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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132화 (132/173)

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32화

무영문(無影門)을 취하다(2)

장운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겸허히 받아들였으나 이것은 보통의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장운은 황금표국이 사상 최강의 집단이 되기를 갈망하고 있었다.

그런데 개개인이 뛰어난 고수이자 신법의 대가라는 무영문을 흡수한다?

그것은 곧 황금표국이 단순한 표국을 넘어 보다 더 거대해지는 것을 의미하였다.

“장운 부국주님. 전혀 미안해하거나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도둑놈이 셈을 잘한다고……. 저 역시 손익 계산을 해보았지요.”

무영신투는 계속 미안해하는 장운을 향해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 무영문은 저의 활약 이후 줄곧 하락세를 겪었으며 종전에는 멸문의 위기마저 겪는 상황입니다. 한데 그것을 극복하고 나아가 무림 최고의 집단이 될 황금표국에 편승할 수 있다? 저는 제가 이득이라고 봅니다.”

그렇다.

예로부터 도둑놈이 손해 보는 법이 없다는 말이 있듯이 무영신투는 결코 온정만으로 그에게 무영문을 맡기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무영문이 황금표국과 뜻을 함께하는 것. 그 길만이 멸문에서 벗어나 무림 최고로 군림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일 것이다.’

무영신투 장유백은 진심으로 그리 생각하였다.

동시에 황금표국을 무영문만큼이나 아끼며 같이 가겠다는 의중이 반영되어 있었다.

“그리 말씀해 주시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입니다.”

장운은 무영신투에게 언제나 받기만 해서 미안한 감정이 들었는데 그의 배려 때문에 어느 정도 지울 수 있었다.

“대신 한 가지 확실히 약속드리겠습니다.”

장운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다짐했다.

“비영귀검 단유겸은 처절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그는 무영신투의 비원인 복수와 더불어 무영문을 부흥을 가져오리라 장담하였다.

그 모습을 보자 무영신투는 마음이 놓이는지 그 어느 누구에게도 꺼내놓지 않은 이야기를 말했다.

“사실 현 무영문에는…… 내 손녀가 있네.”

그 말에 까맣게 모르고 있던 장운과 장천호가 놀라 서로를 동시에 바라보았다.

“네에?”

“그게 정말입니까?”

천하의 무영신투가 혼인을 올렸다는 소식은 없었기에 손녀가 있다는 것은 가히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오래전 늘그막이 얻은 귀한 핏줄이자 이제는 유일한 혈육이네. 한데 그것을 아는 이들은 아무도 없지. 심지어 무영문도들조차도 말이야.”

무영신투에게 있어 무영문도인 손녀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그리고 무영신투가 극도로 조심하며 신분을 숨긴 이유이기도 했다.

혹여라도 자신의 위치가 탄로 나거나 그녀가 위험할까 봐 무영문에 복귀하지 못했다.

자그마한 실수에 자신의 목은 물론이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하나뿐인 손녀의 목마저 같이 달아나니 말이다.

그래서 그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다.

이런 비극이 또 있을까?

“그녀를 구해주게. 부탁이네. 내가 따라가고 싶지만…… 이제 나는 너무 노쇠하고 지쳤어. 그리고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으니 그들이 나를 문주로 받아줄지도 모르고…….”

무영신투 장유백은 허리까지 숙이며 거듭 부탁을 하였다.

동시에 겁도 났다.

그는 뜻하지 않게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고 무영문도들은 그를 이미 죽은 사람 취급을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겼기에 장유백은 자신이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이고, 참!”

그 감당하기 힘든 인사에 장운은 서둘러 마주 인사를 하며 호언장담하였다.

“제 일솜씨에 대해서는 잘 알고 계시지요?”

장운은 가타부타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동안 쌓아온 실적을 자랑했을 뿐이었다.

“그 어떤 임무보다 심혈을 기울이겠습니다.”

* * *

“무영문의 모든 형제들은 저를 지지해야 합니다!”

무영신투가 장운, 장천호와 모든 비밀을 공유하며 진정한 사이로 거듭나고 있던 그때 무영문은 혼란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무영신투가 뼈를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사나이, 비영귀검 단유겸이 무영문도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던 것이다.

