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29화 (128/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29화

또 다른 천재(4)

철중쟁쟁(鐵中錚錚)!

본래 뜻은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비범한 인물을 지칭하는 말이지만 지금 이 순간은 겉뜻 그대로, 철들끼리 부딪치며 맑은 소리를 내었다.

호쾌하게 검들이 춤추며 오가는 소리는 복잡하면서도 청아하여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식(二式) : 분광검(分光劍)!

장운은 여송이 생각보다 더 공격적이자 그의 방어력을 시험하였다.

스파아앗!

순간 장운의 초령검이 실처럼 길게 늘어난다 싶더니 이윽고 어마어마한 음속의 속도로 투검자 여송을 압박하였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르던지 이미 눈으로 좇았을 때는 늦을 정도였다.

-제운종(梯雲縱)!

그러나 여송은 놀랍게도 소리만으로도 공격의 방향을 유추하여 무당의 또 다른 절기이자 구름을 조종하는 뜻을 가진 절세의 신법, 제운종을 사용하였다.

파앗!

그 결과 여송은 아슬아슬하게 장운의 일검을 피하며 다시 맹공을 퍼부었다.

‘이럴 수가!’

그 여유 넘치는 모습에 장운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게…… 정말로 무당의 검법이라고?”

“내가 아는 무당의 검법과 전혀 다른걸?”

장운의 일행이자 검도(劍道)의 길에 매진하는 응운곤과 두길준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흔히들 무당파의 검법 하면 부드러움 속에 적을 제압하는 강인함을 연상하곤 한다.

한데 지금 투검자가 보여주고 있는 것은 그것과 전혀 다른 차원의 검법이었다.

더 우월하다는 뜻이 아니라 보통 무당의 기조와 달리 방어를 도외시하고 극단적 맹공을 퍼붓고 있었다.

조금 전 장면만 하여도 일반 검객들 같았으면 차분히 방어를 하여 뒤로 물러나는 것이 상책이다.

그런데 여송은 회피와 동시에 공격권을 선점하였다.

작은 차이지만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

본인의 기조가 맹공(猛攻)에 있다는 것을 뜻하였다.

‘말 그대로 투검(鬪劍), 싸우는 검이로다.’

장운은 몹시 보기 힘든 투쟁적인 무당의 검을 느끼며 치열하게 맞부딪쳤다.

콰지직!

짧은 사이 어마어마한 검강과 최상승의 절학이 지나갔다.

그 사투가 어찌나 사납던지 경험이 많고 노련한 장운조차 인생에 이런 전투가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으으음, 확실히 자운 사형과 다른 검이야.”

“사부 밑에서 수학했을진대 어찌 이리 다를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무당파의 무인조차 호불호가 나눌 지경이었다.

그러나 여송은 우직하게 자신의 방법을 고수하였다.

-태극만상(太極萬狀)!

일검 일검에 자신의 혼을 실어 장운을 때렸다.

휘두른다는 표현보다 정성을 다해 때린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여송의 검은 채찍처럼 휘어져 장운의 요혈을 노렸다.

사납고도 날카롭다.

‘심지어 그냥 사납기만 한 것이 아니다.’

여송의 검이 진정으로 무서운 이유, 그것은 바로 검에 담긴 심오함과 깨달음이었다.

그것이 바로 여송을 정파인의 검으로 인정하는 이유이며 사파 검객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이었다.

그냥 생각 없이 난잡하게 휘두르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타인을 죽이기 위해 휘두르는 것도 아니다.

도리어 그동안 무당파에 없던 점, 검은 결국 타인의 목숨을 취하기 위해 휘두르는 수단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특유의 해학이 담겨져 있었다.

굳이 무당파뿐만 아니라 다른 구파일방의 무공은 무공으로 도를 추구하거나 사람을 살리는 고귀한 것이라 생각하게 마련인데 천만의 말씀.

‘검은 분명히 사람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 출신 성분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여송은 이를 꽉 깨문 채 검을 휘두르며 그렇게 생각했다.

사부는 그것으로 길(道)을 찾고자 했으나 결국 길을 찾지 못하고 하늘 위로 뛰어올라 가지도 못했다.

그 대신 자신을 만났고, 여송은 무당의 검을 보다 더 투쟁적이고 현실적으로 벼려내는 것이 일생의 목표였다.

‘지금 당장 내 검이 무당을 대표하는 것에 부정적일지 모른다.’

여송은 자신의 검이 전통의 무당과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안다.

