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34화
무영문(無影門)을 취하다(4)
파아아앗!
어두운 귀령곡 사이에서 무영옥패가 영롱하게 빛을 발하였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단유겸은 애써 부정하고 있었으나 진실은 결코 감출 수 없는 법이다.
그가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이미 무영문도들은 모두 깨달았다.
“저것은 틀림없는 무영옥패다!”
“무영문주의 상징이자 신물!”
“우리는 모두 저 옥패에 복종해야 한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무영신투와 절친이자 비슷한 또래의 노고수들이었다.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으면서 양손으로는 포권을 취하였다.
“무영옥패를 받들겠습니다!”
“받들겠습니다!”
무영문 상위 고수들이 나서자 그다음은 젊은 부류들이었다.
남은 자들도 빠짐없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포권을 하였다.
동시에 무영옥패의 권위를 인정하며 받들겠다는 선언도 했다.
이것이 바로 무영옥패의 힘이자 한 문파의 결속이 끈끈하다는 증거였다.
‘놀랍군.’
한편 놀라는 것은 금령검제 장운도 마찬가지였다.
무영신투가 떠난 지 하도 오래되어 한낱 물건이 무슨 권위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상상을 초월했던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비영귀검 단유겸을 벌하는 일뿐이었다.
“비영귀검 단유겸. 아니, 사흑천의 단유겸이라 불러드릴까?”
장운은 한술 더 떠 그의 진정한 신분마저 노출시켰다.
오오오!
그러자 다시 한번 여기저기서 놀라움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설마 저 단유겸의 정체가 사흑천이었다니.
사흑천은 무림 어디를 가더라도 환영받지 못하는 집단이었다.
심지어 도둑들에게조차 말이다.
“아니다. 이것은…… 거짓이다!”
단유겸은 크게 당황하며 애써 소리를 질렀지만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눈빛과 반응이었다.
왜냐하면 장운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무영옥패를 꺼내 들었다.
무영옥패는 무영신투의 신물이자 무영문을 상징하는 모든 것이었다.
그것을 들고 있다는 것은 무영신투의 뒤를 확실하게 이어받았다는 증거였다.
그에 반해 단유겸은 어디까지나 혼자서 주장하는 말만 있었지, 증거는 아무 데도 없었다.
“거짓이라고? 뻔뻔하기는. 네놈은 사흑천과 결탁하여 사부인 무영신투 장유백 대협을 배신하였다. 그런 주제에 어딜 기어 들어와 뻔뻔히 무영문주 자리를 주장하느냐?”
장운은 오랫동안 참아왔던 말을 내뱉었다.
“무영신투께서 내게 직접 부탁하셨다. 대신하여 네놈의 목을 쳐달라고 말이지.”
장운은 기다렸다는 듯이 초령검을 빼어 들었다.
스르릉!
금령검제가 검을 꺼내 들자 그야말로 신검합일(身劍合一)을 이루었다.
잘 닦여진 검의 모습에 단유겸의 동공은 크게 뒤흔들렸다.
‘이럴 수가! 마치 수십 년 동안 오로지 검도(劍道)만을 추구해 온 노검사와 같구나.’
단유겸도 검의 길을 추구하는 만큼 장운의 자세만 보아도 경지를 한눈에 유추할 수 있었다.
동시에 사흑천의 여러 고수들이 어찌하여 표국의 무인인 그에게 고전하였는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단유겸은 물러날 곳이 없었다.
이대로 되돌아가면 사흑천주 광혈흑마 태상천의 손에 걸려 잔인한 고문을 당해 죽을 것이니 차라리 여기서 모든 것을 거는 게 나았다.
“그래, 누구의 말이 맞는지 어디 한번 해보자꾸나!”
동시에 단유겸은 스스로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다.
‘분명히 검술의 경지만 따지만 나보다 네가 더 높을 것이다. 그러나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한 법이다.’
그런 점에 있어 단유겸은 승리를 쟁취할 자신이 있었다.
사흑천에서 무수히 많은 실전을 치른 것은 물론이오, 무영문의 보법을 바탕으로 검술과 접목하여 많은 성과를 이룩했기 때문이다.
즉, 실전에 걸맞은 무공이 있기에 한번 해보자고 느꼈다.
