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표국 역대급 무공 천재 136화
무영문(無影門)을 취하다(6)
“무영신투 선배님.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 무영문을 이끄는 것은 제가 아니라 선배님이 더 어울리십니다.”
장운은 웃으며 그에게 무영옥패를 건네주었다.
오히려 이것이 더 나았다.
무영문은 무영신투에게 일임함으로써 결속력을 다진다.
그 구심점인 무영신투가 장운과 황금표국에 엄청난 충심과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으니 서로 상부상조(相扶相助)하는 완벽한 그림이었다.
스윽!
그리하여 무영옥패가 다시 진정한 주인을 찾게 되고.
“무영문주 만세! 무영신투 만세!”
“금령검제 만세! 황금표국이여 영원하라!”
순식간에 문파 존속의 위기를 해결하고 나아가 비겁한 배신자를 제압하였으며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무영신투까지 합류하였으니 그들에게 있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무영문주는 솔직히 스스로를 의심했고 또 무영문도들을 의심하였다.
무영문도들은 홀연히 떠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자신을 미워하고 원망할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이렇게 환대를 해주니 너무나도 기쁘고 모든 갈등이 해소되었다.
물론 이렇게 된 것에는 장운이 극적인 장치를 깔아주었기 때문이리라.
“앞으로 다시는 무영문을 떠나지 않을 것이며…… 본 무영문은 여기 황금표국과 함께 비상할 겁니다.”
그 의견에 반대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무영문도들은 오히려 쌍수를 들고 대환영을 했다.
“우리도 드디어 무림에 나가게 된다고?”
“이 답답한 귀령곡을 벗어나다니!”
“그것도 현 무림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황금표국과 금령검제와 함께 하게 될 줄은 몰랐네!”
변화를 싫어하는 완강한 노고수들부터 젊은 세대까지, 나이를 막론하고 모든 문도들이 기뻐하며 날뛰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유령 골짜기에 처박혀 있다가 황금표국과 뜻을 함께 되었으니 그들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고맙습니다, 부국주님.”
무영신투는 자신을 지지해 주는 무영문도들에 이어 장운과 장천호에게도 감사를 표하였다.
정말이지 이들이 아니었다면 이런 금의환향(錦衣還鄕)과 환대는 없었을 테니까.
“아닙니다. 이제야 제 주인을 찾아갔는 걸요?”
장운은 자신의 손을 떠난 무영옥패를 회상하며 웃었다.
결코 아쉽지 않았다.
이미 무영신투에게는 많은 것을 받았으니 말이다.
아울러 무영문을 누구에게 물려주어야 할지 고민도 되지 않았다.
‘이대로 무영신투께서 무영문을 이끌어 나가다가…… 저기 장희서에게 물려주면 되겠구나.’
그렇게 된다면 무영문의 부활과 부귀영화는 계속될 것이고 황금표국에 있어서 무척이나 큰 이득이 될 것이다.
“그나저나…… 장운 부국주님. 제가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습니까?”
모두가 환호하고 있는 잔치 분위기 속에서 무영신투가 슬며시 다가와 장운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자신이 이곳까지 온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이었다.
실제로 장운은 무영신투가 나서서 장희서를 구출하는 장면을 볼 때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음…… 왠지 그럴 것 같았거든요.”
장운은 코끝을 훔치며 편하게 이야기했다.
“네에? 정말입니까?”
그 속편한 대답에 무영신투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반문하였다.
“네. 진짜로요. 그리고 무영신투 선배님께서 무영문에 다시 와야 모든 갈등이 해소되리라 믿었으니까요.”
장운의 그 대답은 진심이었다.
동시에 자신이 아는 무영신투라면 무정한 사람이 아니니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손녀를 보러 오리라 믿었다.
설령 무영신투가 가지 않겠다 하더라도 자신의 아버지, 장천호가 멱살을 끌고 오리라는 것도 예측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그대로 적중하였고 장운은 그들 존재마저도 은근히 눈치채고 있던 것이다.
“역시 운이를 못 당한다니까요.”
장천호도 그 대답을 듣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어버렸다.