동시에 호불호가 있으며 고지식한 자들은 대부분 불호한다는 것도 잘 알았다.

그렇기에 명확한 결과가 필요했다.

지금 여기서 금령검제 장운을 꺾는다면 자신이 추구하는 검도가, 자신이 만들고 싶어하는 무당파가 옳은 것이 증명된다.

“으하아아압!”

그래서일까?

오늘의 투검자는 그 어느 때보다 매섭고 날카로웠다.

콰아앙!

장운은 힘겹게 초령검을 들어 방어했는데 역시 기합이 제대로 들어간 자의 검은 무서웠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일검은 검강이나 영웅 소설 속 상상에서 나오는 이기어검(以氣馭劍), 심검(心劍) 따위가 아니었다.

검을 어떻게 마음으로 움직인단 말인가?

검을 내공으로 조종한다고 한들 직접 내공을 담아 휘두르는 것만 못했다.

그딴 것들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강력한 의지와 사념(思念)이 담긴 검이었다.

생각하는 만큼 검에 무게가 실리는 법이다.

욱씬!

장운은 그의 일검을 받아내며 고통을 느꼈다.

호신강기에서 밀린 것이 아니라 기백에서 밀린 것이다.

장운이 뒤로 한 발짝 물러서지 않은 것은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서였다.

그리고 또 하나 더.

‘나 역시 목마른 투사다!’

장운도 투기나 의지, 기백이라면 그 어느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았다.

-삼식(三式) : 진천검(振天劍)!

전투는 점점 더 치열한 양상을 보였다.

장운이 좀 더 상승의 초식을 꺼내면 여송 역시 상승의 절학으로 맞받아쳤다.

둘의 전투는 실로 기묘했다.

비유를 하자면 장운은 올곧은 직선인 반면 여송은 그래도 무당의 기본 골조를 이어받아 부드러운 곡선 속에 사나운 기세를 꾹꾹 눌러 담았다.

-양의음양천검(兩儀陰陽天劍)!

장운의 진천검 초식에 여송은 마침내 태극양의진검 중 원을 그리면서 동시에 음과 양의 기운을 내뿜는 초식, 양의음양천검을 시전하였다.

파아아앗!

그러자 순식간에 차갑고 뜨거운 기운이 휘몰아칠 정도였다.

전투가 달아오르면 달아오를수록 장내 인물들도 크게 흥분하였다.

“여송도 그렇고 장운도 그렇고 이미 후기지수 수준을 아득히 넘어섰다!”

“이제 현 무림은 새로운 세대의 시류다!”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 장강의 뒷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 하더니, 딱 그 짝이로군.”

이제 무당파의 도사들과 금옥관의 표사들은 생각이 다르지 않았다.

서로 지지하는 인물은 달라도 새로운 세대가 왔음을 모두가 인정하였다.

동시에 과거 검신 장인랑과 무림맹주, 사흑천주로 대변되던 무림은 고루한 것이 되었으며 이 젊은이들이야말로 새로운 무림을 이끌어 나갈 새로운 보배들이라 생각했다.

“헉헉!”

“대단하군.”

이들의 추앙을 받고 있는 두 사람은 정작 덤덤하기만 했다.

왜냐하면 오로지 눈앞의 적에게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피차 서로 마지막 초식을 준비하며 최후의 대화를 나누었다.

“금령검제 장운 소협. 정녕 대단하시군. 솔직히…… 표국의 인물이 이렇게 뛰어날 줄은 몰랐소.”

“중요한 것은 표국도 무당파도 아니지. 어디에 있냐가 아니라 누구냐가 중요한 것 아니겠소?”

약간 지친 여송에 비해 장운은 비교적 멀쩡해 보였다.

이 두 사람의 차이는 내공 차이도 있겠지만 그보다 경험의 차이가 지대했다.

‘나와 비슷한, 아니, 나보다 살짝 어린 친구가 어찌 이리도 능구렁이 같은지.’

여송은 장운과 대화를 하면 할수록, 검을 나누면 나눌수록 신기한 느낌을 받았다.

흡사 노년의 사부와 대결을 하는 듯 느껴져서였다.

태극자 자운 도인은 족히 칠순이 넘었는데 그와 준하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을 하나를 의미했다.

금령검제 장운은 이미 자신을 초월하는 아득한 경험을 하였다는 것.

‘그래도 질 수 없지.’

여송은 마지막으로 단전에 모든 진기를 끌어올렸다.

진기가 향하는 방향은 그의 두 손과 한 자루의 검이었다.