그리고 또 하나 더.
‘아마 놈은 우리 무영문의 무공을 거의 모를 것이다.’
단유겸은 중요한 요점을 하나 깨달았다.
승부가 이기고 지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무영문의 무공을 누가 더 많이, 제대로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만약 장운이 무영옥패에 비해 무영문 보법조차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른다면 그의 말은 설득력이 있을까?
단유겸은 그러한 맹점을 노릴 계획인 것이다.
“하아아압!”
속전속결(速戰速決).
단유겸은 서둘렀다.
입으로 떠든다면 거짓뿐인 자신이 불리하다 판단하였다.
-비영사천(飛影四天)!
단유겸은 무영문의 신법에 사흑천의 절기이자 사파 냄새가 짙게 밴 낭아검법(狼牙劍法)을 혼합하여 만든 독창적인 검법, 비영낭아검법(飛影狼牙劍法)을 시전하였다.
파바바밧!
본래의 낭아검법은 위력이 강맹하고 야생의 날카로운 맛이 강한 반면, 검로가 투박하고 변화가 적으며 다소 무거운 것이 단점이었다.
하나 낭아검법이 무영문의 보법과 더불어 날쌘 단유겸과 만나 비영낭아검법으로 바뀌자 단점을 완벽히 보완할 수 있었다.
‘제법 강한 자로다.’
금령검제 장운조차도 눈앞을 쇄도하는 검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더 놀라운 것은 비영귀검 단유겸의 보법이었다.
-무영보법(無影步法)!
공격을 하면서 연신 무영보법을 시전하는 것을 보며 장운은 드디어 깨달았다.
‘그렇구나. 이자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승리가 아니다. 승리보다도 무영문의 절기로 이겨서 정통성을 주장할 계획이다.’
눈치가 빠른 장운은 한눈에 그의 알량한 계획을 간파하였다.
지고 이기고를 떠나 설령 지더라도 무영문의 무공을 제대로 모르는 놈이 어찌 무영문주가 될 수 있겠냐며, 무영옥패를 습득한 것은 모두 우연으로 몰 생각인 것이다.
마침내 그것을 깨달은 장운은 자신 또한 전술을 바꾸었다.
-무염지(無炎指)!
그 역시 무영문의 무공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엄밀히 따지자면 이 무염지는 무영문의 무공이라기보다 오랜 세월 실전에서 굴러먹은 무영신투가 알려준 무공이었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알았다.
콰가강!
장운이 뿜어낸 지풍과 단유겸의 비영낭아검 절초가 뒤엉켜 폭발을 자아냈다.
“저 지법은 분명…….”
“무영신투님의 것이다!”
“문주님의 것이 분명해!”
아는 사람은 다 알았다.
한눈에 알아보았으며 장운에게서 무영신투 장유백의 흔적을 깨달았다.
씨익!
장운은 계획대로 흐르자 웃었고.
으드득!
반대로 단유겸은 이를 갈며 분통을 터뜨렸다.
“아니다! 저런 알량한 지법은 우리 무영문의 정통 무공이 아니지!”
그러면서 동시에 거듭하여 비영낭아검법을 휘둘렀다.
장운은 열심히 노력하며 사력을 다해 검을 휘두르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럼 사파의 잔악한 검법에 무영문의 보법을 섞은 것은 무영문의 정통 무공이오?”
매우 통쾌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장운은 말로서 그를 후려 패는 수준이었다.
“으으윽!”
어찌나 통렬한 말이었던지 정곡을 꿰뚫린 단유겸은 뭐라 말할 수 없었다.
따지고 보면 자신이 펼치고 있는 검법 또한 정파의 무공인지 사파의 무공인지 제대로 말할 수 없는 아류지 않은가?
“이노오오옴!”
결국 위기에 몰린 단유겸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계속 검을 휘두르는 것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장운의 경지는 그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였다.
-혼령운행공(魂靈雲行功)!
장운은 무영보법을 넘어 오로지 무영문주의 계승자만이 익힐 수 있다는 혼령운행공마저 선보였다.
이는 현재 무영문 장로들조차 기본 구결만 알고 있는 것으로 심화 구결은 현재 무영신투 장유백과 금령검제 장운밖에 몰랐다.
