 뜨문뜨문 말을 하고자 했다.

격정적인 마음과 달리 말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덥썩!

남궁벽이 미숙하여 자신의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하자 아비인 남궁도가 먼저 나섰다.

그는 아들을 껴안으며 부상을 입은 자신이 다독였다.

“그래, 그래. 네 마음 다 안다.”

극적인 일이 일어났다.

평화롭고 순조로울 때 언제나 반목하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부자(父子)가 서로 동일한 고통을 겪은 다음에야 이해하게 되었다.

남궁도는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진심으로 아들을 이해했다.

자신과 동일한 상대에게 무참히 패배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남궁벽은 복잡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거목과 같은 아버지가 꺾이는 모습을 보며 이상하게도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장운에게 쓰라린 패배 이후 마음고생을 했던 만큼 혹시라도 아버지마저 그렇게 될까 봐 걱정스러운 마음뿐이었다.

“엉엉엉!”

한데 아버지가 먼저 손을 내밀어 다 이해한다고 말을 해주자 남궁벽은 그 자리에서 무너져 짐승처럼 흐느끼고 말았다.

감정의 둑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씨익!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장운은 웃었다.

비웃음은 절대로 아니었다.

‘한때 나와 아버지가 그랬듯……. 저 두 사람도 서로를 이해하겠구나.’

꼭 자신과 장천호의 예전 모습처럼 보였기 때문에 웃었다.

그의 예상대로 남궁세가는 쓰라린 패배를 당했을지언정 적어도 부자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돈독해졌으리라.

그렇게 한참 동안 격정적인 폭풍이 지나간 이후, 남궁도는 몸을 일으켰다.

“패배를 시인하겠네. 더불어 자네는 진정으로 검신 장인랑 대협의 후계자야.”

아들과의 해후를 끝난 남궁도는 얼굴이 무척이나 밝아져 있었다.

예전에 보였던 탁한 빛이나 편협한 마음도 일부분 사라져 보였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장운 역시 정중히 포권을 하였다.

동시에 예상과 달리 상황이 흐르자 흐뭇할 따름이었다.

솔직히 말해 이 남궁세가 적지에서 승리를 거둔다고 해도 어떻게 빠져나올지, 자신은 그렇다 치더라도 일행들이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는데 웬걸.

남궁도는 물론이고 포악한 성정을 가진 남궁벽도 바뀐 것처럼 보였으니 기쁠 따름이었다.

“비무의 결과가 이렇게 나왔어도 나는 자네를 미워하거나 원망하는 마음은 전혀 없네. 이것은 진짜일세.”

남궁도 거짓이 아니라 진심을 담아 말했다.

아니, 어쩌면 창천검제에게 필요했던 것은 오만한 마음과 자세가 아니라 쓰라린 매와 같은 패배일지도 몰랐다.

‘마치 검을 처음 쥐던 초심(初心)으로 되돌아간 기분이다.’

자신이 존경하던 대협의 후인을 만나 패배했기 때문일까?

그런 생각마저 다 들었다.

돌아보니 언제 전력을 다해 싸웠고 또 언제 패배했는지도 모르겠다.

초절정 경지에 들어선 이후 남궁도는 무인, 검객이 아니라 가주나 일파의 존장으로서 살아왔기에 새로 깨닫는 순간이었다.

“남궁세가는 절대로 금령검제 장운, 자네와 황금표국을 배척하지 않겠네. 아니, 정식으로 교류를 요청하지. 받아주겠는가?”

장운은 그 말에 활짝 웃었다.

그의 본분은 어찌됐건 표국의 후계자이자 표두이자 새로운 고객과 길을 확보하였으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은 없었다.

새로운 고객은 언제나 환영이었다.

“물론입니다.”

그 말 한마디로 장운은 물론이오, 남궁세가도 서로 가지고 있었던 해묵은 감정을 다 털어내고 말았다.

그뿐만 아니라 남궁도는 그간 따로 금자를 들여 이용하던 상단이나 표국과의 거래를 끊고 황금표국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비록 거리는 제법 떨어져 있지만 그 어느 표국보다도 더 확실한 실력을 지녔다는 게 증명되지 않았나.

그리고 또 하나 더.

“자, 장운 소협. 드릴 말씀이…….”

아버지인 남궁도 뒤에서 쭈뼛대며 무언가 말하고 싶은지 남궁벽이 우물쭈물 거리고 있었다.

“편히 말하십시오.”

장중이 허락하자.

“과거의 일은 저어…….”

어렵사리 말을 꺼낼 무렵!

“저는 과거의 일을 다 잊었습니다. 오늘이 우리의 진정한 첫 만남으로 하는 게 어떠십니까?”

장운이 먼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진정한 의미의 화해이자 악수였다.

꽈악!

그 대인배스러운 악수 요청에 남궁벽도 그간 마음앓이를 멈춘 채 손을 맞잡았다.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다.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도 없다.

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용서하는 순간 우리는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어린 공자는 검제가 되는 순간이었고, 명문 세가의 망나니는 비로소 일탈 소년에서 벗어나 올바른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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