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31화
무영문(無影門)을 취하다(1)
“오늘 부로 특급 표두 장운을…… 본 표국 부국주로 임명하겠다!”
장운이 금령검제가 되어 금의환향을 마치자 장천호를 이례적인 승격을 진행하였다.
그것은 바로 장운을 후계자 선정에 이어 최연소 부국주로 임명했다는 것이다.
혹자는 지금 와서 장운에게 부국주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하겠지만 천만의 말씀.
“이제 장운 부국주는 우리 황금표국을 마음껏 지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할 시에 언제 어디서나 외출, 이탈을 하여도 좋다.”
장천호가 외쳤다.
구태여 아들에게 부국주 자리를 준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이제 표행의 일로 네 발목을 잡고 싶지 않다.’
장천호는 직감했다.
이제 장운은 표행에 집중하기보다 오히려 다른 고수들과 비무 혹은 더 큰 세력을 흡수하는 것에 공을 들여야 했다.
따라서 황금표국의 표행이나 업무로부터 무한한 자유를 부여한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더.
“이제 표국의 재산이 쌓일 대로 쌓였다. 장운 부국주가 원하는 만큼 써도 좋다!”
장천호는 본래 알뜰한 성격이기에 그 누구에게도, 심지어 아들에게도 황금표국의 재산을 맡기지 않았다.
자신에게 보고하지 않고 황금표국의 재화를 사용할 수 있는 인물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오대 대표두나 오대 집사들마저 말이다.
그러나 장운만은 예외였다.
“장운 부국주. 표행이나 표국의 재산 불리기보다…… 어떻게 하면 본 표국을 더 강하게 만들지, 그것만 고민해 주시게.”
장천호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이제 부국주가 되었으니 제아무리 친아들이라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편히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반존대와 더불어 깍듯하게 부국주라 칭한 것이다.
“감사합니다, 국주님.”
장운은 아버지의 깊은 마음과 배려를 느끼며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금령검객 장천호는 끝까지 자신의 편이었다.
혹여 황금표국 소속이라는 점이 장운의 제약이 될까 봐 그 족쇄마저 자유롭게 풀어준 것이다.
물론 뼛속까지 표국 사람답게 공짜는 아니었다.
‘우리 황금표국을 더욱 부강하게 만드는 것!’
그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만 했다.
“장운 부국주님 만세!”
“금령검제 만세!”
“이 결단을 내린 국주님도 대단하시다!”
“암, 그렇고말고!”
“금령검객 장천호 국주님도 만세!”
장운이 부국주로 선포되자 금옥관을 넘어 황금표국 전체가 뒤흔들릴 지경이었다.
금령검제가 되어 세상을 호령하고 돌아온 것만 해도 감지덕지인데 부국주로 세를 불릴 계획까지 세우니 표국 사람들은 눈물마저 흘렸다.
“크흑흑, 이제 죽어도 좋구나.”
특히 상수 노관은 통곡을 하였다.
그는 심지어 표사도 아니고 쟁자수 출신이었다.
쟁자수인 그가 강호무림에서 어떤 취급을 당했을지 안 봐도 불 보듯 뻔했다.
‘한데 이제는 황금표국 소속이라고 하면 모두가 나를 부러워한다.’
표사도 아니고 쟁자수 중 상수임에도 여기저기서 황금표국에 들어오고 싶다 난리법석을 쳤다.
하물며 표사들이나 표두는 어떠할까?
그들은 부쩍 달라지는 황금표국의 위상을 체험하고 경험하는 중이었다.
그러니 그들의 충성도는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장운 도련님, 아니, 장운 부국주님을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다!’
그들의 충성심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와아아아아!
장운이 황금표국으로 복귀한 기념으로 성대한 잔치를 벌임과 동시에 축제를 즐기는 황금표국 사람들.
마침내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질 무렵!
[장운아, 끝나고 내 처소에 잠시 들르려무나.]
장운은 아버지, 장천호부터 은밀한 전음을 받았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장운은 전음을 받으면서 아무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육성으로 전달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전음을 보냈다는 것은 하나를 의미했다.