‘사부님! 제가 맞닥뜨린 최초의 적이자 최고의 적수입니다. 부디 제게 이자를 뛰어넘을 용기와 힘을 주십시오.’

여송은 검을 자신에게 가까이 당겨 쥐며 사부의 얼굴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거침없이 활활 타오르는 거대한 산불과 같았는데 물을 만난 것처럼 서서히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 이유는 바로 눈앞의 사나이, 장운 때문이라 판단했다.

이상하게도 장운과 오래 검을 나누고 있으면 자신의 기백도 용기도 한 움큼씩 뺏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럴 때마다 여송은 더 간절히 사부를 생각했다.

“가십시다.”

장운은 한편 여유로운 모습으로 대답했다.

처음에는 기백 싸움에 약간 밀렸을지 몰라도 서로 몸이 풀리고 검을 나누니 결국 누가 더 뛰어나고 낮은지 슬며시 길이 보였다.

끄덕!

여송은 좋지 않은 생각을 애써 부정하면서 준비를 하였다.

‘사식을 사용할까, 오식을 사용할까?’

장운도 고민을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오식을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고민을 하게 하는 것은 하나 더 있었다.

‘오식을 사용하게 되면 반드시 이기지만…… 여송이라는 천재가 꺾일 수도 있다.’

그 말인즉슨 여차하면 죽거나 크게 다쳐 불구가 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본래 치열한 격전을 앞두고 이런 생각은 사치였지만 장운은 그래도 그의 재능이 아까웠다.

투검자 여송이라는 인물이 퍽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사이.

-태극양의지천공(太極兩儀地天功)!

어느새 여송은 전력을 다해 검을 뻗었다.

그의 검에서 붉고 푸른 검강이 서로 뒤엉키며 거대한 회류(回流)를 만들어냈다.

동시에 그 위력이 어찌나 강력하던지 공간을 베어내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일단 여송은 아무런 고민 없이 호쾌하게 만들고 싶은 검을 완성했다.

반면 장운은 끝까지 고민을 한 끝에 결단을 내렸다.

‘그래, 이것은 내게 있어 또 다른 도전이다.’

그는 결국 사식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또 다른 천재, 여송의 재능을 아끼면서 동시에 가장 강하지 않은 초식으로 만만찮은 적수를 이긴다면 큰 공부가 되리라 믿었다.

-사식(四式) : 무극만검(武極滿劍)!

마음속의 고민이 해결되니 검은 깨끗하고 멋들어지게 나아갔다.

그리고 사식 무극만검은 오식에 비해 위력은 좀 덜할지언정 복잡하면서도 변화는 더 다양한지라 오히려 이런 때에는 더 나아 보였다.

콰가가가가강!

이윽고 이어지는 격돌!

처음에는 여송의 기세가 너무나도 좋았다.

그의 초식이 장운의 초령검과 초식을 사납게 잡아먹으며 압도하였다.

아니, 압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약한 것은 강한 것을 이길 수 없었다.

장운이 더 강하고 셌다.

단지 그뿐이었다.

휘이익!

장운은 초령검 끝에서 느껴지는 방해를 이겨내며 마침내 최후의 일격을 휘둘렀고 그 결과는 자명하였다.

쿠구구궁!

거대한 산처럼 버티고 있던 투검자 여송이 마침내 그대로 고꾸라진 것이다.

“그그극, 나, 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대로 혼절해 버릴 것만 같았던 여송은 꿈틀대며 사력을 다해 일어나려 했다.

그 처절한 모습에 무당파의 도사들은 물론이오, 그의 검법에 불호를 보이던 노도사들마저도 일제히 눈시울을 붉힐 정도였다.

‘정말 대단한 상대다.’

감탄을 한 것은 장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정녕 뛰어난 상대였다.

비록 사식을 사용했으나 오식을 사용했던 적들보다 아직 덜 성숙하여 미완(未完)의 상대였을지언정 그들보다 그릇은 더 컸다.

동시에 이렇게 발버둥을 쳐서 일어나려 했던 자가 있었나?

“그대는 충분히 잘 싸웠소.”

장운은 호투(好鬪)를 벌인 그를 칭찬하며.

투욱!

편히 쉴 수 있도록 수혈(睡穴)을 짚었다.

“으으, 으으으.”

그러자 큰 부상을 입었으며 모든 내공을 사용한 끝에 단전이 메말라가 위기를 초래하던 여송은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이 둘의 싸움은 짧은 것처럼 느껴졌으나 무려 반 시진이 넘게 걸린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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