“저는 아직도 그날이 생생합니다. 무영신투 사부님께서 저를 살려 보내주시고…… 무림맹의 악적들에게 당하던 그 모습이, 크흐흐흑!”

단유겸은 급기야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것은 당연히 거짓된 눈물이었다.

동시에 무림맹을 흉수라 거짓말하는 것은 많은 계산이 안배되어 있었다.

이후, 사흑천주에게 무영문을 넘긴 다음 문도들을 모두 사흑천의 사악한 사파인으로 물들일 요량이었다.

‘젠장, 이 나이에 이런 짓까지 해야 하나?’

그는 눈물을 흘리며 약간의 비애를 느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너의 유능을 증명하라.

삼 개월 내에 무영문을 흡수하고 무영신투 그 빌어먹을 쥐새끼의 절학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사흑천에서 네 자리는 없을 것이다.

사흑천주이자 괄괄한 성격으로 유명한 광혈흑마 태상천이 그렇게 고했기 때문이다.

무영문도 무영문이지만 태상천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다름 아닌 무영신투의 비학이었다.

단유겸이 무영신투의 진전을 이어받았으나 장유백은 본래 눈치가 비상한 작자였다.

단유겸에게서 무언가 싸한 느낌을 받고는 무영보법 이외의 뛰어난 절기들은 전수해 주지 않았다.

그 결과 단유겸은 태상천에게 넘겨줄 무공이 거의 없었고, 자신을 점점 더 옥죄어 오는 것을 느꼈다.

하다못해 그가 먼저 제안한 것이다.

-무영문을 통째로 바치고 무영문주가 되어 모든 절기를 넘기겠습니다!

무영문주가 된다면 오로지 문주만이 들어갈 수 있는 서재에 가서 비학을 배울 수 있게 되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터.

그래서 그는 악인의 눈물을 흘리면서 애써 설득하려 했다.

“아직 무영신투 문주님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소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무영문도는 그의 제안에 싸늘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무영신투와 하나 같이 가족과 같은 관계였기에 아직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상태였다.

무엇보다도.

“맞아요. 소문으로는 아직 어디선가 숨어계신다고 하던걸요?”

무영문에는 무영신투와 단유겸이 부재한 사이, 새로운 구심점이 존재했다.

총명한 눈빛에 양 갈래 머리가 귀여운 이 소녀가 바로 그 구심점인 장희서였다.

무영문도들 대부분은 삼, 사십대였는데 오로지 그녀만이 유일한 십 대의 문도였으며 동시에 무영보법 성취가 너무나도 우월하여 무영신투의 재림이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였다.

물론 그녀가 바로 무영신투 장유백의 하나 뿐인 손녀였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허허~ 그 분이 돌아오리라 아직도 믿고 계시는 겁니까? 벌써 십여 년이 흘렀습니다. 아무리 사흑천의 추적이 무섭다고 하나 문주가 이렇게 오래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지요!”

단유겸은 제법 말솜씨가 능수능란한 작자였다.

순식간에 무영문도들의 아픈 구석을 찔렀다.

이는 사전에 준비한 결과물이기도 했다.

“아니, 그래도……!”

오로지 장희서만이 반박을 하려 했으나.

“그는 십중팔구 죽었거나 우리 무영문을 버렸을 겁니다.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해도 한 문파의 수장이 이토록 오래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하나를 의미합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단유겸은 확인사살을 강하게 하였다.

“문파를 버렸다는 뜻이죠.”

아아아!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잔인한 말에 무영문도들은 금방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 대부분이 무영신투와 매우 가까운 사이이며 몇몇은 목숨까지 서로 구해준 동료들이었으니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마음과는 별개로 이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 다가왔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 무영문은 망하고 맙니다. 무림맹의 눈은 우리들을 찾아낼 것이고 우리는 그간 걸쳐 이룩한 모든 명성과 재화를 뺏기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을 설득하는데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능수능란한 말솜씨로 혼을 빼놓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사람들에게 겁을 먹이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더 효과적인 방법은 후자였다.

단유겸은 이 두 가지를 모두 능란하게 사용하였으니 이미 귀가 얇은 몇몇 문도들은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해요.”

바로 그때였다.

