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26화 (125/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26화

또 다른 천재(1)

-황금표국의 후계자 장운이 남궁세가의 가주이자 정파 삼대검객이라는 창천검제 남궁도를 꺾었다!

-이제 장운의 별호는 금령공자가 아니라 금령검제가 되었다!

-금령검제는 더 이상 표국 수준의 무인이 아니다.

이제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장문인 급에 준하는 초절정 무인이자 절세의 고수다!

금령검제 장운의 소식은 어마어마한 폭풍이 되어 드넓은 강호무림 전역에 울려 퍼졌다.

어찌나 널리 퍼졌던지 서쪽으로는 저 멀리 신강이나 서장 지역을 비롯하여 동쪽으로는 요녕의 땅을 지나 동이(東夷)까지 나아갈 지경이었으니 얼마나 대단했는지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을 터.

그도 그럴 것이 이 것은 일대의 사건이자 무림 역사를 통틀어도 쉽게 나오지 않는 경우였다.

표국의 표두가 천하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절세의 검객을, 그것도 거대 명문 정파의 존장을 꺾는 것은 전무후무(前無後無)한 일이었다.

어딜 가더라도 장운의 이야기였다.

“오늘 내 아들! 장운이가 드디어 검제가 된 기념으로 한 턱 쏘지!”

장운의 시작점이자 거점인 황금표국은 당연히 그 이야기로 한창이었다.

오죽했으면 좀처럼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다는 황금표국주 금령검객 장천호가 표국뿐만 아니라 섬서성 일대에 커다란 잔치를 벌였으니 그 금자만 하더라도 족히 수백 개가 들었다고 했다.

장천호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잘 알 수 있는 후문이었다.

‘금령검제라는 호칭은 금령검객인 아비보다 더 뛰어나다는 뜻이었으니 아비된 자로서 어찌 기뻐하지 않을 수 있으랴?’

장천호는 황금표국을 이끌며 처음으로 적자를 보는 행동을 하였다.

동시에 이 행동에는 남궁세가와 새로운 거래를 개척하였기에 거하게 쏘는 것이기도 했다.

표국의 주인은 언제나 계산적이어야 하니까.

“자네, 그 소식 들었나?”

“뭐? 금령검제 소식? 예끼! 그걸 모르는 반푼이도 있단 말인가?”

심지어 사막 한가운데의 상인들마저도 온통 장운의 이야기뿐이었다.

하물며.

“예 사형! 장운, 그자 말입니다.”

황금표국과 세를 나란히 하는 화산파도 마찬가지였다.

여기 지금 화산파의 일대제자가 화산파의 불세출 천재이자 불과 얼마 전까지 후기지수 중에서 단연 최고라는 평을 받은 일검매향(一劍梅香) 예천관이 그 소식을 듣고 있었다.

“나도 안다.”

예천관은 놀라거나 화를 내지도 않은 채 차분히 대답했다.

마침 그는 얼마 전 소요자와의 오랜 수련을 끝내고 화산파로 하산했던 것이다.

‘으음? 별다른 반응이 없군.’

그 태연한 모습에 예천관과 가깝지 않은 일대제자는 투쟁심도 없냐며 내심 조롱하는 중이었다.

장운이 장안의 화제로 떠오른 사실이 예천관을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지는 않았으나 졸지에 최고의 후기지수 자리를 빼앗겼으며 젊은 세대 제왕 자리를 내주게 되었으니 격한 반응을 보이리라 예상하였다.

한데 이게 웬걸?

“정말 대단한 자로다.”

예천관은 어떻게 된 일인지 그저 감탄을 거듭했을 뿐이었다.

그 모습에 소식을 전해 온 일대제자뿐만 아니라 예천관의 유일한 핏줄이자 동생이며 동시에 화산제일미(華山第一美)로 이름이 높은 예진설이 입을 열었다.

“오라버니는 배알도 없어요?”

화산지화(華山之花)라는 별호로 불리며 화산의 한 떨기 청초한 꽃이라는 위명에 걸맞지 않게 뾰로통한 음성이었다.