은밀히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것.
그래서 장운은 도대체 무슨 일인지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파앗!
그렇게 자리가 파하자마자 그는 곧바로 국주의 침소로 날아들었다.
한데 이게 웬걸?
‘음? 안에 또 누가 있다?’
장운은 그 은밀한 곳에 아버지 말고 또 다른 인기척이 들리자 살짝 당황하고 말았다.
“아버님, 장운이옵니다.”
그러나 전혀 내색하지 않은 채 정중히 예의를 지켰다.
“들어오거라.”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장운은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이럴 수가!
“추영객 영사춘 집사님?”
놀랍고도 반가운 인물이 있었다.
비무행을 떠나느라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오대 집사 중 일인이자 그 실체는 무영신투(無影神偸) 장유백이 있는 것이 아닌가?
“허허, 오랜만입니다. 부국주님.”
무영신투 또한 깍듯이 예의를 표하며 포권을 했다.
“이 시간에 이곳은 왜…….”
장운이 의문을 품으려는 순간이었다.
“장운아, 혹시 그의 실체에 대해 알고 있느냐?”
이윽고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경악스럽게도 장천호는 추영객 영사춘의 진짜 모습인 무영신투를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는 게 아닌가?
“……!!”
장운은 너무 놀랐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았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그는 표면적으로 추영객의 실체, 즉 무영신투에 대해 모르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물론 뒤에서는 무영신투와 함께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추후에는 무영신투가 정체를 스스로 밝히기까지 했다.
그래서 그 비밀을 철저히 지키기로 약속을 했던 것이다.
“너무 놀랄 필요 없습니다. 사실 제가 다 말을 했거든요.”
그때 무영신투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면서 대답하였다.
“그, 그렇습니까?”
장운은 이제야 얼추 상황을 알게 되자 굳었던 안면이 풀어졌다.
동시에 본의 아니게 아버지를 속인 꼴이 되었으니 미안할 따름이었다.
“죄송합니다, 아버님.”
“아니다. 그럴 필요 없다. 내 사정을 다 들었는데 어쩔 수가 없었더구나. 오히려 네가 장 형의 부탁을 받고도 내게 실체를 알렸다면 실망했을 것이다.”
장천호는 호쾌하게 웃으며 허심탄회한 모습으로 말을 했다.
이제 이 부자에게 더 이상의 벽이나 허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한데 왜 두 분께서 저를 호출하셨습니까?”
장운은 장천호가 자신을 부른 이유가 개인적인 용무가 아닌, 이 무영신투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 추측했다.
아니나 다를까?
“부국주님도 아시다시피 저는 무영신투이자 무영문의 문주입니다.”
끄덕!
그의 말에 장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모를 수 있단 말인가?
따지고 보면 전생의 기억 때문에 그를 알아 그의 신법을 익히고자 노력하였는데 말이다.
“지난번에도 대충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사흑천주의 물건을 하나 훔쳐 척을 지게 되었죠. 그의 집요한 추적을 받은 덕분에 이곳, 황금표국까지 흘러왔고요.”
여기까지는 장운도 익히 아는 사실이었다.
“저는 무영문을 인적이 드문 곳에 숨기고 심지어 제 자신마저 숨겼지만 사흑천의 추적은 지독했습니다. 그들은 마침내 숨겨두었던 무영문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렇다.
무영신투가 자신의 신분을 장천호에게까지 스스로 밝힌 이유.
그것은 바로 무영문이 위기에 빠졌으니 도와달라 청하기 위해서였다.
“더 지독한 것은 놈들은 저의 절기이자 무영문의 신법을 탐내고 있다는 겁니다.”
아끼고 사랑하는 사문의 위기에 무영신투는 그 어느 때보다 굳은 얼굴이 되었다.
스윽!
그러면서 품속에 보관하고 있던 하나의 서신을 보여주었다.
-(중략)…… 더 이상 무영문주 자리를 공석으로 둘 수 없다.