무영신투 장유백도 마찬가지였다.
“자아, 장 형. 하나뿐인 손녀딸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해야지요?”
장천호는 노련했다.
그 역시 한때는 장운이나 다른 아들들과 어색했던 사이였기에 속내를 잘 알았다.
서로 어색해하고 있는 장희서와 장유백을 허심탄회(虛心坦懷)하게 풀어주리라 생각했다.
“문주님, 아니, 할아버지.”
“……희서야. 혹시 나를 기억하겠느냐?”
장희서를 한 번 빤히 바라본 장유백은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이 되었다.
이상하게도 손녀만 바라보면 눈물이 주룩주룩 흐를 것만 같았다.
이제 다시 무영문의 수장이 되어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와야 하거늘 어찌된 일인지 갈수록 마음이 약해지는 것인가?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장희서는 솔직하고 특유의 당돌함을 발했다.
“그렇구나.”
그 솔직한 대답에 장유백은 아쉬움을 느끼던 찰나였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보다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무영문 장로 중 한 분의 숨겨진 손녀나 첩의 딸인 줄 알았어요.”
하하핫!
그녀의 가감없는 대답에 장천호와 장운의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동시에 장운은 장희서에게서 놀라운 잠재력을 보았다.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과 더불어…… 근골도 매우 우수하다.’
장희서는 많은 무영문도들 중에서 단연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 할 수 있었다.
어떻게 성장하느냐에 따라 무영문은 물론이고 황금표국을 빛내는 인재도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말해주니 진정으로 고맙구나.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할애비와 손녀로 살아보지 않으렴?”
무영신투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
솔직히 자신에게는 그런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다.
오랜 세월 손녀에게 사이를 밝히지도 않은 채 이방인으로 살아왔으니 그런 생각을 가질 법도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 행복은 진정으로 찾아오는 법이었다.
“물론이에요, 할아버지.”
장희서도 눈물을 흘리며 무영신투를 껴안았다.
그녀는 언제나 가족과 함께이고 싶었다.
그런 장희서에게 있어 존경의 대상인 무영신투와 함께하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었다.
“이제 원수를 정리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장운은 행복에 젖은 무영신투를 향해 말했다.
다름 아닌 비영귀검 단유겸의 처치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꿈틀, 꿈틀!
단유겸은 어찌나 지독한 인물이었던지 그 와중에도 몸을 비틀대며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꿈틀거리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그의 마지막 발악에 불과했다.
이미 많은 무영문도들이 통로를 봉쇄하고 있었으며 단유겸을 향해 무영신투 장유백이 걸어가고 있었다.
“으으, 으으으!”
장유백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단유겸은 기겁을 하였다.
휘익!
최후를 준비해야 하니 장유백은 가볍게 지풍을 날려 그의 아혈을 다시 풀어주었다.
“헉, 허억! 사, 사여주시시오! 사부! 사부니!”
단유겸은 무영신투에 대해 잘 알았다.
냉정한 척, 비정한 도둑처럼 행동하지만 실상은 정이 많고 마음이 여린 인물인 것이다.
악인인 비영귀검은 그 틈을 파고들려 했다.
자신이 배신한 인물에게 온정을 호소하며 살려달라고 하다니 정말로 파렴치한 인물이었다.
“사부? 누구를 말하는 거지? 나는 네 사부가 아니다.”
그러나 무영신투는 냉정하였다.
믿었던 제자의 배신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었으며 위기를 맞이하였기에 그는 사람 가릴 줄 알게 되었다.
“네놈이 내게 칼을 들이댄 순간부터 우리는 사제가 아니라 남보다 못한 사이! 아니, 원수가 된 것이다!”
무영신투는 본래 일말의 동정심이 생기려 하였으나 뻔뻔스레 자신을 사부라 부르는 단유겸의 모습에 머리끝까지 화가 나고 말았다.
서걱!
분노에 찬 무영신투는 거침이 없었다.
동시에 새로운 무영문으로 재탄생 되었으니 비열한 배신자는 공개 처형이 되어야 했다.
무영신투의 날카로운 지풍이 단유겸을 확인 사살 하고 말았다.
