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28화 (127/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28화

또 다른 천재(3)

‘투검자 여송?!’

장운은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눈썹을 꿈틀거리고 말았다.

이제는 약간 잊혀진 이름이 되었지만 예전에 이런 말이 있었다.

-정파 무림에는 세 마리의 잠룡(潛龍)이 있다.

첫 번째 잠룡은 단연코 현 무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남궁세가의 폭발적인 무인, 창천폭뢰 남궁벽이고 두 번째 잠룡은 화산파의 절대기재 일검으로 능히 매화향을 불러일으킨다는 일검매향 예천관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세 번째 잠룡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마지막 잠룡은 바로 무당파의 일대제자 투검자 여송으로 그는 가히 천하제일검의 재목이니, 앞의 두 인물에 비해 명성은 부족하더라도 검술 실력은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무당파의 도사들은 본래 무림과 동떨어지지 않았으나 투검자 여송은 달랐다.

오래전부터 무당제일검 태극자 자운 도인의 인도 아래 무공을 전수받는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소식이었다.

그러다가 세간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졌을 때쯤이 바로 지금이었다.

“그렇군요. 태극자 자운 도인께서 등선을…….”

장운은 투검자가 나선다는 소식에 놀라고 태극자가 이제 마지막을 준비한다는 말에 두 번 놀라 버렸다.

‘아쉽구나, 아쉬워.’

장운은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중이었다.

태극자 자운 도인은 전생이었던 검신 장인랑 시절 때부터 한번 붙고 싶었던 무인이다.

그런데 이미 세상을 등졌을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장운은 다시 한번 세월이 무상(無常)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내색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무당파 측에서 저를 성심성의껏 배려해 주신 점 감사합니다.”

장운은 정중히 포권을 하며 답했다.

솔직히 저들 입장에서는 내부 사정을 들먹이며 회피할 수도 있는 일인데 차기 장문인이자 차기 무당제일검으로 보이는 투검자 여송을 내세웠다는 것은 하나를 의미했다.

‘정면승부를 하려는 것이구나.’

옆에서 지켜보던 천세은은 내심 감탄을 하며 역시 명문 정파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생각했다.

“무당파 측에서 내세운 투검자 여송 소협과 겨루도록 하겠습니다.”

장운은 흔쾌히 허락을 하였다.

비록 자운 도인은 없었지만 그의 후인이라는 여송이 존재했다.

더욱이.

‘투검자 여송은 일검매향 예천관에 비해 부족함이 없는 고수다.’

그를 상대함으로서 은근히 호적수로 여기는 일검매향 예천관을 놓고 비교해 볼 요량이었다.

“따라오십시오. 사형과 본 파의 인물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반원유권 여광은 정중하지만 힘이 있는 말투로 이끌었다.

남궁세가나 은검문처럼 거짓된 친절도, 쓸데없는 겉치레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미 결전을 치를 준비가 되어 있던 것이다.

장운과 금옥관의 일행들은 과연 마음가짐부터 다르다는 것을 느끼며 그를 따랐다.

그리고 마침내 무당파 중심부에 들어선 그들.

“……!!”

장운과 동료들은 무당파의 장로들, 수뇌부들 심지어 오랜 노고수들까지 기립해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의 기세가 대단해서?

물론 그런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따로 있었다.

‘이들의 선두에 투검자 여송이 서 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

여송이 차기 장문인 자리를 확고히 하였으며 나아가 이들의 진심을 모두 사로잡았다는 뜻이리라.

황금표국에서 차기 후계자 다툼을 해온 금령검제 장운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보수적인 장로전들이나 노고수들도 여송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검술 실력, 무공 실력으로만 따지자면 여송보다 더 무르익고 강한 자들도 있을진대 일언반구 없이 그의 뒤에 서서 명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체계가 잡혀 있다는 방증이었다.

“오셨소이까?”

여송은 도사 특유의 관을 착용한 채 단출한 복장으로 장운을 맞이했다.

“반갑습니다. 황금표국의 장운이라 합니다.”

장운은 환대하는 그에게 마주 인사를 하며 예를 다했다.