무영신투의 유일한 혈육이자 손녀인 장희서가 갑자기 의문을 표한 것이다.

“뭐가 말인가?”

단유겸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단유겸은 본능적으로 그녀가 가장 큰 적수이자 걸림돌이 되리란 것을 깨달았다.

“무림맹이 아무리 부패하고 더러운 면모가 있다고 하나…… 무영신투를 그리 비겁하게 뒤에서 노렸다고요? 무언가 납득하기 어려운 사실이에요.”

장희서의 말은 매우 논리적이고 일리가 있었다.

그러자 단유겸은 당황하며 맞받아쳤다.

“허, 허튼소리! 무림맹을 모르는가? 그들은 호시탐탐 무영신투 사부님을 잡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었네.”

그 대답도 어느 정도 맞는 말이었다.

무영신투의 행각은 과감했고 주로 높은 자들, 졸부들, 명예와 권세가 드높은 자들의 재화만을 빼앗았다.

그리고 그런 자들은 무림맹의 수뇌부와 친한 법이니 무영신투는 언제나 무림맹의 주된 대상이었다.

“잘 알아요. 하지만 비겁하게 뒤를 치는 것은 무림맹의 방법이 아니에요! 오히려…… 사흑천! 사파의 방법이지.”

장희서가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자신의 주장을 개진하였다.

그녀의 말에 몇몇 사람은 놀라 두 눈이 커지고 말았다.

생각해 보니 무영신투의 오래된 적으로 사흑천도 있었던 것이다.

“맞아! 무영신투 문주님의 말년에는 사흑천주의 물건을 훔쳐 크게 고생하셨어.”

“포위망을 점점 좁혀 왔으니 그때 변을 당한 것이 아닐까?”

더군다나 무영문에서 장로 정도 위치가 되는 인물들이 모두 그녀의 의견에 힘을 싣는 바람에 단유겸의 동공이 흔들리고 말았다.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것도 아니고 다 되었다 싶었는데 갑자기 엎어질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사흑천보다 무림맹일 공산이 크다니까!”

논리로는 안 되니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언성을 높이는 일뿐이었다.

“천만에요. 무림맹이 무영신투 문주님을 쳤다고요? 그럼 전설의 대도를 무너뜨렸다고 대대적으로 흥보했을 거예요. 아닌가요?”

“……크윽!”

장희서의 안목은 예리했다.

핏줄은 속일 수 없다고 무영신투의 피를 진하게 물려받은 그녀는 날카로운 부분이 있었다.

특히나 현재 독보적으로 신법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니 단유겸의 합류만 없었더라면 무영문 차기 문주는 그녀의 것이 될지도 몰랐다.

“흥! 장희서, 네가 문주가 되고 싶어서 괜히 초를 치는 게 아닌가?”

결국 단유겸은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논리와 주장에서 밀리니 문주가 되고 싶어 그런다고 뒤집어씌우는 것이다.

“네, 네에?”

장희서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었다.

“내 말이 틀렸나? 내가 살아 돌아옴으로 인하여 너는 문주 자리를 잃을 지경에 달했지. 그래서 내게 앙심을 품고 괜히 주장에 반박하는 게 아니냐고!”

그 말은 매우 정교하고도 장희서를 악질적으로 노리는 말이었다.

“세상에나!”

너무 저질스러운 말에 장희서는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였지만 단유겸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데 능했다.

“모든 일이 네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을…….”

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질 무렵이었다.

“비상! 비상입니다!”

“우리 무영문이 숨어든 장소에 웬 침입자가 나타났습니다!”

그 말에 그러지 않아도 혼란을 겪던 무영문도들은 일제히 당황하였고 흡사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마저 받았다.

무영문이 숨어든 곳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골짜기로 오로지 무영문도만이 아는 곳이기도 했다.

동시에 무영문주이자 무영신투가 직접 설치한 무영난진(無影亂陳)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는 무영보법을 알지 못하면 결코 파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런 천혜의 요새와 같은 곳이 뚫렸다고 하니 정신이 붕괴될 수밖에.

“도, 도대체 그는 누구인가?!”

갑작스러운 외부인의 방문.

그것은 절망이 될 것인가, 아니면 축복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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