쿠당탕!
단유겸은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결국 비열한 배신자의 말로는 처참한 것이었다.
“이놈의 시신을 귀령곡에 갖다 던지거라!”
무영문으로 복귀한 무영문주 장유백이 수하들에게 내리는 최초의 명령이기도 했다.
“앞으로 우리 무영문은 이 귀령곡을 빠져나와 황금표국 금옥관으로 이주를 할 것이다! 혹시라도 동의를 하지 않거나 다른 뜻이 있는 자는 나를 따라오지 않아도 좋다!”
배신자를 처단한 것에 이어 장유백은 무영문주로서 위엄을 발휘하였다.
온화한 모습과 결단력이 넘치는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 무영신투였다.
당연히 그의 명에 반하는 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무영문도들이 일제히 동의를 하며 그의 뒤를 따랐다.
바야흐로 무림에서 잠자코 숨어 있던 무영문이 오랜 기간 봉문(封門)을 깨고 다시 무림이라는 거대한 세상에 나오는 순간이었다.
* * *
무영문이 귀령곡에서 떠나 황금표국 금옥관까지 이동하기까지 제법 많은 시일이 걸렸다.
아무래도 무영문의 재화나 재산이 제법 많으니 황금표국 표사들이 안전하게 이동하느라 오랜 기간이 걸린 것이다.
그래도 걱정은 아무것도 없었다.
무영문을 비롯하여 문도들은 안전하게 금옥관에 도착하였고 이로써 장운의 금옥관은 실로 성세를 이루었다.
오죽하였으면 사람들이 말하길.
-금옥관의 전력은 그 본체라 할 수 있는 황금표국을 넘어선 수준이다.
이렇게 평할 정도였다.
이에 황금표국의 국주인 장천호가 미간을 찌푸릴 법도 한데 전혀 아니었다.
“장운 부국주는 무영문도들이 뜻을 함께 함에 있어 한 치의 부족함 없이 성심성의껏 예우하도록 하라!”
오히려 무영문도를 전면으로 받으며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원하는 인원에게 한하여 표사 수업을 하였고 표국의 일이 싫은 자들은 금옥관의 무인으로서 금령검제 장운과 함께하였다.
“국주님! 이제 우리 황금표국은 더 이상 표국 수준이 아닙니다. 어지간한 명문 정파보다도 위세가 높고 전력이 강하다 자부할 수 있습니다!”
이 엄청난 전력 상승에 장천호의 오랜 지우(知友)이자 황금표국 첫째 집사인 다정검 인천수는 눈시울을 붉힐 정도였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황금표국은 이제 그저 상행을 하는 집단이 아니다.
이제 무림에 활보하는 문파로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춘 것은 물론이오, 구파일방 오대세가로 대변되는 명문 정파조차 우습게 보지 못하는 거대 집단이 되고 말았다.
어디 그뿐인가?
“또한 넷째 집사, 아니, 무영문주께서 기증하신 재화와 보물이 어마어마합니다!”
인천수가 기쁨에 젖어 외쳤다.
사실 무영문이 귀령곡에 거주했던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귀령곡에 무영신투 장유백이 평생을 걸쳐 쌓아온, 그리고 훔쳐온 모든 재화들이 숨겨져 있던 것이다.
귀령곡을 떠나 무영문주로 복귀한 장유백은 황금표국과 장운에게 고마움을 잔뜩 담아 평생 동안 모아온 전 재산을 황금표국에 기증하였다.
그 말인즉 황금표국과 영원히 함께 하겠다는 뜻이었다.
“앞으로 본 황금표국의 위명은 천하를 진동시킬 것입니다.”
금령검제 장운이 뿌듯한 마음으로 말했다.
이것은 결코 과장이나 허풍이 아니었다.
과거 석가장(石家庄)이 그러했듯 황금표국도 바야흐로 표국의 수준을 넘어 거대 상단에 도달하였다.
아니, 그 거대 상단을 넘어 무림의 흐름을 좌지우지(左之右之)할 정도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의 말마따나 황금표국의 전성기는 바로 지금부터였다.