마침내 눈이 마주친 장운과 여송.

이 드넓은 천하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일대기재들이 서로 마주 보는 순간이었다.

‘과연 인중룡(人中龍)이로다. 세간 사람들의 평이 정확하군.’

여송은 그 어느 누구보다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었지만 장운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눈에 보더라도 범상치 않은 기도에 비범한 기운이 흘렀던 것이다.

‘이런 자가 어찌 아직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단 말인가?’

반면 상대를 인정하는 것은 장운도 마찬가지였다.

장운은 그를 바라보며 일검매향 예천관을 처음 볼 때와 흡사한 기분을 느꼈다.

새로운, 그리고 또 다른 천재를 본 것에 대한 감탄!

겉으로 볼 때 조용하고 말이 없어 보이는 외관이지만 두 눈빛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절세미남자인 예천관처럼 한눈에 확 띄는 외모와는 거리가 멀었으나 눈동자만은 초롱초롱했다.

‘남궁벽에게는 미안하지만 그와 감히 비교조차 불과한 사람이고 예 소협과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흔히 이들을 삼룡(三龍)이라고 부르는데 세 사람 모두와 만나본 장운은 이렇게 생각했다.

특히나 장운이 예천관에게 크나큰 점수를 준 것을 상기하면 매우 후한 평가였다.

“무당의 전경은 마음에 들었습니까?”

그래도 명색이 명문 대 정파인데 시정잡배나 사파집단도 아니고, 눈이 마주치자마자 싸울 수 없는 노릇이었다.

여송은 이런 인사 또한 장문인이 되려면 필수라고 여겼기에 열심이었다.

“무당산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여유가 없었습니다. 오로지 무당의 검공만을 생각하느라 말이죠.”

장운은 솔직한 소회를 밝혔다.

“하하핫, 한데…… 사부님이 아니라 이 부족한 제가 나서게 돼서 미안할 따름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흥미로울 것 같군요.”

두 사람 모두 말 한마디 한마디에 불꽃이 튀고 신경전이 오갔다.

사파 무림에서 자주 통용되는, 장운이 평소 질 낮은 자들에게 자주 사용하는 그런 신경전이 아니었다.

서로의 재능을 인정하는 데서 오는 미묘한 교류라고나 할까?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부족하나마 제가 상대를 할까 합니다.”

그와 동시에 여송은 비무대 위로 손을 내밀며 안내했다.

행동은 더할 나위 없이 정중하였으나 눈빛에는 벌써부터 전류가 흐르는 듯 보였다.

“제가 부족할까 봐 걱정인걸요.”

그것은 장운도 마찬가지였다.

진정한 고수들의 대결은 굳이 검을 나누지 않아도 행동과 말 하나하나에서 티가 나는 법이다.

지금 이들이 그러했다.

저벅저벅.

그러면서도 이들은 상대의 기를 죽이기 위해 과도한 행동을 하지도 않았다.

대개 비무대 위를 오를 때 상승의 보법이나 신법을 사용하게 마련인데 두 사람은 달랐다.

흡사 나들이를 나온 것처럼 천천히 걸어 오른 것이다.

좌중들은 그 모습을 보며 오히려 참신함을 느꼈고 그래서 더 흥미진진하였다.

“무당의 검을 견식하고 싶다 들었습니다. 그 외 원하는 것이 있습니까?”

여송은 역시 돌려 말하는 것보다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이 더 편했다.

구태여 무당파까지 방문하여 얻고자 하는 것이 무언지 솔직하게 던진 것이다.

“정말로 없습니다. 그저…….”

장운은 비무대 중앙으로 걸어가며 차분한 음성으로 답했다.

“제 검이 어디까지 닿는지 지켜보고 싶을 따름입니다.”

오오오!

그 말에 황금표국의 인원들은 물론이고 무당파의 도사들마저도 감탄하고 말았다.

세상천지에 어느 누가 감히 무당에서 검술을 논한단 말인가?

한데 이 금령검제 장운이란 자는 언행도 거침이 없었다.

“듣기로 검신 장인랑 대협과 연이 있다고 하였지요?”