사실 예진설은 그 어느 누구보다 자신의 오라버니인 예천관을 존경하며 내심 자랑거리로 여겼는데 한순간에 평가가 내려가자 은근히 침울하였던 것이다.

“배알이 없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그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예천관은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얼굴이었다.

“지금 최고의 후기지수 자리를 빼앗긴 셈이 되었잖아요? 장운이란 자가 원하든 원치 않았든 오라버니는 이제 뒷전으로 밀렸으니 어찌 화가 안 날 수 있어요?!”

예진설은 본래 성격이 가볍거나 시기 질투가 강한 여인은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 만큼 가족과 관련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잘한다!’

소식을 물고 온 일대제자도 예진설의 직설적인 말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솔직히 자신이 그 말을 하고 싶었는데 같은 일대제자라고 해도 예천관은 하늘과 같이 높은 사형이었기에 감히 말할 수가 없었다.

한데 예진설이 먼저 말해주니 기쁠 수밖에.

“밀리다니, 재미난 표현을 하는군.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단다.”

한편 예천관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그 모습이 사부이자 할아버지로 따르는 소요자의 모습과 같다고 예진설은 생각했다.

“네? 그게 무슨 도인 같은 말씀인가요?”

“생각해 보거라. 애초에 나는 젊은 세대의 최강자니, 최강의 후기지수니 떠든 적이 없단다. 애당초 그 말들은 모두 호사가들이 떠벌린 말이지.”

예천관은 대범했다.

그의 그릇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예천관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말하는 자가 아니라 진심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 생각은 나뿐만 아니라 금령공자, 아니, 금령검제 장운 소협도 그렇게 생각할걸?”

예천관은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보이는 어여쁜 동생이 귀여웠는지 머리를 넘겨주며 웃었다.

동시에 과거에 조우했던, 그리고 얼마 전에 조우하였던 장운의 모습을 떠올렸다.

‘금령검제 장운…….’

돌이켜 생각해 봐도 참으로 기이한 작자였다.

처음에는 그저 꽤나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은 약한 모습을 보이더니 멀리서는 대단한 자리까지 오르고 말았다.

그야말로 복합적인 모습을 모두 보여주었으니 관심이 갈 법도 했다.

“흥! 모르죠! 표국 사람들은 하나 같이 계산에 밝고 손해를 싫어한다면서요? 그러니 장운이란 자도 내심 평가를 즐길지도 모르잖아요?”

예진설은 아직 어리고 미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며 입을 내밀었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예천관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걱정 말거라. 장운 소협은 그런 소인배는 아닐 것이다.”

예천관은 스스로 자부를 하며 말했다.

그리고 또 하나 더.

“또한 젊은 세대 최강자의 자리는 굳어진 것이 아니지.”

예천관은 동생을 돌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다가 돌연 묘한 소리를 하였다.

“네? 무슨 말이에요, 오라버니?”

동생이 묻자 예천관은 장운 말고 또 다른 얼굴을 상기하며 말했다.

“우리 세대에는 나와 장운 소협 말고도 또 다른 천재가 하나 더 있거든. 안 그런 척, 점잖은 척하지만 그 속에는 활활 타오르는 뜨거운 투쟁심을 가진 자가 있단다.”

예천관의 말에 예진설은 추측이 간다는 듯이 답했다.

“무당파의 그 젊은 도사 말이죠?”

예진설은 아직도 기억했다.

소요자와 예천관, 자신이 무당파에 방문했을 때 타고난 미인인 자신보다도 오히려 예천관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열정을 불태우던 한 도사를.

“그래. 그는 분명 장운 소협에게 도전할 거야. 반드시.”

예천관은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과연 그 젊은 도사는 누구이며 그와 금령검제 장운의 대결은 성사될 것인가?

* * *

금령검제 장운이 안휘성을 떠나 마침내 이동을 하였다.

안휘성을 올 때는 하남성을 통하는 길을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하남성으로 되돌아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호북성으로 향하는 것이 아닌가?

“장운 도련님. 따로 갈 곳이 있으십니까?”

눈치가 빠른 두길준이 알아차리고 물었다.

“그렇습니다.”

장운은 구태여 부정하지 않았다.