와아아아!
장운이 멋들어진 경공으로, 그것도 무영신투의 재림을 연상케 하는 실력으로 단유겸의 맹공을 떨쳐내자 무영문도들은 일제히 환호를 하였다.
단유겸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오히려 장운을 신뢰했다.
“혼령운행공이다!”
“이것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은 무영신투 문주님의 진전을 이었다는 명백한 증거지.”
“암, 그렇고말고. 무영옥패보다도 더 강한 증거라고.”
“그 강한 금령검제가 알고 보니 우리 무영문의 무공을 익혔었다니!”
심지어 몇몇 사람들은 현재 잘 나가는 금령검제가 무영문의 무공을 펼치자 감격하기까지 했다.
혹자는 문파의 절기가 유출되었으니 절망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테지만 천만의 말씀.
먼저 장운이 무영신투의 진전을 이은 것이 확실시되었으므로 엄밀히 따지면 유출이 아니라 전수였다.
동시에 무영문은 오랜 세월 동안 무림의 그늘에 숨겨진 채 이름을 널리 알리고 싶으며 활동하고 싶다는 깊은 갈망이 있었다.
그런데 그 갈망을 완벽히 채워줄 금령검제 장운이 무영문도나 다름없으니 이것은 축복과 같았던 것이다.
“아니야. 이놈은 가짜야! 이 금령검제는 무림맹에서 보낸 간자라고!”
실력이 안 되는 자는 결국 거짓으로 사람을 현혹시키는 법이다.
단유겸은 끝까지 헛소리를 하며 혹세무민(惑世誣民)하려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무림맹과 아무런 접점이 없는 내가? 도리어 사파의 악취가 잔뜩 들어간 검을 휘두르는 당신이 사흑천에서 보낸 간자겠지.”
장운은 무공이나 입심이나 어디 하나 흠잡을 곳이 없었다.
완벽한 되치기를 선보이며 최후의 방점으로 기발한 무공을 선택하였다.
-무영진퇴각(無影進退脚)!
무영문의 공격 기술이자 무영신투에게서 제대로 배워온 무공.
바로 무영진퇴각이었다.
성난 황소가 뿔로 들이받는 것처럼 장운은 무시무시한 내공을 온전히 두 발에 남아 그대로 휘둘러 버렸다.
빠가각!
그의 발차기는 당연히 단유겸의 턱에 적중하였고 턱뼈가 부러져도 여덟 번은 더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단유겸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컥! 커커커컥!”
턱뼈가 부서지자마자 알싸한 피 냄새와 함께 연거푸 피를 토했지만 그를 안쓰럽게 봐주는 이는 단 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가 어떠한 만행을 저질렀는지 금령검제 장운의 입에 의해 모두 증명이 되었지 않은가?
“무여으, 오빼! 그거 하아 주으아고!”
단유겸은 턱뼈가 부러져 고통이 극심할 것인데도 불구하고 연신 뭐라 떠들었다.
“뭐? 무영옥패 그거 하나 주웠다고?”
장운은 눈치 빠르게도 그가 말하고자 하는 말을 알아들었다.
“아하! 내가 우연히 무영옥패를 주워 거짓을 말한다는 건가?”
장운이 대신 말해주자 단유겸은 미친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으애! 으애!”
그래, 라는 뜻이리라.
바로 그 순간이었다.
-무영보법(無影步法)!
장운은 그가 무력화된 틈을 타서 전광석화(電光石火)와 같은 날랜 움직임을 보이며 그를 무릎 꿇렸다.
“으으으!”
갑작스레 우악한 행동을 하자 단유겸은 당황하였으나 장운의 행동에는 다 뜻이 담겨져 있었다.
스윽!
장운은 단유겸의 품에서 그가 사흑천과 결탁한 완벽한 증거물을 찾아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흑천주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받아낸 사흑천을 상징하며 만든 조악한 작은 목검(木劍)이었다.
새까만 칠이 되어 있는 어른 손바닥만 한 목검의 명패는 사흑천 소속이라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였다.
“이것도 사람들의 착각이자 나의 거짓인가?”
금령검제 장운의 완벽한 한판승이자 거짓말쟁이가 누구인지 제대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