“네.”

여송도 차분히 검에 손을 가져다 댔다.

사실 어릴 때부터 내내 궁금한 것이 있었다.

‘사부님과 검신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나는 철없던 시절 그것이 궁금했다.’

여송은 어린 시절에는 매우 까불까불하고 궁금한 것을 못 참는 철없는 어린 도사였는데 하루는 사부에게 가서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검신과 사부가 싸우면 누가 이기냐고 말이다.

그러자 태극자 자운 도인이 말하길.

-지금 싸우면 십중팔구 내가 질 것이다.

그 솔직한 말에 여송은 아쉬워하면서 입을 삐죽 내밀고 말았다.

-에이~ 그럼 저는 검신의 무공을 배울래요.

너무나 어린 탓에 이런 치기 어린 말을 내뱉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러나 검신의 혼원무극검법보다 본 파의 태극양의진검(太極兩儀眞劍)이 더 뛰어나다.

이어지는 사부의 말에 여송의 두 눈이 커지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물론 이것은 자운 도인이 아직 어린 여송의 눈높이에서 답한 말에 불과하나 무당의 무공은 절대로 검신 못지않다는 자부심이 투영된 말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을 믿고 정진, 또 정진했다.

여송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러자 오랜 세월 동안 참고 견뎌왔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피가 펄펄 끓는 십 대 시절, 가장 먼저 세 명의 잠룡 중 창천폭뢰 남궁벽이 치고 나갔다.

그때 자신보다 못한 이가 잘나가자 어찌나 분하던지 참기 힘들었다.

어디 그뿐인가?

사람들은 일검매향 예천관을 숨은 최강자라 여겼다.

여송은 이 모든 것을 참아내고 오랜 수련을 견뎠다.

그리고 마침내!

‘적어도 내 또래, 아니, 전 세대를 포함하여 나보다 강한 이는 열 명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런 결심이 섰을 때 여송은 세상에 나섰고 태극자 자운 도인은 웃으며 우화등선을 준비하였다.

즉, 사부와 제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였다는 소리다.

“저도 원하는 건 본 무당의 검이 최고라는 걸 증명하는 것뿐입니다.”

여송은 투검자라는 도사치고 다소 호전적인 별호에 응하듯 투지를 발산하며 답했다.

이제 더 이상 대화는 필요치 않았다.

스윽!

두 사람 사이로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현 무당파의 대리 장문인 송학검객 자견이 나섰다.

오늘 이가 입회인이자 진행을 보게 될 것이었다.

“비무 준비!”

비록 무당파 측의 인물일지언정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일은 없으리라.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자견이 목청을 높여 외쳤다.

파르르!

그와 동시에 두 사람의 검이 파르르 떨렸다.

이는 사람이 떨리는 것이 아니라 검들이 주인의 내공을 감당하지 못해 떨리는 것이었다.

이것만 보더라도 두 사람의 진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성취가 어떠한지 잘 알 수 있었다.

“시작!”

마침내 비무 시작 명이 떨어졌고 그와 동시에 투검자 여송이 선제공격이 이어졌다.

-태극오행(太極五行)!

무당파의 검법 하면 흔히들 두 가지를 떠올리곤 한다.

첫 번째는 당연히 태극검법이고 두 번째는 그보다 상위라 알려진 양의검법이다.

지금 여송이 펼치는 태극양의진검은 그 태극검법과 양의검법의 뛰어난 장점을 한데 모아 다시 갈무리한 검법으로 많은 검객들이 입을 모여 완벽무결(完璧無缺)이라 칭하는 무공이었다.

파아아앗!

처음부터 여송의 맹공이 시작되었다.

그의 일검에는 혼이 담겨있었으며 뜨겁고 진득한 강기가 날카롭게 벼려져 있었다.

누가 이런 검을 도사의 검으로, 무당의 검으로 인식한단 말인가?

하나 장운의 검 역시 그에 못지않았다.

-일식(一式) : 전진검(前進劍)!

채재재재쟁!

불과 첫 합부터 두 사람의 검은 이리저리 휘감기며 치열한 양상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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