하여, 전대 문주의 제자이자 현 무영문 최고 고수로 다시 문파에 복귀를 한 나, 비영귀검(飛影鬼劍) 단유겸이 문주 자리에 오를까 한다.
그는 서신의 내용을 공개한 채 입을 열었다.
“비영귀검 단유겸. 놈은 저의 제자였으나 사흑천의 꼬임에 넘어가 저를 배반했습니다. 저는 사력을 다해 그를 쫓아내고 무영문을 아무도 모르는 골짜기로 이전시킨 다음, 저마저도 떠났는데 어떻게 알고 이놈이…….”
무영신투는 좌절한 채 이마에 손을 짚으며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 무영문은 현재 무영신투의 생사도 모르는 지경이었다.
대부분의 인물들은 그가 도주를 하다가 사흑천의 추격을 받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때마침 시기적절하게 무영신투의 유일한 제자이자 배반을 하여 제자 자리를 축출당한 단유겸이 복귀를 해버렸다.
게다가 당시 무영신투가 워낙 급하게 이전을 시키고 본인도 야반도주를 한 까닭에 무영문의 문도들은 단유겸이 배신자인지도 몰랐다.
그러니 현재 단유겸은 배신을 하고도 무영문주 직위를 거저먹게 된 꼴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무영문주의 자리가 사흑천 소속인 단유겸에게 넘어가 버릴 겁니다.”
장유백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애끓는 심정을 표현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더러운 배신자에게 무영문이 넘어가는 것만은 막아야 했다.
“부국주님. 이전에 제가 드린 옥패를 기억하십니까?
“어찌 모를 수 있단 말입니까?”
그 말에 장운은 기다렸다는 듯이 품속에서 따스한 빛을 발하는 무영옥패를 꺼내 들었다.
당시 무영신투 장유백은 별것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였으나 장운은 그 귀한 물건의 실체에 대해 잘 알았다.
그래서 격한 전투 속에서도 그것을 철저히 보관하였다.
파앗!
무영옥패를 들어 올리자 어두운 방은 잠깐이나마 환해지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무영문주를 뜻하는 신물입니다.”
장운은 무영옥패 이야기를 들으며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포착하였다.
“옳거니! 그러니까 이 무영옥패를 가지고 무영문으로 가서 가짜 후계자인 단유겸을 처단하라는 말씀이시죠?”
무영신투는 환하게 웃었다.
역시 장운과 이야기가 잘 통한다 생각한 것이다.
“그렇습니다. 그와 동시에…….”
장유백은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사실도 밝혔다.
“무영문의 진정한 문주가 되어주십시오.”
“네에?”
어마어마한 말을 들은 장운은 그 자리에서 펄쩍 뛰며 손사래를 쳤다.
“그,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저는 이 황금표국을 이어나가야만…….”
당연히 그러했다.
장운은 황금표국의 후계자이며 특히 오늘 부국주 직위까지 올라가지 않았던가?
게다가 눈앞에는 황금표국의 국주인 장천호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었다.
그 앞에서 무영문주가 되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리라.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 무영문은 예로부터 소수 정예에 불과했습니다. 야밤의 일을 해야 하고 하는 일이 조금, 험험! 그래서……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무영신투의 뜻은 확고했다.
이제 자신의 재주를 황금표국에 사용할 계획이었다.
동시에 점점 더 영역을 확장하여 종래에는 최고의 집단이 될 황금표국 내부에 무영문의 싹을 틔우면 어떻게 될까?
“무영문은 황금표국과 뜻을 함께하여 하나의 집단을 이루고자 합니다.”
이것이 바로 무영신투의 의도이자 원대한 포부였다.
“부국주님. 황금표국을 이끌어나가시면서 동시에 무영문주가 되어주십시오.”
“네?”
“나중에 여유가 되실 때 무영문을 물려줄 후계자를 찾아 무영문과 신법을 물려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이렇게까지 부탁하는데 장운은 도저히 거부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장운은 그에게 신법을 무료로 배웠으며 많은 은혜를 입지 않았던가?
무영문의 위기를 알면서도 못 본 척 묵인할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