‘창천검제와의 승리는 결코 내 개인의 힘만으로 된 것이 아니다.’

남궁세가라는 무서운 적지 한복판까지 따라와 지인들이 열렬히 응원해주고 믿어주며 힘을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만큼 장운은 동료들에게 감추지 않기로 하였다.

“호북성에서 만날 지인이라도……. 설마!”

두길준은 농을 던지려다가 문뜩 드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지! 아직 도련님께서는 비무행이 종결되었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일행들은 창천검제를 꺾은 이후, 비무행이 끝났다고만 생각했다.

돌이켜 보니 장운은 단 한 번도 먼저 비무행이 모두 종결되었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 말은 무엇이냐, 즉 아직도 비무행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소리였다.

게다가 호북성에는 예로부터 너무나도 유명한 문파가 하나 존재했다.

“무당파에 가실 생각이십니까?”

두길준이 놀라며 소리쳤다.

하남성에는 소림사가 있듯이 호북성에는 무당파가 자리했다.

예로부터 소림과 무당은 구파일방 오대세가로 대변되는 거대 명문 정파 중에서도 선두로 꼽히는 최강의 문파였다.

특히 권법을 비롯하여 여러 무공에서 다양한 두각을 드러내는 소림과 달리 무당파는 예전부터 검법에 공을 들였다.

그런 만큼 금령검제 장운이 검을 나눌 실력자들이 즐비하다는 소리였다.

“그렇습니다. 이왕이면…… 무당파의 장문인인 태극자(太極子) 자운 도인과 겨루고 싶습니다.”

장운이 드디어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현 정파 무림에서 가장 강한 검객을 꼽으라면 누구일까?

사람들은 세 사람의 이름을 꼽을 것이다.

먼저 언급하는 것이 낮은 순으로 나열하자면 장운이 꺾었던 창천검제 남궁도와 지금 상대하려는 태극자 자운 도인.

그리고 마지막이 바로 무림맹주 천운학검 남일산이었다.

참고로 천하제일검이자 천하제일인은 이 남일산 아니면 사흑천주인 광혈흑마 태상천이 거론되는 실정이다.

“무당파의 장문인!”

“태극자 자운 도인!”

그 거대한 이름에 금옥관의 표사들은 크게 놀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예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충분히 자격이 있다 믿었다.

창천검제를 꺾기 전이면 그야말로 체급이 다르기에 상대가 되지 않으며 차마 도전장을 보낼 수도 없을 노릇이었다.

그런데 창천검제를 꺾고 장운 역시 위풍당당이 금령검제라는 별호를 얻었으니 최소한의 자격은 달성한 셈이었다.

“제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본 황금표국을 표국 수준을 넘어 사상 최고의 집단으로 만드는 것.”

장운은 거침없이 말하였다.

“두 번째는 그 황금표국의 국주가 될 제가 천하제일인으로 등극하는 것입니다.”

그렇다.

그저 혼자서 천하제일인이 되어 방랑하던 것은 의미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니 이제 다 함께 천하제일의 집단이 될 것이고 나아가 장운 역시 천하제일인이 되어 모두 다 등극할 계획이었다.

끄덕!

일행들은 모두 인정하면서 장운의 원대한 계획에 동참하고자 했다.

장운이라면 천하제일인이 되리라는 것을 믿었다.

동시에 황금표국을 정말로 표국 이상의 거대하고도 위대한 집단으로 만들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하여 누구 하나 반대하거나 군말하는 사람 없이 모두 호북성으로 향했다.

무당파를 향해 미리 배첩을 드리는 것을 잊지도 않았다.

배첩의 내용은 여전히 간단했다.

[금령검제 장운이 무당파를 방문하여 무당의 검을 견식하고자 합니다.]

짧지만 굵은 배첩.

그 배첩은 곧바로 무당파 수뇌부들로 가서 큰 파란을 맞이하게 되었다.

장안의 화제이자 이제는 구파일방과 오대세가가 두려워하며 은근히 비무 요청을 꺼리는 장본인, 금령검제 장운이 온다!

그 사실은 무당파의 호기로운 도인들을 뒤흔드는 일대 사건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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